제 10 장 마교의 입문 (4)
단징의 말대로 이번 특별 선발제에 뽑힌 인물들은 모두 금선곡내에서 어느정도
실력이 있다고 인정된 열두명의 인재들이였다.
현재 서열 1위에 있는 동방명언을 비롯하여 데비드와 장천 등이 뽑혔는데, 가장
실력이 진전도가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는 은조상이 이번 특별 선발제에 뽑혔다
는 것은 조금 의외의 일이였다.
"어쩌면..가장 문제 있는 열두명의 학생들을 제거하려고 모은게 아닐까?"
은조상을 보며 허튼 생각을 하는 장천은 온몸에서 돋아나는 닭살들을 진정시키
고 있었는데, 그 때 금선곡의 가장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자칭 청금공자 문
익이 퉁소를 입에 물고는 멋드러지게 경공술을 사용하여 내렸왔다.
[삐리리리]
"으악!!!"
극악의 퉁소소리가 울리자 기다리고 있던 열두명의 학생들은 모두 귀를 막고
쓰러지고 모니 청금공자의 음공에 대항할 수 있는 자는 단 한사람도 없었다.
"제발 좀 멈춰요!!"
더 이상 참지 못한 장천이 소리를 지르자 그제서야 조금씩 그의 퉁소소리가 사
그라들기 시작했다.
"금선곡의 특별 선발제에 뽑힌 제군들을 환영하는 바이다. 자 나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퉁소를 품에 집어넣은 문익은 빛나는 미소를 한번 날려 보는 이들의 온몸을 얼
린 후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간 곳은 금선곡내에서도 간부급 외에는 출입이 통제되어 있는 곳, 장
천으로선 한번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가 본적이 없던 곳이
다.
"음.."
입구로 들어서자 홍련교의 역사가 담겨져 있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아마
홍련교 제의 의식에 사용되는 건물인 모양이였다.
"이곳은?"
데비드는 여기저기를 흝어보다가 동방명언을 보며 물었보았는데, 놀랍게도 그
대답은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은조상이 해 주었다.
"이곳은 홍련교의 고대신전입니다."
"고대신전?"
"예. 정확한 때는 알 수 없지만, 초대 교주께서는 처음으로 이 고대의 신전을
찾아내신 후 홍련교를 만드셨다고 합니다."
"음.."
그렇다면 이곳은 홍련교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라 할 수 있었다.
벽화를 지나 더 안으로 들어서자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눈에 들어왔고, 엄청난
수를 뽑내는 지하계단을 내려온 것은 그 후로 반시진 후 였다.
계단을 내려서자 보이는 것은 야명주가 박혀 있는 천장으로 된 긴 통로였다.
하나만 팔아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 크기의 야명주를 보며 입맛을 다
시는 장천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었다.
원형의 방에 가운데에는 거대한 불꽃의 석상이 보였고, 그 밑으로 석상을 감싸
듯이 수천권의 장서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은 홍련교의 초대교주께서 발견하신 고대의 성전이다. 석상의 밑에 보이는
것은 홍련교의 교리가 적힌 수만권의 성서로 이 책을 통해 초대교주께서는 진
정한 신의 교리를 깨우칠 수 있었다. 자! 계속 나를 따라 오거라."
마치 관광지를 설명해주는 안내원마냥 설명해주는 무익을 보며 장천 일행은 넓
은 원형의 방을 지나 다시 긴 복도로 향했는데, 또 다시 한참을 들어가자 열두
개의 석실의 문이 드러났다.
"자 이곳이 너희들이 무공을 연마할 곳이다."
"이곳이?"
장천이 바라보는 열두개의 석실의 문에는 야차의 모습이 양각되어 있었고, 그
밑에는 중원에선 볼 수 없었던 이상한 문자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장천의 얄팍한 지식으로는 그 문자를 해석할 방도가 없었는데, 그 때 문익이 하
나의 항아리를 가져와서는 기재들의 앞에 놓았다.
"이 항아리에는 각기 다른 글자가 새겨져 있는 열두개의 글자가 적혀 있는데,
너희들은 그 글자가 있는 방을 찾아 야차의 오른쪽 눈에 끼우도록 하여라."
"예."
문익의 말 따라 그들은 항아리에 손을 넣고는 구슬을 꺼내 들었다.
장천은 다섯 번째로 항아리에서 구슬을 꺼내어 들었는데, 자기가 향할 석실이
첫 번째 석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구슬을 들고 천천히 석실의 앞으로 향한 장천은 조심스럽게 야차의 오른쪽 눈
에 구슬을 끼웠는데, 그 순간 큰 굉음과 함께 서서히 석실의 문이 열리기 시작
했다.
"우와!"
어떤 방식의 기관장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동문이라는 것에 신기해진 장천은
탄성을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자! 그럼 세달 후에 보도록 하세."
"예? 세달이요?"
생각보다 긴 시간을 이런 석실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장천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지만, 설마 죽이기야 하겠느냐는 생각에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석실
의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장천이 안으로 들어서자 석실의 문은 다시 기관장치의 작동음과 함께 서서히
닫혀지기 시작했다.
"음.."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장천은 대충 석실을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문의 맞은 편의 벽에 비천선녀의 벽화와 함께 한자루의 검이 꽂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와.."
오랜시간동안 그 자리에 박혀 있었다고 생각되는데도, 드러난 검의 날은 전혀
상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상당한 명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벽의 왼쪽 면에는 빽빽하게 하나의 구결이 적혀 있었고, 오른 쪽 면에는 그 구
결을 실행 할 수 있는 동작이 그려져 있었기에 장천은 그것이 말로만 듣던 홍
련 십팔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장천은 석실의 한편에 돌로 만들어진 작은 문이 있는 것
을 보고 열어보았는데, 그곳에는 상당한 영의 벽곡단과 함께 양피지가 한 장 높
여 있었다.
벽곡단과 양피지는 근래에 준비한 듯 깨끗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에 천천히
양피지를 펴 보았는데, 그곳에는 이 석실 안에서 해야 할 일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음...여기서 홍련십팔검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군."
양피지에 적혀 있는 바에 따르면 이곳은 홍련십팔검을 익히기 위한 모든 준비
가 되어 있는 곳으로 비천선녀의 조각 앞에서 홍련십팔검을 연성하면 강한 지
기가 진전도를 크게 높이게 한다고 적혀 있었다.
조각의 앞에 놓여 있는 검은 이곳의 홍련십팔검을 극성 이상으로 익혀야만 뽑
을 수 있는 검으로 그 검을 뽑는다면 홍련교의 십이사도의 한자리가 주어진다
고 쓰여 있었다.
지금까지 이 검을 뽑은 사람이 모두 5명이니 석실로 들어간 인물 들 중 다섯명
의 방에는 이런 검이 없다는 뜻이였다.
"좋아! 홍련십이사도나 한번 되볼까?"
어쨋든 장천은 검이 있는 석실에 들어왔다는 것은 감사하며 천천히 왼쪽 벽에
있는 구결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석실의 무공을 익혀나가기 시작한지 한달, 장천은 이제 석실로 들고 왔던 검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갖추어 나갔지만, 문제는 무공연마보다
외로움에 있었다.
"흑흑흑...날 밖으로 내보내줘!!"
어떠한 인간이라도 좁은 석실 안에 혼자 내버려둔다면, 밖으로 나가고 싶은 것
은 당연한 일이였다.
한달 까지는 어느정도 버티기는 했지만, 이제 무공 연마보다는 밖의 신선한 공
기를 맡고 싶은 욕망이 장천에게는 가득했다.
석실의 문을 치며 발광하고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방음장치까지 되어 있는지 석
실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으니 소년의 절규만이 석실을 가득 메울 뿐이였다.
사부에게 배웠던 모든 무공을 사용하여 석실을 문을 부수어 버리기 위해 시도
해 봤지만, 석실로 들어 올 때 들고 온 것이라고는 한자루의 검밖에 없었지라,
문을 파괴하고 밖으로 나갈만한 무공이 장천에게는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궁여지책으로 검을 도처럼 사용하며 문을 부수려고 했지만, 들고 있던 검마저
두동강이 나버리니 이제 그에게는 허탈감만이 남아 있었다.
"아!"
빠져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 바닥에 드러누워버린 장천은 두 눈을 감고 이제 죽
을날만을 기다리는 것이 되어버렸으니 올해 나이 열여섯의 장천 여기서 잠들
것인가....
"엄마..흑흑흑..."
눈물로 시간을 보내던 장천은 그렇게 몇시진을 누워있었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
는지라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자시 석실에서 익히고 있는 홍련십
팔검을 연성하기 시작했다.
고독감을 잊기 위해 쉽지 않고 수십번, 수백번을 검을 휘두른 장천은 이제 탈진
의 상태가 되어버렸기에 간신히 기어가서 석실의 한쪽에서 흐르고 있는 지하수
로 기어가서는 간신히 목을 적실 수 있었다.
"휴우.."
꿀과 같이 느껴지는 달콤함이였다.
장천은 어느정도 갈증이 해소되자 기문숙에게 배운 태극일기공을 운공하기 시
작했다.
무아지경에 빠지게 되면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지도 모르게 되는 것을 알고 있
었기에 그에게 남은 것은 이제 이런 것 밖에 없었다.
워낙 천방지축의 장천이였는지라 그가 운기조식으로 참을 수 있는 시간은 기껏
해야 두시진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이 석실 안의 공간에선
천천히 천천히 장천의 무아의 경지의 시간은 늘어가기 시작했다.
'이건...'
그렇게 또 다시 한달의 시간이 흘러갔을 때 장천은 태극일기공의 운기 조식 중
에 무엇인가 뇌리를 스쳐가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그런 느낌은 천천히 그의 몸을 가볍게
하고 있었다.
'사부님이 말씀하시던 것이 이런 것일까?'
기문숙은 태극일기공을 계속 연공하다보면 어느순간 새로운 느낌을 가지게 될
것이란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온 몸의 기가 하나가 되어 신체의 혈도를 정화시키듯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가
지게 되며, 그 순간은 단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희열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
는 기문숙의 말....
그런 알 수 없는 좋은 느낌이 천천히 장천의 몸을 휘감어가자 마치 공중이 뜨
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
자신의 몸이 마치 공기와도 같이 변해간다는 느낌이 점점 가속되기 시작하자.
이제는 자신이 우주와 같이 변하여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본 장천은 순간 가부좌를 틀고 운기하고 있는 자신의 모
습을 볼 수 있었으니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유체이탈이라는 것을 알 수있었
다.
"엥? 그럼 죽는거잖아! 젠장!"
유체이탈은 술사가 아닌 다음에야 죽은 자에게만 느껴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황급하게 자신의 몸으로 유영해 가는 장천이였는데, 그 순간 생전 본
적이 없던 장면이 그의 눈 앞을 스쳐지나갔다.
수많은 사람의 시체가 뒤덮여 있는 가운데, 한 남자의 손이 천천히 시체에 꼽혀
있는 단도를 뽑고 있는 장면이 보였다.
"이건..."
얼굴은 볼 수없었지만, 푸르스름한 머리칼과 함께 큰 키의 남자가 천천히 자신
에게 다가와서는 오른손을 들었고, 그 순간 알 수 없는 빛이 세상을 감싸고 있
는 듯한 착각이 밀려왔다.
"헉!!"
눈부쉰 광채가 자신의 몸을 분열시킨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장천은 헛바람 소
리를 내며 일어섰고, 그제서야 자신이 석실 안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건 뭐였지..."
꿈과 같은 환상을 되짚어보기 시작한 장천이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기억은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듯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