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53화 (54/355)
  • 제 10 장 마교 입문 (3)

    금선곡으로 가는 길은 지부내에서도 상당한 비밀에 속하기 때문에 장천 일행은

    꽉 막힌 마차에 실려 짐짝처럼 실려가고 있었다.

    다행히 금선곡과 사천지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는지 이주일만에

    목적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마차에서 내리자 마자 보이는 것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계곡의 모습이였다.

    계곡밑으로 내려가는 방법은 근처에 만들어진 바구니를 타고 내리는 것으로 한

    계 인원은 다섯명, 여섯명이 타면 한없이 깊은 금선곡 아래로 아무런 장애 없이

    추락할 수 있었다.

    계곡의 중간쯤에 도착하자 작은 동굴이 눈에 뜨였는데, 그곳에선 세명의 무인이

    경계를 서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동굴로 통해 한참을 들어가자 드디어 넓은 광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곳

    에선 이미 타 지부에서 모인 수십명의 젊은이들이 무공을 닦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공을 닦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을 때 그들의 앞으로 한 중년검객이 청

    색의 값비싼 비단으로 옷을 차려 입고는 섭선을 저으며 산뜻하게 경공으로 날

    아와서는 장천들을 향해 말했다.

    "금선곡 이십사기 입곡생을 환영하는 바이요. 본인은 이곳 금선곡을 책임지고

    있는 곡주 청금공자(靑錦公子) 문익(門益)이라 하오."

    중년 주제에 서슴없이 공자가 들어가는 명호를 쓰고 있는 문익을 보며 야유를

    하고 싶은 장천이였지만, 일단은 곡의 책임자인 만큼 미운털이 박힐 수는 없는

    지라 꾹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자칭 공자라는 중년의 설명을 들으며 곡의 이모저모를 설명 받은 장천

    은 이곳이 단순한 무공 수련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금 이상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가 보여준 경공은 그 움직임이 상당히 부드

    러운 것으로 보아 일류의 고수의 실력이였고, 훈련을 받고 있는 젊은이들 역시

    꽤 자질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첫날인 만큼 장천 일행은 간단한 지리 설명 후에 숙소를 배정 받을 수 있었는

    데, 다행히 동방명언과 데비드와 같은 방을 배정 받을 수 있었다.

    "금선곡에 대해서 다른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

    이제 어느정도 친하게 된 세사람은 서로 말을 놓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장천

    은 동방명언에게 금선곡에 대해서 물어보았는데,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손바닥을 치며 말했다.

    "아버지 말로는 교내에서 중원에서 입지를 높이기 위해 한가지 계획을 준비하

    고 있다고 하셨거든, 물론 아버지 직위로는 알 수 없는 일이였지만 들리는 소문

    에 의하면 계획이 성공한다면 강호에서 구파일방은 완전히 사라진다고 하시더

    라고. 이 계획이 실행함과 동시에 금선곡이 만들어졌으니 아마 어느정도 연관은

    있다고 생각해."

    동방명언의 말 대로라면 상당히 큰일이였다.

    물론 그 계획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였지만, 마교가 준비

    하는 일이라면 실패를 한다해도 구파일방 중 서너개는 사라진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아무래도 금선곡에서 정보를 수집해 봐야겠군.'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정말 눈 뜰 새 없이 바쁜 하루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었

    다.

    금선곡, 마교의 골수신자들로 뭉쳐진 이 좁은 공간 안에선 어떻게 농땡이를 칠

    수가 없었다.

    극악의 마동계조차 통하지 않는 인물이 수두룩 한 이곳은 자칭 미공자 청금공

    자 문익을 중심으로 해서 무뚝뚝한 배불뚝이 남자인 마천수(馬擅帥), 자칭 미모

    의 경공사범인 추녀 미영(美英), 검만 잡으면 미친 사람처럼 변하는 단징(單澄),

    이와 반대로 평상시에는 여자처럼 조잘거리다가도 도만 잡았다하면 무뚝뚝한

    남자로 변하는 순유(荀喩)등 한명이라도 강호에 나갔다간 괴인이라 불릴 사람들

    이 수두룩했으니 이곳에서 마동계는 평범한 삼류술수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아앙!"

    청금공자의 극악의 퉁소소리가 금선곡에 퍼질때가 바로 금선곡의 하루가 시작

    되는 시간이였다.

    그의 퉁소소리를 들으며 일각이라도 더 잘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금선곡

    에서 내보내겠다는 부곡주 장경(長競)의 말 따라 피곤에 지친 장천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어제 입었던 땀내 나는 옷을 주워 입었다.

    "오! 어제 입었던 것을 또 입다니 더티합니다."

    "상관마 데비드.."

    데비드의 감탄을 뒤로 한 채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은 장천은 오늘의 수업표를

    잠시 뚫어지게 처다보면 눈동자의 초점을 맞춘 후 천천히 연습용 검을 들고는

    밖으로 나갔는데, 이미 우등생 동방명언은 아침 운기조식을 마치고는 간단한 체

    조를 하고 있었다.

    "아! 두형 잘잤어?"

    "응."

    그의 인사를 대충 받아넘긴 장천은 대충 지하수가 흐르고 있는 천으로 가서는

    얼굴을 씻고는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뻗어 올렸다.

    계곡 안의 감추어진 계곡인 탓에 태양이 비추는 시간은 길어야 2시진 정도에

    지나지 않았기에 아직도 어둑어둑한 금선곡 안을 터벅터벅 걸어다니던 장천은

    검술 수련장으로 향했다.

    "켈켈켈켈..."

    피곤한 몸을 끌고가는 도중에 들리는 괴물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단징이 검을

    잡았구나 생각하며 검술 수련장 안으로 들어서자 아니나 다를까 구석구석에는

    십여명의 연습생들이 몸을 감추며 숨어 있었고, 가운데선 검술 사범인 단징이

    두 손을 허리에 잡고는 하늘을 보며 크게 웃고 있었다.

    "아! 두형 잘왔다! 사범님 좀 진정시켜봐!"

    장천이 나타나자 무기진열대 옆에 숨어 있던 이십대의 청년이 다급하게 소리쳤

    는데, 그는 장천보다 한 기수 빨리 금선곡에 들어온 은조상(銀朝霜)이란 청년이

    였다.

    자질은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대상의 집안의 차남으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영약을 복용하여 현재 내공이 삼갑자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녀석이였는데, 머리

    가 나빠서 간신히 육합검법 하나만을 익히고 있는 사람이였다.

    "또 아침부터 발광이네..알았어."

    은조상의 말에 장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단징의 앞으로 걸어가

    서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을 치켜들고는 소리쳤다.

    "이 마교의 앞잡이 놈아! 다 두형이 강호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 너의 목을 베겠

    다!"

    "크아아아!!"

    장천이 소리치자 단징은 크게 노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는 괴성을 지르며 달려

    들었는데, 그 때 사방에서 밧줄을 날아와서는 잽싸게 단징의 몸을 올가미를 걸

    었다.

    검술사범 단징에게 올가미를 던진 사람들은 수업을 받는 청년들이였는데, 꽤 숙

    련된 솜씨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당징의 발광을 진정시

    키는 수업을 받은 듯 했다.

    하지만 강호에서도 내노라하는 실력을 가진 단징을 쉽게 제압할 수는 없었기에

    십여명의 청년들은 단징에게 끌려가는 꼴이 되어버렸는데, 장천은 검을 휘두르

    며 발광하는 그가 자신의 눈앞에 도달하자 무골장을 사용하여 그대로 그의 정

    수리를 가격했다.

    위력이 약한 무골장이라고는 하나 제대로 방어도 하지 못한 채 당한 단징은 그

    자리에서 졸도를 하고 말았는데 쓰러진 단징의 손에서 검을 뺏은 장천은 가볍

    게 은조상에게 던져주고는 말했다.

    "아침부터 시끄럽게 단징 사범님. 손에 검을 들어가게 한 사람이 누구야!"

    장천이 소리를 치자 얼굴을 숙이며 은조상이 가볍게 손을 들으니 그로선 한숨

    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휴.."

    은조상이 조금 모자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한숨으로 때울 수밖에 없던 장

    천은 쓰러져 있는 단징의 앞에 쭈그려 앉고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그의 태양혈

    을 가격했다.

    "음.."

    태양혈을 가격하자 퍼뜩 정신이 든 듯 단징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주위가 어

    지럽게 변한 것을 보고는 한탄을 하며 말했다.

    "아! 내가 또 일을 저질렀나보구나."

    "알면 됐어요."

    단징의 한탄에 대충 대답을 한 장천은 자기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고, 그제서야

    나머지 청년들도 단징을 가운데로 두고는 원을 둘러싸고 앉아 자리를 잡았다.

    검술사범인 단징은 어이없게도 검을 잡지 않으면 지극히 지성적인 사람이였다.

    온 몸에서 풍기는 여유와 함께 차분한 말솜씨 등으로 금선곡의 몇 명 안되는

    여인들 사이에선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으니 세상은 참으로 공평하다고 할 수

    있었다.

    금선곡에 입곡한 지 이제 6개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장천은 이곳 생활에서

    어느정도 익숙해 질 수 있었다.

    현재 그가 있는 등급은 상급의 단계로 곡에서 수련하는 사람들 중에서 서열 4

    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린아이의 몸이기는 하지만, 타고난 자질이 좋은데다가 금선곡에선 농땡이를

    칠 수 없는 만큼 꾸준히 무공을 익힌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그와 같이 들어왔던 데비드는 서열 6위, 동방명언은 서열 1위를 차지하고 있었

    으니 2개월 뒤에 있을 시험에서 합격을 한다면 드디어 곡을 나갈 수 있는 자격

    이 주어지게 된다.

    하지만 곡을 나가기 위해선 필수과목, 즉 검술과 경공을 합격선까지 익혀야 하

    기 때문에 동방명언의 경우에는 개인연습을 하고 있었고, 데비드는 경공을 장천

    은 검술을 집중적으로 익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 오늘은 어제에 이어 본교의 상승검법 중의 하나인 마령검법에 대해서 배

    우도록 하겠다. 두형."

    "예."

    "앞에 나와서 마령검법을 시전해 보도록."

    "예."

    사범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장천은 천천히 검을 들어 자세를 잡고는 마령검

    법의 기수식을 취했는데, 그 때 사범인 단징이 손을 올리며 말했다.

    "잠깐! 거기서 멈추게."

    "큭!"

    마령검법의 기수식은 조금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 검을 든 오른손은 하늘로 처

    들면서 칼은 앞으로 향해야 하고 왼손을 땅의 지기를 받아들이는 자세였다.

    허리를 곧게 펴고 왼발은 앞으로 직각을 이루며 오른발은 뒤로 내밀어 직선을

    만들어야 하니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 자세를 삼각만 유지하면 허리에 쥐가 온

    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힘든 자세였다.

    단징에게는 아침의 일에 대한 나름대로의 복수가 담겨 있는 일이였으니, 장천에

    게로 가까이 간 그는 막대기를 들어 여기저기를 두드리며 장장 반시진 가량을

    마령검법 기수식에 대하여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자 거기까지 들어가도록 하게."

    "예."

    반시진의 기수식 자세로 파김치가 되어버린 장천은 어깨를 늘어뜨리며 자기의

    자리로 돌아갔으니 단징을 향한 살기가 무륵무륵 피어나고 있었다.

    간단한 검술 수련이 끝나자 이제 개인 수련을 하기 위해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

    는 장천에게 검술 사범인 단징이 걸어오더니 말했다.

    "오늘 아침은 고마웠다. 두형."

    "별 말씀을요...그런데 무슨 일이지요?"

    "혹시 마령검법 말고 다른 것을 배울 생각은 없나요"

    "마령검법 말고 다른거라뇨?"

    "이번에 교에서 지시가 내려와서 열두명의 학생을 선출하여 홍련십팔검을 전수

    하라는 연락이 왔는데, 난 네 녀석을 추천하고 싶구나."

    "홍련십팔검이라면 지부에서도 서열이 높은 사람만 익힐 수 있는 상승무공이잖

    아요?"

    "금선곡이 역사가 짧기는 하지만, 교에서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곳이니 아마

    본교의 간부가 될 인재들을 키우기 위한 것 같구나. 어떠냐 한번 해보겠느냐?"

    "당연하죠. 단징사범님을 직급으로 눌러서 쫓아낼 호기를 왜 놓치겠어요."

    "녀석. 알았다. 명단에 네 이름을 올리도록 하마."

    장천으로선 단징의 말이 크게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들리는 소리에 의하면 금선곡을 나온 후 홍련교의 지부의 최하급 간부가 되는

    것도 최소 삼사년은 걸린다는데, 그것을 단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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