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52화 (53/355)

제 10 장 마교 입문 (2)

서역인과 같이 들어 온 탓에 모여 있던 청년들은 힐끔힐끔 장천과 데비드를 처

다보고 있었는데, 그 때 무엇인가를 결심한 듯 한 소년이 천천히 장천의 앞으로

걸어왔다.

"음..음...저..저 호..홍련교에...이..입교하러 오셨나요?"

"예."

처음으로 말을 걸어준 소년을 보며 장천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고는 가볍

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전 낙양에서 온 두형이라 합니다. 제 옆에서 오신 분은 영국에서 중원의 무공

을 배우기위해 오신 데비드라고 하지요."

"저..전 북해...에서 온 동방명언(東方明言)이라 합니다. 이렇게 뵙게되서 반갑습

니다."

장천의 눈에 보인 동방명언은 수줍음이 많은 소년이였다.

나이는 장천보다 한두살 어린 열네살이나 다섯 살 정도로 보였는데, 꽤 잘생긴

외모에다 상당한 훈련을 쌓은 듯 몸도 다부지게 보였는데, 왜 이리 수줍음을 타

는지 떨리는 목소리 때문에 말도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초면부터 건방지게 나서는 자신감덩어리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친하게

지내기로 한 장천이였다.

처음에는 서역인의 다른 외모에 데비드와 말을 나누는 것은 조금 무서워하는

듯한 동방명언이였지만, 데비드는 이야기하다 보면 호감이 생기는 사람이였기에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동방명언의 집안은 증조부때부터 홍련교에서 일하던 집안으로 그들 가문이 교

내에서 그리 높은 직위에 오른 적은 없지만, 북해에서만큼은 많은 신도들에게

크게 존경을 받는 가문이였다.

이로 인해 그의 부친대에 와서는 홍련교 북해지부에서 파격적으로 지부감찰관

이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간부급이라 부를 수 있는 직위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동방명언은 지부감찰관의 자식인 만큼 간부급 자재들이 들어가게 되는 홍련교

특급 무공관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워낙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 탓에 들어간

지 한달만에 스스로 퇴관하고 말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외부의 사람들이 홍련교에 입교하여 무공을 배울 수 있는 지부 무

공관으로 오게 된 것이다.

다행히 이곳 사천지부의 지부장이 부친과 친분이 있는 관계였기에 북해에서 사

천까지 오게되었다고 한다.

지부장과 잘 아는 사이라면 친하게 지내면 떡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장천은 더더욱 그를 놓칠 수가 없었다.

동방명언은 가문내에서 유일하게 무공을 익히고 있는 인물로 북해지부이 마교

교도에게서 무공을 익혔다고 한다.

그가 주로 익힌 무공은 권각술, 그 중에서도 가장 자신 있는 것은 화령신공이라

고 하는 양강의 무예인데, 극성으로 익히면 주먹에서 불길이 일어난다고 하는

상승무학이였다.

그가 익히고 있는 수준은 겨우 삼성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모

닥불에 불을 붙일 수 있을 정도라니 극성으로 익힌다면 얼마나 큰 위력을 가질

까 궁금한 장천이였다.

"무골장?"

"응.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가 비급을 남겨주셨거든 아버지 친구분의 말씀으론

그냥 강호 이류급의 무공이라고 하셔서 이번에 홍련교에 입교해서 무공이나 배

워볼라고."

"아! 그렇구나. 난 네가 도를 세자루나 들고 있어서 도법을 하는 줄 알았는데."

"도법이라면 흔히 알고 있는 무공을 익히긴 했는데, 그저 그래 이 칼은 사연이

있어서 들고 다니는 거야."

"사연?"

장천의 사연이란 말에 동방명언은 궁금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먼저 이 두 개의 칼은 죽은 친구가 사용하던건데, 그 녀석이 출도할 때 아버지

가 줬나봐 아무튼 그녀석의 유언이 이 칼을 다시 자기 문파로 돌려달라는 것이

니 들어줄라고 했는데, 앞으로 이삼년은 걸릴 것 같다."

"음..그럼 천으로 감싸진 칼은?"

"이거? 음...아무한테도 이야기하면 안돼. 알았지."

"응."

"사실 이건 강호십대신병의 하나야.."

"헉!"

장천의 말에 동방명언은 크게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강호십대신병을 남루

한 복색의 꼬마가 들고 있다는 것에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하하. 농담이야. 사실 이 검은 아까 말했던 아버지 친구 분의 물건인데, 여비

도 없고 해서 갖고 나왔지. 그런데 막상 팔라고 하니 조금 꺼림직해서말이야 언

젠가 다시 그 분께 돌려드려야 겠다 생각해서 이렇게 천으로 조심스럽게 싸서

가지고 다니는 거야."

"응. 그렇구나."

원래 남들에게 거짓을 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앞의 무슨 말을 하는가다.

장천이 주로 쓰는 방법에는 먼저 장황하게 남들이 알고 있는 사실을 이야기하

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은 자신도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에 방심하게 되

는데, 이때 거짓을 하나 흘리면 그 이야기는 앞에 있던 사실과 겹쳐 듣는 이는

사실을 바탕으로 그것마저 받아 들여 아무런 의심 없이 거짓을 믿게 된다.

두 번째는 본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재밌는 농담처럼 한마디를 흘려 상대를 방

심하게 하는 것인데, 한번 농담을 흘리게 되고 그 다음에 본론에 해당하는 거짓

을 진실처럼 이야기하게 되면 상대방은 자연히 전에 했던 농담의 선입견에 걸

려 두 번째 이야기를 진실로 듣게 되는 것이다.

뭐 상대가 상대인 만큼 그런 거짓을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검이 화룡신

도라는 것은 반드시 감출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왠만해서 도를 싸고있는 천을

풀 생각이 없는 장천이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청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몇사람의 무인

들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온 몸에서 흐르고 있는 기도를 보아 상당한 실력의 무

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중 얼굴에 긴 검상을 지닌 중년정도의 남자가 앞으로 나와서는 청년들의 앞

에 서서는 큰 소리로 말했다.

"본인은 이곳 사천지부의 부지부장의 직위에 있는 감석천(甘石泉)이라 한다. 먼

저 홍련교의 입교하게 된 여러분께 홍화신군(紅火神君)님의 은총이 있기를 바라

는 비이다. 여러분들이 지금부터 할 것은 앞에 있는 지부의 무사들에게 자신이

살던 고향과 현재 익히고 있는 무공들을 말하기 바란다. 간단한 신분 검사가 끝

난 후 여러분들은 그 자질에 따라 천무관, 지무관, 인무관으로 나뉘게 될텐데,

천무관을 통과한 사람에 한해선 본교의 특급 무공관에 입학할 자격이 주어지니

열심히 수련을 하기 바란다."

간단하게 설명을 마친 부지부장 감석천이 물러서자 다섯 개의 책상을 가져다

놓은 무인들이 그곳에서 지필묵을 꺼내어 들었다.

청년들은 감석천의 말이 있었던지라 나뉘어져 줄을 서기 시작했고, 장천들도 그

들의 뒤를 따라 줄을 섰다.

"이름은?"

"두형입니다."

"출신은?"

"낙양이요."

"무공은?"

"무골장을 십성정도 익혔습니다."

"음..."

그 말을 들은 사내는 잠시 장천의 얼굴을 올려다보고는 물어보았다.

"무골장이라면 귀주 백골문의 무공이라고 알려졌는데?"

"그것이 저희 아버님이 백골문에서 조금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 말과 함께 장천은 청동패를 꺼내어서는 그에게 건네주었는데, 그는 한참을

그것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백골문의 신분표식이로군. 잠시만 기다리도록 하게."

그 말과 함께 뒤로 돌아서서 어디론가 간 그는 삼각 정도 후에 다시 돌아와서

는 청동패를 돌려주고는 말했다.

"백골문의 신분표식이 맞군. 자네 아버지는 두성이란 이름으로 하북 두가촌 출

생이고 무골문의 문주의 여식과 정을 통하다가 도망을 가 하오문에서 머물렀다

는데, 사실인가?"

"글쎄요. 저로서는 자세한 것은 모르겠고, 아버지의 친구 분 중에 하오문의 전

충(田忠)이란 분께 대충 들었을 뿐입니다."

"알겠네."

그 말에 뒤로 돌아서 걸어가던 장천은 그가 통과의 도장을 찍는 것을 보고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고, 한참이 지난 후 데비드도 신분조사를 끝내고는

장천에게로 걸어왔다.

"데비드 잘 된 것 같아요?"

장천의 말에 데비드는 손을 내저으며 모르겠다는 표시를 했다. 과연 홍련교에서

서역의 사람을 자신들의 교에 받아 줄까는 시간이 지나봐야 아는 것이기 때문

이다.

동방명언은 교내에서 신분이 확실한 편에 속한 인물이였기에 금방 신분조사를

끝내고는 돌아왔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고 있자, 모든 신분조사가 끝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년

들은 무인 한사람을 따라 다른 곳으로 이동해 갔다.

한참을 동굴 안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방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그곳에는 큰 바

위가 열 개 정도 놓여 있었다.

"잠시 여러분들의 무공을 시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이 가장 자신이 있는

무공을 사용하여 앞에 보이시는 바위를 치도록 하십시오."

무인의 말에 따라 청년들은 열 개로 나뉘어진 바위로 가서는 차례대로 바위를

후려치기 시작했다.

장천은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자 손에 내공을 집중해서는 무골장의 초식을 사용

하여 바위를 후려쳤는데, 그 순간 큰 통증이 손으로 밀려오는 것을 느끼곤 물러

설 수밖에 없었다.

"큭!!"

무골장을 내친 바위부분은 한 부분이 부서져서는 땅으로 떨어졌는데, 자신의 무

골장의 위력이 이정도의 위력밖에 내지 못하자 장천으로선 실망할 수 밖에 없

었다.

시험관은 잠시 부서진 바위 흔적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이곤 다음 차례로

넘겼고, 장천의 뒷차례인 데비드는 자신의 검을 뽑아서는 가볍게 앞으로 찔러갔

다.

[챙!!]

검이 부닥치자 푸른색의 불꽃이 튀기면 바위의 한쪽이 부서져 나갔는데, 데비드

도 그것을 보며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오!"

"왜 그러는데?"

"고향에선 제 검으로 바위를 꿰뚫을 수 있었는데, 이곳에 있는 바위는 참 딱딱

하군요."

그 말에 장천은 앞에 있는 바위가 보통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튼 이 시험을 끝낸 후 경신술시험과 내공시험등을 거친 장천들은 피로한

몸을 끌고는 다시 처음에 모였던 장소로 올 수 있었다.

"휴...."

벽에 기대어 숨을 내쉬고 있을 때 결과를 든 무인이 앞으로 나와서는 청년들이

가게될 무관을 불러주기 시작했다.

거의 대부분의 청년들은 인무관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아직 무공을 익히

지 못한 사람들이였다.

어느정도 무공을 익힌 청년들은 천무관이나 지무관으로 향했기에 장천은 자신

역시 그곳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모든 사람의 이름이 불린 후에도

자신의 이름이 나오지 않자 조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들켰나?'

하지만 자신 외에도 데비드나 동방명언외에 열명정도의 청년들이 남아 있었기

에 자신의 정체가 들통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가 발표된 후에도 남아 있던 청년들은 수근거리며 이상해하고 있었는데, 그

때 처음 얼굴을 드러냈던 부지부장이란 사람이 앞으로 나와서는 장천들을 보며

큰소리로 말했다.

"이곳에 남아 있는 여러분들은 세 개의 무관과는 다른 무관으로 향하게 될 것

입니다."

"다른 무관이라니요?"

한 청년이 물어보자 감석천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말해 줄 수 없지만, 여러분들이 가게 되실 곳은 본교에서 상

당히 중요하게 생각되는 곳으로 현재 교내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업에 크게 관

계가 있는 곳입니다. 저희 사천지부에서 선택된 여러분인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

시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말하고 감석천은 뒤로 돌아 나가니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야될 곳에 대

해서 의견이 분분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방명언은 무엇을 알고 있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아무래도 금선곡으로 가게 될 것 같군요."

"금선곡이요?"

"예. 아버지의 말씀으론 각 지부에서 자질이 뛰어난 사람들을 모아 금선곡으로

보내고 있다고 하는데, 그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교내의 상부 인사들

외엔 비밀이라고 합니다."

"음.."

생각 외로 이상한 곳으로 가게된 장천이였다.

과연 금선곡에서 장천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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