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49화 (50/355)
  • 제 9 장 다시 도를 배운다. (5)

    기문숙이 가르쳐주고 있는 무공은 쌍도문의 무공과 태극 일기공을 포함하여 몇

    가지 더 있었다.

    먼저 장법에는 무골장, 사파의 무공인 무골장은 그가 문파의 여주인을 범하고

    하오문으로 도망친 한 무인에게서 도박으로 얻은 것이였다.

    말그대로 일장에 무골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사악한 장법으로 장천에게는 조금

    안어울리기는 하지만 일단은 마교로 잠입하기 위해선 이 무공을 익힐 필요가

    있었다.

    장천이 마교로 잠입하기 위해 만든 신분이 여주인을 범하고 도망친 무인의 아

    들이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 무공이 상승무공이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너무 뛰어난 무공을 익힌다

    면 마교로 잠입하는데 의심을 살 수도 있었고, 쌍도문의 무공을 익히고 있는 장

    천에게 구태여 사파의 상승무공을 익힐 필요는 없었다.

    아침과 밤에 두시진씩 태극일기공으로 태양의 양기와 달의 음기를 운공하고 있

    는 장천은 그렇게 세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잃었던 내공을 모두 찾을 수 있

    었다.

    다시 익히게 된 쌍용승천도법은 과거에 있었던 정통의 도법을 그대로 다시 배

    우고 있었기에 날이 가면 갈수록 그 위력은 증대되고 있었지만, 기문숙은 그것

    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잠입하기는 쉬우나 빠져나오기는 어려운 것이 마교인 이상 장천이 도망칠 수

    있는 무공을 익히게 해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쌍용승천도법이 십성의 경지에 도달해 있을 때쯤 기문숙은 장천을 근처에 있는

    계곡으로 데리고 와서는 드디어 새로운 무공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쌍도문의 무공에 결점이 있다는 것을 파악한 후 나는 그 결점을 해결해 보려

    했지만, 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단 일보도 앞으로 나갈 수 없었기에 크게 실망하

    여 타락의 길로 빠지기는 했다만, 나이를 먹고 보니 그 결점에 대해서 어느 정

    도 알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로선 결점을 알았다고 해도 그것을 고

    쳐나가기는 너무 늦은 나이....그래서 너에게 내가 만든 새로운 무공을 전수하고

    자 한다. 물론 이 무공은 내가 만들기는 하지만 그 성과는 아직 삼성을 넘지 못

    하는 무공이다. 많은 결점은 있겠지만, 넌 그것을 차츰차츰 고쳐나가 완벽한 무

    공으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예."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좋은 걸 가르쳐줄 것 같다는 생각에 장천은 조용히 대답

    을 했고, 기문숙은 자리에서 일어나 품에 있던 책을 한 권 꺼내어 그에게 던져

    주었다.

    책의 표지에는 자연도(自然刀)이라고 적혀 있었다.

    기문숙은 시범조교의 위치로 가서는 천천히 짚고 있던 지팡이를 들었는데, 그

    순간 마치 산들바람처럼 자연스러운 바람이 기문숙의 몸에서 흘러나오기 시작

    했다.

    "자연도는 말 그대로 자연과 같은 도를 말한다. 대자연은 스스로 이루어지는 것

    처럼 이 도법은 그 흐름에 스스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지. 천아 이 사부를 공격

    해 보도록 하거라."

    "예."

    기문숙의 말에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쌍도를 뽑아 들고 기문숙의

    앞에 섰다.

    "차앗!"

    내공을 끌어올린 장천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쌍용승천도법의 초식을 사용하

    여 기문숙을 향해 몸을 날렸다.

    장천이 사용하는 초식은 바로 진천대지, 쌍도문에서 배운 진천대지는 진각을 통

    하여 강한 힘을 바탕으로 공격해가는 초식이지만 원래의 진천대지는 두 개의

    검만으로 대지를 뒤흔드는 강맹한 도법이였다.

    태극일기공을 통해 본래의 내공을 회복한 장천은 두 개의 도를 교차적으로 휘

    두르며 거대한 도기를 날렸다.

    장천의 쌍도에서 날아온 도기는 두 마리 용이 대지에서 포효하는 듯 큰 굉음과

    함께 기문슥을 향해 날아갔는데, 이 엄청난 기세를 보면서도 기문숙은 자연스러

    운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장천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싸부님!!"

    이렇게 가다간 사부가 크게 다칠 것이라 생각하며 소리쳤는데, 장천의 이러한

    우려와는 달리 기문숙은 눈 앞에 다가오는 두 개의 거대한 도기의 사이로 자신

    의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앞으로 걸어나갔다.

    "헉!!"

    이제 큰일났다 싶은 장천은 허파에 바람빠지는 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는데, 놀

    랍게도 기문숙은 지팡이를 사용하여 대지를 울리는 두 개의 도기의 틈새를 벌

    려 놓은 후 그 사이로 가볍게 앞으로 나아가 빠져 나왔다.

    "우악!!"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난 것이 아니였다. 두 개의 도기의 사이를 빠져나간 기문

    숙은 마치 바람과 같은 흐름으로 유연하게 다가서더니 순식간에 지팡이로 장천

    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끄으윽..."

    지팡이로 얻어 맞은 장천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머리를 감싸쥘 수 밖에 없었는

    데, 아픔보다는 자신이 진천대지의 초식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빠져나온 사부

    의 자연도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도는 말 그대로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는 도, 모든 기에는 그 흐름에 길과

    결이 있는 데 자연도는 그 길과 결의 흐름을 찾아 순행하여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인 것이다."

    "아!"

    "자연도에 극성에 이른다면 스스로가 자연이 되어 길과 결을 만들어 낼 수 있

    지만, 이 사부는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하여 단순히 기의 길만을 어렴풋이

    볼 수 있는 것에 지나지 않다."

    삼성의 경지만으로도 자신의 강맹한 도법을 빠져나와 공격한 자연도에 장천으

    로선 크게 감탄하며 당장이라도 익히고 싶은 생각에 굴뚝 같았지만, 치사하게

    기문숙은 주었던 것을 다시 뺏고는 말했다.

    "아직은 이 자연도를 책으로 익히기에는 불가능하다. 네 녀석이 스스로 자연에

    순응하지 않는다면 일성조차 익히지 못할 것은 분명할 터, 넌 이제부터 이 계곡

    에서 자연을 벗삼아 명상에 잠겨 깨달음을 얻도록 하여라."

    "예? 쳇! 언제까지요?"

    "얻을때까지.."

    "밥은요?"

    "굶어라."

    "....."

    반항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기문숙의 눈에서 예전에 없었던 진지한 빛이 드러나

    고 있었기 때문이다.

    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장천은 천천히 계곡의 끝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는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기기 시작했다.

    기문숙에게 학대 당한지 반년이 다되가는 장천으로선 평상시는 예전의 산만한

    모습 그대로였지만, 명상이나 무공을 배우는 시간에는 진지하기 그지 없었다.

    '자연도라....'

    사부의 말대로라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자연의 흐름을 느끼는 것이 첫 번째이

    며 그것과 하나가 되는 것은 마지막이라 생각이 들었기에 천천히 자연에 몸을

    맡겨 나갔다.

    시원한 산들바람이 목 언저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마음을 조금씩 안정이 되어

    가기 시작했고, 따스한 태양의 빛이 마음마저 따스하게 할 정도였다.

    가볍게 숨을 쉴때마다 들어오는 숲의 공기는 몸 안을 상쾌하고 깨끗하게 만들

    어가고 있었지만....문제는 조금 배가 고픈 것이였다.

    하지만 일단 마음을 먹은 것이니 끝까지 하기로 결심한 장천은 그대로 자연과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해 갔다.

    그리고 장천은 그렇게 백년의 시간을 계곡에서 명상을 하며 보내게 되었다 물

    론 실제 시간은 세시진에 지나지 않았지만 장천에게 백년보다 더 길게 느껴졌

    을 뿐이다.

    아무튼 장천의 신체시계가 백년의 시간을 보냈을 무렵 눈을 감고 있는 그에게

    하나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들바람일까?'

    천천히 다가오는 하나의 기류는 눈을 감고 있음에도 장천에게 확연히 드러나고

    있었고, 점점 가까이 밀려오고 있었는데, 빠른 속도로 다가온 그 기류는 얼굴에

    부닥치자 사방으로 흩어지는 듯 했지만, 이내 뒤에서 밀려온 기류에 의하여 변

    화된 기류를 형성하며 얼굴을 타고 뒤 쪽으로 흘러내렸다.

    바람의 흐름, 장천의 눈에 그 바람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천천히 눈을 뜨니 눈에 보이던 흐름은 사라지고 계곡 밑으로 보이는 넓은 숲의

    모습이 보이자 천천히 장천은 자리에서 일어난 하늘을 향해 두 손을 올리고는

    맘껏 폼을 잡으니 이것이 바로 자연인의 모습이 아니겠던가.

    물론 그 순간 뒤에 있던 기문숙이 뒤통수를 후려갈겼음을 당연한 일이였다.

    "겨우 세시간 명상에 잠겨서는 자리에서 일어서다니!!"

    "아구구 하지만 바람의 흐름이 보였단 말이에요."

    "잉? 정말이냐?"

    "예."

    장천의 말에 기문숙은 의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가 명상을 통해 바람의 흐름

    이 보이게 된 것은 수련을 한지 반년이 지나서야 가능했는지, 건방진 꼬맹이가

    세시진만에 바람의 흐름을 보았다는 것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시험을 해봐서 나쁠 것은 없기에 기문숙은 장천을 보며 말했다.

    "네가 정녕 바람의 흐름을 보았단 말이더냐?"

    "예."

    "좋다. 그렇다면 네가 너에게 무음장을 사용하여 너를 공격할 것인 득 니가 피

    할 수 있는 단 한군데의 길만은 비워두겠다. 할 수 있겠느냐?"

    그 말에 장천은 조금 긴장될 수 밖에 없었다.

    무음장은 말그대로 소리가 없는 장법으로 암습에 주로 쓰이는 무공이였다.

    사부의 경우에는 무음장의 경지가 높아 소리없는 장풍을 쏠 정도의 경지이기

    때문에 실수했다간 계곡 밑으로 추락사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아로 태어나서 어찌 물러설 수 있겠는가. 그가 지금 할 수 없다고 한

    다면 사부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니 비장한 눈빛을 내뿜으며 장천은 고

    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해보겠습니다."

    "좋다."

    사부의 말에 장천은 천천히 계곡의 끝으로 섰고, 기문숙은 그의 삼장 정도 밖에

    서 서서는 천천히 말했다.

    "자 눈을 감아라 아직 네 녀석이 바람의 흐름을 익혔다고 해도 현재는 눈을 감

    는 것이 훨씬 더 흐름을 보기에 수월할 것이다."

    "예."

    천천히 검은 천을 꺼내어 눈을 가린 장천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바람의 흐름을

    느끼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천히 그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되었느냐?"

    "예."

    장천이 대답을 하자 기문숙은 조심스럽게 무음장을 뻗었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기문숙의 무음장에는 그의 칠성에 달하는

    내공이 포함되어 있었다.

    만약 장천이 이것을 피하지 못한다면 목숨도 부지 못할 정도의 위력이였다.

    하지만 무음장이라 해도 공기를 가르고 오는 것은 당연한 일, 장천의 눈에는 무

    음장의 흐름이 정확히 보이고 있었다.

    '쳇. 날 우습게 보는군.'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무음장 사이로 몸을 피하려고 했는데, 그 순간 크게 놀라

    지 않을 수 없었다.

    일직선으로 날아오리라 생각한 무음장이 갑자기 궤도를 변경하더니 날아오는데,

    그 꼴도 가관인 것이 나선형으로 날아오는 것은 물론이요, 곡선을 그리기도 하

    고 갑자기 밑으로 꺽여서 날아오기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음장의 수는 모두 열다섯개, 그것들이 각자 희한한 궤도를 그리며 날아오는

    장천으로선 환장할 노릇이였다.

    "젠장! 치사한 사부야 지금 뭐하는거야!"

    장천은 기문숙을 향해 크게 소리를 지르고는 무음장을 피하기 시작하니, 마치

    곡예단의 배우가 장애물을 넘는 것과 같은 뛰어난 움직임을 보이는 장천은 힘

    들게나마 그 무음장을 모두 피할 수 있었다.

    "휴..이 사부를 당장!!"

    간신히 피하여 안도의 한숨을 쉰 장천은 눈을 뜨고는 사부가 있는 방향을 향해

    눈을 부라렸는데, 그 순간 머리에 큰 충격을 받고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당장 어쩌겠다고?"

    "제자를 죽이라고 그런 말도 안되는 무음장을 사용하면 어떻게 하겠다는거에

    요!"

    아프기는 하지만 죽을 뻔한 것을 생각하면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 버럭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장천이였는데, 기문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것을 말하는게냐?"

    그 말에 함께 기문숙은 천천히 손가락을 나선형으로 돌리는 장천은 갸우뚱 거

    리다가 눈을 감고 흐름을 살피어보니 영락없는 무음장의 모습이였다.

    "헉...."

    "멍청한 녀석, 설마 네 녀석이 바람을 보았다고 해도 무식하게 무음장을 사용하

    여 제자의 목숨을 담보로 시험할 사부로 보였더냐?"

    "예."

    [텅!!]

    역시나 맞을 말을 하며 사는 장천이였다. 아무튼 어린 꼬마가 세시진만에 바람

    을 읽었다는 것에 크게 감탄한 기문숙은 오늘은 멧돼지 구이라도 해주어야겠다

    는 생각에 지팡이로 목을 걸어서는 질질 끌고 가니 장천으로선 눈물을 흘리며

    따를 뿐이였다.

    '흑흑흑...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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