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장 사천당가에 부는 혈풍 (8)
마지막 남은 이십여명의 용독술을 사용하는 독문의 무사들을 마지막으로 사천
당가의 기습대는 드디어 당가장을 완전히 되찾을 수 있었다.
물론 이 가운데 7명이 죽고 5명이 큰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수적으로 열세인
당가의 무사들이 독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철과 쌍도문의 일행들은 법당에 갇혀 있던 당가의 사람들을 모두 구출 할 수
는 있었지만, 독에 중독된 후 상당한 고초를 겪었는지 많은 이들이 원기를 크게
상실한 상태였다.
이런 이유로 정신을 차린 당일은 가주의 자리에서 물러나 당이에게 가주의 직
을 물려주니 독문에 대한 분노가 불타오르는 당이는 받은데로 돌려준다는 당가
의 가법에 따라 일년 안에 당가의 모든 것을 회복한 후 남만의 독문가의 일전
을 공표하니 무림 사상 처음으로 독과 독의 대 결전이 벌어질 시점이였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였기에 당가를 다시 되찾는데 큰 공언을 한 장천의 일행
들은 아무 일도 없이 내당의 한 건물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내당까지 들어오다니 당가에서도 우리를 인정해 주는 군요."
무진의 말에 요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가는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법칙을 가장 확실하게 지키는 무림의 가문이다.
우리가 독문에게서 당가를 되찾는 것을 도와준 이상 당가에선 절대 앞으로 있
을 쌍도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지."
"음.."
쌍도문으로선 장천 일행의 도움으로 확실한 우군을 하나 얻은 셈이 되는 것이
였다. 그때 일행들이 머물고 있는 방문이 열리면서 한 소저가 옷을 단정하게 입
고는 차를 들고는 들어왔는데, 그 모습을 본 고도리는 크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오오.."
고도리의 눈에 보이는 소저는 아직 어리기는 하지만, 태도가 단정할 뿐 아니라
이목구비가 꾸렷하여 상당한 미모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차를 들고 오는 그 손 또한 창백할 정도로 하얗기는 하지만 부드럽게 이
어지는 선이 긴 아름다운 손가락인지라 감탄을 한 것인데, 그 여인을 보며 요운
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당소협은 여성이셨군요."
"예."
요운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뭐야? 그럼 이 소저분이 당세문소협이란 말이야?"
"그렇다네."
고도리가 놀라서 소리치는 말에 요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와!! 당소협 엄청 아름답군요."
장천 역시 확실하게 변신한 당세문을 보며 크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괴
이하게도 다른 사람들의 말할때는 아무런 표정에 변화가 없었던 당세문은 장천
이 아름답다는 말을 하자 순간 얼굴일 붉어지고 말았다.
"응?"
그 모습의 보며 요운은 당세문의 마음을 알 수 있었으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염문을 뿌리고 다니는 장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 한 것이다.
'음...경운문의 정화소저는 넘어간다 치더라도 개방제일미 사도혜에 이어 당가의
당세문소저까지 손길이 미치다니....조금만 더 지나면 나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는
걸....'
세기의 바람둥이로 한발자국 내딛는 장천의 모습을 보며 요운안 만족감의 미소
를 지으며 한탄했다.
'장강의 앞물결을 뒷물결이 밀어낸다더니...짜식...'
얼마 지나지 않아 당세문이 일행에게 차를 대접하고는 밖으로 나가자 고도리는
들고 있던 부채를 휘저으며서 심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쳇! 왜 좀 될법한 여자들은 장아우에게만 관심을 가지는 거지 나도 장가 좀 가
고 싶다고."
"하하하."
고도리의 말에 구궁은 크게 웃더니 장천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당가의 소저라면 나도 대만족이다. 이참에 당세문 소저와 성혼의 약조라도 하
는 것이 어떻겠느냐?"
"사형......"
구궁의 말에 장천은 살기가 가득한 눈빛을 내보이니 아직은 때가 아니였던 가
보다.
아무튼 이런저런 소동을 마치고 일행들은 일 많았던 당가를 떠나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이번에 가주가 된 당이까지 일행들을 마중하러 나오니 그들이 받는
당가에서의 대우가 얼마나 극진한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당가주님."
"자네들의 일이 성공하기를 바라겠네."
"감사합니다."
"아! 자네들이 이곳에 들렸다는 것은 내 사람을 시켜 쌍도문에 서한을 보냈으니
걱정을 하지 말도록 하게."
"당가주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구궁은 당이의 그러한 일이 배려가 아닌 포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장천을 노린다는 건가...뭐 당가라면 괜찮은 가문이긴 하지..'
지금까지 장천을 보아왔던 당이로선 쌍도문이라 감숙성의 대문파와 손을 잡는
한편 뛰어난 인물을 자신들에게 끌어오기 위한 포석을 던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구궁은 사천당가를 떠나 또 다시 길을 나섰다.
당가에서 상당한 시간을 소비한 일행들은 아미와 청성파에 들리는 것을 뒤로
미루고 청개를 만나기 위해 성도로 방향을 잡게 되었다.
하지만 일행들의 여행은 그리 순탄한 것이 아니였다. 예상치도 못한 하나의 장
벽이 그들을 막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천의 험한 산길을 넘고 있을 때 요운은 주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형.]
[알고 있다...일각전부터 산새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상당한 수의 매
복이 있는 것 같구나.]
사냥꾼 출신인 구궁은 이러한 기운을 금방 알아채고 있었기에 용운의 말에 전
음으로 대답을 하며 자신의 활에 손을 가져갔다.
무진 역시 이러한 기운을 느끼고는 장천에게 이야기를 했고, 일행들은 모두 전
투태세에 들어 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 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하나의
암기가 일행의 가운데로 세도하며 날아왔다.
"합!!"
이미 기다리고 있던 요운은 도를 뽑아 들어서는 날아오는 암기를 내쳤는데, 그
순간 펑하는 소리와 함께 뿌연 안개와 같은 것이 덮치기 시작했다.
"젠장! 독이다. 숨을 멈추고 산개해라!"
구궁은 그 안개가 독이라는 것을 간파하고는 일행들에게 소리치곤 급히 뒤로
물러섰다.
"흥!"
곽무진은 허리에 차고 있던 대나무통을 뺏어서는 안개를 향해 뿌렸는데, 그것은
바로 당가에서 독분에 대항하고자 만든 분무기였다.
공기중에 떠 있는 물의 입자가 독의 가루는 적시면서 먼지를 가라앉게 하는 효
과를 보이는 분무기로 일행을 덮친 독가루는 거의 대부분 사라질 수 있었다.
"잘했다. 무진 모두 독에 중독되었는지 살펴보고 해독단을 먹도록 해라."
"예."
구궁의 일산분란한 지시에 의하여 일행들은 갑작스럽게 닥친 독의 공격을 아무
런 피해 없이 빠져나갈 수 있었는데, 문제는 자신들을 공격한 상대가 모습을 드
러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지...?"
독과 암기를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절대 사천당가는 아니였다. 자신들의 은인을
공격할 만큼 사천당가는 비열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독문뿐이였기에 구궁으로선 조금 긴장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독과 암기를 사용하는 것은 사천당가와 독문밖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
가의 영역에서 독을 사용할 수 있는 배짱을 가진 문파는 독문 뿐이였기 때문이
다.
'쳇! 독문의 복수인가...쪼잔하기는...'
쪼잔한 독문을 욕하던 구궁은 일행들에게 전음을 보내며 지시했다.
[아무래도 독문을 상대로 뭉쳐 있는 것은 위험하다. 고소협과 요사제는 흩어져
서 숲속에 잠복해 있는 녀석들을 처리하고 무진사질은 장사제를 보호하여 먼저
성도에서 기다리도록 해라.]
[예.]
구궁이 무공이 낮은 장천과 곽무진을 피하게 한 후 자신들만으로 녀석들을 처
리하기 위해서 작전을 짠 것이다.
잠시 후 구궁의 수신호와 함께 일행들은 산개하여 각자의 방향으로 몸을 날리
니 무진과 장천은 최대한의 경공을 사용하여 성도의 방향으로 도망을 가기 시
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독문의 무사들이 노리고 있는 것이였으니, 예초부터 그들이
노리고 있는 것은 일행들 전부가 아닌 바로 장천 한사람이였기 때문이다.
"구호법. 녀석들이 호법께서 예상하신대로 흩어졌습니다."
"크크크...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너희들은 쌍도문의 다른 녀석들이나 막고 있
도록 해라. 꼬마를 처리할 때 방해를 받고 싶지 않으니까.."
"예."
구호법, 그는 바로 독문의 호법의 직위를 받고 있는 쌍두혈편의 구랍이였다.
구랍의 지시를 받은 부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빠르게 사라졌고,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교에서 받은 지시대로 장천이란 꼬마를 처리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
한편 장천과 함께 성도로 경공술을 사용하여 달아나는 무진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까부터 무엇인가가 자신들을 쫓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좀처럼
그 기운이 겉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슈슈슉!!]
아니나 다를까 그런 기분이 더욱 짙어졌을 때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엇
인가가 두 사람을 향해 날아오니 무진은 급히 쌍도를 뽑아 들고는 공격해 오는
물체를 처내료고 했는데, 놀랍게도 쌍도의 궤도를 비껴가는 듯 한 물체는 무진
의 어깨에 상처를 입고는 사라져버렸다.
"연편!!"
자신들을 향해 날아 온 것이 연편이라는 것을 깨달은 무진은 장천과 함께 주위
를 돌아보며 경계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 때 숲 속에서 하나의 인형이 섬뜻한
웃음을 흘리며 나타나기 시작해다.
"크크크크....꼬마야 또 만나게 되었구나.."
"으악!!"
장천은 그 목소리를 듣고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사천 당가에 만독당
서고를 불태울 때 만났던 쌍편의 고수의 목소리와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장천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이는 바로 구랍이였으니 그의 실
력을 알고 있는 장천은 크게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는 당세문의 기습으로 간신히 녀석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이번
에는 자신을 구해 줄 사람은 무진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천아 내가 녀석을 막을테니 넌 일단 몸을 피하도록 해라..]
[말도 안돼! 저 녀석은 엄청난 고수란 말이야!]
곽무진의 말에 장천은 말도 안된다는 듯이 소리쳤지만, 무진으로선 자신의 목숨
보다 문파의 소주를 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다리지 않
고 쌍도를 휘두르며 구랍을 향해 세도해 들어갔다.
"차압!!"
스승인 광무자 유운에게 체계적인 지도를 받아 삼대제자 중 최고의 실력을 가
지게 된 무진의 쌍도술은 장천과 비교할 바가 아니였다.
놀기 좋아하는 장천에 비해 예리하고 정교한 초식을 자랑으로 하는 무진은 빠
른 속도로 도를 날리며 녀석을 압박해 들어가기 시작하니 구랍은 예상보다 가
장 실력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호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진이 그 보다 강하다는 것은 아니였다. 독에 대한 지식
이 없어도 독문의 호법의 직위를 맡을 만큼 그의 쌍편술은 뛰어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다소 밀리는 듯한 구랍은 이내 승기를 되찾고는 빠른 속도로 연편을
휘두르며 무진을 공격해 나가니 장천이 상대했을 때와 같이 무진의 온몸에는
연편에 의한 상처가 하나둘씩 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피하라고 이자식아!!"
자신이 싸우는 것을 보며 도망가지 못하는 장천을 보며 무진은 크게 소리치고
는 자신이 가진 최강의 무공을 사용하여 녀석을 반격해 갔다.
"쌍두귀면도법(雙頭鬼面刀法) 제 구 식 파혼출귀(破魂出鬼)!"
쌍도문의 무공 중 가장 사도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는 쌍두귀면도법을 펼친 곽
무진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초식인 파혼출귀초식으로 구랍을 공격해
들어갔다.
마치 귀기가 가득한 도를 휘두르는 듯한 그의 공격을 받자 구랍은 조금 신형이
흔들리게 되었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곽무진은 구랍의 목에 도를 휘둘렀지
만, 애석하게도 그것은 함정이였다.
"죽어라! 애송아."
"끄악!!"
순간 그의 오른손에 들려 있던 연편이 마치 살아 있는 듯한 모습으로 뒤쪽에서
뻗어 오더니 곽무진의 오른쪽 어깨를 꿰뚫었고, 그 충격에 앞으로 자빠져 버린
무진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지르며 도를 놓칠 수 밖에 없었다.
"무진 형!"
놀란 장천은 무진을 도와주기 위해 몸을 날렸는데, 그 순간 무진을 공격했던 것
과 똑같은 연편술로 채찍이 장천을 향해 뻗어 왔다.
"끄아악!!"
그것을 본 장천은 놀라 눈을 감고 말았는데, 한참을 지나도 자신의 몸에 공격이
들어오지 않자 천천히 눈을 떴다.
"헉!!"
그 순간 장천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자신을 향해 날아
오는 채찍을 무진이 몸으로 막아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끄루룩...도...도망가..."
구랍의 왼쪽 연편은 무진의 목을 꿰뚫고 나와 있었기에 장천은 놀라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따.
"질긴 녀석!!"
구랍은 무진이 자신의 일격을 몸으로 받자 신경질을 내며 연편을 뽑으려고 했
는데, 놀랍게도 몸에 박힌 연편은 빠져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저 녀석이!!"
자신의 몸을 뀌뚫고 나온 연편을 무진은 죽을 힘을 다해 잡고 있으니 연편은
그의 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꾸....꾹....도...망...가...."
"으아앙!!"
피를 토하는 무진의 말을 들은 장천은 겁에 질려 눈물을 흘리며 도망을 가니
아직 어린 장천이였던 것이다.
한편 장천이 도망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구랍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는데, 자신의
목숨을 바쳐 소주를 보호하려하는 무진의 행동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뭐지....뭐지...."
무엇인가가 그의 가슴에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자신 역시 한때는 눈 앞에 있던
청년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에 도저히 장천을 쫓아갈 생각을 하
지 못했다.
"끄...끅..."
천천히 무진의 손에서 연편이 풀리자 구랍은 가볍게 내공을 더해 연편을 뽑았
고, 무진의 몸은 땅으로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쳇! 쫓고 싶은 마음도 없어졌군..."
한참을 무진의 시체를 봐라보던 구랍은 뒤로 돌아 물러가니 장천은 무진의 목
숨을 건 도움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