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43화 (44/355)
  • 제 8 장 사천당가에 부는 혈풍 (7)

    독에 명가 사천당가, 그곳을 제압하고 있는 집단은 남만에서 사천당가와 맘먹는

    다는 독의 문파인 독문이였으니, 이를테면 사천당가에 사천당가인 더블사천당가

    라고도 할 수 있었다.

    물론 서로 다른 독만을 가진 집단은 아니기에 두배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하

    긴 했지만, 사천당가 본연의 독을 흡수한 지금은 독의 일가에선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독문을 상대로 당이가 사용한 것은 독, 어찌 생각하면 조금은 바보같은 생

    각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당이가 노린 것은 바로 그것이였다.

    독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그들인 만큼 회심의 해독약은 모두

    지니고 있을테지만, 애석하게도 백일취와 같은 허를 찌르는 독이 아닌 것이나

    별거 아닌 독의 해독약은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다.

    물론 평생 독을 만지고 산다면 어느 정도 독에 면역을 가지게 되어 저급한 독

    은 소주에 고춧가루 타서 감기 떨구듯이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당이가 수뇌부와 함께 만든 독은 저급한 독이기는 하지만, 면역성을 가지

    고 있다고 해도 빠져나갈 수 없는 그런 독이였다.

    중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신체의 오감을 일시적으로 둔화시키는 일종의 마취

    약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독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자라면, 그것도 그 자가 독에 일각연이 있

    는 자라면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떠한 해독약으로도 자신의 증세를 처리할 수 없는 독에 걸렸다고 생각할 것

    이기 때문이다.

    "구호법 당가의 녀석들이 습격을 해왔습니다!!"

    내당에 위치한 작은 방, 한 인형이 화급한 얼굴로 와서는 방 안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을 보며 소리쳤다.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의 이름은 쌍두편 구랍, 현재 당가를 장악하고 있는 독문

    의 호법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고수였다.

    "뭘 그렇게 호들갑이냐. 당가에서 습격해 올 것이라는 것은 예상되었던 일이 아

    니냐."

    소식을 가져온 부하의 말에 구랍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술병을 술을 따라

    서는 여유롭게 말을 하고 있었는데, 예상은 하고 있다고 해도 결과는 전혀 아니

    였기에 구랍의 부하는 진정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녀석들의 공격으로 외당에 있던 녀석들이 모두 당했습니다."

    "응? 외당이라면 소문주 직속대 녀석들이 아니였던가?"

    "당가의 녀석들이 굉장한 독을 가지고 와 직속대를 단숨에 밀어 붙였다고 합니

    다."

    "음..."

    그의 말을 들은 구랍은 천천히 술병을 내려 놓고는 근처에 있던 자신의 쌍사혈

    편을 집어 들고는 말했다.

    "자 그럼 우리도 일을 시작해볼까?"

    "예. 혈편당(血鞭堂)의 나머지 녀석들에게 전투준비를 지시하고 오겠습니다."

    "무슨 개소리냐?"

    "예?"

    구랍의 말에 그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기에 되물었는데, 구랍은 자신의 연편을

    양쪽 허리에 차여 있는 가죽주머니에 넣고는 말했다.

    "짜식. 작전상 후퇴다!"

    "그런...."

    "멍청이 우린 잠시 사천당가를 흔들어 놓기만 하면 되는 것이였다. 임무는 완수

    했으니 쓸데없는 피해를 보기보단 이쯤에서 물러나서 후에 있는 대사에 총력을

    기울여야지."

    "그런....소문주는..."

    "냅둬. 녀석이라면 알아서 도망나올테니."

    "...예,"

    구랍의 말을 들은 부하는 가볍게 포권을 하고는 물러났는데, 구랍은 재밌다는

    듯이 별로 나지도 않은 수염의 턱을 만지작거리더니 중얼거렸다.

    "그나저나...도강의 꼬마를 어떻게 처리한다냐...죽이라고 연락은 왔는데...하기는

    싫고...음.."

    구랍이 말하는 것은 바로 장천이였다. 과연 장천을 죽이라고 연락한 이는 누구

    일 것인가? 한참을 고민을 하고 있던 구랍은 도저히 결정을 하지 못하고는 머

    리를 만지작거리다가는 천천히 방을 나갔다.

    당이의 작전은 완벽하게 들어갔다.

    상대는 자분혼심독에 대하여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에 크게 낭패한 꼴을 보

    이게 된 것이다.

    만약 독의 정체를 알았다면 적은 수의 당가를 상대로 일부만을 상대하게 하고

    둔감된 오감을 어느정도 익숙할 되까지 시간을 벌였다면 능히 당가의 기습대를

    상대할 수 있었겠지만, 당황한 나머지 극독이라 생각하여 독이 퍼지긴 전에 승

    부를 내려 했기에 평상시의 실력의 반조차 내지 못한 채 독문의 무사들은 당가

    의 암기에 의해 죽음을 당해야 했다.

    "쌍도문의 여러분들은 저와 함께 법당(法堂)으로 향하십시다."

    "법당이라면?"

    "예. 당가에서 가법을 어긴 자들을 수용하는 곳이지만, 예상대로라면 녀석들은

    그곳에 당가의 윗어르신들을 감금했을 겁니다."

    당철의 말에 구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제들에게 따라오라는 지시를 했고, 일

    행들은 금당을 향해 경공을 사용하여 빠른 속도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법당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이십여명의 독문의 무사들이 병장기를 빼어들고는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곳을 보자 마자 당철은 자분혼심독을 뿌려서는 녀석들의

    오감을 제압했고, 이어서 쌍도문의 일행들이 빠른 속도로 녀석들을 공격하기 시

    작했다.

    자분혼심독에 대해선 이미 해독제를 복용하고 있었기에 독분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행들을 보라색의 먼지로 가득한 법당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독문의 무사

    들을 공격하니, 독에 중독되어 제대로 반항도 하지 못하는 무사들은 순식간에

    쌍도문의 일행들의 칼에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법단의 전각 밖에 있던 무사들을 모두 쓰러뜨린 것을 본 당철은 지체하지 않고

    전각안으로 들어가서는 당가의 암기법을 사용하여 수십개의 암기를 뿌렸다.

    "끄아악!!"

    적이 들어올 것이라 생각하며 대기하고 있던 무사들은 순식간에 뿌려진 당철의

    암기에 의해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갔기에, 그것을 보고 있던 장천은 장철의 놀

    라운 암기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가가 자랑하는 무사 중 하나다. 저 정도는 당연한거라고."

    장천의 놀라는 얼굴에 요운은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쏴주고는 당철을 지나쳐

    안으로 세도해 들어가며 암기에 당하여 정신없는 자들을 베어나가니 일행들의

    재빠른 연환공격에 대기하고 있던 무사들은 두려움에 도망가기 바쁠 뿐이였다.

    무사들을 모두 처리한 일행들은 당철의 안내로 금당의 감옥으로 향했다.

    다행히 감옥 안에는 독문의 무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쇠창살로 만들어진

    감옥 안에는 수척해진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는데, 그들 모두가 몸을 지탱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앓고 있었는지라 당철은 크게 놀라며 달려갔다.

    "가주님!"

    당철은 그 중 쓰러져 있는 한노인을 보며 놀라서는 뛰어갔는데, 구궁은 그 노인

    이 현당가의 가주인 당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독으로 내공을 제압당한 채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던 탓인지

    당일의 얼굴은 수척하게 말라 있었기에 당철로선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는

    데, 그것을 보며 요운이 다가와서는 당일의 입으로 하나의 환단을 넣어 주고는

    말했다.

    "만화신단입니다. 원기를 회복하는데는 상당한 효험이 있으니 당형님께선 어르

    신께 진기를 불어 넣어 주십시오."

    "고맙네. 요아우!"

    당철 역시 쌍도문의 비전신단 중의 하나인 만화신단의 효험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두 손을 잡고는 감사의 눈빛을 보내고는 재빨리 가주의 등뒤로 가 진기를

    불어 넣어주기 시작했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만화신단의 효험과 진기로 인해 당일의 파리한 안색

    은 붉그스름한 기운을 가지며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었기에 일행들로선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한편 당이 일행과 함께 간 고도리는 상당한 적과 상대하고 있었다.

    "젠장!"

    혼원일기공으로 몸을 보호하여 독기가 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밀어내고는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본래의 무공의 삼할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로서는

    상대의 공격에서 멀리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반해 당가의 인물들은 어느 정도 독에 대한 면역성이 있었기에 상대의 독

    을 상대로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세문아!!"

    "예!"

    빠른 속도로 당가의 무사들의 사이를 헤집으며 독분을 뿌리자 순식간에 다섯명

    정도의 당가의 무사들이 독에 중독되서는 땅에 쓰러지자 당이는 당세문의 이름

    을 부르고는 허리에 차여있는 긴 대나무 통을 들었고, 나머지 당가의 무사들도

    똑같은 방법으로 대나무 통을 들고는 상대를 겨누기 시작했다.

    "분수(粉水)!"

    당이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들은 대나무통의 손잡이를 앞으로 밀었는데, 그 순간

    대나무 통의 물이 안개처럼 퍼져나가서는 일대를 뒤덮기 시작했고, 기다리고 있

    었다는 듯이 당세문이 소수마공을 사용하여 사방에 냉기를 뿌렸다.

    "풍하만빙(風下萬氷)"

    당세문의 소수마공에서 펼친 냉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가자 당가의 무사들이 대

    나무통을 만들어진 안개는 급속하게 얼어붙으면서 서리가 되어 땅으로 떨어지

    니 순식간에 일대에 가득했던 독분은 사라졌다.

    "만천화우(滿天花雨)!!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앞으로 뛰어간 당이는 당가의 암기수법 중 최강의 무공

    이라고 하는 만천화우의 수법으로 암기를 뿌리니 수백개의 암기가 사방으로 뻗

    어나가면서 상대를 공격하였다.

    "끄악!!"

    온 몸에 고슴도치처럼 암기가 박힌 그는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마

    니, 당가의 무사들을 일곱명이나 죽인 독문의 고수를 쓰러뜨린 것이다.

    "엄청난 용독의 고수였습니다."

    "아무래도 독문 사대독당의 당주급의 인물인 것 같군."

    그가 펼친 용독술의 수준을 보며 당이는 어느정도 상대의 신분을 짐작할 수 있

    었다. 방금전의 싸움에서 보인 용독술은 당가의 인물이라고 해도 힘들 정도로

    뛰어났기 때문이다.

    남만의 독문과 중원의 사천당가는 독에 대한 발전을 계속해왔지만, 독문에 경우

    에는 용독술이 사천당가에 경우에는 중원의 분위기 상 암기술에 총력을 기울려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독을 사도의 수법이라 생각하며 천대하는 중원에 무림에 순응

    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이 일로 당가의 독이 남만의 독에 비해 뒤

    지게 됨으로써 이러한 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에 당이로선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소문주! 충독당주가 당가의 무리들에게 당했습니다!"

    "충독당주가?"

    "예."

    독문의 소문주인 구독망 양견으로선 자신이 믿고 있던 충독당주까지 당하자 더

    이상의 반격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독문에서 이곳으로 데리고 온 두명의 고수는 호법인 구랍과 충독당주였는데, 구

    랍의 경우에는 격전에 참가하지 않고 바로 도망을 가버렸고, 총독당주는 죽었으

    니 더 이상의 저력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구랍 녀석의 속셈을 알 수 없군!"

    사천 당가는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였다. 그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사천당가에 대한 독문의 행동은 그들의 노기만을 끌어 올린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근시일 안에 독문과 사천당가간의 전면전이 있을 것은

    당연한 일인데, 문주와 구랍은 너무나 쉽게 당가를 다시 내주었기 때문이다.

    "무슨 생각이 있는 것일까?"

    양견으로선 문주의 생각을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일단은 몸을 피하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앞에 있는 부하를 보며 말했다.

    "충독당의 무사들은 얼마나 남았는가?"

    "20여명 정도로 생각됩니다만.."

    "그들로 하여금 상대케 하고 나머지는 모두 본문으로 후퇴한다."

    "그럼 충독당을..."

    "어차피 당주가 죽었으니 필요없는 녀석들이다."

    "예."

    양견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갔고, 양견 역시 천천히 자신의 병장

    기를 챙겨 넣으며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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