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장 사천당가에 부는 혈풍 (5)
장천으로선 다행히 당가 내부를 잘 알고 있는 당세문과 동행을 하고 있었기에
들키지 않고, 만독당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당세문은 당이에게 지시 받은대로 조심스럽게 만독당에 위치한 서고로 들어갔
다. 그곳에는 당가에서 제조한 수많은 암기와 독에 대한 제조법과 파해법이 정
리되어 있는 곳으로 당가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가에 수뇌부의 몇몇 만이 알고 있는 비밀통로를 이용하여 서고로 들어온 당
세문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미 많은 서적들이 사라져 있는 상태였
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 당가에서 오래 머무를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서적을 옮기기 위한 작
업에 들어간 것이다.
당가의 암기와 독에 대한 서적만을 빼돌릴 수 있다면, 독문으로선 중원으로 진
입하는데 상당한 이점을 가지게 될 뿐 아니라, 당가를 누리고 중원 최대의 독문
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당이는 이런 이유로 중요서적을 빼돌리는 일도 당세문에게 맡겼다.
다행히 중요비밀 서류는 수뇌부밖에 알지 못하는 것에 감추어져 있었기에 당세
문은 빠른 속도로 비밀장치를 해제하기 시작했다.
당가 서고의 비밀 서고는 일반 독초를 분류해 놓은 서적에 비밀스럽게 감추어
져 있었다.
단순히 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독초를 분류해 놓은 100여권 정도의 중원독
초열람이란 책이 있는 책장의 뒤쪽에 숨겨 있는지라 만독문으로서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독문이 중원으로의 진출을 노리고 있는 이상, 이러한 중원독초열람 같은 내용은
이미 예전에 습득해 놓고 있었기에 이곳의 책 만큼은 건드리지 않았던 것이다.
가장 흔한 책의 뒤에 중요한 서책을 위치하게 함으로써 중요서적을 숨겨 놓고
있는 당가의 노련함이 보이는 순간이였다.
당세문이 책을 밑으로 내려놓고는 아무것도 없는 책장의 한부분을 누르자 드디
어 비밀문이 열리면서 작은 공간에 몇권의 책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당가의 비전독 제조법과 암기 제주술을 서술해 놓은 책입니다."
장천의 물음에 간단하게 대답한 그는 그 곳에 있는 책을 꺼내 들었다.
당가의 수백년 역사에 총화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수록되어 있는 책치고는
다섯권정도 그 양은 적다고 할 수 있지만, 그 하나하나가 상상을 못할 정도로
강력한 독과 암기의 제조법이 수록되어 있는 것인지라 당세문은 조심스럽게 책
을 다루면서 기름종이에 싸서는 품에 집어 넣었다.
하지만 일은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는 것인지, 이미 그 들의 출현을 예상하고
있던 인물이 있었던 것이다.
[슈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비도 하나가 두 사람의 사이를 가르니 주의를 기울
이고 있었던 두 사람은 급히 좌우로 갈라져서는 비도가 날아온 방향을 처다 보
았다.
"크크크 역시 당가의 쥐새끼들이 납시었군!"
두 사람의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음에도, 그곳에는 목소리가 울려나왔기에
크게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가의 서고의 책장의 그림자 사이로 푸른색의 써늘한 광채가 일어나는 듯 하
더니 다시 한번 공기를 가르며 무엇인가가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세도해 들어왔기에 피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병장기를 사
용하여 암기를 막았다.
[채챙!!]
날카로운 쇳소리가 서고를 울리자, 장천은 더 이상 볼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는
화룡신도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후욱!!]
"미안합니다!!"
화룡신도에서 화기가 치솟아 오르자 장천을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암기가 날아
온 방향을 향해서 그대로 검을 휘둘렀는데, 그 순간 서고에 책이 열기에 불이
붙으면서 순식간에 서고의 곳곳에선 책이 불타기 시작했다.
"꺄아악!!"
그것을 보며 당세문은 크게 놀라서는 소리 지를 수밖에 없었으니 당가가 수백
년 동안 모아 두었던 독에 관한 서적이 불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감상의 시간도 주지 않은 장천은 그의 허리를 잡고는 빠른 속도로
비밀통로로 몸을 날렸다.
"무슨 짓입니까! 서고를 불태우다니요!"
"어차피 그대로 두면 독문의 손으로 들어갈 서적들입니다."
조금 어른스러워졌는데, 당세문의 말에 간단하게 대꾸한 장천은 급히 비밀통로
를 타고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그 말에 당세문은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말대로 그 서책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독문의 손으로 들어가면 더 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서적이였기에 장천의 선택이 잘못됬다고 말 할 수 없었던 것이
다.
그때 두 사람이 들어왔던 비밀통로에서 뻘건 불빛이 잠시 일렁이는 듯 하더니
사라지는 거싱 나타났기에 서고에서 있었던 적이 통로로 들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흥!!"
좁은 통로에서 사천당가의 사람들을 뒤를 쫓는 다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것인
가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한 당세문은 품에서 몇 개의 암기를 꺼내어서는 바
닥에 장치해 두고는 밟으면 암기의 독에 당하게 만들어 놓고는 암기를 설치해
놓은 곳 일장 정도의 앞에 독분을 뿌려 두었다.
어둠 속에서 암기를 발견하고는 그가 피해간다고 해도 독분을 밟게 되면 독에
중독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걸어가면서 몇가지 독과 암기를 장치해 놓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피한다고 해
도 자신들보다는 그 진행속도가 느려 질 수 밖에 없게 만들어 놓은 후 당세문
은 급히 먼저간 장천의 뒤를 쫓아갔다.
장천은 이미 통로의 밖으로 나가 있었는데, 이미 만독당 서고의 화재로 상당한
무사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섭불리 나가다는 수많은 무사들에게 포위되어 잡
힐 수도 있었기에 비밀통로의 출구에서 조심스럽게 사람들의 눈을 피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아무래도 쉽게는 빠져 나가지 못할 것 같군요."
하지만 자신의 품에 당가의 운명이 달려 있는 책이 있는 이상 당세문으로선 반
드시 탈출할 이유가 있었기에 앞을 생각하지도 않고 빠른 속도로 출구에서 나
가 미리 만들어 놓은 길을 향해 뛰었다.
"쳇! 성질 한번 급하군!!"
장천으로선 생긴것과는 달리 성질이 급한 당세문을 욕하며 경공술을 사용하여
그녀의 뒤를 쫓아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밖으로 나가자마자 경비무사에게 발각
되었다.
"적이다!"
한 무사의 외침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피리소리가 들리며 무사들이 몰려오기 시
작했다.
"빙백수라장!!(氷魄修羅掌)"
무사들이 몰려오는 것을 본 당세문은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드디어 악마의 무공
이라는 소수마공의 무학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한 때 무림을 어둠으로 밀어 넣은 얼음의 마녀 소수마녀, 그녀에 의해 죽은 이
의 숫자는 수천을 헤아리기에 무림의 모든 이가 그녀를 마녀라 부름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수천의 정파의 추적대에 쫓기면서도 도리어 군웅들을 현혹하는 교소를 터뜨렸
다는 그녀가 천산에서 그 생을 마감했을 때 모든 이들은 그녀의 후인이 더 이
상 무림에 나타나지 않기를 빌었는데, 애석하게 그 후인이 사천 당가에서 그 모
습을 드러낸 것이다.
"끄아악!!"
소수마공의 빙백수라장의 냉기를 견딜만큼 내력이 없는 자들은 고통스러운 비
명과 함께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어버리니 당년에 소수마녀의 힘이 어느정도라
는 것을 알 수 있게 하고 있었다.
뒤에서 당세문을 도와주려고 했던 장천은 그 엄청난 위력에 입을 다물 수가 없
었다.
'저것이..인간의 무공이란 말인가?'
온 천지를 얼려버릴 듯한 냉기는 이제 사방 십장까지 미치고 있었으니 장천은
화룡신도의 열기를 통해 간신히 온몸이 얼어 붙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내공을 돋구어 냉기를 막아라!"
하지만 아직 당세문의 소수마공의 성취는 그리 높지 않았기에 하급의 무사들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내공을 사용하여 냉기를 막으며 공격해 들어왔기에 당세
문은 소수마공 상의 무공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밀릴 수밖에 없었다.
"청풍도법!!"
당세문이 위기에 처하자 장천은 화룡신도를 휘두르며 청풍도법을 사용하여 도
풍을 날렸고, 뜨거운 열풍은 순식간에 당세문의 소수마공의 무공에 얼어붙은 이
들을 쓸어가기 시작했다.
"당세문! 빨리 피해라!!"
"..."
장천의 외침을 들은 당세문은 경공을 사용해서는 만독당의 담을 넘었고, 그의
뒤를 이어 장천 역시 담을 뛰어 넘으려고 했는데, 그 순간 뒤에서 써늘한 기운
이 느껴졌고, 장천은 등에 큰 고통을 느끼며 앞으로 넘어 질 수 밖에 없었다.
"크윽!!"
보통 때 같으면 넘어져서는 짜기라도 하겠지만, 적지에서 그런 짓을 했다가는
바로 죽는 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장천은 고통스러운 몸을 참으며 앞으로 굴러서
는 그대로 도를 휘둘러 화룡신도의 뜨거운 도기를 날렸다.
"끄아압!!"
내공을 돋구어 온 힘을 다해 장천이 도기를 날리자 그 순간 화룡신도의 뜨거운
화기가 증가하면서 엄청난 도강이 만독당의 담을 부수며 일대를 쓸어버리기 시
작했다.
"끄아악!!"
미처 이 도강을 피하지 못한 무사들은 열기에 타서 영문도 모르고 죽음을 당하
니 장천으로서도 자신이 이러한 도강을 날렸다는 것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
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자신의 실력으로는 도강은 꿈도 못꾼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장천으로선 애꿏은
화룡신도를 멍하니 처더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엄청난 불꽃이 일대를 뒤덮고 있는 순간에 장천의 앞에서 한 형체가 불꽃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동물을 가죽을 뒤집어 쓴 모습의 그의 머리에는 맹수의 두개골이 투구를 대신
하고 있었는데, 그의 두 손에는 뱀의 껍질로 만든 편(鞭)이 들려 있었다.
"크크크 나의 쌍사혈편(雙蛇血鞭)에 죽을 자로는 괜찮은 제물이로구나.."
"칫!"
단순히 느껴지는 위압감만으도 상당한 적이라는 것을 감지한 장천은 화룡신도
를 두 손으로 잡고는 경계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