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8화 (29/355)

제 6 장 공동파의 꽃돌이 (5)

"크크크 이제 각오해라.."

현명신장을 끌어올린 천천히 음흉한 웃음소리를 내며 천천히 장천의 앞으로 걸

어가니 이제 이기는 것은 둘째치고 장천이 살아서 나가는 것도 힘들 지경이 되

었는데, 그 모습을 보던 구궁이 갑자기 그들의 중간으로 뛰처나가서는 손바닥을

고도리에게 내밀며 소리쳤다.

"잠깐!!"

"무엇입니까..."

이미 옆구리의 갈비뼈가 금이 갈 정도로 큰 부상을 당한 고도리는 장천을 죽여

버릴 기세로 다가서고 있었는데, 구궁이 앞을 가로막자 인상을 찌프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구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시합은 장천사제가 졌네."

"예?"

"사형!?"

구궁의 이 난데없는 선언에 공동파의 제자들은 물론이요, 같은 편인 요운이나

장천까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장천이 본신의 실력을 발휘한다면 장천이 이길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승부는 싸우지 않고서는 모르는 법인데, 난데없이 구궁이 스스로

자신들의 패배를 인정하고나섰기 때문이다.

"이잇!!"

본래대로라면 이런 선언으로 좋아 해야할 고도리였지만, 지금은 장천을 얕보다

가 큰 부상을 입어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상태인지라 도저히 좋아 할 수가

없었다.

"무슨 이유입니까..."

고도리는 도대체 중간에 시합을 막는 구궁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살기를

뿌리며 말했지만, 고도리의 모습에 구궁은 미소만을 지을 뿐이였다.

"아악!!"

도저히 분기를 참지 못하는 고도리는 근처에 있는 나무를 보더니 괴성을 지르

며 뛰어가 일장을 내리쳤고, 족히 백년은 자란 듯한 나무는 그의 현명신장에 적

중되고는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부러져 땅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자! 사제. 화룡신도를 고소협에게 건네주게."

"사..사형.."

"어허..."

장천은 아까운 화룡신도를 주어야 한다는 말에 뒷걸음질칠 수밖에 없었지만, 계

속된 구궁의 다그침에 눈물을 흘리며 화룡신도를 도집에 집어넣고는 공동파의

제자들에게 던져 주었다.

"히잉....."

눈물을 글썽거리며 뒤돌아서는 장천을 보며 요운은 쓴맛을 다시며 사제의 머리

를 쓰다듬어 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구궁 사형에 왜 그런 말을 하신거지?'

요운으로선 중간에 구궁이 패배를 선언하는 말을 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단

순히 장천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대련을 하고 있는 도중에 자신을 시켜 말린

다고 해도 현명신장을 익힌 고도리의 손에서 장천을 구해 낼 수 있었기 때문이

다.

후지기수 중 최고의 기재들만이 모인다는 강호오룡의 명함이 겉만 보기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명신장이 공동파의 상승무공 중 하나라 해도 자신 역

시 쌍도문의 비전을 거의 대부분 익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깨가 축늘어진 장천의 어깨를 두드러주며 요운은 곁눈질로 구궁의 얼굴을 처

다보았는데, 이상하게도 아깝다거나 하는 표정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무엇인가를 노리는 듯한 표정이였다.

'무슨 생각이 있으신가?'

덩치는 산만하다고는 하지만, 구궁이 덩지만 커다랗고 머리는 텅 빈 사람은 아

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요운으로선 무엇인가 기대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광무자 유운은 단순히 강호 경험이 많아서 구궁을 장천의 보호자로 임명한 것

은 아니라는 것을 요운은 잘 알고 있었다.

곽무진은 갑자기 싸움을 말리는 구궁을 보며 처음에는 크게 놀라는 듯한 표정

을 지었지만, 한참이 지난 후 무엇인가를 생각하고는 오른손으로 손바닥을 치고

는 탄성을 내뱉었다.

"아! 그렇구나!"

"후후후 무진사질은 알아챘나보군."

"그럼요. 장사숙과 몇 년을 같이 지냈는지 그런 간단한 것을 모르겠습니까? 후

후후 고도리란 녀석 시간을 잘못 택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군요. 하하하."

"뭐. 보통의 사람을 상대로 했으면 이 방법이 나쁘지는 않았겠지만, 상대가 장

천이니까. 푸하하하"

도대체 두 사람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요운으로선 실망한 장천을 도

닥여 주면서도 그들에 생각한 것이 무엇일까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천의 일부의 계층의 사람들에 한해서는 정말 천하제일고수가 부럽지 않은 힘

을 지닌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일부의 계층의 사람들이 누구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세상사를 알게 된 남녀들이다. 이들은

젊음의 한때를 지나 이제 중년의 시간과 노년의 시간을 지내는 사람들인지라

과거에 향수가 깊은 이들이라 할 수 있었다.

내가 젊었을 때 이렇게 했다면, 내가 젊었을 때는 이랬는 것을 하는 식으로 과

거에 대한 향수가 가득한 부류들이 바로 중년과 노년의 시간을 지내는 사람들

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런 부류들에게 장천은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어느정도 장천의 외

모와도 관련이 있는데, 열다섯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열살도 되지 않아보이

는 장천의 모습, 두 눈은 큼지막하고 똘망똘망 한지라 마치 하늘을 보는 듯 하

고 귀여운 코와 입술, 그리고 동그란 얼굴형은 누가 보아도 한 번 안아보고 싶

은 정도로 귀엽게 생긴 얼굴이였다.

강호에 미동 콘테스트에 나간다면 그 대상을 맡아 놓았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얼굴인지라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성격이 사악한 자가 아니라면 언제나 사

랑을 받는 인물이 바로 장천이였다.

생각해보라 당신은 열살도 안된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가진 아이가 자신의 앞에

서있다면 심한 장난을 치지 않는 한 주먹을 댈 수 있는지를.... 이런 이유로 흑

철돈녀를 비롯하여 쌍도문의 여러 어른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이가

바로 장천이였다.

화룡신도를 빼앗긴 장천의 일행은 마지막으로 공동파의 문주인 천무성자 양세

기에 하직인사를 올리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문주가 기거하고 있는 전각에 도착한 구궁은 천천히 장천을 내려다보았는데, 아

직도 억울함이 풀리지 않은 듯 눈물을 글썽이며 어깨를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제부터가 시작이군.'

장천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구궁, 요운은 그런 모습을 보며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상하군. 보통 때 같으면 울먹이는 장사제에게 한번쯤은 다그치는 말을 할 것

인데, 왜 아무 말도 안하는거지?'

일문의 소주가 타문파의 웃어른을 만나는 자리에서 글썽거리는 것은 망신이라

할 수 있음에도 그것을 방치하는 구궁이 이상하게 생각될 수 밖에 없었다.

"문주님께 쌍도문의 구궁 일행이 하직인사를 하러 왔다 전해주십시오."

"예."

구궁을 전각을 지키고 있는 공동파 문도에게 말을 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가 돌아와 그들은 전각 안으로 안내해 들어갔다.

전각안으로 들어서자 처음 왔을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천무성자 양세기가 상좌

에 앉아 있고, 그 주위에 공동파의 실세들이 자리를 같이 하고 있었다.

구궁은 앞으로 나가서는 정중하게 포권지례를 하고는 천무성자를 보며 하직인

사를 올렸다.

"쌍도문의 이대제자 구궁은 공동파의 문주이신 천무성자님께 하직 인사를 올립

니다."

"오! 벌써 가는가? 몇일 더 머무르지 않고?"

"구파일방의 하나인 공동파의 위명을 더 견식하고 싶었지만, 본문에서 맡은 일

이 있는지라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가 아쉽구만.."

양세기는 정말 아쉽다는 얼굴을 하고는 장천을 처다 보았는데, 그때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어리둥절한 모습이지만, 맑고 깊은 눈에는 어

린아이의 작은 흥분이 가득했는데, 지금 그의 눈에는 실망과 함께 슬픔이 가득

했기 때문이다.

"사제 뭐하는가 천무성자님께 인사를 드리지 않고!"

장천이 아무것도 못한채 어깨를 떨고 서 있자 구궁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다

그쳤고, 그 것에 놀란 장천은 잠시 흠찟하고는 천천히 앞으로 나가서는 포권지

례를 하며 하직인사를 올렸다.

"싸..쌍도문의 이대..제자...장.천..훌쩍.. 천무성자..님께..하직 인사를 올립니다..훌

쩍"

아직 눈물을 모두 감추지 못한지라 장천은 훌쩍거리며 천무성자에게 인사를 했

는데, 그 모습을 본 양세기는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느낌으로 말했다.

"쌍도문의 이대제자 장천소협은 잠시 내 앞으로 와보지 않겠는가?"

"예..훌쩍.."

양세기의 말에 장천은 훌쩍거리면서 대답을 하고는 천천히 양세기의 앞으로 걸

어갔고, 장천이 다가오자 양세기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서는 장천의 눈에 고

여있는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대쌍도문의 문주가 될 사람이 왜 이렇게 울먹거리는겐가."

양세기는 입가에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어린 장천을 다독여주고 있었으니 그것

이 바로 구궁이 노리는 노림수였던 것이다.

'걸렸다!'

회심의 미소를 짓는 구궁이였다.

귀여운 꼬마가 울먹이고 있는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

거기다가 상대가 노년의 시간을 지내고 있는 노인이라면 더더욱 그냥 지니치지

못하는 것이였다.

장천의 경우에는 단순한 귀여운 꼬마의 단계를 지나 상승의 단계까지 도달한

녀석이기 때문에 분명 인자한 천무성자는 장천이 울먹거리면 쉽게 지나치지 못

할 것이라는 것을 구궁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양세기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자 장천은 그 순간 크게

서러움이 복받쳐 오를 수 밖에 없었다.

쌍도문에서 였다면 어느 누구도 자신이 선물 받은 것을 빼앗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가슴에서 밀려오자 장천은 더 이상을 참지 못하고 드디어 참았던 울음

을 터뜨리고 말았던 것이다.

"으앙!! 할아버지!!"

"헉!"

장천이 겁도 없이 대공동파의 문주인 천무성자 양세기를 할아버지라 부르고는

눈물을 터뜨리며 안겨버리자 곁에 있던 공동파의 실세들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한 문파의 대표라고도 할 수 있는 소주가 눈물을 터뜨리며 다른 문파의

문주를 할아버지라 부르며 안기는 경우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러한 말에도 천무성자의 얼굴에는 그다지 화가 난 모습은 보이지 않

았다. 그가 천무성자라 불리게 된 까닭은 뛰어난 무공과 함께 그 인자한 성품도

크게 한 몫을 하고 있었던 것이니 어린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가슴에 안기는

데 어찌 화를 내겠는가?

"어이구! 이녀석."

자신의 품에 안긴 장천을 끌어 안아주며 양세기는 등을 도닥여주면서 달래주기

시작했다.

"그래 장소협을 누가 이렇게 울렸누.."

마치 장천의 친할아버지와 같이 등을 도닥여주며 천무성자는 울음을 터뜨리는

장천을 달래주었는데, 그 말을 들은 장천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그 이유를 일

러바치기 시작했다.

"흑흑...할아버지가 준 칼 있잖아요.."

"그래..이 할애비가 네게 선물로 칼을 주었었지.."

"흑흑...그거 누가 뺏어 갔어요!! 흑흑.."

"뭐야!!"

장천이 칼을 뺏긴 것을 일어바치자 그 순간 양세기는 크게 노한 표정을 짓고는

가슴에 안긴 장천을 보며 노기를 터뜨리며 말했다.

"대체! 누가 감히 공동파에서 문주가 준 선물을 뺏는단 말인가!!"

"흑흑...으아앙.."

갑자기 양세기가 크게 노한 얼굴로 소리치자 겁을 먹은 장천은 다시 울음을 터

뜨리고 말았는데, 그것을 보며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것을 깨달은 양세기는

일그러뜨린 얼굴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다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이구. 이 할애비가 너무 흥분을 했구나..."

"흑흑..."

"그래..누가 예쁜 강아지의 칼을 뺏었누?"

이제는 순식간에 예쁜 강아지로 돌변한 장천은 그 말에 양세기의 품에서 낑낑

거리며 칼을 뺏은 자의 이름을 말했으니....

"흑흑 고도리란 형이 흑흑...뺏어갔어요.."

"고도리?"

장천의 입에서 고도리란 이름이 나오자 양세기는 인상을 지으며 옆에 있던 호

법을 노려보았는데, 그 모습에 놀란 호법은 식은땀을 흘리며 고도리가 누구인지

말했다.

"고도리는 문주님의 대제자인 우문강의 이제자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순간 양세기의 살기 어린 눈은 근처에 앉아있던 파사대협 우문강에게 향했

으니, 우문강으로선 사부의 눈에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러내릴 수밖에 없었

다.

'큭! 고도리녀석 도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한거야!'

일단 맡기기는 했지만, 설마 장천이 쌍도문의 소주란 입장에서 공동파의 문주에

게 이런 식으로 안길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우문강으로선 고도리를 욕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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