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7화 (28/355)

제 6 장 공동파의 꽃돌이 (4)

고도리의 도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장천의 일행들은 앞으로 가지도, 뒤로 물러서

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는데, 그 때 구궁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고도리 소협이라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장사제와의 대련을 사형인 제가 허락하지요."

"사형!!"

장천과 요운은 구궁의 말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구궁은 인상을 쓰면

서 뒤에 있던 사제들에게 말했다.

"사제들은 쌍도문의 명예를 무너뜨릴 작정인가?"

"예?"

"이 대련을 거부한다는면, 감숙성에 쌍도문의 명예는 땅으로 추락하고 만다. 화

룡신도? 그것이 십대신병에 속한다고는 하지만 쌍도문의 명예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는 볼 수없다."

구궁의 말이 틀리지는 않은지라 요운과 장천은 아무런 반박도 할 수가 없었다.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던 장천은 자신 역시 이런 자에게 꽁무니를 빼고 싶지 않

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사형의 말씀데로 고도리대협과 대련을 하도록 하지요."

"잘 생각했다."

대련이 결정되자 고도리는 이미 승리를 얻었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일행들은

공동파의 연무장으로 안내를 했다.

고도리가 안내한 공동파의 연무장은 3대제자들이 연무를 하는 곳이였지만, 현재

에는 새로운 건물이 증축되면서 폐기되려 하는 곳이였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의 인적이 뜸할 수밖에 없는 곳이기에 이목을 감춘 대련을

하기에는 적합한 장소라고 할 수 있었다.

고도리는 일행들을 이 곳으로 안내한 후 연무장의 가운데로 걸어나가서는 가볍

게 몸을 푼 후 장천을 보며 말했다.

"장천소협, 이제 손속을 겨루어보도록 할까요?"

고도리의 말에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 나가서는 검을 뽑아 들었는데,

그때 구궁이 그의 곁으로 가서는 말했다.

"사제. 화룡신도를 사용하도록 해라."

"화룡신도요?"

"그렇다. 어차피 이 대련은 네가 과연 화룡신도를 가질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없는가이기 때문에 그것을 사용한다해도 이상할 것은 없지."

구궁의 말에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룡신도를 꺼내들고는 앞으로 나섰다.

장천의 손에는 장춘삼이 건네준 칼과 화룡신도 두자루가 들려져 있었는데, 그때

그의 귀로 요운의 전음이 들려왔다.

[사제, 듣기만해라. 아마 고도리란 녀석은 사제를 얕잡아 볼 것이 분명하다, 처

음에는 현명신장이나 복마십팔도법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니 사제는 그 틈을 타

일격에 녀석을 물리쳐야 할 것이다.]

요운의 전음을 들은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 나서며 공동파의 고도리

를 보며 천천히 기수식을 취했다.

장천이 취한 기수식은 쌍용승천도법의 기수식인 쌍용입수자세를 취했다.

'네가 저 녀석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곤 기습뿐이군....'

장천은 자신의 내공이 다른 후지기수들보다는 한 수 위의 경지에 달해 있는 것

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공을 이용하여 기습작전을 생각하고는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그럼 제가 먼저 공격을 하도록 하지요. 후후"

고도리는 장천이 기수식을 취하자 자신 역시 가볍게 기수식을 취한 후 앞으로

몸을 날리며 말했다.

요운의 말대로 고도리는 처음부터 자신의 특기인 현명신장을 사용할 생각은 없

는지 공동파의 입문 장법인 풍변이십사장을 사용하여 공격해 들어오기 시작했

다.

풍변이십사장은 바람과 같이 경쾌할 뿐만 아니라 그 변화가 뛰어나 공동파에서

입문무공을 채용하고 있는 장법이였는데, 초식자체는 별나부랄테가 없지만, 일

격필살의 기술이 없는 이류장법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것이 장법이 특기인 고도리의 손에서 펼쳐지자 그 변화는 눈이 어질

러울 정도였다.

마치 수십개의 손이 사방에서 몰아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고도리의 풍변이

십사장을 보며 장천은 쌍용승천도법의 방어초식을 사용하여 그의 장을 막아서

고는 있었지만, 경험이 부족한 장천은 순식간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한식경정도

지났을 때 고도리의 오른손바닥에 어깨를 강타당하고 말았다.

"큭!!"

왼쪽 어깨를 강타당한 장천은 급히 뒤로 몸을 날려서는 상대의 공격범위에서

몸을 피했지만, 고도리는 장천을 우습게 보이는지 그 절호의 기회를 가만히 지

켜보고만 있을 뿐이였다.

"치잇!"

무인이 무예를 겨룸에 있어서 상대에게 우습게 보여 패배를 면한다는 것은 극

히 수치스러운 일인지라 장천은 이를 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장천을 보며 고

도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안되겠군요. 어디 장천소협이 한번 공격해 보시지요."

그렇게 말한 고도리는 두 손으로 상대할 것도 없다는 듯이 왼손을 뒤로 돌려서

는 오른손만을 까딱거리고 있었기에 장천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땅을 박차고

는 하늘로 몸을 날렸다.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것은 경공술의 자신 있지 않다면, 결투에 있어서 자제해야

하는 수법이였다.

대지에 발을 디디고 있는 것과는 달리 공중에선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였는데, 고도리는 장천이 하늘로 몸을 띄우자 아직 경험이 없어 그런 것

이라 생각하며 오른손을 들어 내려오는 순간을 틈타 공격해 들어가려고 했는데,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하늘로 치솟아 올라간 장천을 보며 고도리는 일장을 가하려고 했는데, 그 순간

회전을 하며 내려온던 장천이 왼손에 들고 있던 도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초식 도중 실수하여 도를 떨어뜨렸다고 생각하며, 고도리는 승리의 미

소를 지으며 내려서는 장천을 향해 일장을 질렀는데, 그 순간 장천의 입가에서

미소가 흘러나왔다.

고도리가 떨어지는 그 순간을 이용하여 일장을 질렀기에 공중에서 낙하하며 몸

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장천은 그 공격을 피할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장천은 이미 공중에서 몸을 놀릴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두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공중에서 내려오면서 떨어 뜨렸던 칼이 그 받침대였는데, 경공술로 그 속

도를 떨어 뜰리고 있던 장천은 정확한 지점에서 공중에 떠 있던 칼을 발판으로

삼아 몸을 튕겨낼 수 있었던 것이다.

"헉!!"

무공을 익힌 자들에게는 눈 깜짝할 시간이라도 생사가 갈릴 수 있었는데, 왼손

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뒷짐을 지고 있던 고도리로선 도저히 장천의 변화에 대

처할 수가 없었다.

"찻!!"

떨어지는 칼을 박차고 방향을 변형시킨 장천은 그대로 오른손에 들고 있는 도

로 횡소천군(橫掃千軍)의 초식으로 검을 휘둘렀다.

"큭!!"

그제서야 다급함을 느낀 고도리는 급히 왼손으로 허리에 매여져 있던 도를 겁

집째 뽑아 들고는 간신히 장천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지만, 초식면에선 부족하

지만 내공에서는 고도리보다 한 단계 위인 장천의 도격(刀擊)은 그리 쉽게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였기에 그는 뽑아든 도와 함께 도격에 나뒹그러질 수밖에 없

었다.

"앗! 뜨거!!"

거기다가 장천이 휘두른 검은 화룡신도였기에 내공을 더하자 큰 화기까지 치솟

아 올랐는지라 옆구리를 강타당한 고도리는 크게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옆구리

에 불을 손바닥으로 후려치며 끄고 있었지만, 상당한 충격을 옆구리에 받았는지

라 불을 끄는 자신의 손바닥에 의해 이중으로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빠지고 말았다.

불을 간신 끈 고도리는 다행히 검으로 인해 몸이 베어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

다고 생각했지만, 상당히 강한 공격을 옆구리에 당한 탓인지 큰 통증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제길..."

고도리는 강한 충격을 받은 탓인지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차근차근 몸의 상태

가 짚어보았다.

'갈비뼈가 두 대는 금이 간 것 같군. 젠장 어린 녀석의 도격이 왜 이렇게 강한

거야!'

자신 역시 급하게 왼손의 칼로 칠성정도의 내력을 끌어올리며 막았음에도 삼장

은 나가떨어진 것도 모자라 갈비뼈가 금이 가는 중상을 입자 장천의 내공이 평

범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초식은 모르지만, 내공에 한해서는 나와 동급, 아니 상위 일 수도 있겠군.'

이제는 더 이상 상대를 경시하지 못하게 된 고도리는 검을 뽑으려고 했는데, 그

순간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장천의 횡소천군의 검격으로 자신의 도가 두동강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화룡신

도와 같은 이름난 도는 아니였지만, 감숙성의 유명한 장인에게서 질 좋은 쇠로

직접 주문하여 백련정강하여 만든 칼인지라 그 경도는 상당히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는데, 그런 칼이 부러지고 만 것이다.

칼이 부러진 것을 보며 고도리로선 식은땀이 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칼로 막지

않고 그 도격을 그대로 허용했다면, 몸이 두동강 나는 것을 면치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좋다! 정식으로 상대해주마!"

그런 생각이 들자 노기가 치솟아 오른 고도리는 두손을 하늘로 뻗어 올리고는

천천히 내공을 집약해 가기 시작했는데, 공동파의 제자들은 그것을 보며 크게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혼원일기공(混元一氣功)이다!!"

"혼원일기공!!"

요운이나 구궁은 그들의 말을 듣고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없었다.

혼원일기공 그것은 공동파에서 자랑하는 상승심법 중의 하나였다. 무릇 대문파

와 소문파의 차이는 바로 이런 심법에 의해 차이가 나는 것인데, 혼원일기공은

상당한 수준의 상승심법에 속하는 것으로 공동파에서도 일부 사람밖에 익히지

못한 심법이였다.

그가 파사대협의 제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혼원일기공까지 전수를 받

았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두 사람으로선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혼원일기공을 끌어올린 고도리는 곧바로 자신의 특기인 현명신장을 사용하기

위해 내공을 두 손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진정한 고도리의 실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칫!'

고도리가 자신의 본신의 실력을 모두 끌어올린다면, 자신의 승리의 가능성 따윈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을 알고 있는 장천으로선 떨어진 자신의 도를

주워들고는 임전의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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