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공동파의 꽃돌이 (3)
한편 화룡신도의 일로 쌍도문의 일행들은 기뻐 날뛰고 있는 반면, 경악에 경악
을 금치 못하여 분개하는 이들도 없지 않았네, 그들은 바로 문주인 청무성자의
제자들이였다.
현재 공동파는 두 개의 세력으로 양분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는데, 그
첫 번째 부류는 양세기의 수제자인 파사대협 우문강을 위시로 한 강경파였다.
우문강은 무공도 무공이지만, 머리 또한 뛰어난 인물로 현재 공동파 무룡전의
전주를 맡고 있었다.
또 하나의 부류는 양세기의 세 번째 제자인 파천신도 강양으로 문주인 양세기
를 제외하면 공동파에서 무공이 가장 높은 인물은 바로 파천신도 강양이였다.
파천신도 강양은 공동파의 온건파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현재 차대
공동파의 문주는 이 두 사람 중 한사람이 맡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였다.
파사대협 우문강의 처소는 이 일로 난리가 나 있었다.
"사부! 문주께서 어떻게 이러실 수 있습니다. 십대신병에 속한 화룡신도를 타문
파의 어린 꼬마에게 선물로 주시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파사대협이 거처하고 있는 전각 안에선 이 일로 강경파에 속하는 장로들은 물
론이요. 파사대협의 세명의 제자들도 모여 있었다.
파사대협의 앞에 있는 이십대후반의 청의를 입은 청년은 건방지게 사부의 안면
에가 침까지 튀겨가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는데, 그런 사소한 실수는 신경 안쓴
다는 듯이 우문강은 얼굴에 흥건히 고인 침을 소매로 닦아내면서 말했다.
"나 역시 이 일에 대해서 말씀드렸지만, 사부님의 결정은 단호한 듯 하구나, 또
이미 쌍도문의 소주란 꼬마에게 화룡신도가 넘어간 상태이니 다시 달라고 하는
것도 공동파가 우습게 보일 수 있어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화룡신도가 어떤 칼입니까! 천무성자 태사부님께서 화룡신도를 손에 넣
으신 후 보인 신위로 강호의 무사들은 화룡신도를 곧 천무성자 태사부님의 증
표이며 공동파의 문주의 증표로 알고 있는데, 어찌 그런 칼은 외인에게 그것도
갓 3류문파를 벗어난 어줍잖은 문파의 소주에게 줄 수 있단 말입니까?"
실제로 공동파에는 문주를 상징하는 증표가 따로 있었지만, 현재의 강호에선 문
주의 증표보다는 화룡신도를 문주의 증표로 알고 있는 사람이 태반일 정도였기
때문에 그만큼 공동파에서 화룡신도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런 것을 모두 아는 파사대협이였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나오자 안색을 찌프
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청년은 더 이상 참지 못한다는 듯 사부인 그를 보며 말
했다.
"이렇게 된 바에 녀석들에게 다시 화룡신도를 뺏어오겠습니다!"
"어떻게?"
청년의 말을 반대할 생각은 없는지 파사대협이 그 방법을 물어보자 청년은 주
먹을 쥐며 말했다.
"본래 강호에선 능력이 안 되는 자에게 신기란 도리어 화를 불러온다는 이야기
가 있습니다. 저희들은 화룡신도가 사파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내
세워 쌍도문의 소주와 약간의 연무를 가진 후 녀석이 진다면 그가 제대로 된
능력을 키울 때까지 공동파에서 맡고 있는다 하면 되지 않습니까?"
"음...하지만 속이 훤히 드러나 보이지 않느냐?"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차피 강호란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곳입니다. 어느 정도
의 명분만 있다면 살인도 정당함이 성립되는 곳인데, 어찌 한 문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신도를 보호하는 명분이 어줍지 않다 할 수 있겠습니까?"
청년의 말에 파사대협은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녀석이 그 일을 해낼 수 있겠느냐?"
"사부께서 저에게 맡겨만 주신다면, 다시 화룡신도를 찾아 오도록 하겠습니다."
"좋다. 이번일은 모두 고도리(高道理) 너에게 맡기도록 하마."
"예. 사부. 반드시 화룡신도를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파사대협의 제자인 고도리는 포권을 하며 말하고는 주먹을 쥐고는 전의를 불태
우기 시작했다.
다음날 장천의 일행은 천무성자에게 인사를 하고는 다시 길을 떠나려고 만무전
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그때 그들의 앞으로 일단의 공동파의 제자들이 앞을 가
로막으며 나타났다.
"꺅!"
그 순간 이번에 문주에게 인사를 하려고 장천의 일행들과 같이 만무전을 향하
고 있던 하백과 그의 사매인 미린을 순간 크게 놀란 듯 비명을 지르는지라 일
행들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공동파의 제자 중에서 한 남자가 미린의
얼굴을 보고는 크게 기뻐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아! 경운문의 미린 소저 아니십니까?"
남자는 미린을 보고는 정말 반가웠는지 뛰어가서는 덥썩 아녀자의 손을 잡았는
데, 그것을 보며 크게 놀란 그녀는 손을 잽싸게 빼버리고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
다.
"고도리대협을 만나니 반갑네요."
하지만 반갑다는 말과는 달리 그녀의 표정에는 귀찮은 표정이 역력했는데, 그런
것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고도리란 청년은 그녀의 손을 다시 잡고는 미소를 지
으며 말했다.
"내 사부님에게 말씀드렸으니 근시일 안에 경운문으로 사람이 갈 것입니다. 잠
시만 기다리시지요."
"무슨 소리에요!"
사람을 보낸다는 말에 미린은 크게 놀라지 않았는데, 하백의 경우에는 그 말에
얼굴색까지 시퍼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미린으로선 고도리란 남자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 진정으로 좋아하는 남자
는 하백이였다.
하지만 중간정도의 문파에 지나지 않는 경운문으로선 구파일방의 하나인 공동
파에서 사람을 보내어 미린소저에게 정식으로 청혼을 한다면, 거절하지 못할 수
밖에 없는 일인지라 미린으로선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하하 아!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몇가지 일을 처리한 후 우리 둘의 미래에 대
해서 자세히 이야기 해보도록 합시다."
싫어하는 표정이 역력한 미린은 아랑곳하지 않는 다는 듯이 자신의 할 이야기
만을 쏙 하고 사라지는 고도리란 남자를 장천은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때 고도리가 어린 장천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가볍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귀하가 쌍도문의 소주라는 장천소협이 맞습니까?"
"예. 제가 쌍도문의 장천인데, 무슨 일이십니까?"
장천의 말에 고도리는 잠시 헛기침을 하고는 손가락을 들이밀며 소리쳤다.
"나! 공동파의 삼대제자 고도리는 장천소주에게 대련을 신청하는 바입니다."
"예? 대련이라니요?"
장천은 갑작스러운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는 장천의 허리에 차여 있
는 화룡신도를 가리키고는 말했다.
"귀하가 본파의 문주이신 천무성자님께 받은 화룡신도는 본파의 신물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이유로 본파는 화룡신도가 자칫 사파의 손에 넘어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에 과연 소주께서 화룡신도를 가질 자격이 있는
지 알아보고자 함입니다."
"음..."
그제서야 고도리가 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던 장천은 요운과
같이 자신의 화룡신도를 탐내는 무리라 생각하며 이를 갈며 경계하기 시작했다.
요운은 공동파에서 어느정도 말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이들이 체면
을 생각하지도 않고 노골적으로 다가올지는 예상을 하지 못했기에 인상을 찌프
리며 포권을 하며 말했다.
"본이는 쌍도문의 요운이라하오. 천무성자께서는 분명 본파의 소주께 화룡신도
를 선물로 주었다는 것을 아실텐데, 그것이 무슨 소리이십니까?"
"하하하! 물론 요운대협의 말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보통의 보도라면
모를까? 강호십대신병에 속하는 화룡신도라면 그 말을 틀려질 수밖에 없습니
다."
"틀려지다니요?"
요운은 고도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는 또 다시
헛기침을 몇번 하고는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요운대협도 아시다시피 화룡신도는 양강의 힘을 가진 자가 사용할 경우에는
그 힘이 배가 되는 놀라운 신병입니다. 물론 소유권은 이미 쌍도문 측에 넘어갔
다고는 하지만 만약 그 칼이 사파의 사악한 무리에게 떨어진다면, 그것도 양강
의 무학을 지닌 인물에게 떨어진다면 그 칼로 인해 수많은 정파의 사람은 물론
양민들까지 다칠 수 있으니 이것은 단순히 한문파의 일이라고는 볼 수 없게 되
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저희들은 만약 귀파의 소주께서 화룡신도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다면 당분간 화룡신도를 보관하고 귀파의 소주께서 자신있게 화
룡신도를 지켜낼 수 있을 때 다시 돌려 드릴 생각입니다."
"음..."
쉽게 말하면 능력이 없으면 내놔라 라는 뜻의 말인지라 요운으로선 고도리의
억지에 치가 떨릴 지경이였다. 또 장천이 화룡신도를 자신있게 지켜낼 경지에
이른다면 돌려준다는 말은 어찌 보면 영영 돌려주지 않는다는 말과 다름이 없
었다.
어차피 제대로 된 기준선이 없느니 만큼 장천이 나중에 무공이 크게 성장한다
고 해도 그 기준선을 높이면 화룡신도를 돌려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도리의 이런 영악한 생각에 요운으로선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가 말한대로 대련을 통해 장천이 이긴다면 별 문제가 없기는 하지만, 솔
직히 말해 고도리란 자를 상대로 장천을 승리를 거둔다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
는 일이였다.
매화공자 고도리, 일명 꽃돌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남자는 공동파의 후
지기수 중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물로 강호오룡에는 그 이름이 올라있지
않았지만, 그 무공의 능력은 오룡과 비교해서 손색이 없다고 알려져 있는 인물
이였다.
특히 그가 익히고 있는 현명신장(玄冥神掌)과 복마십팔도법(伏魔十八刀法)은 사
파의 인물들이라면 고도리를 치를 떨게 만들게 한 그의 독문무공인지라 입문도
법인 쌍용승천도법만이 겨우 십성의 경지에 다달은 장천으로선 이길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제가 대련의 상대가 되어도 상관이 없겠군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귀하께선 만약 쌍도문이 사파에게 화룡신도를 지켜내지 못할까 염려되어 말씀
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제가 그 대련을 한다해도 상관이 없는 일 아
닙니까?"
요운의 장천이 아닌 자신이 고도리와 싸우겠다고 앞으로 나서고 있었는데, 이미
그것도 어느정도 대책이 서 있었는지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요운대협께선 귀파의 소주의 사형이 아닌 경호원이였습니까?"
"무슨 말씀이십니까?"
고도리의 말에 요운은 그 진의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요운을 보며 그는 알
아듣게 말을 했다.
"제 말은 언제까지나 요운대협께서 장천소주를 지켜낼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
다. 장천소협도 인간인지라 사소한 일을 처리하는 일이 없지 않을 텐데, 요운대
협께선 그런 일까지 소주를 보호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음..."
그제서야 그는 고도리란 자가 말한 바를 알아듣고는 인상을 찌프릴 수밖에 없
었다. 이미 공동파에선 단단히 준비를 하고 나왔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는데,
화룡신도의 새로운 적으로 등장한 고도리를 보며 장천은 이를 박박 갈고는 있
었지만 섣불리 대련을 하자고 말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그가 말한데로 대련을 받아들이고 단번에 쓰러뜨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내공에서는 자신이 앞선다고는 하지만, 내공을 제외한 모든 면에선 고도
리와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쌍용승천도법 하나에 한해서는 요운과 버금갈 정도로 익혔다고는 할 수
있었지만, 쌍용승천도법 하나로 해치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