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3화 (24/355)

제 5 장 장천의 첫사랑 (5)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문이 모두 사라진 것이 아닌지라 다시 전음을 사용하

여 물어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자네는 천이를 중독시키고, 자네를 주화입마까지 빠뜨리게

한 정화라는 아이를 싫어하는 것 같은데, 왜 그 아이에게 저 일을 시키는 건

가?]

[하하하하 사형도 설마 제가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여아의 실수를 꿍하니 마음

속에 담아 둘 것이라 생각하셨습니까? 또 그 실수에는 장천의 실수도 있었던

것인데 제가 왜 그것을 탓하겠습니까?]

[장천의 실수?]

[예. 세상 어떤 무림의 여인이 갑자기 달려드는 남자에게 반항을 하지 않고 몸

을 맡기겠습니까. 정화소저의 반응은 무림의 여인이라면 아주 당연한 반응, 잘

못은 무턱대고 달려든 장천에게도 어느 정도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또

그 아이가 울음을 터뜨려 제가 주화입마에 빠지게 될 뻔했지만, 그것은 자신의

실수로 참지 못한 여아의 순수함에서 나온 것입니다. 자신의 잘못에 눈물까지

터뜨릴 정도의 아이라면 장천의 색시감으로 그리 나쁘지 않지 않습니까.]

구궁으로선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요즘에는 강호에 각 문파

간의 정략결혼이 판을 치고, 또 사기결혼도 극성인지라 막상 요조숙녀인 줄 알

고 혼인을 하면 천하의 탕녀인 경우도 종종 있었기에 큰 논란이 되고 있었기에

이 기회에 일찍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여아를 점찍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 저 아이에게 이런 일을 시키는 것은.....?]

[다 천이를 위한 것이지요. 방금 전에 말씀 하셨던 것처럼 정화소저는 저를 좋

아하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십시오. 자신이 사모한 남자는 자신을 냉혹하게 대

하는데, 그 와중에 자신을 구하고 독사에게 물린 사람이 있다면 여자의 마음은

당연히 자신을 구한 사람에게 기울어 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음 그렇군..]

역시 강호오룡의 일인으로서 많은 뭍 여성들을 울리고 다닌 요운은 뭔가 달라

도 다르다고 생각하는 구궁이였다.

[그리고 또 이유가 있습니다.]

[또 이유가?]

[예. 지금의 입장으로선 일단 경운문의 입장을 어느 정도 세워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운의 말에 구궁은 또 이상한 것이 끼어 들었다고 생각하며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경운문의 입장을?]

[서로 원수간으로 지낼 것이 아니라면 산서성의 줄이 없는 저희 쌍도문으로선

중간 정도의 문파이기는 하지만 산서에서 어느정도 이름이 있는 경운문을 사귀

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상황에선 경운문의 문도가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인데, 만약 문도 중의 한 명으로 하여금 장천의 치료를 돕게

한다면 어느정 도 얼굴을 들 수 있는 입장이 되는 것이지요.]

[음..]

[이 일로 쌍도문은 경운문에게 죄를 물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일단은 경운

문의 문도들이 사제의 치료를 위해 힘을 보탰으니까요. 하지만 그 죄를 물을 수

없을 뿐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운문을 저희에게 빛을 지게 되는 상태가

되니 저희로선 필요할 때 경운문의 도움을 요천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그들로

선 저희들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 되는 것입니다.]

[오!]

구궁으로선 바람만 잡는 요운이 이렇게 까지 깊은 생각을 했을 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에 탄성을 낼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아마 하백대협도 이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백도?]

[예. 제가 느낀 그는 머리가 비상한 자였습니다. 정심단을 장천에게 먹일 여제

자를 요청할 때부터 저의 의도를 눈치채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여제자가 아닌 정화로 하여금 장천에게 정심단을 먹이게 한 것입니다.]

[음...]

괜히 자기만 바보가 된 듯한 느낌에 구궁으로선 조금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

지만, 명석한 두 사람 사이에 낀 것을 탓할 도리밖에 없는 그 였다.

이렇게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정화는 자신의 입에 정심단을 넣

어서는 잘근잘근 씹은 후 천천히 장천에게 먹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장천을 보며 정화는 천천히 그의 입술로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지만 생전 입맞음이라곤 해보지도 못한 그녀인지라 상당히 긴장

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꿀꺽.... 헉!!"

아...어찌하여 정화는 이렇게 일이 안 풀린단 말인가 외갖 남자의 입을 맞추고

약을 먹여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을 한 정화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는데, 안

타깝게도 그녀는 장천에게 먹이기 위해 청심담을 입에 넣어둔 상태였기에 침을

삼킴과 동시에 약 마저 사정없이 목구멍으로 집어넣어 버린 것이다.

이미 목구멍으로 넘어간 청심단을 손가락으로 꺼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찌할

바를 모르던 정화는 너무나 놀라 눈물이 터져 나올 지경이였다.

'흐흐흑...난 어떻해....이젠 모든 것이 끝난거야...흐흑...'

도저히 요운에게 긴장해서 침을 삼키다가 약 까지 삼켰다는 말을 할 수가 없는

그녀로선 눈물마저 맺히고 있었는데, 그때 그녀의 곁에서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든 정화는 그 곳에 장천의 독을 몰아내다가 요운과 교체

한 무진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진은 장천의 독을 몰아내다 많은 내력을 소진한 탓에 운기조식을 취하고 있

었고, 약간의 진기를 모은 후 천의 상태가 궁금해 대충 정리하고 운기조식을 마

쳤던 것이다.

눈을 뜨자 마자 보인 것은 약을 머금은 정화가 장천의 입술에 입을 맞추어 약

을 전해주려고 하던 장면이였는데, 정화란 어린 소저가 그 순간 긴장하여 침을

삼킨다는 것이 약까지 삼켜버리고는 울쌍이 되자 웃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

었던 것이다.

정화는 무진이란 쌍도문의 사람이 자신의 일을 보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자신의 입으로 무엇인가가

들어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심단이요. 방금 있었던 일은 모른 척 해줄테니 그것을 씹어 장천에게 먹여

주도록 하시요.]

그 순간 정화는 큰 안도감이 밀려 올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고비를 이제야 넘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용히 무진을 보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정화는 다시 한번 정심단을 씹은

후 이제는 실수를 하지 않고 장천의 입에 넣어 줄 수 있었으니 모든 일은 좋은

쪽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다.

그럭저럭 비는 완전히 그치고 장천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독사에게 언제 물린 적이 있느냐는 듯이 장천은 또다시 팔짝팔짝 뛰어다니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바로 정화가 자신에게 직접 정심단을 씹어서 입으로 먹였다

는 이야기를 들은 후였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첫키스와 비슷한 것을 받은 장천은 이제 연이 이어질 것이

라 생각하며 기쁨에 넘쳐흐를 수밖에 없었는데, 아! 어찌 이 얄궃은 운명이 있

을 수 있단 말인가.

장천을 다시 패배의 구렁텅이로 모는 일이 다음날 일어나고 말았으니.....

장천이 독사의 독에서 완전히 회복된 것을 기뻐하며 경운문의 문도들과 쌍도문

의 문도들은 객점에 들여 축하의 주를 마시며, 친목을 도모하는 것 까진 좋았

다.

"자! 천소협도 한잔 드시게나.."

"헤헤."

하백은 천이 열다섯살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술도 한 잔 받으며 앞으로 자

신의 장인의 문파가 될 경운문의 문도들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들에게 잘 보여야지 앞으로 정화와의 일도 잘 풀릴 것이란 어린 놈치곤 꽤

머리 굴린 생각을 하며 한 일이였다.

'크흐흐흐 일이 잘 풀려 나간당..'

하백의 권하는 잔을 받으며 장천은 살짝 곁눈질로 여제자들과 같이 앉아 있는

정화를 볼 수 있었는데, 정화의 눈은 자신 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것도 볼을 살짝 붉힌 사랑에 빠진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천으로선 자

신이 목숨을 다해 독사에게서 그녀를 구한 보답을 받았다고 생각하며 기쁨에

넘칠 수밖에 없었고, 그런 고로 하백이 권하는 잔을 꼬박꼬박 받아 마시다가 술

에 취해 자빠질 수 밖에 없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다음날, 두 문파의 문도들은 느글거리는 속을 움켜지고는

조반을 먹기 위해 객점의 식당으로 내려갔다.

장천도 무진과 같이 쓰라린 위를 부여잡으며, 아직 어린 청소년에게 알콜이 얼

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손수 느끼며 식당으로 내려 올 수 있었다.

무진과 함께 자리에 앉은 장천은 시원한 콩나물이라도 먹었으면 하고 있었는데,

그 때 주방에서 한 소녀가 대접을 쟁반에 올려서는 조심스럽게 들고 오는 모습

을 볼 수 있었다.

'저것은....꿀 물!!'

이전에 정화가 요운에게 꿀물을 가져다 준 것을 알고 있는 천으로선 드디어 자

신에게도 보기만 해도 꿀물 같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며 크게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청난 기쁨에 눈에선 눈물가지 흘러나올 지경이였는데, 천천히 정화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기에 장천으로선 기쁨에 넘쳐 있었다.

한발자국, 한발자국씩 다가오는 그녀를 보며 이제 장천은 황홀함에 잠길 수 밖

에 없었는데....

"대협님...숙취에는 꿀물이...좋다길레...주방에 부탁해서...꿀 물을...."

"...."

"아! 이거 감사합니다."

아! 이건 신의 농락일 수밖에 없었다. 장천은 두 손을 내밀어 그녀가 가져온 꿀

물을 받으려고 했는데, 애석하게도 그녀의 달콤한 꿀물은 자신이 아닌 옆자리에

앉아 있는 자신의 사질인 무진이 그 주인이였던 것이다.

이 상황을 좀 처럼 이해할 수가 없는 장천은 멍하니 두 사람을 모습을 보고 있

을 수밖에 없었는데, 무진은 그녀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 준 후 가져온 꿀물을

마시고는 만족의 미소를 보냈다.

"크흐흐흑...."

장천은 이제 완전한 패배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목숨을 다해 독사에게서

구했건만...사랑의 결실인 숙취 후의 꿀물은 예상 밖의 인물이 차지할지 누가 알

았겠는가...

식탁에 머리를 박으며 서러운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장천의 모습은 멀리 있는 경

운문의 문도들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한 탁자에 있는 쌍도문의 일행들에겐 적

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으니 요운과 구궁으로선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요운 사제 도대체 이건..?]

[글쎄요. 어떻게 이런 일이....]

요운으로선 자신에게 쏟아지던 장천의 원망이 사라졌다는 것에는 안심할 수 있

었지만, 정화 소저의 상대가 장천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돌아섰으니 이것은 또

다른 폭풍이 밀려오려는 전조 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반해 연예에 대해선 별 관심을 기울여 보지 않은 곽무진은 정화가 준 꿀

물이 어제의 그 위기를 구해준 보답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그에게 이제 조용하고 냉혹한 장천의 마수가 다가오고 있었

으니 요운은 사형이라 대충 넘어 갈 수 있었다지만, 과연 사질의 신분인 그는

어떻게 그 것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

'어제의 그 시선이 내가 아닌 무진형아였단 말인가...도대체 내가 누워 있을 때

가증스러운 무진형아가 어떤 수를 쓴거지...젠장...요운형은 이제 정화소저가 나

한테 넘어 올거라고 안심하라고 했는데...흑흑...무진형아..아니 이제부턴 형아도

아니다. 무진 사질...죽음을 각오해라..으드득...'

두 번의 좌절, 그것은 이제 어린 장천을 한단계 더 성숙하게 한 반면, 또 다른

성장으로 한 단계 더 잔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 객점에서 가져온 조반을 보며 꿀물로 속을 개운하게 씻어버린 무진은 젓

가락을 들고 음식을 집으려고 했는데, 자신을 보는 요운과 구궁의 시선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응?'

이상하게 생각한 무진은 두 사람을 멍하니 처다 볼 수밖에 없었는데, 구궁은 불

쌍하기라도 한 듯 혀를 차며 안타까워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헉..'

그제서야 자신의 옆자리에서 강한 살기 같은 것이 느껴진 무딘성격의 무진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는데, 그곳에는 살기 가

득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장천이 있었다.

"어린 소저나 노리는 변태 유부남....."

"헉!!"

장천은 무진의 심장을 찢어버리는 듯한 엄청난 발언을 날리고는 고개를 돌려

그릇을 씹어먹을 정도의 이빨로 음식을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고, 그 순간 무진

은 들고 있던 젓가락을 놓치며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망했다...'

그제서야 일의 전말을 눈치 챈 무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경운문의 문도들을

처다 봤으니, 멀리서 정화소저가 자신을 보며 얼굴을 붉히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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