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1화 (22/355)
  • 제 5 장 장천의 첫사랑 (3)

    무진은 돌아가고 장천은 우물가에서 벗어나 한적한 공터에서 쌍도를 휘두르며

    달밤에 체조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 박수를 치면서 그에게 다가왔다.

    "누구십니까?"

    강호에선 남이 무공을 연공하고 있을 때 그것을 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

    위는 물론 이요 서로간의 칼부림이 난다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장천은 누군가 자신이 쌍도술을 펼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싸늘한

    목소리로 박수를 치는 자를 향해 말했다.

    "하하하! 날세. 사제."

    장천의 싸늘한 목소리를 들으며 어둠에서 달의 희미한 빛으로 얼굴을 드러낸

    사람은 장천의 제자인 요운이였다.

    "요운 사형이셨군요."

    자신의 쌍도술을 보고 있던 사람이 요운이라는 것을 안 장천은 아무 일도 없다

    는 듯이 고개를 돌려서는 다시 쌍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장천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풍아도법(風牙刀法)이라는 것으로 쾌도술의 부류에

    속하는 도법이다.

    도법자체에 내공을 가미한다면 강한 바람과 함께 상대를 찢어버릴 듯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풍아도법이란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이다.

    현재 장천은 도법에 내공을 가미한 것은 아니지만 그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검을 휘두르고 있는지라 요운으로선 크게 감

    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천이 키가 자라지 않아 아직 어려 보인다 뿐이지 실력은 그 나이의 또래 중

    에선 따를 자가 없을 정도로 보였기 때문이다.

    '굉장하군. 쌍도문의 소주로서 전혀 손색이 없어. 그런데 왜 저렇게 싸늘한 거

    지? 평상시의 장천 같지가 않군.'

    평상시의 장천이라면 자신의 앞에서 도법을 펼칠때면 언제나 장난기 어린 미소

    를 보여 주면서 연성을 했는데, 오늘밤은 이상하게 싸늘한 기운이 풍기고 있었

    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을 아는체도 하고 싶지 않은 듯한 모습에 요운은 조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진에게서 장천이 여자 문제에 빠졌다는 말을 듣고 그 나이 때 남

    아라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는 조언을 해주려고 했는데 이건 조언을 해줄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상하군 정화가 아니라 그의 사저 중에 한 사람인가?'

    요운으로선 분명 장천이 정화를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신에게

    저렇게 냉막한 표정을 취하자 정화가 아닌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한 것이다.

    한마디로 정화의 사저들이라면 모를까. 정화 같은 어린 소녀가 자신을 사모할

    것이라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화가 아니면 누구지? 금련 소저? 아니야 서른이 다되가는 노처녀를 장천이

    좋아할 리가 없잖아. 그런 애란소저? 음...조금 얼굴이 아니군. 그렇다면 미린소

    저 밖에 없는데, 나이는 스물이니 어느정도 선에 들어가고, 얼굴도 그 정도면

    반반하긴 한데...미린 소저는 보아하니 하백을 좋아하는 것 같던데....젠장 도대체

    누구를 좋아하는 거야?'

    장천은 장천대로 도법을 연성하며 마음을 안정시키느라 정신이 없고, 요운은 도

    대체 장천이 좋아하고 있는 여인이 누구길레 자신에게 저렇게 화를 내고 있는

    지를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에 밤은 조금씩, 조금씩 흘러가고 있었다.

    다음날 일행들은 객점의 식당으로 내려와 경운문의 문도들과 함께 조반을 들게

    되었다.

    밤새도록 쌍도술을 연공하던 장천은 온몸에서 작렬하는 근육통으로 인해 한 걸

    음, 한 걸음 마다 고통스러움 역력한 표정으로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었고, 요운

    은 반쯤 감겨진 눈매를 들고는 피곤한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지라 구

    궁으로선 도대체 어제 밤에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사제. 몸이 조금 안 좋은 것 같군."

    "예. 어제 조금 무리하게 도법을 연공한지라 근육통이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예상외로 의젖하게 대답을 하는 천을 보며 구궁은 잠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

    지만, 쌍도문의 소주가 의젖해 지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닌지라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자리에 앉은 구궁은 피곤한 듯 하품을 하며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요운을

    보며 한마디 안할 수 없었기에 물어보았는데, 요운 역시 무엇인가 생각할 것이

    있어서 잠을 설쳤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지라 그냥 넘어 갈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았지만, 구태여 캐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

    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피곤해하는 요운에게 한 소녀가 다가와서는 작은 대

    접을 건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 정화소저 무슨 일입니까?"

    요운은 자신의 앞에 볼을 빨갛게 붉히며 대접을 내밀고 있는 정화를 보며 물어

    보았는데, 전화는 아무 말도 없이 대접을 그의 탁자 앞에 내려 놓고는 말했다.

    "요..요운 대협님..께서 피곤하신 것 같아..서...주방에..부탁해 꿀물을...가져왔습니

    다..."

    그렇게 말한 정화는 부끄러운 듯이 뒤로 돌아서는 재빨리 달아나서는 자신의

    사저 뒤에 몸을 숨켰고, 요운은 감사하다는 뜻으로 정화를 보며 가볍게 포권지

    례를 한 후 꿀물을 들이 킬 수 있었다.

    "카! 좋구나."

    역시 꿀물이란 것이 양에 속한 음식인지라 요운으로선 금새 피곤이 풀리는 듯

    한 느낌을 받으며 탄성을 내질렀는데, 그 순간 어디에선가 자신을 향해 싸늘한

    기운을 품는 이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헉!!"

    살기의 주체는 바로 무진의 옆에 있는 장천이였으니, 마치 씹어먹어 버릴 듯한

    눈 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천을 보며 요운은 잠시 흠찟하지 않을 수 없

    었다.

    '잠깐....헉!! 그렇다면!!'

    그제서야 어느정도 눈치를 챈 요운은 자신도 모르게 경운문의 사저의 옆자리에

    있는 정화를 처다 보았고, 그 순간 정화의 눈과 마주칠 수 있었다.

    정화는 요운과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는 듯하더니 금새 고개를 숙여버렸고,

    그 순간 요운은 다시 한번 등뒤에서 싸늘한 기운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젠장! 어쩐지 어제 그렇게 차갑게 대하더라니!'

    요운으로선 설마 열 두세살 정도밖에 되지 않는 여자아이가 자신보다 두 배가

    넘게 나이가 많은 자신을 사모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여자의 질투도 무섭기는 하지만 남자의 질투는 칼부림이 일어날 수도 있는 일

    이였고, 심하면 대대손손 원수로도 발전할 수 있는 일인지라. 요운으로선 눈물

    을 흘리고 싶은 심정이였다.

    '흑흑..장천아 난 정화에게 아무 말도 없단 말이다...제발 날 미워하지 말아줘...'

    쌍도문 인기 만점의 아역스타 장천에게 미움을 받는 다는 것은 요운에게는 좀

    처럼 견디기 힘든 시련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운문의 문도들과 함께 하는 장천 일행의 아침은 참으로 무섭기 그지 없었다.

    장천의 살기어린 눈초리에 요운은 밥 한술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였고, 장천은

    멍한 눈으로 요운을 봐라보고 있는 정화 때문에 요운에게 살기를 내 뿜느라 역

    시 밥 한 술을 못 뜨고 있었으며 그 사이에 낀 무진은 두 고개에 끼인 새우가

    되어 역시 밥 한술을 못 떴으니 유일하게 제대로 아침을 먹은 이는 단 한 사람

    구궁 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 아침을 역시 배불리 먹어야 하루 일과가 즐겁다니까. 꺼억."

    구궁은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고 트림까지 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일행들은 모두 굶주림의 헬쓱한 모습이 되어 견즉사의 호청명을 찾는

    여행을 계속하게 되었다.

    경운문의 문도들은 어느정도 강호견문을 끝낸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의 문파로

    돌아가기 위해 장천의 일행과 같이 움직이기로 결정하게 되었으니 이렇게 해서

    장천의 일행은 경운문의 무도와 합쳐 총 20여명이 넘는 대 인원이 되어 버렸다.

    구궁이야 장천을 보호해서 견즉사의에게 가는 것이 주임무인 만큼 일행이 많아

    지면 그 만큼 위험이 줄어 들 수 있기 때문에 경운문의 문도들과 같이 하는 것

    을 반기고 있었지만, 요운으로선 정화의 뜨거운 시선과 장천의 차가운 시선의

    사이에 갇혀 열정과 냉혹함을 맛보아야 했고, 곽무진은 다음에는 절대로 두 사

    람 사이에는 앉지 않겠다고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일행들이 길을 간지 삼일 정도에 갑자기 큰 폭우가 쏟아 진 것이다.

    때 마침 일행들이 있는 곳은 비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은지라 어쩔 수 없이 근

    처에 있는 나무에서 비를 피할 수밖에 없었는데, 좀 처럼 비를 그칠 생각을 하

    지 않고 있었다.

    비를 막을 수 있는 물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큰 비를 뿌리고 있는 폭우였는

    지라 금방 온 몸이 흠뻑 젖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일행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정화는 흠뻑 젖은 옷으로 인해 추위를 견

    디지 못하고는 말을 타고 가던 중에 쓰러져버리고 만 것이다.

    다행히 근처에 비를 피할 수 있는 큰 나무가 있었던지라 하백은 여제자들에게

    지시하여 정화를 그 곳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모든 사람이 피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곳은 아니였기에 그곳에는 여제자들과 나이가 어린 장천과 몇몇 소년제자

    만이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장천은 자신이 좋아하고 있는 정화가 크게 앓고 있자 마음이 아플 수 밖에 없

    었다. 요운이 간직하고 있던 정심단이란 약으로 어느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었

    지만, 아직도 그 상태는 좋지가 않았다.

    한참을 멍하니 신음하고 있는 정화를 보고 있던 장천과는 달리 다른 여제자들

    은 그녀의 옆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휴.."

    장천은 정화의 아픔에 한 숨을 쉴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 무엇인가가 정화의

    곁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뭐지?"

    안력을 돋군 장천은 정화의 곁에서 움직이고 있는 물체를 뚫어지게 처다보았는

    데, 그것이 모습을 드러내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살무사!!"

    정화의 곁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은 바로 살모사였다. 그것도 한 번 물리면 사람

    에게 치명적인 독상을 입히는 종류였기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꺄아악!!'

    그때 수다를 떨고 있다 정화를 본 여제자 한명이 정화의 몸 근처에 있는 살모

    사를 보고는 크게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마치 연쇄반응이라도 일으키는 듯

    그 비명에 앓고 있던 정화는 눈을 뜨고 말았다.

    "아...여기가..."

    정화는 간신히 눈을 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고, 그 순간 살무사는 정화가 움

    직이면서 자신의 몸을 짖눌러자 그녀를 적으로 판단하고는 자신의 이빨을 드러

    내었다.

    "정화소저!!"

    "꺄악!!"

    [짝!!]

    "큭!!"

    이 일련의 사건을 설명해 보자면, 장천은 정화의 곁으로 천천히 다가가며 살무

    사를 떨치려고 했는데, 여제자의 비명으로 정화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정화가 일어나면서 살무사의 몸을 누르게 되자 살무사는 이빨을 들어내며 그녀

    의 팔을 물려고 했기에 장천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정화의 이름을 외치며

    살무사에게 덤벼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장면이 앓고 있다가 일어난 정화에게는 꼬맹이 주제에 남자라고 자

    신에게 덮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비명을 지르며 장천의 이쁜 뺨

    을 그대로 휘갈려 버린 것이다.

    여기서 난 소리가 바로 짝 소리인 것이다.

    하지만 그 까짓 어린 소녀가 때린 뺨 한방에 신음을 지를 정도의 장천은 아니

    였는데, 그것 또한 오묘한 상황에서 일어났다고 할 수 있었다.

    정화를 구하기 위해 살무사에게 덤벼든 장천은 때 마침 놀란 정화가 휘두르는

    손바닥에 뺨을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 순간 고개가 약간 돌아가면

    서 살무사에서 눈을 놓치고 만 것이다.

    그런 이유로 살모사의 머리를 노리고 뻗던 장천의 손은 한 치 정도를 벗어 나

    게 되었고, 그 방향이 살무사가 이빨을 들이대며 세도하던 방향인지라 정화가

    아닌 장천이 살무사에게 물리고 만 것이다.

    "큭!! 찻!"

    장천은 오른손에서 느껴진 강렬한 통증을 느끼고는 급하게 팔을 들어 물고 있

    는 살무사와 함께 들어 올려서는 녀석의 머리를 짓누르며 이빨을 떼어내 오른

    손으로 도를 뽑아내 몸을 두동강 내어버렸다.

    "큭!!"

    하지만 살무사의 독에 물린 상태에서 무리하게 도를 휘둘렀기에 독은 빠른 속

    도로 장천의 피를 따라 돌기 시작했는데, 어느 정도 이러한 응급처치를 알고 있

    는 그는 옷을 찢어서는 팔뚝 부분을 단단하게 묶어 독이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하고는 입으로 살무사가 문 독을 빨아 뱉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 이가 있었으니, 애석하게도

    여성의 자기 보호 본능에 의해 휘둘러진 정화의 손은 장천에게 타격을 주었기

    에 입에 상처가 생긴 상태였고, 이런 이유로 팔의 독으로 빨던 장천은 그 상처

    로 독이 파고 듬으로써 얼마 지나지 않아 장천은 얼굴이 시퍼렇게 변하면서 코

    와 입에서 검은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꺄아악!!"

    그 모습에 놀란 정화는 다시 한 번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그 전

    에 있었던 비명으로 구궁들이 이미 그 곳으로 뛰어 온 상태였다.

    "무슨 일이냐!!"

    "자..장천 소협이...살무사의 독에..!!"

    "살무사!"

    그제서야 근처에서 두동강이 난 살무사를 본 구궁은 급히 자신의 품에서 작은

    호리병을 꺼낸 후 쌍도문의 비전의 해독약인 먹였다.

    처음 강호 첫출 때부터 마교의 문도들이 독을 탄 술을 마시고 중독된 적이 있

    었던 장천으로선 이리저리 독으로 인한 수난이 사라지지 않는 판이였다.

    급히 장천의 팔에 입을 가져간 구궁은 팔에 있는 독혈을 모두 뽑아 낼 수 있었

    는데, 천의 입과 코에선 피가 멈추지 않는지라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팔에 묶어 둔 천으로 보아 분명 장천이 물리자마자 응급처치를 한 것임을 알

    수 있었는데, 이상하게 독이 너무 빨리 퍼진 것이다.

    "설마?"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구궁은 급히 장천의 입을 열어서는 살펴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장천의 오른쪽 입안에 생긴지 얼마 안 되는 상처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젠장!! 입안에 상처가 있었군!! 요운!!"

    "예. 사형!"

    "장사제의 몸에서 직접 독혈을 밀어내야겠다. 일행 중에 내공이 가장 높은 네가

    장천의 몸에서 독을 밀어내도록 해라!"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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