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6화 (17/355)

제 4 장 장천의 무림 출도 (8)

[챙!!]

하지만 누군가 도를 뽑았으니 거파는 살기어린 눈으로 도를 뽑은 녀석을 살펴

봤지만, 이상하게도 보이지가 않았다.

"도대체 언놈이 도를 뽑은 거야!!"

"나다!!"

거파는 자신의 발 밑에서 꼬마의 외침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알고는 고개를 숙

였는제, 아니나 다를까 도를 뽑아든 애송이는 바로 자신이 잠깐 겁을 준 것에

울던 장천이였다.

장천은 두 손으로 아버지 장춘삼이 준 쌍도를 들고는 코를 훌쩍거리며 무섭게

거파를 처다보고 있었는데, 뭐 이런 모습을 요운이나 곽무진이 펼쳤다면 조금

봐줄만 할까?

현재 나이 15살, 추정나이 14살, 겉보기 나이 10살 미만의 꼬마 장천이 눈을 부

라리고 있으니 거파로선 황당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을 뿐이였다.

하지만 일단 해 놓은 말이 있는지라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두 손을 들어 천을

보며 으드득 이빨을 갈고는 말했다.

"이 꼬마 녀석! 피떡을 만들어주마!!"

소리친 거파는 두 손에 내력을 집어넣고는 호떡을 만들어버릴 기세로 두 손을

장천의 머리위로 치켜 올렸는데, 초고수급의 거파가 흘리는 살기는 장천을 주늑

들게 하기에 충분했기에 그의 두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 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물러서면 쌍도문의 먹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장천은 칼을

들고 있는 오른 손으로 글썽거리는 눈물을 닦고는 거파를 보며 소리쳤다.

"쌍도문의 소주 장천이 너 같은 까망돼지에게 당할 것 같으냐 에잇!!"

눈물을 닦은 장천은 거파를 향해 고함을 지른 후 쌍도에 내공을 실어서는 그녀

의 무릎을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거파 같은 초고수가 장천의 쌍도를 맞을리는 없으니 거파는 격공섭물의

내력을 사용하여 휘두르려고 하던 장천의 쌍도를 뺏어 오른손으로 뺏었고, 갑자

기 두 개의 도가 사라지자 장천은 중심을 잃고는 땅바닥에 자빠져 버리고 말았

다.

"아구!!"

장천은 비명을 지르며 자빠진 후 간신히 몸을 일으켰는데, 워낙 세 개 넘어진지

라 손이 시뻘겋게 까져버리고 말았다.

"흑...흑.."

땅바닥에 긁혀 손이 까지자 장천은 울먹거리기 시작했고, 요운과 곽무진은 열다

섯의 나이에도 아직 애 같은 자신들의 소주를 보며 한 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

다.

무슨 일인지 장천은 7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에도 키가 크지 않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언제나 이대제자나 일대제자들에게는 귀여운 꼬마로 남아 있었던 덕에

어리광은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있었고, 지금의 성격은 처음 만났을 때

의 모습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때 소년이였던 곽무진이 지금은 어엿한 청년에 마누라까지 있는 가장이고 보

면 장천은 이상하게 성장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어린아이의 성격이 한 사람에게는 큰 감동을 주고 말았으니 갑

자기 검은 피부의 거파가 장천의 허리를 잡고 들어올리더니 울먹거리는 장천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에다 비비며 웃음을 떠뜨렸다.

"아이고! 이 귀여운 꼬마 녀석!!"

"으앙!!"

갑자기 거파가 자신을 들어올려서는 얼굴을 비비자 장천으로선 크게 놀라며 발

버둥쳤지만 손바닥만해도 장천의 키의 반 만한 거파의 손길에선 벗어나지 못하

고 있었다.

기련삼마들은 거파가 장천을 자신의 얼굴에 비비며 웃음을 터뜨리자 안도의 한

숨을 내 쉴 수 있었다.

"휴..."

"다행이군...도를 뽑았는데도 목숨을 부지하다니 말이야."

"그러게..."

기련삼마는 도를 뽑아든 꼬마가 쌍도문의 소주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철

렁하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비밀에만 쌓여 있는 쌍도문의 소주는 지금 열다

섯의 나이라고 알고 있었는제,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꼬마는 많이 봐줘야 열 살

을 갓 넘었을 것 같은 얼굴이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감숙성의 대부호의 자재가 쌍도문에 무공을 익히라고 맡겨 둔 아

이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꼬마가 장춘삼의 아들이자 쌍도문의 소주라

고 소리쳤기 때문이다.

또 문제는 쌍도문의 소주라면 절대 상처를 입혀서는 안되는 것이 기련삼마의

입장이라면 입장이였는데, 자신도 감당하지 못할 거파 앞에서 쌍도를 뽑아 들었

으니 어찌 간담이 서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행히 꼬마의 귀여운 모습에 거파가 큰 만족감을 보인 듯 하자 죽을 염려는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된 기련삼마는 겨우 안도의 한 숨을 내 쉴 수 있게 된

것이다.

요운도 그 모습을 보아 장천에겐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는 짐작하며 안도의 한

숨을 내쉴 수 있었는데, 갑자기 한 쪽에서 곰곰히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던 구

차가 이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이 손가락을 거파에게 내밀며 소리쳤다.

"흑철돈녀(黑鐵豚女) 무삼랑(武三琅)!!"

"뭐?"

"헉!!"

개방의 구차는 그 거파의 이름이 흑철돈녀 무삼랑이라는 것을 생가하고는 자신

도 모르게 소리쳤는데, 흑철돈녀란 이름을 듣자 거파는 살기 가득한 눈으로 구

차를 노려보았고, 그 순간 자신이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은 구차

는 허파에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흑철돈녀 무삼랑, 배분으로 보면 구차보다 세배분 높은 축에 속하는 인물로 50

년 전만 해도 사파의 십대거두로 군림하고 있던 여걸이였다.

육촉오촌이 넘는 거구에다 살이 뒤룩뒤룩진 몸은 여자들은 절대로 익히기를 거

부한다는 외피공은 흑철공(黑鐵功)을 익혀 왠만한 칼로는 흠집조차 내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큼지막한 두 손은 극성에 달하는 철사장(鐵砂掌)을 연마

하고 있는지라 엄청난 괴력이 섞인 철사장을 맞는 이는 정말 그녀의 말대로 피

떡이 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였다.

유명한 일화로는 무당의 후지기수 30명이 한 객점에서 족히 5인분을 먹고있는

그녀를 보며 흑돼지라는 소리를 한마디했다가 단 한사람을 제외하곤 피떡이 되

어버렸다는 일화가 있었는데, 그 후로도 무당은 자신들의 제자의 복수를 위해

수십명을 더 보냈음에도 그녀에게 상채기 하나 못 입혔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세인들은 그녀를 흑철돈녀 무삼랑이라 부르고 있었지만, 당사자 앞

에선 절대 그 명호를 부르지 못하며 흑련(黑蓮) 무삼랑 이라 부르는데, 구차가

겁도 없이, 그것도 그녀의 면전에서 절대 금기 언어인 흑철돈녀의 명호를 외치

고 말았던 것이다.

오십년전에도 사파십대거두의 일인으로 불렸던 무삼랑이였기에 지금은 그 내공

과 무공의 경륜이 훨씬 더 높아 졌을 것임은 분명한 일, 기련삼마까지 반항 못

하는 여인의 앞에서 금기언어를 내 뱉은 구차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버렸는데,

무삼랑이 구차를 일장에 날려버릴 기세로 걸어가고 있을 때 그녀의 품에 안겨

있던 장천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그녀를 보며 물었다.

"할머니.."

"엥? 무슨 일이냐?"

귀여운 장천이 자신을 보며 묻자 그녀는 구차에게 다가서는 것을 멈추고는 품

에 안긴 장천을 돌아보며 말했다.

"흑철돈녀란 명호가 싫어?"

"....."

장천의 물음에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흑철돈녀, 솔직히 자신의 몸

이 거구에다 뒤룩뒤룩 살이 찐 모습이 흑돼지 같기는 했지만, 솔직히 여자로서

흑철돈녀란 명호를 듣는 것이 좋을 리 없었기에 그 명호만 들으면 과민반응을

일으키던 그녀였다.

"천이도 사람들이 만년동(萬年童)이라 부르면 많이 화나서 막 소리지르고 그랬

는데, 우리 아빠가 지금 천이가 듣고 있는 별명은 천이의 모습을 부르는 말이라

면서 내가 그런 걸로 자꾸 화를 내는 것은 지금 천이의 모습을 부정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어. 좋고 싫건 간에 남들이 보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해야만이

진정한 대장부가 될 수 있다고 말해서, 천이는 이제 만년동이란 별명을 들어도

별로 화 안낸단 말이야."

"...."

"할머니도 흑철돈녀라는 별명이 싫기는 할테지만, 그건 할머니의 모습을 나타낸

말에 지나지 않앉아, 할머니가 아무리 몸집이 크고 뚱뚱해도, 그것은 겉모습일

뿐이라고 지금 그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부른다고 자꾸 화를 내면 할머니는 겉

과 속 모두 흉하게 변하지만, 그 모습을 인정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면 오히려

사람들은 할머니를 흑보살이라고 부를꺼야."

"...."

무삼랑은 천의 말을 듣는 순간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수십년

전에 무림의 미련을 버리고 은거를 한 것은 자신의 흑철돈녀란 명호가 너무 싫

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렇게 살이 까맣고, 몸집이 커진 것은 가문에서 내려오

는 흑철공에 의한 것이지 그녀의 잘못이 아닌데도 사람들이 자신을 그렇게 부

르며 경멸하는 것이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은거해 있으면서, 그녀는 조금씩 강호에 있었을 때의 급한 성

격이 연륜이 쌓임에 따라 가라 가라앉게 되었고, 자신의 외모에 대해 초연해지

기 시작했기에 나오게 된 것인데, 짧은 시간 강호로 나오면서 다시 옛날의 성질

과 함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되살아 난 것이다.

구차가 소리친 자신의 명호에 그녀는 한순간 노기가 치솟아 올랐지만, 자신보다

십배는 얼니 장천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은거를 하면서 생각했던 마음의 수

양이 한 순간에 터져나오며 그녀의 얼굴은 일그러진 표정에서 조금씩 온화한

보살의 모습으로 바뀌어져 가기 시작했다.

"그렇구나. 이 할미가 큰 실수를 할 뻔 했구나.."

장천은 화를 내며 구차를 뭉게버릴 듯 하던 무삼랑의 표정이 온화하게 변해가

자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의 볼에 뽀뽀를 했고, 그 순간 무삼랑은 자애스러운 표

정의 미소를 지으며 장천을 가슴 깊숙이 안아 주었다.

"이구! 귀여운 것!"

자신에 대한 무삼랑의 살기가 사라지자 구차는 진이 빠진 듯,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공포의 괴녀 무삼랑 앞에서 흑철돈녀란 명호를 내뱉은 녀석

치고 온전한 몸으로 빠져 나온 사람이 없었으니 그의 이런 모습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무삼랑과 함께 기련 삼마의 집에 들어간 장천 일행은 그녀가 마련해준 엄청난

음식더미에 묻혀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혼자 두고온 구궁 때문인지 그

들의 안색은 그리 밝지 않았고, 그 모습을 보며 무삼랑은 원인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뭐야!! 무삼랑의 귀여운 꼬마를 죽이려고 했던 녀석이 있다고!!"

"..예. 다행히 술 속에 있던 독은 해독이 된 듯 하지만, 지금 구궁 사형이 녀석

들의 천라지망에 갇혀 있는지라..."

요운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사형인 구궁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무삼랑에게는 구궁에 대한 안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의 귀여운 강아지 장천이 마교 암혈당의 꼬마

들에게 독에 중독됬었다는 사실 뿐이였으니 온 몸을 부르르 떨며 노기를 나타

내던 무삼랑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소리쳤다.

"내 귀여운 천이를 괴롭힌 녀석들이 어딨는게냐!! 당장 그놈들을!!"

요운은 무삼랑이 분기를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드디어 구궁사형

을 구출 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생각에 크게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기련삼마로서는 응조수 이진천이야 어떻게든 막을 수 있었겠지만, 나머지

암혈당의 무사들이 협공을 한다면, 성공 여부는 점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흑철돈녀 무사랑이라면 50년 전에도 어느 누구도 대적하기 꺼려하던 사

파 십대 거두의 일인, 그녀가 직접 나선다면 제 아무리 마교 서열 34위의 응조

수 이진천이라 하더라도 호랑이 앞의 쥐새끼와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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