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장천의 무림 출도 (1)
요운이 듣자마자 자지러지는 폼을 취한 쌍도문 전체 회의는 무엇인가?
그것은 다음과 같다. 쌍도문 전체회의는 수뇌부 긴급 회의보다 한끗발 낮은 등
급의 회의이지만, 그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내에 결정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열리는 회의로 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선
정제자급 이상의 신분이 있어야 한다.
수뇌부 긴급 회의가 문내의 일, 그곳도 대내적인 일을 처리하는 처리하는 것이
라면, 전체회의는 문외의 일이나, 문내의 일이지만 대외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
이 있을 때 열리는 것으로 이다.
이런 일이니 만큰 이대제자라면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자리인데, 어제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조용히 연무장으로 숨어 들어온 요운이였는지라 전체회의가 열
리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장천의 경우에는 눈앞에 쓰여 있어도 알지 못했던 일이였다.
아무튼 영문을 몰라하는 장천의 손을 잡고 경신술을 극성으로 발휘하며 몸을
날리듯 뛰는 요운이 전체회의가 열리는 대집회장에 도착한 것은 한식경 정도가
지난 후였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켜며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미 이대정제자들은 물
론 삼대정제자들이 모두 모여 앉아 문주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기에, 요운은 한
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삼대정제자라면 조용히 뒤로 숨어서 앉겠지만, 그와 장천은 이대 정제자의 신분
이기에 삼대 정제자의 앞에 있는 훤히 드러나 보이는 자리로 가야 하기 때문이
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였기에, 장천의 손을 잡고 요운은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다.
요운과 장천의 모습이 문에서 드러나자 이야기를 하고 있던 등평의 얼굴이 조
금 일그러졌기에 요운으로선 얼굴을 들 수조차 없었기에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가 앉았고, 장천의 그의 옆에 앉아 처음 전체회의란 곳에 참석하
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이번 전체 회의에서는 강호로 나갈 제자들을 결정하도록 하겠다."
"강호?"
장천은 제대로 이야기는 듣지는 못했지만, 문주인 등평의 입에서 강호로 나갈
제자를 뽑는 다는 말에 호기심에 동할 수밖에 없었다.
쌍도문으로 장춘삼의 양자로 들어오게 된 이후 장천은 근처에 있는 마을외에는
외지로 나가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외지의 마을도 한 시진 이상을 있어본 적이 없는 천에게 이번 강호로 나
가고 싶은 마음은 꿀뚝같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왼만해선 자신을 밖으로 보내려 하지 않는 아버지와 문주 때문에 그가
밖으로 나가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장천은 과연 누가 강호로 나가게 될까 궁금해하면서 주위를 돌아보았는데, 놀랍
게도 이대제자는 물론이요 삼대제자까지 단 한 명도 자신이 가겠다고 일어서는
이가 없었기 때문에 장천으로선 기회가 왔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백부! 제가 가겠어요!"
"천아!!"
장천은 더 이상 기다릴 것도 없다는 듯이 자리에 일어나서는 백부인 등평을 향
해 소리쳤고, 그 말에 일대제자의 자리에 앉아 있던 장춘삼은 놀라 자리에 일어
나서는 장천을 부를 수 밖에 없었다.
"안된다."
"왜요? 어차피 아무도 나서지 않는데다가 보통 열다섯정도의 나이가 되면 삼대
제자들 역시 강호로 나가는 일이 한번씩은 주어지잖아요."
"이....!!"
장천은 말에 등평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옆에 앉아 있던 요운을 죽일 듯
이 처다보았는데, 그 시선을 받으며 요운은 아뿔사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군...내가 왜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지...젠장..'
요운은 장천을 데리고 온 것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문외에서 밤을 보내고 들어온 자신은 모를 수 있다고 처도, 문내에만 있던 장천
을 사람들이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이 회의에서 장천이 자신이 강호로 나가겠다고 할 것이라는 것을 어느 정
도 알고 있는 사백이나 사숙이 의도적으로 장천을 회의에 출석하지 않게 한 것
일 때문이다.
가뜩이나 등소소와의 사이가 나쁜 탓에 장인에게 눈칫밥을 먹고 있는 요운으로
선 후회막심이였다.
그때 이대제자의 맏석에 있던 광무자 유운이 일어나서는 문주에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이대제자 유운 문주님께 한말씀 아뢰겠습니다."
"말하라."
"이대제자 장천이 소주로 임명된 것은 7년 그 당시에는 아직 나이가 어려 문외
로 나가는 것을 막았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등평은 장천이 나가는 것을 막으리라 생각했던 유운이 그런 말을 하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의 말을 계속 이어졌다.
"이대제자 장천은 소주로서 다음 쌍도문을 이어받을 인재, 지금까지 구파일방을
비롯한 강호 여러 문파에 이대제자 장천의 소주임명의 서한을 보냈다고는 하지
만 아직 여러문파에 소주를 정식으로 소개한 것은 아니니, 이번 기회에 강호견
문과 함께 정식으로 구파일방에게 쌍도문의 소주를 알리심이 좋을 것 같다 말
씀드립니다."
유운의 말에 구양생과 양우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의 표시를 했다. 지금까지
언제 있을지 모르는 혈비도 무랑의 출현을 걱정하며 장천을 문외로 나가게 하
는 것을 극히 꺼려하고 있었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을 뿐 아
니라, 감숙성의 대문파로 입지를 굳힌 쌍도문의 소주의 존재를 서한으로만 알린
다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구파일방의 하나이자 감숙성 일대를 쌍도문과 양분하고 있다고 할 수 있
는 공동파에서 소주의 임명의 서한을 보낸 온 후 얼마 안 있어, 사람을 보내기
는 했지만 공동파 이외에는 구파일방의 인물 중 장천을 얼굴을 확인한 이는 없
었기 때문이다.
다음대 쌍도문의 후계자로서 구파일방의 후계자가 될 다른 후지기수들과 어느
정도 안면을 익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였기 때문에 두 사람은 유운의 말
에 수긍의 표시를 했지만, 장천의 아버지인 장춘삼이나 문주 등평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였다.
물론 그들 역시 그 일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그것은 장천이 천무성골의 힘으
로 어느정도 무공을 익힌 후로 미루어 두고 있었을 뿐이다.
"허나. 아직 무공이 성숙하지 않은 장천이 강호에 나가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
지 않은가?"
등평의 말에 유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현재 장천의 무공수준은 강호전체로 본다면 이류의 수준, 그렇기
때문에 장천과 같이 동행하게 될 제자들은 어느정도 무공에 성숙한 제자들이야
합니다."
"음...그렇다면 누가 좋겠는가?"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등평은 유운의 말에 고개를 끄덕
이며 말했는데, 이미 준비가 다 되어 있었는지, 유운은 고개를 돌렸고 그의 시
선에 한명의 이대제자 자리에서 일어나 문주에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이대제자 구궁, 장천과 함께 동행하여 문의 중요한 일을 맡아보고자 합니다.."
양우생의 제자인 신궁 구궁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하자 등평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구궁은 시기에 가까운 활 솜씨로 일대에서 알아주는 무인이였기 때
문이다.
구궁이 일어나자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던 요운이 자리에 일어서서는
문주에게 푸권을 하며 말했다.
"이대제자 요운, 이번 일을 맡아보고자 합니다."
하지만 요운이 일어서자 등평은 안색을 찌프리더니 툭 던지듯이 그에게 물었다.
"넌 이번 일이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 것이냐?"
"예? 그..그것이.."
"어쨋든 좋다. 이대제자 구궁과 요운은 장천을 도와 견즉사의 호청명님을 뵈어
청심단 백알과 그 제조법을 받아 오도록 하라."
"예?"
그 순간 요운은 무릎이 꺾이는 듯한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일단은 문내
에서 계속 되어질 등소소의 바가지와 등평의 눈초리에서 벗어나고자 맡았던 일
이였는데, 설마 그것이 무림삼광이라 불리는 견즉사의 호청명을 만나야 되는 것
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경즉사의 호청명은 과거 오립산과의 내기에서쳐 청심단 100알을 빼앗긴 후로는
쌍도문의 문도만 보면 반죽음을 만들어 놓는 것으로 유명했고, 요운 역시 처음
강호를 나왔을 때 재수없게 호청명에게 걸려 호되게 당한 기억이 있었기 때문
이다.
'젠장....이젠 죽었구나...'
하지만 이미 화살은 활에서 벗어난 상태이니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이대제자에서 장천을 합쳐 세명이나 나왔음에도 삼대제자에서 단 한사람도 나
오지 않자 등평은 얼굴을 찌프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유운은 뒤로 돌아
서는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양옆으로 까딱거렸다.
삼대제자에게 거의 귀신과 같은 인물이 바로 유운이였는지라 손가락을 보며 삼
대제자들은 모두 몸을 옆으로 돌렸는데, 그들이 몸을 옆으로 숙이자 삼대제자
한 명이 고개를 푹 숙이며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유운은 그것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손가락을 튕기니 그의 유명한 지풍이 시전되
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삼대제자의 머리에 가격했고, 삼대제자는 비명과 함께
머리를 처들고 말았다.
"끄악!!"
비명과 함께 머리를 든 인물은 다름 아닌 유운의 수제자이자 삼대제자 중 무공
이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는 곽무진이였다.
무진은 갑작스럽게 날라온 지풍에 의해 머리를 강타당하자 두 손으로 머리를
비비며 아파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유운이 뒤로 돌아서는 문주인 등평을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저의 수제자인 무진이 이번 일에 동행을 하고자 하는 것 같으니 허
락해 주십시오."
유운이 하고 있는 모든 행동을 보고 있었는지라, 등평으로선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지만, 삼대제자 중에 으뜸이라 알려져 있는 무진이라면 별 문제 없
으리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다. 그럼 삼대제자 무진도 이번 일을 맡도록 하라."
"헉!"
등평의 말에 곽무진은 크게 놀라며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문주에게 말대
답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얼굴이 찡그리며 눈물까지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크흑흑흑 소화....이제 당신을 영영 만나지 못하겠구려...'
쌍도문을 보며 이를 가는 호청명에게서 또 다시 청심단 100알과 거기다가 제조
법까지 받아야 하는 일이니 무진은 살아 돌아가기는 어렵다 생각할 수밖에 없
었다.
"이번 일은 많은 문도가 움직여서는 안 되는 일이니 견즉사의 호청명님에게 갈
제자들은 이렇게 네명으로 결정하겠다."
"예."
이렇게 해서 쌍도문의 임시 전체회의는 막을 내렸다.
장천은 드디어 강호로 나가게 됬다는 생각에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
는데, 그에 반해 옆에 앉아 있던 요운과 곽무진은 제자들이 모두 나가는 와중에
도 충격으로 멍한 얼굴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집회장을 나온 장천은 룰루랄라 거리며 금오각으로 들어갔는
데, 그 순간 다리가 휘청거리고 말았다.
금오각의 대문 바로 앞에서 어머니인 임아란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기다리고 있
었기 때문이다.
"헉..엄마.."
"흑흑흑..천아 그렇게도 엄마랑 헤어지고 싶었니...?"
"설마..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런데 왜 이번 일에 흑흑..."
장천의 말에 눈물을 훌쩍거리던 임아란은 더 이상 정신적 충격을 견디지 못했
는지 옆으로 넘어지고 있었기에, 천은 놀라서 어머니를 부축했다.
"흐흑흑흑..내 배에서 나온 자식이 아니라고 해도, 어미에게 섭섭하지 않게 하려
고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흑흑흑.."
"으아!! 엄마 정말 엄마랑 헤어지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니까요.."
"흑흑흑.."
하지만 장천의 말에도 임아란의 눈물을 그치지를 않았으니 천으로선 강호를 나
가기도 전에부터 강한 강적을 만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간신히 울고 있는 어머니를 방 안으로 모셔들어갔는데, 그 안에는 장춘삼이 일
그러진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었는지라, 천은 두 번째 적을 만났다는 생각을 들
었다.
"네 이놈!!"
"예. 아버지!!"
장천은 더 이상 기다릴 것도 없다는 듯이 어머니를 의자에 공손히 모셔놓고는
아버지의 와형착지세의 변형 자세인 맹호락지세를 취하고는 아버지의 앞에 털
푸덕 주저앉고는 고개를 땅에 처박는 극히 비굴한 자세를 취하니 일단 소리를
지르기는 했지만, 그 모습에 장춘삼은 등에서 식은땀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소자 아버님의 말씀을 어긴 것을 용서 해주십시오."
이것이 갑자기 평소에는 하지도 않던 착한 아들 흉내를 내자 장춘삼으로선 심
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황하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지라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장천
은 잽싸게 아버지의 말을 끊는 고단수의 방법을 택하니 놀라운 발전이라 할 수
있었다.
"하오나. 자식이 언제까지 부모님의 품에서 살 수는 없는 것인지라, 어쩔 수 없
이 아버님의 말씀을 어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강..."
역시 또 끊었다. 무서운 놈이였다.
"자식된 자가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여 부모의 품에서만 자란다면, 그 역시 불효
라 들었습니다. 크흐흑...그 말을 들은 소자 절대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품에서
벗어 나고 싶지 않았지만, 어찌 자식이 부모에게 불효를 할 수 있었겠습니까?"
"얘야 난 그.."
"크흐흑흑 소자 아버지의 품을 떠나야 하는 이 순간은 가슴이 찟어질 듯이 아
프오나 자식된 도리로 스스로의 힘으로 서, 부모에게 효를 하고자 하옵니다."
"...."
장춘삼으로선 한 대 패주고 싶었다. 하지만 한 대 패줘서 해결될 놈이였음 예전
에 팼을 녀석이였으니 고난도의 말 끊기에 압도된 장춘삼을 손을 내저으며 나
가라 할 수 밖에 없었고, 고개를 숙이며 연기파 배우들의 고정 레파토리인 눈물
연기를 하며 장춘삼은 천천히 방으로 나갈 수 있었다.
"휴우..."
세상에 자식이기는 부모가 없다는 말이 맞기라도 하는 듯 장춘삼으로선 도저히
장천을 이길 수가 없었는데, 그때 의자에 앉아 반 실신하고 있었던 임아란이 자
리에서 일어나서는 춘삼의 앞에 서서는 눈을 부라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당황한 장춘삼은 손을 내저으며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여지없
이 임아란의 손가락은 춘삼의 허벅지를 꼬집었으니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릴 수
밖에 없었다.
"얘 마음을 돌리라고 했더니 도리어 당해요?"
"그게..윽...다..당신도 봤잖고....녀..녀석이 끅!! 말발이 엄청 세졌단 말이요.."
그 말에 임아란은 한 숨을 내쉬며 장춘삼의 허벅지에서 손을 땠다. 자신의 남편
이 말발이 없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였기 때문이다.
임아란이 이제 포기하는 듯한 얼굴을 짓자, 춘삼은 아픈 허벅지를 쓰다듬으면서
자애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보...이젠 천이를 놓아주도록 합시다."
"...."
"언제까지나 부모의 품 안에서만 기를 수는 없는 것이 자식 아니겠소. 때가 조
금 이르기는 하지만, 요운이나 구궁이 아이를 잘 보살펴줄테니 우린 아이가 무
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립시다."
"여보..흑흑흑.."
무서운 일이였다. 방금 전에는 귀신마저 두려워하게 할 얼굴을 하며 장춘삼의
허벅지를 꼬집던 여인이 이제는 가련한 여인의 얼굴로 당사자에게 안기니 여자
의 변신은 역시 무림 삼대비사 중 하나에 속할 만 하다고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