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장천 쌍도문의 소주가 되다. (2)
"쌍도문의 연공관은 문주님께서 태사조님이 모아 놓은 각종무공서적과 영약들
을 모아서 보관해 놓은 곳이야. 이곳에 들어 올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이대제
자이상의 신분이나 그 사람과 동행해야만 출입할 수 있어."
그 말과 함께 곽무진이 연공관으로 들어가자 장천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물었
다.
"그런데 무진형."
"왜?"
"방금 이대제자이상만 들어갈 수 있다고 했잖아."
"응?"
"형은 삼대제자 아니야?"
그 순간 곽무진은 예상보다 장천이 똑똑하다는 것에 잠시 충격을 받았지만, 이
내 안색을 정리하고는 손가락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방금 말했잖아. 이대제자이상이거나 그런 사람과 동행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고."
"응? 그럼 이대제자가 있는거야?"
장천은 무진의 말에 사방을 두리번거렸지만, 역시 연공관의 앞에는 곽무진과 자
신밖에 없었는데, 그런 장천을 보며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바보. 니가 바로 이대제자 이상의 신분이잖아."
"응? 내가?"
자신의 말에 장천이 이해를 못하자 무진은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아직 잘 모르나 본데, 넌 대사숙님의 아들이지?"
"응."
"그렇담 서열상으로 넌 다른 사숙님이나 사백님들의 제자들과 동격의 서열이라
고 할 수 있다고, 바로 넌 이대제자의 신분이란 거지."
그제서야 장천은 이해할 수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렇구나."
"자. 그럼 들어가자."
"응."
장천은 무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연공관의 안으로 들어갔다. 연공관의 대문
으로 들어서자 이십대후반의 제자 두사람이 문 옆을 지키고 있다가 무진과 천
의 앞을 막다가 그 사람이 무진이라는 것을 알고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무진아니냐? 연공관은 이대제자 이상의 신분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알면서
들어오는거냐?"
그 사람의 말에 무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설마 내가 그것도 모를까?"
"휴..깡이 좋은 것은 알겠지만, 여기 이상은 안된다. 돌아가라고."
"무슨 소리야? 난 분명 이대제자 이상의 신분과 같이 동행하고 있다고."
"응?"
연공관의 문을 지키는 제자가 알아듣지 못하고 있자 무진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장천을 앞으로 내세우면서 말했다.
"이 분이 누군지 알아?"
"누군데?"
"바로 이번에 장대사숙님께서 양자로 들여오신 장천도련님이라고."
그 말에 문을 지키는 제자들은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천의 얼굴을 쳐다본 후
그제서야 무슨 일인지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진의 머리에 꿀
밤을 먹인 후 말했다.
"이 자식!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사숙분들과 같은 서열이신
데, 도련님을 이용해서 연공관에 들어갈 생각을 해! 귀엽다고 봐줬더니 혼 좀
나봐라!!"
이렇게 무진의 검은 속은 역시 어른들의 눈을 속이지 못하고 걸리고 말았으니,
무진은 그들의 손에 잡혀서 꿈밤 세례를 받으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장천이 무진에게 꿈밤을 먹이던 두 제자의 옷을 잡고는
소리쳤다.
"무진형아 때리지마!! 형아가 연공관 구경시켜 준다고 했단 말이야!! 으아아앙!!"
갑자기 무진이 두명의 청년에게 당하자 장천은 어쩔 줄 모르고 있다가 두 사람
에게 소리를 치고는 울고 말았으니, 무진을 괴롭히던 두 청년은 당황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은 무진의 흑심을 알아채고 혼을 내주고는 있지만, 그렇게 심하게 대할 생
각은 없었는데, 장천이 울어버렸기 때문이다.
보통 아이라면 모를까. 쌍도문의 이인자라고 할 수 있는 장춘삼 대사숙의 도련
님을 울렸으니 삼대제자인 그들이 어찌 당황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두 사람은 무진을 괴롭히던 것을 멈추고는 울음을 떠뜨린 장천에게 다가가서는
당황하는 표정으로 달래기 시작했다.
"도련님 저희가 무진을 괴롭히던 것이 아니였습니다."
"그냥 도련님 잘 모시라고 충고를 해준 거라니까요. 충고요."
두 사람이 안절부절하며 자신에게 달려들어서 부정을 하자 장천은 눈물을 닦으
면서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정말?"
"그럼요! 헤헤헤."
정말 권력에 굴복하는 모습이 추해 보이는 두 사람이였다. 하지만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 어쩌겠는가?
"그럼 나 무진이 형이랑 연공관 구경해도 되?"
"당연하구 말굽쇼. 자 안으로 드시지요."
"응."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연공관으로 들어서는 관문으로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
다. 곽무진은 언제나 들어가고 싶은 연공관을 장천 때문에 들어갈 수 있게 되자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었다.
"잘했어."
"정말?"
"그럼.."
어쨋든 무진이 자신을 칭찬을 해주자 기분이 좋아지는 장천이였다.
연공관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군자쌍도 오립산이 모아 놓은 무공서적과 영
약들을 보관해 놓은 곳이다.
강북일대의 도박장의 큰손으로 군림하고 있던 오립산은 그 덕분에 상당한 재산
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잠시 열거해 보면 전장은 3개, 주점은 4개, 음식점
은 5개, 기원은 3개등으로 그는 그 재산만으로도 감숙성의 대부호라고 할 수 있
었다.
이러한 감숙성의 대부호인 오립산이 3류 문파인 쌍도문의 문주가 된 것은 정말
신기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왜 오립산은 그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름도 없는 삼류문파의 문주
가 된 것일까? 그것에는 사연이 있었다.
쌍도문을 역사를 천천히 살펴서 올라가면 맨 위에는 쌍도문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인 청풍도 사운이 있다.
사운은 강호에서 이름난 일류급 고수로, 별다른 문파에서 무공을 배우지는 않았
지만 상당히 똑똑했던지 여기저기 굴러다니던 하급무공을 모아서 자신만의 독
특한 도법을 만들어냈고, 그것이 바로 청풍도법이다.
강호 일류급의 무인인 사운은 그 당시 하북에서 가장 큰 표국인 비룡표국으로
들어가 대표두가 되어 약 20년동안 일하면서 많은 돈을 벌었으나, 영원히 표두
로 살수는 없다고 생각하고는 그 동안 모은 돈으로 자신만의 작은 도장을 만들
었으니 그것이 바로 쌍도문의 전신인 청풍도장이였다.
하지만 도장의 운영을 평생 배운 글자라곤 자신의 이름 두 글자 밖에 없는 사
운이 어찌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죽
고 말았다.
다행히 청풍도법을 전수 받은 제자가 한 명 있었으니 그는 주도 맹통이란 자였
다.
그의 명호인 주도는 말 그대로 주도(酒刀)였으니 그가 얼마나 술을 좋아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실력은 사운의 진전을 그대로 이어받아 강호 일류급에
달했으나 술 때문에 이상한 명호까지 붙여진 맹통은 40년을 그렇게 술에 취해
돌아다니다가 문득 자신의 행동의 후회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가난한 농부의 막내아들을 꼬셔 자신의 제자로 삼아 무공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애석하게도 평생 술을 너무 많이 먹은 관계로 노인성 치매와 간경
화까지 걸려 제자를 받은 지 일년만에 죽고 말았다.
이런 이유로 농부의 막내아들이자 맹통의 제자인 걸도(乞刀) 구승이 다음의 대
를 잇게 되었다. 걸도 구승은 맹통에게 무공을 전수 받았다고 할 수 있으나, 노
인성 치매와 간경화로 그가 전해 준 것은 군데군데 빠져있는 구결과 심법이였
으기에 대성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었다.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던 그는 사방의 문파를 돌아다니며 구걸을 하듯
이 무공을 배우며 익혀 나갔으니 그의 명호가 걸도가 된 것은 모두 이런 이유
였다.
하지만 이십년을 강호의 대소문파를 돌아다닌 그가 얻은 것은 별로 없었기에
실망하며 어느 이름 모를 계곡에 올라 투신자살을 하려고 했는데, 그때 한 기인
에게 구출을 받게 되었다.
자신을 구해준 기인의 놀라운 무공을 본 걸도는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스
승이 말해준 청풍도법의 심법과 구결을 완성하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지만, 이
미 세상을 등진 은거기인은 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려고 했기에 그는 그로
부터 30년간을 은거기인의 거처에서 수발을 들며 그가 마음을 바꾸어 주기를
기다렸다.
이런 걸도 구승의 노력은 드디어 결실을 이루게 되니 은거기인은 자신의 죽을
날이 다가왔음을 알고는 구승이 가져온 청풍도법의 완전한 심법과 구결을 건네
주면서 몇가지 무공도 건네주니 그것이 바로 현재 쌍도문의 입문무공인 쌍용승
천도법등의 무공과 신법, 보법, 경공법들인 것이다.
구승은 드디어 자신의 명호의 힘에 입어 완전한 문파로서의 무공을 손에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자신은 이미 60이 다 되어가는 늙은이였으니 아무리 뛰어
난 무공이 있다 해도 그것을 익힐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은거기인에게서 몇가지 잡다한 기술을 익혔기에 무림의 이류무사는 될
수 있었던 구승은 기인에게서 받은 두 개의 금원보로 그 당시 가장 집 값이 싼
감숙성에 자그마한 도장을 세웠고, 이름도 바꿨으니 그것이 바로 쌍도문이였다.
구승은 모두 세명의 제자를 두었지만, 삼류문파에 들어오는 재능없는 제자들이
였기에 뛰어난 무공의 소유자였던 은거기인의 무공을 제대로 익힐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구승은 스승을 원망하며 숨을 거두었으니 그를 이어 새로이 쌍도문의
문주가 된 이가 바로 문천식이란 사람이였다.
문천식은 물론 그의 사제 두사람 역시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삼류문파의 문주
인 그에게는 제대로 된 명호조차 없었다.
하지만 스승인 구승이 전해준 무공들이 결코 삼류의 무공이 아니라는 것을 알
고 있었던 문천식은 강호를 돌아다니며 뛰어난 자질을 가졌으면서도 가난한 집
안에서 태어나 농부가 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자신의 제자로
삼아 무공을 가르쳤다.
하지만 아무리 자질이 뛰어나도 사부의 가르치는 솜씨가 영 엉망이였으니 그가
데리고 온 아이들은 구승과 같이 이류무사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문천식은 또다시 자신의 어리석음을 원망하며 홧병으로 죽고마니 그의 뒤를 이
은 제자가 쾌도 갈천성이였다.
갈천성은 이류무사에 지나지 않았지만, 원래부터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었기
에, 세명의 사제들과 함께 돈을 벌어들이는데 집중을 했고, 쌍도문은 무공면에
서 떨어지기는 했지만, 감숙에서 유명한 돈 많은 삼류문파가 되었다.
그가 받아들인 제자들은 돈의 힘에 입어 자질이 뛰어났으니, 그의 받아 들인 두
제자는 뛰어난 재능으로 구승이 30년에 걸쳐 일해서 얻은 무공을 제대로 익힐
수 있었기에 일류무사가 되었지만, 애석하게도 대제자가 강호유랑중 머리를 다
쳐 바보가 되고 말았다.
바보제자를 보면서 평생을 근심하던 갈천성은 죽기 하루 전에 자신의 침상으로
찾아온 제자가 너무나 엉뚱한 짓을 하고 있는 것에 열이 받아 고래고래 소리를
치다가 바보의 동문서답에 걸려들어 그를 문주로 임명하고 죽고 말았다.
이 일로 바보 대제자가 아닌 자신이 문주가 될 것이라 믿었던 이제자는 열이
뻗쳐 문파의 돈을 들고 도망치고 말았으니 돈 많은 삼류문파는 순식간에 돈 없
는 삼류문파가 되고 만 것이다.
갈천성의 뒤를 이어 문주가 된 인물인 바로 우인(愚人) 도문성이였다.
도문성은 순식간에 가솔들은 물론 윗대의 사숙마저 모두 도망처버린 쌍도문에
남아서 홀로 외롭게 문을 지키고 있었으니 불쌍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자를 받아 들여 문파를 이어야 된다는 생각은 했는지, 감숙성 일대를
돌아다니며 제자가 될 만한 사람을 찾아보았지만, 역시 바보의 제자가 될 아이
들은 없었다.
그러던 중 발견한 사람이 바로 감숙성의 일대의 큰 손이였던 오립산이란 자였
다.
오립산은 우연히 도박장에 찾아온 도문성에게 신기에 가까운 사기도박술을 선
보였으니 그것이 화근이였다.
놀랍게도 바보였던 우인 도문성의 무공의 수준은 무림최고수의 수준이였던 것
이다. 우둔하게 무공을 익혔던 도문성은 기인에게 구승이 받았던 모든 무공을
극성까지 익히고 있었기에 오립산의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단번에 파악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오립산의 사기도박술을 알릴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그의 뛰어난
손기술이 자신의 문파에 어울릴 것이라 생각하며 그를 제자로 삼으려고 매달리
니 오립산은 찰거머리 같은 바보 무사를 쫓아내기 위해 수십명의 무사들마저
동원하고 심지어는 안면이 있던 무당의 장로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했지만, 어느
누구도 우인 도문성을 오립산에게서 때어내지 못했다. 물론 도문성과의 싸움은
각 문파의 체면이 있고 해서 모두 비밀에 붙여졌다.
오립산은 10년동안을 자신을 제자로 삼기 위해 밥 먹을 때는 물론 심지어는 화
장실까지 따라 붙는 도문성에게 항복을 하게 되었고, 드디어 그의 제자가 된 것
이다.
이것이 감숙성의 거부였던 오립산이 쌍도문의 제자가 된 사연이였는데, 오립산
은 이렇게 된것 무공이나 제대로 익혀보자고 도문성에게 무공을 요구했는데, 그
때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바로 도문성이 가장 중요한 심법이 적힌 책을 밥짓
는 땔감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그가 알 수 있는 것은 서적이 온전히 남아 있는 각종도법과 보법, 신법, 경공법
등이였고, 책이 사라진 심법은 바보 도문성이 제대로 가르쳐 줄 수 없었기에 포
기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해서 가장 중요한 심법을 알 수 없는 그는 뛰어난 무공을 살릴 수 없었
기에 3류무사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도문성은 오립산을 제자를 받은 지 오년만에 죽고 말았으니 오립산이 그의 뒤
를 이어 쌍도문의 문주가 된 것이다.
오립산 외에 제자들도 여러명 있었지만, 모두 삼류에 무공에 무식한 아니 바보
에 가까운 자들이였기에 오립산은 문을 떠날까도 생각했지만, 오년동안이였지만
자신을 제자이기보다 상전 모시듯이 따뜻하게 대해준 스승 도문성이 고아였던
오립산의 감성을 자극한 덕에, 그가 죽을 때의 유언을 저버릴 수 없었다.
이렇게 해서 큰 마음을 먹고 쌍도문을 감숙성 최고의 문파로 만들 계획을 짜게
된 오립산은 그 원대한 계획이 성공하여, 지금의 쌍도문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는 감숙성의 큰 손임을 이용하여 각종도박과 고리대금업을 통하여 삼류문파
의 무공서적과 각종 영약들을 입수하는 한편, 땔깜으로 사용된 쌍도문의 심법을
도박계서 날리던 비전의 수법으로 입수했다. 물론 이 비전의 수법은 오립산이
죽을 때까지 함구란 관계로 어느 누구도 모르며, 누구에게 얻었는지도 모른다.
들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이 도박의 기술은 천기를 거슬리는 사기도박기술이
라며, 자신의 도박 기술 제자라고 할 수 있는 양우생에게도 전수를 하지 않았다
고 한다.
그렇게 해서 무공서적과 영약들을 모으게 됐고, 그것을 다시 재정리 한 것이 오
립산의 뒤를 이어 문주가 된 등평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