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화 (2/355)

제 1 장 양자로 들어가다.

소년이 있었던 곳은 산 속에 있는 낡은 장원이였다. 소년은 혈비도 무랑이란 사람을 생각하

면서 미워 죽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자신가 같이 쪼매만한 꼬마를 이런 귀신 나올 것 같은 곳에 그것도 관속에 넣어두었

는지 모르겠다 이유로 말이다.

장원에 모여 있던 중인들은 모두 자신의 길로 사라졌고, 소년은 손을 치료해 준 아저씨를

따라 산을 내려갔다.

소년을 치료한 아저씨는 친절한 사람이였다. 물론 소년은 아저씨의 허리에 차있는 검은 조

금 무섭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소년을 데리고 가는 사람의 이름은 장춘삼이라고 했다. 소년은 위로 두 분의 형님이 더 있

다고 했으니 아마 춘일과 춘이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소년은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과거의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

자신이 무슨 이름을 가졌는지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몰랐다. 다만 소년을 데리고 있는 장

춘삼이 중년인이 혈비도 무랑에 약을 먹인 것이 잘못되서 그러는가 보다 했기에 소년은 그

렇게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춘삼이 아저씨를 따라 산을 내려가긴 했지만, 소년은 무서웠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집

이 어딘지 모르기 때문이다.

소년이 쓰러져 있던 관의 주위에는 집을 찾을 수 있는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

기 때문에 장춘삼은 많이 고민하는 듯 했고 역시 소년도 고민했다.

하지만 불안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장춘삼의 친구들이 소년을 무척이나 이뻐해 주었기 때문이다.

귀신 나올 것 같은 장원에서 막 화를 내던 덩치 큰 중년인이 장춘삼아저씨의 친구라는 것을

소년은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패도 유웅이란 이름을 가진 거한, 그는 패도 하나로 명성을 차지한 인물로 상당한 패도술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였다. 소년은 유웅이 커다란 칼을 아주 잘 쓴다는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소년의 눈 높이에서 하늘과 닿을 것 같은 덩치를 가지고 있는 유웅이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친구는 거지였다. 허리에 매듭을 일곱 개나 매고 있는 인물, 그는 바로 개방에 소속

된 무인이였다. 칠결제자의 직위가 있는 만큼 거지사는 동네에선 한 끗발 날리는 인물이라

는 웅의 말에 소년은 거지 중에서도 서열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지의 이름은 청개 곽무성이라고 한다. 거지치고는 무성이란 이름이 어울리지 않아서 소년

은 한참을 웃었는데, 무성은 그런 소년을 보고도 화를 내지 않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때문에 소년은 미안해서 아저씨한테 사과했다.

또 다른 친구는 도사의 옷을 입고 있었다. 소년은 도사아저씨한테 도술 하나만 보여달라고

했는데, 무림의 도사가 도술 부린 다는 것은 어불성설. 도사의 얼굴은 시뻘개졌다.

소년은 아직 도력이 모자른가보다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도력은 잘못하지만, 아저

씨는 하늘을 잘 나르다면서 경공술을 보여 주었다.

정말 도사답게 학처럼 우아하게 날아다니는지라 소년은 박수를 쳤기에, 그의 얼굴은 그제서

야 조금 풀리는 듯 했다.

그의 이름은 비학선인 정우, 학같이 고고한 호를 지니고 있는 그는 무당파에 고수로 현재

장로급의 신분을 가진 고수였다.

이렇게 세사람 친구들과 함께 장춘삼은 다른 사람들에게 강북사우라고 불린다는 것을 소년

은 알게 되었다.

소년이 보기에도 정말 우애가 돈독해 보였기에 소년은 나중에 아저씨같이 절친한 친구를 사

귀기로 결심했다.

산을 내려와 열흘정도를 길을 갔을 때, 장춘삼의 친구들은 모두 다른 길로 떠났고, 소년은

아저씨와 둘이서 길을 떠났다.

그 후로 몇 일이 더 지났지만, 소년은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았다. 다니는 곳곳마다 장춘삼의

친구들이 많아서 재밌는 것을 많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그렇게 즐거운 여행을 하며 십몇일은 걸은 후에야 장춘삼이 사는 거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와아! 춘삼이 아저씨네 집 진짜 크다!!"

소년이 보는 아저씨의 집은 정말 컸다. 소년이 아저씨만큼 커도 열 명은 한번에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큰 대문 위에는 쌍도문이란 글자가 쓰여진 큼직한 편액이 걸려져 있었다.

쌍도문 강북에서 100년의 전통을 가진 문파로 과거에는 많은 약소문파 중에 하나였지만, 장

춘삼과 그의 사형 바로 지금의 쌍도문의 문주가 등장한 이후로는 거의 구파일방에 버금갈

정도로 대두되고 있는 문파였다.

소년은 대문으로 들어서자 험상굳게 생긴 두 사람이 춘삼이 아저씨에게 공손하게 고개를 숙

이고 인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사숙께 인사드립니다."

장춘삼은 인사하는 사질들에게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년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

섰다.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소년은 크게 놀라고 말았다.

대문 바로 앞의 큰 연무장에서 수십명의 제자들이 기합을 지르며, 도를 들고 휘두르고 있었

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소년은 다시 한번 놀라움을 느꼈는데 한 사람 한 사람, 동작이

어긋남이 없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장춘삼은 연무장에서 연습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소년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너와 같이 지낼 사람들이란다."

"와! 이 사람들이 다 저의 식구들이 되는거에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소년의 말에 춘삼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 주었고, 소년은 대가족과 함께 살게 된 것을 생

각하며 크게 기뻐했다.

장춘삼은 소년의 손을 잡고 연무장을 지나나오는 길로 한참을 걸어가더니, 한 눈에 봐도 거

대하다고 할 정도의 큰 저택으로 들어섰다.

저택의 주위에는 몇 명의 무사들이 팔짱을 낀 채 경비를 서고 있다가 춘삼을 보며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저택의 대청으로 들어가자 안에는 청의의 옷을 입고 있는 무사들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들 역시 다른 자와 마찬가지로 장춘삼을 보며 포권을 하고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사숙께 인사드립니다."

"사형에게 내가 왔다 전하게."

"예."

장춘삼이 말하자 문주실을 지키던 두 제자 중 한 사람이 공손하게 말하고는 안쪽으로 들어

갔다.

소년은 대청의 주위를 돌아봤다. 비쌀 것 같은 여러 가지 물건들이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

고, 벽의 한쪽에는 멋지게 용이 조각되어 있는 도가 걸려져 있었다.

소년은 그 용 조각이 마음에 들어 만져 보려고 했지만, 춘삼이 아저씨가 고개를 저으며 안

된다고 해서 아쉽지만 참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청으로 들어갔던 제자가 나와서 춘삼에게 공손히 말했다.

"들어 가십시오."

그 말에 춘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년의 손을 잡고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두명의 제자가 지키고 있는 문주실에서 소년은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가 무슨 책을 읽고 있

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장춘삼은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 했다.

"대사형 다녀왔습니다."

"얘기는 들었다. 혈비도 무랑은 군웅을 유인한 체 사라졌다고?"

"예."

장춘삼의 대사형, 그는 등평이란 이름을 가진 자로 현재 쌍도문의 문주의 좌에 있는 사람이

였다. 뛰어난 지도력과 무공을 지닌 인물로 현재 강북 십웅 중 세 번째 서열에 있을 정도로

뛰어난 무인이였다. 등편은 장춘삼의 대답을 듣고는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소년을 보고는

말했다.

"그 아이가 혈비도 무랑이 군웅을 유인할 때 발견한 아이인가?"

"예."

장춘삼의 사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년에게 다가왔기에, 소년은 무서움을 느끼며 장춘삼의

옷을 작은 손으로 꼭 잡았다. 그 모습을 보며 다가서던 등평은 미소를 지으며 소년의 머리

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무서워 할 것 없다."

소년은 그 아저씨는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자신 몸을 여기저기 흝어보다가 만져보고는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등평은 소년을 만지던 것을 멈추고는 자신의 자리에 돌아가 앉더니 사제인 춘삼을 보며 말

했다.

"뛰어난 무골을 지닌 아이로구나. 제자로 삼을 생각이냐?"

등평의 말에 장춘삼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언제나 말하는 것이지만, 아직 저에겐 제자를 기를 자격이 없습니다. 이 아이를 데리고 온

것은 혈비도 무랑에 의해 기억을 상실한 아이인지라 양자로 키워 볼 생각에서입니다."

그 말에 등평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도 괜찮겠군. 제수씨도 아이가 없어 조금 적적한 모양 같았으니 말이야. 사람들에게 이

야기를 해 놓을테니, 금오각으로 거처를 옮기도록 해라."

"사형!"

"아무 말도 말아라. 아이를 키운다면 지금 거처하고 있는 곳은 너무 좁다. 적어도 저 녀석이

뛰어 놀 공간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대사형인 등평의 결정이 단호하다는 것을 안 그는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포권을 하며 인사

를 했다.

"사형의 배려에 감사할 뿐입니다."

"흥! 네 녀석은 그게 문제야! 도대체 형제간에 배려가 뭐고가 어딨냐."

"사형."

"기분 잡쳤다. 돌아가거라."

"예. 사형."

춘삼이 아저씨는 화를 내는 사형이란 분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는 뒤로 돌아 방을 나갔다.

소년은 험상궂게 생기기는 했지만, 춘삼이 아저씨의 사형이란 분은 좋은 아저씨같다고 느끼

고 있었다.

소년은 사형아저씨의 방을 나오면서 장춘삼을 보며 물었다.

"아저씨 난 아저씨 양자가 되는거에요?"

그 말에 춘삼은 무릎을 꿇어 소년과 눈 높이를 맞추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이 아저씨의 아들이 되는게 싫으니?"

물론 아니였다. 소년은 춘삼이 아저씨가 정말 좋았기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그럼 이제부터 춘삼이 아저씨가 니 아빠란다."

소년은 아저씨, 아니 아버지의 말에 눈물이 났다. 사실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소년

은 무서웠다. 자신을 데리고 있는 아저씨가 혹시 모르는 사람에게 맡기지는 않을까, 걱정했

는데 다행히도 춘삼이 아저씨와 같이 지내게 되었기 때문에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고 있었

다.

"녀석 울기는.."

그는 소년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는 들어 올려 무등을 태워 주었다.

"자! 이제 너의 새로운 집으로 가자꾸나."

소년은 장춘삼의 무등을 탄채 웃으며 자신이 살 집으로 향했다.

소년은 이 곳이 쌍도문이 전부 춘삼의 집이라고 알았는데, 아닌 것에 조금 실망하기는 했지

만, 도착한 그의 집도 멋지다고 생각했다.

집 앞에 형형색색의 예쁜 꽃들이 많이 심어져 있었고 작은 연못에는 고기들이 유유하게 헤

엄치고 다니는 것이 멋지다 생각하며 입을 벌리며 좋아했다.

춘삼이 들어서자 거기서 비질을 하고 있던 열다섯 정도의 소년이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말

했다.

"대사숙께 인사드립니다."

"수고하는구나."

"수고라니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춘삼은 그 소년을 지나 저택 안으로 들어섰고, 마당을 쓸고 있던 소년은 춘삼이 무등을 태

워주는 소년을 보며 멍한 표정으로 처다보고 있었기에 소년은 형에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소년의 눈 앞엔 예쁜 아줌마 한 분하고 누나 한 명이 나왔다.

"어서오세요. 여보."

"날씨도 찬데 자 안으로 들어갑시다."

"예. 그런데 이 아이는..?"

"인사드려라 이제부터 너의 어머니가 되실 분이시다."

춘삼이 아저씨의 말에 소년은 조금 얼떨떨하기는 했지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소년의 인사에 그녀는 잠시 당황하는 얼굴을 보였지만, 이내 소년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으

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참 잘생겼구나. 그래 이름이 뭐니?"

그녀의 말에 소년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쁜

아줌마의 말에 대답은 해야 하는데 이름이 생각이 안 나자 소년의 눈에선 눈물이 나려고 했

다.

소년이 울먹거리자 그녀는 당황하며 자신이 무슨 실수를 저질렀나 생각했고, 소년은 울지

않으려고 참았다 예쁜 아줌마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란. 이 아이는 기억을 잊어 버렸다오."

"기억을요?"

"그래요. 아직 자신의 이름도 모르고 있지."

그제서야 소년이 울먹거리는 이유를 안 아줌마는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줌마가 잘못했구나."

"아니에요."

그녀의 자상한 말에 소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옆에 있던 춘삼은 한참을 생각하시다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천이라 하는 것이 어떻소."

"천이요?"

"그래요. 이 아이의 눈을 보고 있으면 하늘을 보고 있는 것 같거든."

춘삼의 말에 그녀는 소년의 눈을 지긋이 처다보다 두 손을 들어 볼을 쓰다듬어 주며 말했

다.

"그래 참 천이란 이름이 잘 어울리는구나. 천아. 엄마라고 불러보렴.."

"예?"

"이제부터 내가 너의 엄마가 되는 거란다."

소년은 갑작스러운 말에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볼을 쓰다듬어

주시는 아줌마를 보며 천천히 말했다.

"어..엄마.."

갑자기 감정이 복받친 소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래 이쁜 내 아들.."

아줌마는 춘삼과 마찬가지로 따뜻한 가슴에 소년을 안아주었고, 천은 복받쳐 오르는 가슴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으아앙...엄마...흑흑.."

천에겐 이제 이름과 함께 부모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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