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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비도무랑-0화 (프롤로그) (1/355)

혈비도 무랑

-프롤로그-

나는 눈을 떴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보니...꽉 막혀 있다..

답답하다..

웃차!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어째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나를 보고 있는 수많은 눈동자, 각기 하나씩이나 두 개씩이

병장기를 들고 있는 수십명이 무인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혈비도 무랑이다!!"

그들은 나를 보며 놀라서 소리치고 있었다. 혈비도 무랑? 처음 듣는 이름인데, 그들은 나를

혈비도 무랑으로 완전히 믿고 있는 듯 했다.

귀찮기도 하고 해서 난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이런 일이...난 죽은 놈이나 들어가는 관에 들

어가 있었던 것이다.

'어쩐지 답답하더라.'

관위에 있기가 조금 찝찝한 난 관 밖으로 걸어나가려고 했는데, 그 때 관의 모서리에 발이

걸려 바닥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꾸악!!"

앞으로 넘어지면서 손이 많이 까져서 피가 나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넘어지니까

모두 놀라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많이 아팠다.

"으아아앙!!"

난 울었다. 넘어지면서 까진 손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그런 나를 보던 한 무인이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더니 나의 앞에서 쭈그려 앉고는 말했다.

"너 혈비도 무랑 맞니?"

눈물이 막 나왔지만, 그래도 어른이 물어보는 것이라서 대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난 고개

를 저었다.

"혈비도 무랑이 누군데요?"

"......"

나의 말에 아무말도 없던 그 사람은 품에서 호리병을 꺼내더니 까져서 피가 많이 나는 나의

손을 잡고 거기다가 흰 가루를 뿌렸다.

"아구!!"

흰가루가 상처에 닿자 많이 아퍼서 난 비명을 지를 뻔 했지만, 꾹 참았다.

"잘 참았구나.."

그는 꾹 참은 나를 보며 미소를 짓고는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난 기분이 좋아

서 미소를 지었다.

나를 노려보고 있던 많은 무인들은 옆에 있는 사람을 보며 떠들어대고 있었기에, 이 곳은

시끄럽기 그지 없었다.

나를 치료하던 무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병장기를 들고 있는 무인들을 보며 소리쳤다.

"아무래도 혈비도 무랑이 우리를 속인 것 같구려."

그 말에 사람들은 또 우왕좌왕거리며 시끄러워졌는데, 그 중에 머리를 박박 밀고 정수리에

몇 개의 점을 찍은 이상한 취향의 대머리 남자가 나오더니 말했다.

"그 아이가 혈비도 무랑이 아닌 것은 확실합니까?"

그 말에 나를 치료해준 사람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무오스님이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관을 나오다가 넘어져서 손바닥이 찟어져 우는 아이가

무림의 혈성이라는 혈비도 무랑이라고 보시지는 않겠지요?"

"아미타불."

아저씨의 말에 무오스님이란 네글자의 이름을 가진 대머리 아저씨는 이상한 주문을 외우고

는 고개를 숙이고 뒤로 물러섰다.

"젠장 혈비도 무랑이란 녀석 철부지 아이를 미끼로 도망을 치다니!!"

칠척은 넘을 듯한 큰 키에 옆으로도 많이 퍼진 큼지막한 도를 든 아저씨는 뭐가 그리 신경

질이 나는지 애꿎은 바닥을 발로 짓밟더니 투덜거리고 있었다.

혈비도 무랑?

어디서 들어보긴 한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도망가기 위해서 나를 미

끼로 아저씨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인 것 같았기에, 난 혈비도 무랑이란 사람이 나쁜 사람이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으아아앙! 아저씨!!"

내가 울자 나를 치료하던 아저씨는 천천히 다시 나에게 다가와서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

했다.

"그래 뭐가 그럽게 무서워서 우니?"

"흑흑 혈비도 무랑이란 아저씨가 저를 관에 가둔건가요?"

"그래..많이 무서웠겠구나.."

"예."

난 눈물을 흘리며 아저씨의 품에 안겼다. 아저씬 조용히 나를 안아주었는데, 참 따뜻했다.

영원히 이렇게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꾸 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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