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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를 한다는 건-122화 (121/131)

122화.  < 분노 (1) >

한수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도와 통신을 끝낸 뒤 출력된 메시지.

[???와 통신이 끊겼습니다.]

아리송하다.

분명 이도가 맞는데 왜 물음표로 보이는 걸까.

그때 아스트레이가 물었다.

-뭐라고 하던가?

“그냥, 여기 숨어있으래요.”

-숨어있어라... 뉘앙스가 묘하군.

"묘하다고요?”

아스트레이는 짐짓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는 대답했다.

-에피소드를 클리어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지?

"네."

-하나는 이 행성에서 최후의 1인이 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정지혁이라는 그 불청객을 죽이는 것. 그런데 그의 성격상 후자를 택할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아스트레이는 한수아가 해준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아스트레이가 판단했다.

정지혁이라는 남자가 이도를 죽일지는 몰라도 이도는 절대로 정지혁을 죽이지 않을 거라고.

“저 이제, 길게 말해주지 않아도 다 알아들어요.”

-...아무리 봐도 그가 그대를 배려 해주고 있는 것 같아. 이상하게 나는 그가 전자를 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어. 한수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거에요. 이도님은 잠재적인 경쟁자를 만들 생각이 없을 테니까.”

아스트레이가 턱을 짚고는 골똘히 생각한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제는 어쩔 생각인가?

“글쎄요. 일단 숨어있으라고 하셨...”

말을 하던 한수아가 재빨리 아스트레이를 품고는 갈대숲에 몸을 숨긴다.

터억-

턱-

“여기가 맞나?”

“맞겠지. 분명 여기서 기척이 느껴졌으니까.”

한수아는 숨소리조차 죽였다.

“권능 이름이 ‘탐색’이라고 했었나?”

“두 번 말해야 알아듣나? 이래서 도마뱀 새끼들은 쯧."

한수아는 그 짧은 순간 고민했다.

어떻게 할까.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할까.

생각은 순간이었고 결심은 그보다 더 빠른 찰나였다.

종아리에 힘을 주려던 그때.

“거기 있었구나?”

한수아는 심장이 철렁했다.

그녀가 고개를 들려던 그 순간 길쭉한 손이 뻗어와 한수아의 머리를 잡아챈다.

"윽..."

“이 앙큼한 년, 여기 숨어있었네?”

한수아는 그제야 볼 수 있었다.

일단 자신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생명체는 도저히 인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외형을 지니고 있었다.

하체에는 길쭉한 촉수 같은 게 내려와 있었고 튀어나와 있는 두 개의 팔은 인간의 팔과 흡사했으며, 눈에 보이는 신체는 약 5미터. 한수아는 과장하나 보태지 않고 놀랐다.

이걸 대체 어떤 종족이라고 불러야할까.

그냥 외계인.

상상 속에서나 그리던 그런 외계인, 그 이상이다.

그리고 그 뒤쪽으로 언젠가 보았던 궁극체 형태의 붉은 드래곤이 팔짱을 끼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완벽한 방관자의 형태였다.

“그 동안 내 제안을 계속 거부하던데,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지?”

마치 자신을 아는 것 같은 모습이다.

그런데, 도대체 누구지?

“나 몰라? [뱀 머리의 외족장인]이 난데.”

한수아는 최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계속해서 후원을 해주겠다고 메시지를 보내던 이들이 수십 명이었고, 한수아는 그들 모두를 거절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그런데 [뱀 머리의 외족장인]?

“기억 안나요.”

“뭐? 기억이 안나?”

꽈아악!

"악..!"

“하긴 기억 안 나도 상관없어. 네년이나 우리가 파놓은 함정에 빠진 이도라는 그 건방진 새끼나, 결국 죽는 건 변함없을 테니까.”

그때 뒤쪽에 있던 드래곤이 천천히 걸어온다.

“적당히 하지.”

[뱀 머리의 외족장인]이 인상을 찌푸린다.

“하... 도마뱀 새끼가 아까부터 이래라 저래라네. 짜증나게.”

그가 드래곤을 향해 남은 한손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땅이 참격을 맞은 것처럼 길게 갈려나가는 모습을 한수아는 멍하니 눈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얘네 뭐지?

같이 움직이는 걸로 보아 동료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참격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드래곤이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선다.

“건방진 새끼가...”

드래곤의 눈이 번뜩 떠지고 그 오묘한 눈동자가 살기를 띈 그 순간. 한수아는 그것을 분열의 조짐이라 판단했다.

이후, 그녀는 행동했다.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꺼내들었고 곧바로 휘두른 것.

그것도 자기의 머리를 향해서.

사각-!

잡혀있던 한수아의 머리카락이 잘려나간다.

작은 부유감을 느낀 한수아는 땅에 다리가 닿기 무섭게 자리를 박찼다.

타앗-!

그녀의 몸이 빠르게 뻗어나간다.

그리고 뒤쪽에서 폭음이 울려 퍼지고 몇 초가 지나기도 전에 조용해졌다.

불안감을 느낀 한수아는 재빨리 외쳤다.

‘정령소환술!’

정령계로 향하는 통로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뒤쪽에서 드래곤의 괴성이 들려온다.

“멍청한 새끼야 저년 잡아!! 저년을 잡아야 이도를 속일 수 있다고!”

두근!

심장이 크게 뛴다.

맥박 하나하나가 느껴질 정도였다.

한수아는,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고작해야 50cm의 거리에서 [뱀 머리의 외족장인]이 손을 뻗고 있었다.

찰나의, 찰나.

순간 한수아는 외쳤다.

"슈샤이어!”

[뱀 머리의 외족장인]의 손이 한수아의 머리를 잡아채려던 그때, 그보다 더 빠른 손이 정령계의 통로에서 뻗어 나왔다.

터억-!

[뱀 머리의 외족장인]이 눈을 크게 뜬 순간.

콰직-!

쾅-!

통로에서 넘어온 슈샤이어가 [뱀 머리의 외족장인]을 완전히 깔아뭉갰다.

한수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자리를 박찼다.

오랜 만에 등장한 슈샤이어가 촉수 괴물을 깔아 뭉갠 채로 고개를 돌린다.

저게 끝이야?

고맙다는 말도 안하네?

“그놈이나 저 여자나, 에휴.”

***

한수아는 다급했다.

뭔가 이상하다.

너무, 이상하다.

‘이도님이 무언가 꾸미고 있는 건 확실해, 그런데 이도님만 꾸미고 있을까?’

절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이도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곳은 엄밀히 말하면 이도의 홈그라운드가 아니었다.

당연히 초월자들의 홈그라운드도 아니었지만 그들은 이도보다 먼저 이곳에 도착했다.

무언가를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다는 뜻.

거기다 방금 드래곤의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나를 잡아야 이도님을 속일 수 있다고?’

거기다.

‘파놓은 함정에 이도님이 빠졌다고?’

한수아는 확신했다.

이도가 준비할 수 있는 그 이상의 것을 초월자들이 준비했다고.

즉, 이도는 지금 위험하다.

이도가, 죽는다.

한수아가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잘 죽어야한다고? 이도한테 의미 있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그런 생각 따위는 들지도 않았다.

그저 이도에게 이 정보를 알려야겠다는 생각. 혹은 이도가 머릿속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을 그들보다 먼저 ‘실행’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그게 전부였다.

한수아는 맹의 증표를 활성화 시키며 이도의 위치를 확인했다.

어딘가에 멈춰선 채로 이동조차 하지 않는 이도의 모습에, 한수아는 한 번 더 불안감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최대한 침착하게 생각해보자.

이도의 위치가 변함이 없다.

그건 아직 그놈들의 ‘함정’이 무엇인지 드러난 상태가 아닐 것이며 이도도 그저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한수아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 먼 거리를 순식간에 좁힐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이도에게, 방금 전 자신이 들었던 이 사실들에 대해서 어떻게 알려야하는가.

문득 떠올랐다.

인벤토리에 잠자고 있는 ‘윌의 속삭임’이. 한수아는 곧바로 윌의 속삭임을 꺼내들었다.

“윌의 속삭임을 사용할게요. 대상자는 시련자 이도”

[대상을 찾는 중입니다.]

연결이 되는 순간 한수아는 준비했던 말을 속사포처럼 내뱉으려했다.

하지만.

[대상을 찾을 수 없습니다.]

한수아의 눈이 크게 떠진다.

왜?

이게 도대체 왜?

증표에 의하면 분명 이도는 살아있다.

그런데 왜 찾는데 실패했다는 거지?

깊게 생각 할 수가 없었다.

콰아아아앙-!!

뒤쪽에서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고, 사방에서 초월자들이 달려오고 있었으니까.

자기들끼리 무슨 신호라도 주고받고 있던 것일까.

그 숫자만 해도 어림잡아 열, 아니... 이십.

최소 이십 명의 초월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어느새 두 초월자를 정리한 슈샤이어가 한손에는 [뱀 머리 외족장인]의 머리를, 다른 한손에는 드래곤의 머리를 들고 다가온다. 새삼스럽지만 5성의 슈샤이어는 강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한수아가 슈샤이어의 등에 올라탔다.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

어이없어 하는 슈샤이어의 말에 한수아가 그의 수많은 뿔 중 두어 개를 붙잡고는 말했다.

“부탁이에요.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해요. 도와주세요.”

무언가 쏘아붙이려던 슈샤이어는 그녀의 간절한 말투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이곳을 향해 달려오는 초월자들을 힐끗 쳐다본 슈샤이어는 생각했다.

서로 간에 일정한 거리를 둔 채로 달려오고 있는 저들은 일종의 진열을 갖춘 채로 움직이는 병사들의 모습과 같다고.

저걸 뚫으려면 가장 약한 부분을 가로질러야 하는데. 가능할까?

왠지 모르게 느낌이 싸했다.

하지만 길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하... 이게 다 사루님이 도와주라고 해서 도와주는 거지. 정말로 다른...”

“빨리요.”

슈샤이어는 이를 악물고는 자리를 박찼다.

한수아가 달리던 것과는 수십 배 이상 차이 날 정도의 속도.

그 속도로 정면을 뚫고 달려가던 슈샤이어는 등 쪽에서 느껴지는 뜨뜻한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뭐지?

이어서.

푸욱-

살을 가르는 섬뜩한 소리가 들려온다.

-한수아!! 수아야! 지금 뭐하는...

한수아는 대답하지 않고 단검으로 ‘다시’ 자기 복부를 찔렀다.

“대체 내 등에서 뭔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슈샤이어의 절규에는 그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아스트레이는 정말로 경악했다.

그 경악은 자기 복부를 찌른 한수아가 인벤토리에서 엘릭서를 꺼내 상처를 치료하고는 다시, 단검으로 복부를 찌르는 것을 지켜보기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홀로그램처럼 떠올라있는 손으로 한수아를 막아보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대체, 갑자기 왜 그러는 것이냐.

아스트레이는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자해를 하다 치료를 하고, 이어서 또 자해를 한다?

“알리고.. 있는 거예요.”

-뭐?

“맹의 증표는 시전자가 위험에 처했을 때 경고음을 일으켜줘요.”

다시 엘릭서를 마신 한수아가 다시 자기 복부를 찌른다.

그때 슈샤이어는 초월자들과 부딪치고 있었다.

뚫을 수 있을 거라 확신했지만, 모자랐나보다.

콰아아아앙-!!!

슈샤이어의 거대한 동체가 튕겨져 나가고 등에 타있던 한수아와 아스트레이도 멀리 날아갔다.

털썩-!

그 순간, 한수아는 웃고 있었다.

맹의 증표에 표시되어있는 이도가,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한수아는 확신했다.

무언가 이도한테 도움이 되었다고.

그래서 웃을 수 있었다.

***

만찬장의 분위기는 화목했다.

“천군 그 새끼는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었지.”

“그놈뿐일까. 발락투스 그놈도 천군 못지않게 미쳤어. 생각해보니 정상적인 놈들이 없었네.”

“그 둘을 찜 쪄 먹는 게 여화 아닌가? 대단하긴 하나 그거랑은 별개로 진짜 미친 건 여화지.”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세 진영의 초월자들이 마치 상사 뒷담을 까는 회사원들처럼 뭉쳐 있는 꼴이 생각보다 너무 평화롭다고 해야 할까.

“오랜만에 치르는 에피소드이긴 하지만 이건 아무리 봐도 기회야. 우리가 그들의 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런 기회."

그들은 나를 경계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일까.

이질감이 느껴진다.

마치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그런 기분.

그러다 깨달았다.

그들의 말에는 전부 일리가 있었으며 제 3자라 할 수 있는 내가 듣기에도 매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만 이루어져있다는 것을. 생각할수록 이 그림은 너무나도 완벽하다.

너무 완벽하기 때문에 드는 이질감이었나 보다.

그때였다.

우웅-!

품안에 있던 맹의 증표가 작게 진동하기 시작했던 것.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뭐지?

무슨 일이 있는 건가?

빠르게 한수아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녀의 위치가 빠르게 변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한수아를 뜻하는 표시가 붉은색으로 물든다.

이건 한수아가 위급하다는 뜻.

그런데 갑자기 그 붉은색이 멀쩡해진다.

나도 모르게 표정을 그대로 굳혔다.

설마?

그때 또 다시 한수아의 모습이 붉어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확실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한수아는 지금 나한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도와달라는 신호라기보다는, 마치 무언가를 알아채길 바란다는 신호.

그러다 문득 손 안에 들린 술잔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 술잔을 드는 순간 짧게나마 모였던 시선들이, 이제는 조금 집요하게 따라온다.

“최후의 전쟁을 위해서 건배합시다.”

갑작스러운 살롬의 건배 제안.

피식 웃고 말았다.

하긴 이렇게 시간을 끌어봤자 좋을 건 없다.

조용히 잔을 내려놓았다.

터억 하는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는다.

살롬이 물었다.

“왜 잔을 내려 놓는가?”

“금주 중이거든.”

'..."

잠깐 주변을 둘러본 살롬이 여전히 속모를 웃음을 짓는다.

“분위기가 이상해지는군, 술 한 잔이 그렇게...”

“독이라도 탔냐? 왜 이리 재촉해?”

살롬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리자 그의 미간이 구겨진다.

당연히 무시했다.

“느낌이 참 이상하네. 마치 무언가 계속 기다리는 것 같은 니들 모습이, 참 우습다고 해야 하나."

"..."

주르륵-!

술잔을 그대로 바닥에 엎었다.

분위기가 싸해진다.

슬며시 고개를 돌려 살롬을 바라보았다.

그가, 섬뜩하게 웃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지?”

“뭐가 언제부터야. 당연히 처음부터지. 니들을 어떻게 믿어?”

여전히 섬뜩하게 웃고 있는게, 진짜 술잔에 독을 탄게 맞나보다.

그런데 설마 이거야?

이게 준비한 것의 전부라고?

너무 허술하잖아?

진짜 준비한 건 먼저 보여 줄 생각은 없다... 이건가.

어쩔 수 없지.

나는 조용히 인벤토리에서 ‘어떤 물건’을 하나 꺼내들었다.

그러자 놈들이 당황한다.

“...그건...?”

“이 미친놈이...”

“정신병자새끼...”

나는 손에 들린 핵폭탄을, 그것도 무게만 최소 1톤이 넘어가는 그것을 너무나도 여유롭게 탁자에 내려놓았다.

아 참고로 100메가톤급 핵폭탄이다.

“코인이 좋긴 좋아. 지구에도 없는 걸 살 수 있으니까. 자. 이제 진솔한 대화를 해보자고. 참고로 이 자리에서 도망가는 새끼가 한 놈이라도 되는 순간 그대로 터트려 버릴 거니까 니들 옆에 있는 새끼는 니들이 알아서 잘 단속하고.”

20메가톤급 폭탄이 터지면 약 6.4km가 완전 소멸한다.

100메가톤이면 어느 정도일지는 나도 짐작이 가지 않지만 최소 이놈들 중 절반 정도는 빈사상태로 만들거나 죽일 수 있다.

그런데 약간 모자라다.

그래서, 하나 더 꺼냈다.

터억-

"...."

놀랐기에 도망칠 기회를 놓친 이들이 멍한 표정으로 탁자를 바라본다.

내 양옆에 가지런히 놓인 두 개의 핵폭탄.

하나당 무려 25억 코인이나 하는 그 폭탄을, 나는 무려 두 개나 꺼내놓은 것이다.

만찬장에 있는 시련자들이 나를 진짜 미친놈 바라보듯 쳐다보기 시작했다.

거참. 조금 부담스럽네.

"내 패는 충분히 보여준 거 같네, 이젠 니들 패를 좀 봐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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