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화. < 정령도(2) >
나는 한수아와 천천히 이동했다.
그래, 서두른 게 아니라 그냥 천천히.
나름 생각할게 있다고 해야 하나.
이 귀기라는 리스크 없는 힘의 근원은 대체 무엇일까.
신의 창을 쓸 때나 폭기를 쓸 때나 아니면 신체를 강화할 때나 항상 느낀 건데, 이 귀기는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 같았다.
그냥, 끝이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언제든지 아까 보여주었던 그 수준의 힘을 순식간에 끌어올릴 수 있고 예상이긴 하지만 아마 며칠 동안 그 상태를 유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수준은 절대로 낮은 수준이 아니다.
5성의 초월자인 슈샤이어를 상대로 가지고 놀았고 이 북부에 거대한 흔적을 남겼다.
산 서너 개가 무너져 내리고 아직까지도 진정되지 않은 듯 뒤쪽에서는 굉음이 울려퍼지고 있었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 이상 힘을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했다.
내가 계속해서 귀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린다고 말했던 그것은, 현재 3성의 신체인 내 몸이 버틸 수 있는 그 한계를 말하는 것이었는데, 이게 어느 정도냐면.
아 여기서 조금만 더 끌어올리면 내 신체가 붕괴되겠구나.
딱 그런 느낌이 들기 직전.
그 미세한 컨트롤의 기준을 나는 극한이라고 표현한다,
아마도 신체의 붕괴를 감안한다면 7성, 언젠가 군자검이 말했던 대로 9성까지도 가능하다.
‘이게 참.. 애매하네.’
결국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왔다.
‘이 귀기는 근원은 대체 어디로부터 시작되는 걸까.’
끝이 없는 힘.
아무리 봐도 그 9성의 힘은 최대치가 아니다.
그건 확실하다.
이게 말은 쉽지, 실제로는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상황이다.
하다못해 마나도 끝이 있는데, 끝이 없는 기운이다?
이건 마치 내 몸 안에 무언가 잠들어있는... 그런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무언가를 빌려 쓰는 기분이라고 하는 게 조금 정확한 표현인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하게 슈샤이어의 말도 그렇고 여간 신경 쓰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거참.
‘이것들은 짜증나게 궁금증만 유발시키고 그냥 튀어버리네.’
주변에 계속 이상한 놈들만 보이는 게, 내가 이상한 놈들만 만나는 건지 아니면 내가 이상해서 그놈들이 이상하게 보이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한숨을 터트리던 내게, 한수아가 묻는다.
“이도님.”
“응?”
“뭐 하나 물어 봐도 돼요?”
“사적인거? 아니면 공적인거?”
“...사적인거요.”
생각해보면 여태껏 한수아는 나와 일정거리의 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의존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녀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다고 해야 할까.
적어도 한수아는 여태껏 내게 공적인 일들에 대해서만 언급을 했지 따로 이렇게 사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직접 말한 적은 없었다. 묘하게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물어봐. 대체 뭐가 궁금한데?”
그런데 한수아가 뜸을 들인다.
거참. 대체 어떤 질문을 던지려고 저러는 걸까.
그렇게 잠깐 망설이던 한수아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뭐야 싱겁게.”
피식 웃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1분 정도를 걸었을 때였다.
정령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게 눈에 보인다.
조용히 주변을 살폈다.
무너진 석벽의 흔적이나 내가 찾던 상자의 모습이나 이런 것들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주변 지형들이 굉장히 유사하다.
조금 더 자세히 살핀 뒤 확신했다.
분명 이곳은 군자검이 보여주었던 그곳이다.
문제는 수북하게 쌓인 눈들과 계속해서 내리는 눈.
환경이 문제였다.
눈이 그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 눈을 조금 치워봐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던 그때.
정령들이 누군가의 말을 들은 것처럼 주변 지형들을 파내기 시작했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수아가 빙긋 웃는다.
내 생각을 읽은 걸까.
같이 행동한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는데 이상하게 한수아랑은 통하는 기분이다.
그렇게 저글링 같은 정령들은 계속해서 땅을 파내고 눈을 치우는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시간의 세월이 너무 흐른 것일까.
파도파도 끝이 없는 게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정리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그 시간은 5분은 넘지 않으리라.
조용히 기다리던 그때.
복싱은 왜 그만 두셨던 거예요?”
침묵을 깨고 한수아가 질문을 던진다.
아까 물어보려다 말았던 게 저거였나 보다.
그런데 데자뷰일까.
튜토리얼을 진행할 때 한태식이 내게 건넸던 질문과 매우 유사하다.
“간단하게 대답해줄까 아니면 길게 대답해줄까.”
“이도님이 편하신 대로요.”
내가 편한 대로라...
그럼 짧게 말할 수밖에 없는데.
“그냥, 엿 같아서.”
정말 짧고도 간결한 대답이었고 사실 이게 모든 것을 함축한 이야기였다.
정말로 엿 같았으니까.
“아버지가 연쇄 살인마래. 그것도 무려 25명을 죽인, 처음에는 그 가족들한테 화살이 겨눠지지는 않았지.”
짧게 이야기하려했는데 어차피 남은 시간은 대략 5분, 그냥 나는 5분 동안 내 이야기를 했다.
“문제는 그런 아버지가 자살을 했다는 거야. 증거와 모든 게 명백했는데 무죄라고 외치며 자살을 하니, 이게 언론에 안 알려질 수가 있겠어? 괘씸죄라고 해야 하나,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였는데 나름 착하게 살았다고 자부했거든? 그런데 피해자의 가족들이 나랑 내 동생이 있는 학교로 맨날 찾아오더라고,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할 정도였어. 이게 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나는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계란을 맞아봤거든. 정말이지 세상 참 엿 같더라.”
그게 전부였다.
그 이후 나는 학교를 자퇴했다.
내 동생도 마찬가지고.
그냥 풍비박산 수준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화병으로 돌아가시고 나는 이른 나이에 가장이 되어야했다.
내 동생은 검정고시를 준비했고 나는 사회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1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관심이 식었다.
아마 그때가 나와 내 동생에게 있어서 유일한 평화가 아니었나싶다.
그 평화를 깬 것은 내 선택 때문이었다.
“룸 웨이터를 하던 때였나. 어쩌다 사람들이랑 시비가 걸렸거든, 그런데 상대가 복싱 선수더라. 두 명인가 그랬는데 걔네들이 나한테 주먹질을 하는 거야. 안 그래도 스트레스로 탈모 걸리기 직전이었을 때라 평소라면 피했을 텐데 그때는 피하고 싶지가 않더라. 그냥 싸웠지.”
한수아의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결과가 궁금한 걸까.
말해주지 뭐.
“이겼어 내가.”
"...와 정말요?”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직감이 좋았다.
공격의 모션이나 그 찰나의 순간 내게 내려지는 판단들은 나조차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들이 비록 아마추어 복서이기는 하나 그들의 모든 공격을 읽는 내게, 상대가 될 리 없었다.
결과만 보자면 나는 한 대도 안 맞고 두 명의 아마추어 복서를 이겼다.
놀라운 건 그중 한명이 프로 데뷔를 앞두고 있던 신성이었다는 사실이었고, 경찰서에서 그들과 마주하던 그때 한 남자가 나타났었다.
“정지혁, 그 사람을 그때 처음으로 봤지.”
“정지혁이면... 아하..”
정지혁의 유명세는 단순하지 않았다.
복싱 가뭄이었던 한국에 복싱 열풍을 불러일으킨 남자가 바로 정지혁이었다.
몇 번이나 언급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는 주먹으로 세계를 평정했고 명실상부한 한국의 영웅이었다.
그게, 정지혁이다.
“그 사람이 나한테 말하더라. 왜 재능을 썩히고 있냐고.”
“나는 대답했지. 세상이 좆같아서 어쩔 수 없다고.”
머릿속에 형님이 웃던 모습이 계속 떠오른다.
“형님이 말하더라고, 자기랑 같이 하자고, 좆같은 세상 주먹으로 다 찢어보자고.”
“혹했지. 혹해서 그 양반을 따라서 복싱을 배웠어. 아마... 너도 알걸? 내가 꽤 유명했잖아?”
한수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찌 보면 이게 비현실적일수도 있다.
어떻게 연쇄 살인마 당사자도 아니고 그 자식이 당사자인 연쇄 살인마보다 유명해질 수 있을까.
그런데, 그게 가능했다.
실제로 벌어졌으니까.
“형님은 내 인생에 한줄기 빛같은 사람이었거든. 집도 사줬고, 동생이 편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원하는 건 다 해줬어. 몸 편찮으셨던 할머니한테 고급 병원의 1인실도 준비해줬지. 문제는 나였어.”
내 입으로 말하긴 조금 그렇지만 나는 너무 뛰어났다.
너무 뛰어나서 주목을 받았고 너무 뛰어나서 과거가 발목을 잡았고 너무 뛰어나서 질시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형님은 세계 챔피언이 될 때까지 단 한 번의 다운도 당하지 않았지. 그런데... 비공식이긴 하지만 내가 형님을 다운시킨 적이 있거든.”
사실이다.
8체급을 제패한 최고의 복서를, 절대로 무너지지 않고 단 한 번의 다운조차 허용하지 않으며 전성기를 쭉 이어가는 진짜 괴물중의 괴물인 정지혁을 상대로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나는 해냈다.
복싱을 배운지 고작해야 1년밖에 되지 않은 햇병아리가 그 비현실적인 일을 현실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게 아마 형님을 동경하던 소수의 복서들에게 기폭제로 다가온 게 아닐까 싶었다.
그들은 마치 사명감이라도 있는 것처럼 내 과거를 떠벌리며 피해자들을 옹호했다.
내 정상적인 시합을 막으려고 탄원까지 했으며 언론에 제보하기까지 했다.
연쇄 살인마의 아들이 아마추어 대회를 휩쓸고 다니던 그 상황은 언론에게 있어서 큼지막하고 아주 맛있을 먹거리와 다름이 없었다.
내 과거는 안 좋은 방향으로 미화되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나는 중학교 때부터 사람을 패고 다니던 쓰레기가 되었으며 내가 복서가 된 이유는 연쇄 살인마였던 아버지를 따라 합법적인 살인을 링 위에서 하려는 목적이라는 그 말도 안 되는 기사가 포털 사이트 1위를 했을 정도였다.
그들이 왜 그랬는지, 솔직히 말하면 이해는 간다.
영웅이 악마에게 짓밟히는 레퍼토리는 단순한 판타지 세상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빛나는 영웅인 정지혁의 밑에 있는 나라는 악마의 씨앗.
내가 영웅을 짓밟을 막연한 미래를 그들은 두려워 했을 것이다.
정지혁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는 정치, 경제, 사회를 불문하고 그 어디든 언급이 되지 않는 곳이 없었으니까.
그런 상황이 모든 것을 그렇게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들었다.
“저도.. 사실 알고 있었어요. 이도님에 대한 거.”
“알아. 내 입으로 말하긴 그래도 한국에서 나모르는 놈은 없을 테니까. 생각해보면 웃기지. 연쇄 살인마의 아들을 모두가 안다고? 이걸 단순하게 상상력의 부재구나. 현실을 모르는구나. 이렇게 말하는 놈들도 있더라고.”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말인지 나조차도 불확실했다.
그냥 이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런 병신 머저리 새끼들은 대가리에 우동사리가 가득한 새끼들이라 굳이 말로 설명해줄 필요도 없지.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까.”
감정이 이상하게 들끓어 오른다.
한숨을 내쉬며 한수아와 눈을 맞췄다.
“복싱을 왜 그만뒀냐고? 내가 계속 복싱을 하면 형님한테 피해가 가고, 내 동생한테도 피해가 갈 거고, 유일하게 남아있는 할머니한테도 피해가 갈 테니까. 쥐 죽은 듯이 살아가는 거. 그게 내 역할이었거든.”
내 대답에 한수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말했다.
“미안해요.”
“뭐가?”
“...괜히 그런 과거 생각나게 해서요.”
피식 웃고는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은 몰라. 누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
정령들의 움직임이 더욱 더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를 찾은 것 같은 모습이다.
“겉으로 드러나 있는 사실만을 진실로 믿으며 살아가지. 그게 웃긴 거지. 적어도 사람이라는 건 생각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거고 짐승과 다른 점은 그 사고의 수준이 월등하기 때문인데, 보면 짐승보다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보여.”
“...그런데 왜 지구를 구하려고 하세요? 왜 한 번도 쉬지를 않으세요?”
말문이 막히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잠깐 생각하고는 말했다.
“나는 한 번도 누군가한테 의미가 있는 존재가 되어 본적이 없거든.”
당연히 동생과 할머니는 제외했다.
“그런데 나한테 짐승처럼 살지 말라고 희망을 주던 사람이, 나랑 같이 해보자고 했던 일을 나는 끝내지 못했어.”
지구를 구하자고 술을 마시며 형님과 다짐하던 그때가 떠오른다.
“그래서 그걸 이뤄보려고. 그리고 누가 한 번도 쉬지를 않아?”
“네?”
“설마 내가 한 번도 쉰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냐?”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그랬어요. 혼자서 모든 걸 안고가면서 한 번도 쉬지 않는, 그게 제 눈에 보인 이도님이었거든요."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이게 쉬는 거지 뭐야. 별걸 다 생각하네.”
“...그러게요.”
한수아가 나를 애처롭다는 듯 바라본다.
신경 쓰지 않았다.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시선은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버렸으니까.
그런데 안쓰럽게 쳐다보는 건 좀 아니지 않냐.
왼손 검지로 한수아의 이마를 툭 치자. 그녀가 한손으로 이마를 가린 채 해맑게 웃는다.
그 모습에 나도 작게 웃고 말았다.
그때, 정령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고 사방을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마치 환호를 하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내 옆에 있던 한수아도 내 보폭에 맞춰 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져있다.
무언가 매우 만족스러워한다는 느낌 같다.
거참, 그게 그렇게 궁금했나.
나와 한수아는 공사 현장처럼 엉망이 되어있는 눈들을 헤집고 계속해서 걸었다.
그리고, 걸음을 멈췄다.
몸을 천천히 숙인 뒤 손을 뻗었다.
터억-
붉은 상자.
세월의 흔적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새것 같은 느낌의 상자가 내 한손에 쏙 들어온다.
천천히 들어올렸다.
이거다.
정령도로 향하는 열쇠.
천천히 상자를 열자, 그 안에서 터져 나온 빛무리가 나와 한수아를 덮는다.
잠깐 눈을 감았다 뜨자마자 한수아를 데리고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눈앞에, 누군가 있었으니까.
단정하게 빗은 머리에 뚜렷한 이목구비.
다만 그의 몸은 매우 흐릿해서 마치 홀로그램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상체 아래로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으니까.
마치 학자 같은 느낌을 주는 그 남자가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대는 누구지?
통성명을 하자는 걸까.
그런데 이게... 뭐라고 해야 하나.
이건 예상을 조금 벗어난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이 상자 안에 담긴 건 분명 열쇠일 텐데, 왜 이상한 남자가 등장한 걸까.
무슨 램프의 지니도 아니고.
“먼저 자기소개부터 하는 게 예의 아닌가?”
내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나는 마테리아 제국의 수석 서기관 아스트레이. 그대는?
“시련자 이도.”
대답을 하면서 손에 들린 상자를 살폈다.
이 안에서 뿜어져 나온 한줄기의 빛이 저 아스트레이라는 남자의 몸을 비추고 있었고 상자의 한 구석에 작은 보석 같은 게 보인다.
아무래도 이 보석이 그 열쇠인가보다.
슬며시 손을 들어 보석을 집어 채려던 그때, 아스트레이가 말했다.
-그 물건이 무엇인지 아는 모양이군.
모르고 여기까지 왔을 리가 없다.
그런데, 말투의 뉘앙스가 참 묘하다.
마치 무엇인지 말해보라는 그런 느낌이다.
“내가, 대답해줘야 하나?”
-...목적은 내가 아니라 그 물건이었군.
“당연한 거 아닌가? 내가 게이도 아니고 그쪽을 왜 만나러오는데?”
-...혹시 마테리아 제국에 대해 궁금한 게 있지 않은가?
마테리아 제국이라...
그 자멸했다던 과거의 국가를 말하는 것 같은데.
내 대답은 깔끔했다.
“전혀.”
아스트레이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마치, 이놈은 대체 뭐하는 놈이야? 하는 그런 표정이다.
말없이 아스트레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이때까지도 몰랐다.
이 아스트레이라는 남자와 함께하게 될 시간이 꽤나 길 것이라는 그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