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화. < 개소리를 하도 들어서 그런가. 뭐가 일어났다고?(2) >
“어, 꽤 재미있는 농담이었어. 웃기려는 목적이었으면 성공했네.”
실제로 나는 웃었다.
당연히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내 태도에 소천은 더욱 더 다급해졌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입니다. 지금 서부 쪽의 세 명의 성주가 그. 하면서 병력을 일으켰고 남부 쪽의 산적들이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소천의 말은 중간에서 살짝 흐려지다 다시 뚜렷해졌다.
솔직히 거의 옹알이 수준이라 알아듣지 못했는데, 소천이 말하려던 그 내용은 아마 반란을 일으키는 명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조금 궁금해진다.
“중간에 왜 말을 흐리냐? 그 세 명의 성주라는 놈이 뭐라고 하면서 병력을 일으켰는데?”
“...이걸 말씀드리기가 조금 어려운데...”
“어차피 알게 될 건데 지금 알아두나 그때 알아두나 그게 뭔 상관인데? 빨리 말해.”
“그…"
소천이 계속해서 말을 흐린다.
대체 놈들이 뭐라고 했기에 저러는 걸까.
작은 호기심이었는데 갑자기 어마어마한 호기심으로 변하는 그 과정은 나조차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똑바로, 또박또박, 그놈이 말했다는 그 명분 그대로 읊어봐.”
"...우리의 적인 몬스터들을 주민으로 받아들이는 현재의 황제라는 작자는, 이 대륙의 주인이 될 수 없다. 그는 착..."
"풋."
내가 웃음을 터트리자 소천이 말을 멈췄다.
그리고 눈치를 보는 게, 아무래도 이건 거의 시작에 불과한가보다.
바하로사의 시체에 대충 걸터앉으며 계속하라는 손짓을 하자 그가 말을 잇는다.
“그의 뜻과 대의는 분명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가장 옳고 그른 방향임에는 확실하나, 그는 결국 이방인, 우리의 대륙은 우리가 지켜야한다. 이 대륙의 주인은 황제가 아닌 우리 발바라 대륙의 주민들이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주장해야하며 몬스터가 우리와 같은 주민이 되어 같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아서는 안 된다. 황제인 그는 현재 분명 선의를 가지고 행동하고 있지만 그 선의의 방향은 분명 잘못되었다. 그렇기에 그의 선의를 옳은 길로 이끌어줘야 할 운명을 가진 존재는 결국 우리 발바라 주민들일 수밖에 없으며 그…”
더 들을 필요도 없었다.
저 긴 문장들을 외웠다는 것도 신기하긴 했지만 그냥 내용 자체가 개소리나 다름이 없어 귀가 썩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손을 휘젓자 소천이 말을 멈춘다.
그리고, 조금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뒤로 물러선다.
조금, 말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 성주라는 놈들은 아무래도 ‘선언문’같은 형식으로 자기들이 ‘반란’을 일으킨 이유를 사방팔방 외치고 다닌 것 같은데, 대충 내용을 정리하면 내가 이종족들을 발바라 대륙의 주민으로 받아 주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약간의 말을 보태자면 나는 이방인, 그리고 이종족들도 이방인.
권리를 운운하는걸 보니 이건 어떻게 봐도 자기들 밥그릇을 빼앗길까봐 으르렁대며 반응하는 강아지들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들의 목적이 권력욕인지, 아니면 명예욕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관심도 없다.
이건 나에게 있어서 그저 잠깐의 해프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다른 시련자들 전부랑 양규랑 아퀴나스. 그리고 엘리자베스까지 모조리 불러와. 시간은 10분 준다.”
“...그리하겠습니다. 폐하.”
빠르게 사라지는 소천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결국 한 번 더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거참.
“누굴 진짜 병신으로 아는 건가.”
몇 번 언급 한 적이 있었지만 발바라 대륙은 정말로 거대하다.
그리고 그 거대한 대륙을 판테온이라는 단일 제국이 어떻게 다스릴 수 있었을까.
간단하다.
발바라 대륙 내에는 형태만 달리 할뿐 본질은 같은 형식의 체제가 존재한다.
일종의 군산제와 봉건제를 합친 형태인데. 중앙 정부인 황성의 중앙 행정청은 수도에 본진을 두고 각 요충지로 행정관을 파견한다.
우선 요충지부터 짚고 넘어가자면 요충지의 기준은 당연히 전략적으로 뛰어난 지리를 가지고 자원도 풍부한 지형을 말한다. 인구수는 더 말 할 것도 없다.
그런 요충지를 황제가 직접 통치하며 일일이 신경 쓸 수가 없다.
심지어 그곳에 작위를 가진 이들을 보내기도 애매하다.
기본적으로 요충지라는 것은 사병의 수가 막대하며 제국의 ‘살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들이니까.
그래서 만들어진 게 귀족들과 약간의 차별 점을 둔 ‘제후’, 즉 성주다.
오등작 체제에 들어있지는 않지만 그 권위를 보자면 수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공작과 동등한 자리다.
이 형태가 봉건제고, 중앙 행정청이 파견한 행정관이 그 성주를 옆에서 보필하는 군산제의 형태.
간단하다.
애초에 마스터라 불리던 권주나 검주 같은 놈들이 왕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그 밑에 재상이라는 이들을 둔 채로 왕국을 통치하던 그 형태의 표본은 성주라는 직위에서부터 따온 것이다.
여하튼 그런 놈들이 갑자기 저런 말을 하면서 병력을 일으킨다?
아니, 애초에 반란이라는 거 자체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왜?
아무리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고 해도 똥인지 된장인지는 구분 할 줄 아는 게 사람이 아니던가.
그것조차 못하면 짐승이지, 그걸 어떻게 사람이라 부르겠는가.
이미 이 대륙에 내 적은 없다.
솔직히 한 수십만 명이 몰려온다 해도 나는 간단하게 정리할 자신이 있다.
그걸 놈들이 모르는 게 아닌 이상 다른 것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긴데.
그게 뭘까.
짜증이 난다.
정치적인 냄새.
이런 게 정말 싫다.
지겨울 정도다.
대충 생각을 정리하고 확인하지 못했던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
10분 안으로 모으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모두가 모이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5분에 불과했다.
나는 바하로사의 시체에 걸터앉은 채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두 진영으로 나눠져 있는 그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일단 한쪽은 엘리자베스를 비롯한 양규와 아퀴나스. 그리고 구석에 있는 소천까지. 이들은 무슨 인형처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 표정이 매우 심각했다.
소천이 반란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이걸 반란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저 병력을 일으켰고 어디를 침략했다거나 그런 일이 없는 게 어찌 반란이란 말인가.
여하튼, 다른 쪽에는 정확히 시련자들이 자리해있었는데, 그들의 표정도 약간 심각하긴 했지만 그건 발바라 대륙 쪽의 인원들과는 다른 심각함이었다.
아무리 봐도 저들은 방금 내가 본 시스템의 메시지를 미리 확인한 게 확실하다.
말 나온 김에 한 번 더 봐야 할 것 같다.
[시련자분들께 알립니다. 금일 Episode #19를 끝으로 발바라 대륙을 위협하던 모든 침식이 종료되었습니다.]
정말로 짧았다.
짧았는데 이 메시지의 참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시련자가 얼마나 될까.
확신하는데, 나밖에 없다.
모든 침식이 종료된다.
저 말만 보자면 혹시 벌써 에피소드의 끝이 다가 온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테지만 전혀 아니다.
이건, 새로운 시작의 예고였다.
그러니까, 무대의 변경.
행성의 이동.
즉, 타이탄으로의 이동이다.
내가 알기로 전생에서의 시련자들이 ‘침식이 종료되었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받은 게 정확히 Episode #30때였다.
그리고 그들은 #39때 타이탄으로 넘어갔다.
확신 할 수는 없지만 이번 생에서 내가 겪는 시련은 #29때 타이탄으로 넘어갈 확률이 높다.
즉 지금부터 발바라 대륙에서 벌어질 에피소드들은 처음 발바라 대륙으로 넘어왔을 때 겪었던 그런 형식으로 진행된다.
아마도 세상을 떠도는 마물들, 보스 몬스터 같은 게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현재 내게 보이는 에피소드의 내용은 ‘몬스터의 침략’을 막으라는 짧은 메시지가 전부였다.
문제는 하나다.
나를 비롯한 시련자들은 이제 곧 발바라 대륙을 떠난다는 거.
솔직히 내 생각보다 너무나도 빠른 진행이었다.
네스레자를 비롯한 고블린들은 물론, 지금쯤 어디에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양규가 잡아놓은 오크들까지.
그들을 정리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내 계획이 어그러졌다.
이거 참.
‘조금 난감하네.’
일단 정리부터하자.
“성주라는 놈들이 병력을 일으켰다고?”
“...예.”
“긴말할 필요 없을 거 같네. 니들이 눈치가 없는 애들이 아니니까.”
“니들도 알다시피 나는 이방인이다. 언제까지 발바라 대륙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입장이지.”
모두가 내 말을 주목한다.
“황제라는 자리가 필요했던 이유는 침식이라는 거대한 전쟁을 막기 위한 일이었고 지금, 발바라 대륙의 침식이 끝났다. 이제 내가 황제의 자리에 앉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충분히 생각했고 나름 합리적으로 판단내린 결론이었다.
“앞으로 나와 시련자들이 이 발바라 대륙에 있는 기간은 길어봐야 한 달, 아마 한 달도 되지 않을 거다.”
“...정말이십니까?”
양규가,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되묻는다.
그에게 말했다.
“사실이다.”
발바라 진영 쪽의 이들이 끄응 하며 작게 신음을 삼키는 모습이, 조금 안타깝다.
“그래도 일 처리는 깔끔하게 해 두는 게 좋겠지. 머저리들이 병력을 일으켰다? 엘리자베스. 대답해봐.”
“..네?”
“나는 이용당하는 놈들이랑 이용하는 놈들이라는 두 부류를 따로 보지 않아. 그저 나한테 있어서 그런 놈들은 죽여야 할 놈들일 뿐이니까.”
언젠가 나는 언급한 적이 있었다.
시련자들 뒤통수치는 놈들을 죽일 거고 그 뒤통수치는 놈이 그럴 놈이 아니라면서 보호하는 놈들도 모조리 죽일 거라고.
지금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놈들 수가 얼마나 되건 관심 없어. 그게 십만이건 백만이건, 혹은 수천만이건 솔직히 나는 그들 전부를 죽일 수 있거든.”
“그러니까. 네가 한번 내게 보여봐.”
“…네?”
갑자기 달라지는 내 말에 그녀가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되묻는 게 정말로 인형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마무리가 허술한 놈이 아니거든, 적어도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려. 나는 내가 사라지기 전 이 대륙이 최대한 ‘안정’되기를 바라고 있거든. 거기다 내 빈자리를 대신할 놈도 뽑아야하고. 그 외에도 정말 할 일이 많아.”
“네…”
“일주일 주지.”
“일주일.. 이요?”
율리우스는 엘리자베스가 행복하기를 바랐다.
적어도 내가 개새끼중의 개새끼가 아닌 이상 그의 바람을 이뤄줄 생각이다.
그리고 나는 그 바람이 이루어지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자리’와 ‘힘’.
“일주일 안에 그놈들 정리해봐.”
“그 말씀은..."
“그래,네가 나 다음대의 황제다.”
잠깐의 침묵이 자리한다.
가장 빠르게 반응한 것은 양규였다.
그가 황급히 무릎을 꿇었는데, 그를 제외하곤 아무도 무릎을 꿇지 않자 그가 멋쩍은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서 일어선다.
힐끗 고개를 돌려 아퀴나스와 소천을 바라보았다.
그 둘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마치 황제라는 그 거대한 권력을 말없이 저렇게 포기를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 듯한 그런 표정이었다.
됐고.
“침식을 진행하기 전에 전 대륙에 있는 대부분의 전쟁 물자를 황성 주변 영지들로 옮겨 놨던 거 기억하지?”
“예."
“그 성주라는 놈들이 병력을 일으켰다는 건 물자의 여유분이 넘쳐흘렀다는 이야긴데. 아무리 요충지라고 해도 내가 보내라고 했던 물자들이 보통 양이 아닌 이상 놈들의 배후에 누군가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 그리고 분명 귀족들일 테고. 양규."
“예 폐하.”
“그놈들 찾아서 전부 죽여.”
“그리하겠습니다 폐하.”
양규의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엘리자베스를 바라보자. 눈을 껌뻑이고 있는 그녀가 눈에 보인다.
황제의 자리가, 싫은 걸까.
나는 물었다.
“왜? 마음에 안 드나?”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제가 그 자리를 대신 할 수 있을까요.”
피식 웃고 말았다.
“자격만 내게 보여. 그 이후의 일은 내가 깔끔하게 정리해주지.”
더없이 믿음직한 내 말에 엘리자베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잘할 거라고 믿자.
이번에는 시련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박유정과 랜버튼, 그리고 한수아와 성미령 나성진까지.
그 옆에는 다른 시련자 서너 명이 위치해있었지만 그들은 관심 없었다.
“메시지가 뜻하는 말은 간단해. 우리는 이제 곧 다른 행성으로 넘어간다.”
“그 전에 힘을 만들어 놓는 게 좋겠지?”
긴말할 필요 없었다.
방향이 어떻게 진행되건 간에 이들은 결국 나와 끝까지 가야한다.
이 발바라 대륙에서건 타이탄에서건 그것도 아니라면 그 종착지인 지구에서건.
결국 이들과 나는 어떤 식으로든 다시 만나게 된다.
배신?
할 거면 해도 상관없다.
찾아서 죽이고, 지구로 가서 또 죽여 버리면 되니까.
“한수아를 제외한 너희들은 지금부터 엘리자베스와 양규를 돕는다. 그 둘이 누군가를 죽여 달라고 하면 죽이고, 무언가를 알아와 달라고 하면 그것도 해줘라. 심부름꾼이 필요하다면 심부름꾼이 되어주라는 말이다.”
“똥 치우는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겠지. 그런데, 너희는 나와 끝까지 함께 하기로 마음을 굳힌 거 아니냐?”
조용한 침묵이 자리한다.
“하나 확실하게 말해주지. 나와 함께한다면 나는 너희를 모두 살릴 거다. 살려서 지구로 데려갈거고 그곳에서 너희가 해야 할 일은 하나밖에 없어. 내가 하려는 일들을 방해하는 놈들을 정리하는 거. 감정이 없고 시킨 일만 처리하는 그런 기계 같은 놈들을 원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시키는 게 그 무엇이든 할 거라는 그 의지만큼은 내게 필요하다. 그러니 내게 보여줘라. 내 명령을 따를 거라는 너희의 의지를, 그게 아니면 지금 말해. 나한테 필요 없는 존재를 나는 굳이 데려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
내 말이 무슨 뜻인지 감은 잡았으리라.
시련자들은 조용했다.
그리고는 의아한 표정의 한수아를 제외한 모두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다시 엘리자베스와 양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명심해. 일주일이야. 중간 중간 에피소드로 인해 몬스터들이 소환 될 거다. 아마 정예 몬스터 같은 한 개체의 특수한 종이 소환될 확률이 높아. 시련자들과 상부상조해. 너는 시련자들이 시련을 클리어 하는 걸 도와주고 그들의 도움을 받고. 무슨 말인지 알지?”
“예 폐하.”
정리가 끝났다.
바하로사의 몸에서 일어서고 바닥으로 내려오자 양규가 묻는다.
“혹시, 자리를 비우십니까?”
역시 눈치가 빠른 남자다.
“말했잖아 일주일이라고.”
“...예. 그러면 잡아놓은 오크들은 어떻게 할까요?”
양규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내 짐작대로 오크들을 아주 제대로 잡아놨나보다.
“오크라는 종은 기본적으로 호전성이 강해. 그 호전성을 조금 깎아 둘 필요가 있겠지. 일단 오늘은 고기 같은 걸로 아주 풍족하게 먹이고 내가 돌아올 때까지 굶겨. 죽지 않을 정도로 살려만 놔. 이후의 일은 내가 알아서하지.”
“예. 알겠습니다.”
슬며시 손을 들어 한수아를 향해 이리오라며 손짓하자 그녀가 종종 걸음으로 내게 달려온다.
걸어온 게 아니라 달려왔다.
자세히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의문 가득했던 그녀는 아까까지의 그 의문이 거짓이라도 되는 것처럼 지금은 설렘 가득한, 그러니까 수학여행을 처음 가는 학생들이 보여줄 법한 그런 표정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이게 꽤나 노골적이다.
설마 일주일간 둘만의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가자.”
내 짧은 말에 그녀는 되묻지도, 이유를 묻지도, 무엇을 하려는 건지, 그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딱 한마디만 했을 뿐이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