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 지옥도(4) >
[지옥도, 지하 2층에 진입합니다.]
[남은 시간이 5분 추가됩니다.]
[현재 남은 시간 9분 22초]
메시지를 확인할 새도 없었다.
쿠웅-!
한쪽 무릎이, 강하게 꿇렸다.
자의가 아닌 완벽한 타의.
나는 주변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격과 어마어마한 존재감에 온 몸이 짓눌리고 있었다.
헛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나름 강해졌다고 생각했다.
20km가 넘는 길을 순식간에 좁히면서 자신감이 플러스가 되기도 했었다.
분명 과신이었고, 오만이었다.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이게 지하라는 특성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번에도 동굴이었다.
다만 금속으로 만들어진 지하 1층과는 다르게 이곳 지하 2층은 그냥 너무나도 평범해 보이는 동굴이었다는 거.
그리고 그 동굴 전체에 둘러쳐져있는 기이한 기운들.
농담이 아니라 6성급 초월자였던 바하무트가 수십 마리는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다.
젠장.
움직여야 하는데, 걸음을 옮겨야 하는데. 아수라를 찾아야 하는데, 움직일 수가 없다.
야속하게도 내 머리는,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었다.
솔직히, 짐작은 했던 일이다.
지상에는 격을 초월하기는커녕 갖추지 못한 존재들이 자리해있었고 그 수는 내가 파악한 것만 최소 수천만이었다.
당연히 땅 크기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기에 그 숫자는 거기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그리고 지하 1층에는 격을 갖추거나 초월한 이들이 존재했었으며, 그들의 숫자는 내가 본 것만 최소 5만.
일련의 상황으로 지하 2층에 어떤 존재가 있을지는 간단하게 예측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 예측은 맞았다.
지하 2층에 존재하는 초월자들, 그들의 존재감에 나는 눌렸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건 인정해야한다.
나는, 여기까지다.
그래도 발악이라도 해보자.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꿈틀-
꿈쩍하지 않던 손가락이 움직인다.
이어서, 나를 짓누르던 그 기운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당황스럽다.
갑자기, 왜?
직후 몸의 긴장이 풀리고 믿을 수 없게도 신선한 공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오거라.]
머릿속에 이상한 목소리가 울린다.
동시에 눈앞의 땅이 조금씩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헨젤과 그레텔에서 빵조각으로 길을 표시하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시간이 많이 남은 게 아닐 텐데, 꽤나 여유롭구나.]
...확실하다.
내게 메시지를 보내는 자는 지하 1층을 관리한다던 전혼장군과 비슷하게 이곳 지하 2층을 관리하는 자다.
눈앞에 보이는 빛의 길을 보면서 자리를 박찼다.
영문 모를 일이지만 일단 가보자.
**
생각해보면 지옥도에 오고 나서의 내 행동 패턴은 달리고, 또 달리는 것이었다.
내가 마라톤 선수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다.
당연히 지금도 나는 달리고 있었다.
주변 풍경이 빠르게 바뀐다.
사실, 바뀐다고 해봤자 동굴이 배경이니 거기서 거기긴 했지만 딱 하나.
이곳 지하 2층은 지하 1층보다 넓었다.
확실하다.
그리고 중간 중간 보이는 초월자들.
지하 1층과는 다르게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죄다 멍한 표정을 지은채로 가만히 서있었는데, 마치 무언가에 제약을 당하는 것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몸에서 피어 나오는 신격은, 자연스럽게 내 걸음을 늦추게 만들기도 했다.
최대한 저항하며 다리에 힘을 주고, 거기다 축지와 잔보까지 섞어가면서 빠르게 이동하던 내 눈에, 길을 알려주던 빛이 점차 사라지는 게 보였다.
한 번 더 축지로 공간을 뛰어넘은 나는, 자리에 착지한 뒤 고개를 들었다.
먼저 거대한 공동이 보인다.
지하 1층에서 보았던 전혼장군이 있었던 거대한 공동과 흡사한 공간.
그리고 그곳에 있었다.
전혼장군과 흡사한 괴물이.
"..."
그가 말없이 나를 바라본다.
키는 6미터에 달하고, 입고 있는 갑옷은 전혼장군이 입고 있던 갑옷과 흡사했지만 투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그의 모습.
그 투구 너머로 무심한 듯 보이는 붉은 눈동자가 얼핏 보이는데, 이거...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다.
거기다 그의 몸에서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기운까지.
확신하건대 이거.
전생의 지구에서 형님과 사생결단을 내던 마지막 침식의 대상이었던 마계의 왕, ‘페르’와 흡사했다.
그때, 그가 말했다.
“나는 방침장군防候將軍, 지옥도 지하 2층의 관리자다.”
“왜 아무말도 하지않지?”
...고맙다고 절이라도 해야되나.
무언가 말하려다, 이어지는 방침장군의 말에 그대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과묵한게, 전에왔던 ‘미친 악마년’과는 딴판이군.”
확실하다.
그 미친 악마년은 ‘여화’다.
눈앞의 방침장군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때의 악마와는 다르게 그대는 어렴풋이 감은 잡고 있는것 같아 매우 다행이구나. 그러니 이제 말해보거라. 그대의 ‘답’은 뭐지?"
"..."
미치겠네 진짜.
이놈은 또 왜 이러는 건데?
뜬금없이 답을 말해보라고?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분명 이 시련은 ‘외전’이고, 클리어 조건은 아수라를 찾는 것이며, 당연히 나는 아수라를 찾기위해 이 지옥도로 왔다.
지상에서부터 지금의 지하 2층까지, 시스템이 헛소리를 할 리는 없으니 분명히 아수라는 이곳 지하 어딘가에 있는게 확실하다. 확실한데...
...잠깐만.
....확실한 게 맞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진행하고있는 퀘스트는 분명히 메인임과 동시에 외전의 성격을 띄고 있다.
하지만 지구의 모든 시련자들 중 이 퀘스트를 깬 사람은 없으며, 이곳으로 온 자도 없었다.
지구의 시련자들 중 그 누구도 오지 못했으며 그 누구도 걷지 못한 길. 그리고 이 시련을 겪었던 세 명의 지배자들도 실패한 길. 이건 일반 상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시련이 분명하다.
그들이 실패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터.
다시 강조하자면 이건 절대로 일반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생각하자.
전혼장군을 예로 들어보자면 그놈은 수수께끼라는 작은 틀 안에서 말장난을 했다.
수수께끼 내지 퀴즈라는 것은 보편적인 상식으로 보자면 문제를 듣고 답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놈은 문제를 말했고 그 답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만 보이게 했다.
그 문제를 듣는 나는 시간 압박에 쫒기고 있었으며 그 자리로 오는 동안 말 그대로 ‘지옥’을 보고 온 후였다.
심리적으로 압박하면서 제대로 된 판단력을 요구한다는 모양새 같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눈앞의 방침장군, 저놈은 내게 답을 말하라고 한다.
주변을 둘러봐도 지하 1층과 흡사한 철문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다.
밑도 끝도 없이 그냥 답을 말해라... 그리고 무언가를 느끼지 않았냐고?
순간 소름이 돋았다.
겁났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가정 하나가 떠올랐기 때문에.
혹시 내가 여기서 놈이 원하는 ‘답’을 말한다면 그 즉시 퀘스트가 클리어 되는 게 아닐까?
아니지, 그렇다면 아수라를 찾는다는 퀘스트의 조건과 매치가 되지 않는다.
또 다시, 소름 돋는 가정 하나가 떠올랐다.
아수라는, 지하에 없을 수도 있다.
...돌아버리겠네.
그러니까 적어도 내가 여기서 말해야하는 답은 아수라가 있는 방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땀에 젖은 머리를 위로 쓸어 올렸다.
남은 시간은 약 8분.
지금껏 내가 본 상황들을 힌트로 치고 정리해보자.
1. 지옥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존재한다.
2. 그들은 일종의 망령처럼 이지를 잃었다.
3. 지하로 내려갈수록 종족을 불문하고 격을 갖춘 이들과 격을 초월한 이들이 존재한다.
4. 지하 2층의 망령도 이지가 없는 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지하 1층과 지상의 망령들처럼 미친 듯이 싸우지는 않았다.
5. 아수라는, 이 지옥도에서 자신을 찾으라고 했고 전혼장군과 방침장군은 계속해서 나를 '시험' 하고있었다.
쿤린과 유바의 신성, 그리고 툴칸, 그리고 지상에서 얼핏 보았던 일반 오크와 일반 고블린들.
혹시 그들은 침식에서 패배한 자들이 아닐까하는 가정이 생각났지만, 그대로 접었다.
지금은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니까.
고개를 들어 방침장군을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석상처럼 제자리에 선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여전히 그의 시선에서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문득 떠오른다.
전혼장군이 내게 했던 말.
토씨하나 빼지 않고 기억한다.
‘그대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그대가 신격을 갖췄건 갖추지 않았건 그런 건 관심 없다. 결국 그대가 아수라님을 찾게 되어 그분에게 ‘보상’을 받게 된다면 힘은 자연스럽게 갖추게 될 터‘
분명 이렇게 말했었다.
그 말이 뉘앙스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었는데.
이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냥 이상한게 아니라 도가 지나치게 이상하다.
이미 지옥도 자체에는 1성의 초월자인 내가 어찌하지 못할 괴물들이 득실거린다.
그런데 신격을 갖췄건 갖추지 않았건 관심이 없다고?
어차피 아수라를 찾게 되면 힘을 얻게 될 거라고?
마치 아수라를 찾는 데에 ’힘‘같은 것은 필요 없다는 듯한 뉘앙스가 아닌가.
이건 엄청난 모순이다.
설마 하는 생각으로 입을 열려던 그때, 빛무리가 나를 덮쳤다.
***
“여화님.”
“응?"
몸을 움직이며 바하로사의 공격을 피해내는 이도를 감상하던 여화가 탈레리안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한다.
“뭐 하나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뭔데?”
“여화님은 지옥도에서 [아수라]를 찾으셨습니까?”
여화의 눈꼬리가 흠칫 떨렸다.
여화뿐만이 아니라, 화면속의 이도를 바라보던 천군과 아룡도 마찬가지였다.
여화가 이내 피식 웃는다.
“아니.”
“아... 그 정도로 찾기가 힘들었다는...?”
여화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힘들었다기보다는, 그냥 찾을 수가 없었어.”
“..예?”
“지하 2층까지는 내려가 봤는데, 답이 없더라고.”
“...무슨 말씀이신지.”
새삼스럽지만 칭호는 거래가 가능하다.
[유토피아의 군주]는 사실, 생각보다 꽤 흔한 칭호였다.
침식을 진행하는 시련자가 상대의 이종족을 노예가 아닌 주민으로 받아주었을 때 얻게 되는 칭호인데.
그 명칭은 제각기 달랐다.
[청국의 군주],[팔레스의 군주],[밀국의 군주] 등등등,
결국 이종족을 ‘통합’ 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그 의지를 실천으로 옮겼을 경우에 시스템은 그 시련자를 [통합의 군주] 라 정의하며 그에게 [~~의 군주] 라는 칭호를 내려준다.
유바의 신성이 말하는 유토피아는 그저 전설 속에만 등장하는 이종족들의 국가, 말 그대로 이상향을 뜻하는 단어다.
다시 말하자면 [유토피아의 군주] 는 [통합의 군주]와 다를 바가 없다.
그저 이름만 다를 뿐.
그리고 그 칭호를 얻게 되면 모두가 공통되듯 단 한 가지 기능을 얻게 된다.
언젠가 언급했던 지옥도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지배자들과 소수의 신들까지. 그들 모두가 지옥도로 갔었고, 결국 아수라를 찾지 못했으며 그 대가로 칭호를 잃었다.
여화는 아직까지도 잊지 못했다.
“거기는 여기 아스가르드랑 차원이 다른 감옥이었지. 진짜 감옥.”
여화는 한손으로 턱을 괸 채로 과거를 회상했다.
“지상에서 웬 이상한 놈들이 자꾸 달려들기에 죄다 죽였는데, 그게 또 재생을 하더라고. 어이가 없어서 땅을 다 터트렸다? 그런데 땅이 푹 꺼지면서 지하 1층으로 진입했다는 거야.”
“거기도 뭐 별반 다를 바 없었지, 격을 갖춘 애들이랑 3성 이하의 초월자들이 미친 듯이 싸우고 있었는데, 원래 죽은 놈들이라 그런지 죽여도 죽지를 않더라고, 그러다 지하 2층으로 가는 입구를 찾았는데. 거기에 이상한 놈이 문을 지키고 있더라.”
“이상한 놈이요?”
“전혼장군이었나? 뭔 듣도 보도 못한 놈이 퀴즈를 내기에 그대로 죽여 버렸더니, 재생을 하더라고, 그래도 어떻게 해서 지하 2층으로 진입했거든? 그때 생각했지. 아 이거 생각보다 쉬울 것 같다.”
“그런데, 들어가고 나서 딱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오판이었다는 걸 깨달았지.”
“대체 어떤 일이 있으셨기에...”
여화는 잠깐 말을 멈추고는 주변을 쓱 훑었다.
아룡을 비롯한 천군은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방침장군防候將軍, 8성의 초월자. 그놈이 다짜고짜 나를 부르더라.”
“...불러요?”
“그래. 내가 궁금하다며 내 얼굴 좀 보자는 거야. 심지어 길까지 표시해주더라. 그때 알았지. 그놈이 지하 2층에 있는 4성에서 6성의 망령들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그게 조금 기특해서 원하는 대로 그쪽으로 가줬지.”
지옥도의 시스템은 간단했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강한 초월자들이 존재한다.
“내가 그때 8성이었거든, 근데 이놈이 다짜고짜 나한테 무엇을 느꼈냐는 거야.”
"..."
"칭찬이라도 해 달라는 건가 싶어서, 머리라도 쓰다듬어주려는데 이 미친놈이 다짜고짜 공격을 하더라?”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었다.
그리고, 탈레리안은 여화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셨는지..”
“어떻게 되긴, 내가 또 그런 건 못 참잖아. 그대로 장군님의 머리를 터트렸지. 그런데 이놈도 재생이 되더라고. 지하 3층으로 내려가는 입구도 없고. 심지어 땅도 부수니까 재생을 하더라? 그렇게 방침장군인지 뭔지 하는 그 상놈을 서너 번 죽이다보니 제한 시간 끝나서 강제로 돌아와 버렸지.”
“...그러면 아수라라는 존재는 아예 찾을 수가 없는..?”
“어떻게 찾아? 8성의 초월자가 다른 데로 못 가게 죽기 살기로 달려든다니까? 하물며 제한시간도 고작해야 10분. 지하로 이동할 때마다 5분씩 늘어나긴 했지만 별 의미는 없지. 죽여도 죽지 않는 초월체의 괴물을 피해서 아수라를 찾아? 그건 누구도 불가능해.”
탈레리안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스가르드의 연회장에 존재하는 신들은 대부분이 3~5성 사이였으며, 6성이 넘어가는 이들은 드물었고 7성 이상은 그냥 거의 없다시피 했다.
여화가 말한 지옥도의 지하 2층에 존재하는 망령은 최대가 6성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계산상으로 지하 3층에는 7성이상의 초월자들이 존재한다는 건데.
...탈레리안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그 지옥도라는 것은...”
여화가, 발가락으로 탈레리안의 뒷머리를 지그시 밟으며 말을 끊는다.
마치, 네가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다 안다는 듯이, 그리고 그 말은 자기가 직접 하고 싶다는 듯이.
탈레리안은 조용히 땅에 머리를 박았다.
“짐작했겠지만 ‘침식’에 패배한 생명체들이 죽은 뒤에 가게 되는 장소가 바로 지옥도 거든. 격을 갖춘 이들은 물론 격을 초월하는 이들까지. 그들 모두의 ‘영혼’이 갇히는 장소, 누가 지었는지는 몰라도 이름 참 잘 지은 것 같지 않니?”
그때, 거대한 화면에서는 바하로사가 이도를 향해 앞발을 내려찍고 있었다.
“구해줄까 말까 고민되네... 아수라를 쓸 것 같긴 한데, 흐음...”
이내.
화면속의 이도가 외쳤다.
[아수라!]
여화의 눈꼬리가 조용히 호선을 그렸다.
지옥도로 이동하는 순간 이쪽과 저쪽의 시간 경계는 달라진다.
조금 자세히 말하자면 이도가 지옥도에 무엇을 하건, 결국 이쪽 세상에서는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다는 뜻.
이도는 지금 지옥도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도는 곧바로 돌아올 것이다.
아수라의 시련을 실패한 채로.
그가 재미있는 남자인 것은 확실하니, 아마도 지하 1층까지는 내려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
여화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꽤나 마음에 드는 남자인데 이렇게 버리기엔 아깝지 않은가.
[유토피아의 군주]도 잃었으니, 이제 자기의 주제를 조금은 깨달았을 터.
여화가 에피소드에 개입하려 격을 끌어올리던 그 순간.
“...저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