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 이 자리가, 탐나십니까?(3) >
그게 첫마디였다.
율리우스가 잔을 탁자에 탁 하고 내려놓았다.
“이게, 저희 선왕께서 즐겨 드시던 술입니다. 이름은 마테리아 84년산, 온갖 보존 마법들이 적용되어 있던 건데, 이게 마지막 한 병입니다. 안 드실 겁니까?”
대답하지 않았다.
물론, 술에도 손대지 않았고.
율리우스가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이 자리가, 탐이 나십니까?”
그 물음에도 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자 율리우스가 어깨를 으쓱한다.
“사실,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도라는 사도는 대체 왜 오슨을 죽였던 걸까. 브릴란트는 내게 왜 그가 오슨이 아니라는 걸 미리 알려준 걸까. 그렇다면 몸을 피했어야지 왜 피하지 않고 그곳에서 죽은 걸까. 그리고 그 사도는 왜 매캐넌 왕국에 있는 두 사도의 신병을 요구한 걸까.”
율리우스는 말없이 자기 잔에 술을 따르고는 또 한 번에 들이켰다.
“사도들은 업적이라는 걸 깨면 힘을 얻게 된다고 하더군요. 나의 검이 되어 주겠다던 그때의 대화는 굳이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당신의 목표는 처음부터 왕이었으니까. 당신이 가진 힘은 그런 걸로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아요. 선후관계가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넘어가죠. 그러다가... 당신이 매캐넌을 죽였을 때, 머릿속에 번개가 치더군요. 그때 확신했습니다. 당신의 목표는 왕이되, 목적은 왕이 아니라고.”
율리우스가 양손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마치, 나는 숨기고 있는 무기가 없어요 라고 말하듯이.
그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묻는다.
“당신의 최종 목표...아니지, 지금의 목표는 황제, 맞습니까?”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인상적이시더군요. 병사들에게 그랬다죠? 지금부터는 너희들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목숨 걸고 싸울 필요 없다.. 내가 모든 걸 끝내버릴 거니까..”
발리스타 왕국에서 주민들을 모아놓고 했던 말들과 침식을 진행하면서 했던 말들이다.
“당신은 마치, 신에게 대적하는 사람으로 보이더군요.”
"..."
[악惡을 지배하는 자가 눈살을 찌푸립니다.]
[만개의 언어를 깨우친 자가 저 말에 강한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선春에서 군림하는 자가 어떻게 보면 그것도 맞는 말이 아니냐고 말합니다.
“멸망을 당한 세계의 이종족들을 발바라 대륙에 새로운 주민으로 받아주고, 그들을 노예로 삼거나 하면 무조건 사형이라... 불합리적이긴 하지만 그걸로 확신했습니다. 당신이, 아니 이도님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를.”
“그래서?”
“구원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움직이는 남자라... 대단해요. 농담이 아니라 그런 당신이, 저는 정말로 부럽습니다.”
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내 생각대로, 율리우스는 바보가 아니었다.
쿤린이라는 존재를 보았기 때문일까.
형님은 율리우스가 여러모로 대단한 놈이었다고 말했으며, 다른 시련자들은 율리우스가 개새끼였다며 입을 모아 말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에게, 율리우스의 인상은 철저하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모습밖에 없었으니, 자연스럽게 내 눈에 율리우스는 개새끼라는 색안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쌓여진 색안경을 벗고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전생에서 벌어진 제2차 대륙 전쟁.
시련자들의 처지와 행동 방향은 한쪽으로 제쳐두고, 황제와 마스터들에게 초점을 맞춰보자.
황제라는 자리에 앉기 위해 다섯의 마스터는 병력을 일으켰고, 자신들이 포섭한 귀족들을 데리고 전 대륙을 휩쓸었다.
율리우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준비된 병력과 마법사들로 대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율리우스는 죽었다.
그 이후에는 모두가 손에 손잡고 행복하게 웃으며 강강술래 하는 세상이 도래했을까?
아니, 그 이후에 벌어진 것은 권력 다툼의 제 2차전이었다.
마스터들은 황제의 자리에 앉기 위해 또 다시 자기들끼리 다퉜고 대신관은 나름 중립을 지킨다고 외쳤지만 뒤에서 마스터들을 조종했다.
대륙은 말 그대로 혼란 그 자체였는데, 그 과정에서 죽어 나간 이들은 병사들보다는 민간인의 피해가 더 컸다.
황제라는 자리에 앉기 위한 욕망을 뿜어대는 쓰레기들, 그리고 그 쓰레기를 조종하는 더 큰 쓰레기.
그 사이에서 시련자들은 주민들도 학살하는 도구가 되었던 것.
곰곰이 생각해보면 율리우스는, 꽤나 처지가 불쌍한 황제였다.
지그문트와 아퀴나스까지, 아무리 마법사들이 율리우스 쪽에 붙어있었다 해도 그건 고작해야 ‘균형’을 맞춘다는 구색이었을 뿐. 그 이상도 없었다.
일단 대륙의 주민들이 계시를 받기위해 제물을 바치는 행동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인 이유는 그들이 단순히 힘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신이라는 존재를 너무나도 맹목적으로 믿는 이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율리우스는 그런 ’광신도'들을 총괄하는 대신관을 신경써야했고, 다섯의 마스터들도 신경써야했다.
그 과정에서 율리우스가 추구한 것은 대륙의 안정. 그리고 주민들의 안정이 아니었을까?
조금 모자라지만.. 색안경을 벗고, 율리우스의 지금 행동을 보게 되자, 꽤나 잘 맞춰진 퍼즐 같다.
율리우스는, 내 기준으로 보자면 분명 성군이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그래서, 나를 막기 위해 무엇을 준비한 거지?”
율리우스가 씩 웃는다.
“준비한건 없습니다. 막을 생각도 없고요.”
누굴 놀리는 건가.
“지금 황궁 전체를 감싸고 있는 이 기운은 장식인가?”
율리우스가 해맑게 웃는다.
“그 마법은 사실 별거 없습니다. 그저, 대화를 녹음하는 거죠.”
“녹음?”
“이도님의 세상에서는 녹화 테이프라던지 무슨 목소리를 녹음하는 스마트폰 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하더군요. 그거랑 비슷합니다.”
헛웃음이 터져 나온다.
확실히, 이런 마법의 배열이나 기운은 공격 계열이라기보다는 보조 계열 쪽에 어울린다.
“그래서? 그게 끝인가?”
“당신에게 황제의 자리를 넘기겠습니다.”
"..."
율리우스가 다시, 잔에 술을 따르더니 술을 쭉 들이켰다.
술기운이 아니라면 말하지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건가.
“...제게 동생이 있다는 건 당연히 알고 계실 테죠. 전에 말씀하셨으니까.”
바로 머릿속에 키워드가 떠올랐다.
성녀, 엘리자베스 폰 판테온.
전생에서 폐허가 되고 살아남은 이가 수만 명밖에 되지 않은 대륙에서 남은 주민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여인.
이후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그녀는 아마도 판테온이라는 국가를 재건했을 확률이 높다.
율리우스가, 말을 이었다.
“그 아이가 어릴 때부터 꽤... 활발했죠. 대신관 메디치는 꽤나 음흉한 늙은이입니다. 어디까지 알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메디치와 거래를 했습니다.”
팔짱을 끼고, 율리우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이 대륙에는 신을 믿는 자들이 꽤나 많습니다. 수천만은 가볍게 넘어가죠. 그리고 신들의 계시를 받는다는 대신관은 그들을 조종 할 수 있고요.”
조종한다고?
그 조종이라는 단어에 내 눈매가 살짝 떨려오자 율리우스가 말을 덧붙였다.
“무슨 정신계열 마법이라던 지 그런 게 아니라, 가짜 계시를 이용해서 그들을 묶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가 그러더군요. 대륙의 안정을 위해서는 제물을 바쳐야한다고, 그 일에 협조만 한다면 적어도 제국에 피바람이 몰아치는 일은 어떻게든 막아주겠다.. 그 외 어쩌고저쩌고..”
“그래서 네 동생을 그에게 넘겨주었다?”
목이 타는지, 율리우스가 한 번 더 잔을 쭉 들이켰다.
“...제 동생을 성녀로 만들어 달라고 했죠. 그리고 대신관이 말하는 그 계시들이 어떤 계시건 간에 결국에는 엘리자베스의 입으로 신관들에게 전해야 한다고. 그게 그의 거래에 응하는 제 조건이었습니다. 그 조건에 응하지 않는다면 제국의 피바람이고 나발이고 모든 병사를 끌고 가 눈에 보이는 신전이란 신전은 모조리 무너뜨리겠다고 협박했더니 결국엔 응하더군요.”
그 외에 뭔가 정치적인 냄새가 조금씩 풍기긴 했지만, 솔직히 관심은 없었다.
“잡설이 길었군요. 당신이 황제가 되건, 무엇을 하건 그 방향이 내가 원하는 방향과 같은걸 알았습니다. 어찌됐던 당신은 코앞에서 모든 위협을 받아내야 할 것이고, 그러려면 당연히 힘이 필요하겠지요.”
“현재 이 대륙에는 저같이 유약한 황제가 아니라 힘을 가진 황제가 필요합니다.”
순간 율리우스의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났다.
“그냥 힘을 가진 황제가 아닌,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압도적인 힘을 가진 황제.”
율리우스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내가 여태껏 그의 감정을 캐치하지 못했었던 게 무색할 정도다.
지금 율리우스는 본연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지금 저건, 분명 분노였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분노.
그 눈과, 그 표정과 말로 직감했다.
율리우스는 사도들이 이 대륙에 없었더라면, 향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짐작하고 있었다는 것을.
“대륙을 정화시켜주십시오. 암적인 존재들을 모조리 죽이고, 모조리 찢어서 대륙을 안정시켜주십시오. 마스터라는 암덩어리들을 치워 버렸듯이 메디치라는 쓰레기부터, 그 모두를 정화시켜주십시오. 이 대륙을, 다시 태어나게 해주십시오. 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의 모습은 유약하지 않았다.
황제,
어깨에 수천만, 수억을 넘기는 대륙의 모든 주민들을 짊어지고 있는 책임자.
그러면서도 제국 전체의 안정을 위해, 매년 제물을 바칠 수밖에 없었던 황제.
그의 감정이, 너무나도 세세하게 느껴진다.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끝까지 술은 마시지 않으시는군요.”
잠시나마 율리우스를 개새끼라고 표현했던 게 조금은 미안해질 정도다.
“그리고 이것도 약간, 개인적인 부탁인데.. 제 동생을 보살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냥 무시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내게 죽었던 쿤린, 그리고 내게 정보를 주고 소멸 당했던 유바의 신성, 그들과 눈앞의 율리우스는 너무나도 비슷했으니까.
그런데 보살핀다라...
“보살핀다는 그 말의 정의가 뭐냐에 따라 달라지지.”
“그냥... 그 아이가 가능하면 행복하게 살았으면 합니다. 저처럼 어깨에 생명의 무게를 짊어지지 않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아이를 낳아 살아가는... 아 그런 사람이 되어 달라는 건 아니고요. 그냥... 조금만 신경 써 주실 수 있겠습니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율리우스가 흡족한 표정으로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든다.
언젠가 내가 한수아에게 건네주었던 윌의 속삭임, 그것과 비슷한 스피커 모양의 아이템.
“여기 가운데 부분을 누르면 녹화가 중지 될 겁니다. 그래도 확실히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사도 이도님에게 황제의 자리를 넘겨주었다는 것을. 그리고... 한 나라에 황제가 둘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한 나라에, 황제가 둘 일 수는 없다.
즉, 죽여 달라는 이야기다.
"죽기 전에 알아둬라. 판테온 제국은 무너질 거고, 그 자리에 새로운 국가가 들어설 거다."
"새로운 국가라 하시면?”
”이종족들과 주민들이 살아가는 국가. 그리고 철저하게 중앙 집권적인 국가.”
율리우스가 짐작했다는 듯 조용히 웃었다.
"그야말로 판타지 세상이군요. 직접 보고 싶은데... 조금 아쉽네요. 그럼 황제의 자리를 넘겨준다거나 하는 건 의미가 없었던거군요."
작게 웃는 율리우스를, 잠시간 응시하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허리춤의 란지에를 뽑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조용히 웃고 있던 율리우스가, 내가 아닌 허공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동생아. 그 동안 힘들게 해서 미안했다. 너는... 행복해라.”
내가 엘리자베스에게 이 영상을 보여줄 거라고 확신하는 걸까.
율리우스가 다시 나를 바라본다.
“당신이 하려는 일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빕니다."
조용히 검을 들어올렸다.
손가락에 힘을 주었고, 천천히 앞으로 이동시키다가 멈칫했다.
율리우스 폰 판테은.
이 남자를 죽이는 게 아니라, 폐위 시키는 방법으로 그를 빼돌리는 건 어떨까.
앞으로의 일에 무언가 도움이 될 것 같긴 한데...
내 생각을 읽은 걸까.
율리우스가 내 생각을 끊었다.
”이도님이 어떻게 생각하시건, 지금 저는 황제입니다. 제가 죽지않는다면 대륙의 주민들은 이도님이 만드는 세상에 녹아들지 못할 겁니다. 작은 곳에서 피어나는 혼란이 매우 커지는 것은 순식간이지요. 제가 죽지 않고 새로운 국가가 들어선다는 것은 결국 이도저도 아닌 행동을 하게 되시는 겁니다."
율리우스는, 쿤린과 비슷한 남자다.
왕의 자리에 그 누구보다 어울리는 남자.
"망설이지 마십시오. 패왕의 길을 걸으십시오. 저를 죽여 얻게 될 그 힘을 양분으로 삼으십시오. 그런 힘이 필요 하셨던 거 아니었습니까? 그걸로 대륙을 정화시켜주십시오. 저는 그거면 됩니다. 그러니.. 이제, 끝내시지요.”
재미 있는 남자다.
내가 율리우스에게 대륙을 구원하기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한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율리우스는 망설임 없이 바치겠다고 했었다.
감정을 확실하게 캐치해내지 못했지만, 지금 보니 그때의 율리우스는 진심이었나 보다.
나는 조용히 검을 들어 올렸고, 이번에는 망설임없이 그의 심장을 향해 내질렀다.
푸욱-!
[황제의 길을 걸었던 전사가 눈을 질끈 감습니다.]
[무의 극의를 깨우친 자가 당신에게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메시지창은 무시했다.
동시에 내 검에서 피어난 기운이 율리우스의 몸을 뒤덮는다.
이건, 별게 아니었다.
내가 사용하는 혈강기, 그 안에 감춰진 기운.
통각을 차단시켜주는 그 기운이다.
율리우스는 고통 없이, 그렇게 나를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떨궜다.
띠링!
[칭호!「황제 학살자」를 획득하셨습니다.]
[칭호, 「황제 학살자」가「피로 물든 왕좌의 주인」에 흡수됩니다.]
[칭호에 걸맞는 보상을 산정중입니다.]
[업적!「인간족의 황제를 죽인 남자」를 달성하셨습니다.]
[그가, 혹은 그녀가, 꼭 죽었어야 할 정도의 나쁜 사람이었나요?]
[100,000,000 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중략…-
검을 뽑고는, 피를 털어냈다.
현재 황량한 대전에는 술이 가득 따라진 잔과, 그 맞은편에는 비어있는 잔, 그리고 그 앞에는 심장이 꿰뚫린 채 웃음을 머금고 있는 전 황제, 율리우스의 시신만이 존재했다.
아직, 녹화는 진행 중이었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네 동생을 보살펴달라는 말은 들어주지.”
란지에를 검집에 집어넣었다.
엘리자베스를 신경써달라는 그 부탁, 솔직히 어렵지는 않다.
괜찮은 아이템 몇 개 건네주고 쓸 만 한 놈 골라서 호위로 붙여주면 되니까.
나는, 천천히 손을 뻗어 율리우스의 시신에 얹었다.
“약속은 지킨다.”
속으로 흡수를 외치자.
율리우스의 시신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띠링!
[광폭률이 50%를 넘어섰습니다.]
[광전사의 전신 갑주의 숨겨진 옵션이 개방됩니다.]
[옵션! 혈폭천성血暴天城이 개방됩니다.]
전신 갑주의 두 번째 옵션, 혈폭천성이 드디어 개방되었다.
그런데 기분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젠장.
가루가 되어있는 율리우스의 시신을 잠시간 바라보다, 그대로 몸을 돌렸다. 바람을 조금, 맞아야 할 것 같다.
나는 결국 율리우스가 건네준 술을 마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