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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를 한다는 건-48화 (48/131)

48화.  < 1차 침식(6) >

콰아앙-!

그 동체에서 나올 수 없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권주를 따라잡았고 권주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뒤늦게 확인한 권주가 팔목을 들어올리고.

콰아아아앙-!!!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터져나간다.

권주의 몸이 땅에 틀어박히고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났을 때,

황제의 자세가 변했다.

왼손을 앞으로 쭉 뻗고 오른 주먹을 옆구리에 밀착시키는 자세.

마치 정권을 내지르려는 것과 흡사하다고 할까.

그때 크레이터속에 파묻혀있던 권주가, 일그러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의 몸에서, 푸른빛이 일렁이고 그의 몸이 빛난다.

쿠구궁-!

마스터.

그 극의를 깨우치고 그 누구보다 앞서서 마스터 위의 벽을 깰 가능성이 있던 강자. 권주, 그가 자리를 박차고, 전력을 다해 주먹을 내지른다.

동시에 황제도, 정권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아앙-!!!

땅이 터져나가고 충격파로 먼지조차 사방으로 터져나가는, 괴물끼리의 싸움. 병사들과 고블린들까지. 그 모두가 하나가 된 것처럼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그들이 끼어 들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으니까.

그때, 쿤린이 고개를 숙인다.

권주의 주먹이 그의 머리를 스치고, 권주가 아뿔싸 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어서 쿤린의 무릎이 위로 올려쳐졌다.

권주는 이를 악물고, 연타를 준비하던 반대쪽 팔로 복부를 가드 했다.

저건 쿤린의 회심의 일격 비슷한 것 같은데, 그걸 반응하다니.

그게 더 신기하다.

하지만.

퍼어어억-!

그의 몸이 하늘 높이 떠오르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권주가 하늘로 솟구치던 그때 지켜만 보던 내가 끼어들었다.

슈타이어를 권주에게 겨눴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탕-탕!!

속도는 물론, 담겨져 있는 기운이 미약하지 않을 텐데도 그 와중에 허공에서 몸을 돌리며 내 탄환 모두를 피해내는 권주의 모습은, 곡예 그 자체였다.

감탄사가 절로 새어나올 정도다.

내가 쏘아낸 탄이 허공에서 터지고 빛무리가 사방으로 터져 나가던 때 놈이 결국 바닥에 착지했다.

황제가 달려들고, 고개를 든 권주는 맞서지 않고 거리를 벌렸다.

권주가 숨을 몰아쉬며 나와 쿤린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중얼거렸다.

너무나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한 표정으로.

"...이게... 대체 무슨..."

놈의 입장에서 쿤린이 자신을 공격할 이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내가 마치 쿤린의 편에 서 있는 듯한 그 모습은, 그 어떤 이유를 들어도 합당하지 않다.

권주의 판단으로 이건 그냥, 미친짓일 뿐.

권주가 눈동자를 흔들던 그때, 나는 조용히 슈타이어를 허리춤에 꽂았다.

생각할수록 웃긴 놈이다.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있던 상황이다.

이미 경고까지 했음에도 나를 죽이러 여기까지 온 놈이 저렇게 당황해 하다니.

그건 그것대로 우스운 일.

미안한데, 엑스트라 분량은 여기까지야.

조용히 혈기를 자극했다.

심장이 펌핑하고, 내 몸에서 붉은 기운이 흘러나온다.

공간을 휩쓰는 기운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전쟁의 광기까지도.

나는 느꼈다.

붉게 변한 내 눈이 권주를 바라보고, 놈이 눈을 크게 뜬 그 순간, 내 몸이 그 자리에서 사라겠다.

서걱-!

권주의 오른팔이 그대로 잘려나간다.

그는 반응조차 못했다.

눈앞에 있던 내가, 완전히 사라졌다가 코앞에서 등장했으니까.

"자..잠깐..!"

땅에 발이 닿자마자, 한 번 더 검을 휘둘렀다.

서걱-!

이번에는 그의 어깨를 잘라냈다.

권주가, 자리를 박찬다.

도망치려는 게 확실하다.

그 순간 권주의 코앞에 쿤린이 있었고, 권주가 순간 망설인다.

쿤린에게 공격을 해야 할지, 아니면 쿤린을 피해야할지.

판단이 겹치는 그 상황,

권주의 그 망설임은 그가 살아있을 때 했던 마지막 행동이었다.

란지에를 한 번 더 휘둘렀다.

스아악-

그의 목에 가는 실선이 표시되고,

털썩.

목 없는 권주의 시체가 쓰러진다.

마스터라는 위명과 왕이라 불리는 그 이름에는 걸맞지 않게 너무나도 허망한 죽음이지만 마스터들의 수준은 일반 시련자들이 Episode #40정도에 도달했을 때의 수준에 불과하다.

권주는 조금 강해서 Episode #50정도에 도달했을 때의 수준이지만. . 지금의 내겐 별반 차이가 없었다. 절대로 쉽게 죽인 게 아니라 쉽게 죽을 수밖에 없던 것.

띠링!

[칭호! 「킹 슬레이어」가 진화합니다.]

[10,000,000 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

[당신의 성향과 행동양식을 바탕으로 칭호의 성격이 정해집니다. ]

띠링!

[칭호「킹 슬레이어」가「피로 물든 왕좌의 주인」으로 진화합니다. ]

[50,000,000 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

[당신의 격이 소폭 상승합니다.]

[시스템이 칭호에 걸맞는 보상을 산정중입니다. ]

피로 물든 왕좌의 주인이라. .

벌써 6천만이 넘는 코인을 얻긴 했지만 글쎄, 기대했던 보상은 이런 게 아니었다.

산정중이라는 저 보상은 대체 뭘까.

생각을 정리했다.

아쉬운 건 둘째 치고 지금은 이것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으니까.

말없이 권주의 시체에 손을 뻗었고, 그의 선천지기를 흡수했다.

[광폭률이 35%로 상승합니다. ]

고개를 들자. 주변이 보인다.

고블린들과 인간들은 전쟁을 멈춘 상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발바라 대륙의 마스터들이 모조리 죽었다. 그것도 같은 마스터인 오슨 발리스타에게.

말이 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니, 당연히 패닉과 혼란이 찾아올 수밖에.

그때였다.

"이제 끝난 것인가? 그대 세상의 '복잡한 일'이?"

쿤린의 물음에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 한 가지 남았으니까.

바로 황제.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자마자 생각했던 건데. 왜 병력이 이거밖에 없는 거지?

발바라 대륙의 병사들은 높게 잡아봐야 20만. . 아니, 10만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제국의 병사까지 더한다면 그 수는 수십 배 이상 늘어날 터.

심지어 마법사들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이 마법 몇 개만 뿌려대도 고블린들은 그대로 죽어 나갈 텐데도 말이다.

이건 하나밖에 없다.

황제.

율리우스 폰 판데온은 제국에 있는 모든 마법사들을 통제하고 있다.

기를 다루는 마스터들과 마나를 다루는 마법사들. 그 두 개의 균형을 맞추고 있던 게 율리우스였는데, 마법사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단순히 기회를 엿보려는 걸까.

묘하게, 율리우스가 백성들을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부탁' 하던 그때가 떠오른다.

쯧.

고개를 돌렸다.

쿤린이, 천천히 목을 풀고 있었다.

"그대가 숨기고 있던 정체불명의 기운이 그것이었나?"

"아마도."

놈이 준비하는 것처럼, 나도 준비했다. 란지에를 고쳐 쥐던 그때.

"이제, 그대가 제시할 거래를 들어야할 차례인거 같은데."

거래라.. 맞아 그런 이야기를 한적이 있었지.

"'..들은 이야긴데 말이야."

"지옥이 되었던 어떤 세상에서, 지금이랑 비슷한 경우가 벌어졌었거든."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그냥 들어. 말끊지 말고."

쿤린이 입을 다물었다.

"싸우고, 싸우고, 죽이고, 죽이고, 지옥도 그런 지옥이 없었지. 그래서 누군가는 생각했어. 아.. 이럴 바에는 차라리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서 그쪽 세상에서 살아가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쿤린의 눈매가 꿈틀한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챘기 때문에.

"그런데 그들은 몰랐지. 아니 알 수가 없었지. 그쪽 세상으로 넘어갔을 때, 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을 지를."

쿤린은 물론 다른 왕국 소속의 시련자들 모두가 내 말에 집중했다.

아마 보이지는 않았지만 신들까지도 내 말을 듣고 있을 터 .

"그쪽 세상으로 넘어간 이들은 노예가 되었고, 잡일이란 잡일은 도맡아했으며, 존재의 본질을 잊고.. 그래.. 그냥 가축이 되었지. 그때 어떤 남자는 말이야. 그들을 '인격체'로 다루자고 끊임없이 사람들을 설득했어. 그들의 입장이 우리의 입장이 될 수도 있을 거라면서, 그리고 그들을 노예로 부리던 이들은 말했지. 좆 까라고."

내가 말한 이야기는 실제로 벌어진 이야기다.

혼란 가득했던 지구는 너무나도 많은 인류를 잃었다.

그래서 형님과 시련자들은 상대의 왕을 죽이고 그들의 백성을 받아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노예가 되었다.

노예가 된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밑바닥에서 발버둥 쳤다.

지구도 그 침식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물자를 쓸어 담고, 공장을 가동하는 등, 별에 별 짓을 다 하던 때였으니까.

문명의 기반이 무너지기 전, 분명 그 방법은 획기적이고 나름 체계적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노예들은 공존하지 못했고, 안 그래도 혼란스럽기 그지없던 세상에서 반란을 일으키기도, 권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지구를 지옥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혼란과 혼란이 점칠 된 세상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혼란이 극에 이르렀을 때 우리 세상은 악마들과 침식 전쟁을 벌였다.

그리고 결국, 지구는 멸망했다.

이게 진실이다.

이게, 내가 살던 세상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형님은 너무 우유부단했다.

"...그대는, 마치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건지 전부 알고 있었던 것 같군."

"모를 수가 없지. 나도 너랑 같은 생각을 했었으니까."

"..?"

진심이다.

쿤린이 내게 비어 있는 토지가 많다고 이야기 했을 때, 나는 그때 이 쿤린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짐작했었으니까. 그리고 그 생각은 내 생각과 약간이지만 분명 일치했다.

"내 거래는 간단해. 오늘 페널리움은 멸망한다. 살아남고 싶은 고블린은 발바라 대륙으로 와라. 터전은 마련해주겠어 . 노예가 되어 착취당하는 것까지 일일이 신경써줄 생각은 당연히 없다. 그리고 반란을 일으키거나 주제에 맞지 않게 권리를 요구하는 등의 행위를 할 시에는 경고 없이 무조건 잡아 죽인다. 이게, 내가 제시하는 거래다."

쿤린을 비롯한 주변에 있던 발바라 대륙의 주민들, 그리고 고블린들까지.

그들 모두가 입을 살짝 벌리고 말았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여전히 당황을 금치 못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오는 신들도 있는 걸보니, 아마 모두가 생각하지 못했나보다.

나는 보통 사이코가 아니라 나름의 주관을 가진 사이코였다는 걸 .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말고는 답이 없다.

원래는 Episode #39까지 발바라 대륙의 무대였다.

그리고 #40부터는 거인들의 행성인 타이탄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타이탄의 배경이 끝나게 될 #59에서는 또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는데, 이미 침식이 지금부터 등장을 해버렸으니. 이 이후에 대체 어떤 전개가 될지 예측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면 대비책을 세워야하는데, 그중에서 한 가지 확실한건, 나는 앞으로 모든 침식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점이다. 즉 멸망시킬 세상이 너무나도 많다는 이야기.

하지만 상대는 분명 문명을 이뤘고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지식들이 있다.

그걸 버리기가 너무 아깝다.

실제로 지구로 이주했던 이종족들이 아무리 지랄 발광을 했어도 그들이 쓸모가 있었다는 건 부정하기가 어렵다.

엘프들부터 시작해서 거인족과 요괴족들, 그들의 지식은 지구의 상식들을 뒤집는 혁신의 결과를 이루기도 했고, 무기 산업이 극단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단초를 제시해 주기도 했다.

거기다 발바라 대륙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빈 땅?

넘쳐난다.

발바라 대륙에 이주민들을 받아주고 그들이 살아갈 구역을 따로 정리해준다면 이것도 분명 업적에 반영이 될 테고, 내가 믿게 될 시련자들을 그곳에 파견 시킬 수도 있다.

당연히 그들도 코인을 얻게 될 테고.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다.

이게, 어찌 보면 진정한 판타지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이 방법이 내 선에서는 가장 최선이다. 나는 쿤린의 눈을 주시했다.

그의 입가가, 슬며시 호선을 그린다.

"그건 거래라기보다는 마치 제안 같군."

"그럼, 제안이라고 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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