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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를 한다는 건-46화 (46/131)

46화.  < 1차 침식(4) >

“...수도를 기준으로 외곽 지역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방금.. ’낮고 빠르게 걷는 욥‘과 '우직하게 걷는 강철'이 인간쪽의 전사에게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인간들의 병력이... 너무 강합니다.”

쿤린 제국에 위치한 신전이자 황궁인 그곳에서 절망적인 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말을 듣던 검은색 피부의 고블린 쿤린은 조용히 숨을 몰아쉬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인가.”

그 목소리 안에는 원망이 담겨있었다.

그것도 매우 짙게.

“우리가.. 대체 뭘 잘못했기에 다른 세상과 전쟁을 해야 한단 말인가.”

짐작 가는 것도 없었고, 생각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때였다.

-나의 아이야. 괴로워 보이는구나.

머릿속에 울리는 신의 목소리에, 쿤린은 기다렸다는 듯 양손을 맞잡고 그 자리에서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유바의 신성이시여. 너무나도 괴롭습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입니까. 대체 왜.”

평소라면 들려오지도 않았을 신의 목소리, 유바의 신성이자 모든 고블린들의 시조인 그가, 쿤린의 물음에 대답 했다.

-...시조인 내가 너무나도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시조로서 면목이 없구나.

“...그러지 마십시오. 그래도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하지만 아니 될 일이다. 종의 차이에 의한 종족의 멸실은 이미 예정되어있음이니.

그 말에, 황제 쿤린은 조용히 눈을 떴다.

시조가, 종의 멸실이 이미 예정되어 있다고 말한다.

쿤린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지 알 수 있었다.

흔들리던 마음이 제대로 중심을 잡은 것일까.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굳은 눈과, 침울한 표정을 감추려는 세 명의 전사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들은 전사로서 죽는게 꿈인 이들, 그 누구보다 강해지기를 갈망하던 충신.

이 세 명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이도라는 인간을 죽일 수 있을까?

아니, 쿤린은 고개를 저었다.

이도라는 그 인간이 품고 있는 기운, 그것을 느낀 것은 오직 자신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불길하지만 그만큼 광포하며 끝을 알 수 조차 없는 거대한 기운.

그런 힘을 품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의 그릇과 그의 힘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일종의 지표.

쿤린은 직감했다.

그를, 이길 수 없을 거라고.

머릿속에 그와 대화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나는 너랑 같아.’

기억속의 그 남자, 그의 눈동자는 확고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네가 하는 말에 공감해.’

결국, 쿤린은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방법이 하나 떠오르긴 했지만... 이게 가능할지 너무 불확실하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답이 없다.

“..유바의 신성이시여, 멸망은 막지 못해도... 종족의 멸실은 막아보겠습니다.”

-...내 신성이, 너와 함께 할 것이다.

쿤린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구석진 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에 있던 경번갑을 걸쳤으며, 고이 놓여있던 두 개의 건틀렛을 양 팔에 채웠다.

“모든 이들에게 알리거라.”

마스터 고블린 세 명이 무릎을 꿇는다.

“살아남은 모든 고블린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황성으로 이동하라고,”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고블린 역사상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전사이자, 개인의 능력으로 고블린이라는 종족을 한 국가로 묶었던 괴물 쿤린, 그가 대답했다.

"최대한 백성들을 살린다."

**

서걱-

서거걱-

시산혈해를 이루는 전장,

그 중심에 서있던 발라티에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런 한낱 미물 따위로 멸망을 논한다?”

웃을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왕국에서 데리고 온 병력은 정확히 12만,

무기를 들고 싸울 수 있는 자들중 도움이 될 법한 이들을 모조리 데려왔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고블린들.

그들의 개체 수는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종의 차이인 것인가.

그들은 무참하게 죽어나가고 있었다.

인간 한명이 죽으면 고블린은 다섯 명 이상이 죽는다.

키는 작고 날렵했지만 그렇다고 인간보다 날렵하지 않은 그런 존재.

그게 고블린이다.

발라티에는 천천히 이동했다.

눈앞에 보이는 꽤나 큰 건축물.

죽어나간 몇몇 고블린이 말하기를 ’조용한 정마의 도시‘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데...

솔직히 별 관심이 없었다.

발라티에는 창을 휘둘렀다.

서걱-!

달려오던 고블린 한 마리의 목이 그대로 잘려나간다.

창을 고쳐 쥔 발라티에는 창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의 창이 푸르게 빛난다.

이내, 한 번 더 휘두르자.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참격이 뻗어나가 수백 마리의 고블린을 덮쳤고, 일시에 그들 모두가 터져나갔다.

어마어마한 위력.

창주는 창을 어깨에 둘러맨 채로 걸음을 옮겼다.

‘오슨 그놈도 기회 봐서 죽여야 하는데... 고블린 마스터라고 했었나? 그놈들이랑 싸움붙이고.. 뒤를 한번 노려 볼까.’

발라티에는 한손으로 턱을 긁적이며 생각을 이어갔다.

‘그리고 우리 권주 형님도 죽여 드려야 하는데.. 정말 할 게 많군.’

모든 마스터를 죽이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오슨의 말마 따라 황제가 되는 것은 결국 한 명이고, 하나의 국가에 두개의 태양이 존재하는 건 말이 되지 않으니까.

그때였다.

쿠웅-!

어디선가, 굉음이 울려 퍼진다.

발라티에는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는 그곳에서,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수십 명의 기사들과 수백의 병사들이 사방으로 터져나간다.

‘...이건 또 뭐야?’

발라티에는 직감했다.

마스터.

기를 다루며 맨몸으로 수천의 병사들과 맞설 수 있는 괴물이 등장했다고.

‘누구지? 설마 오슨인가..?’

그때, 먼지 구름을 헤치고 누군가 걸어 나온다.

보자마자 발라티에는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저건 인간이 아니라 고블린이었으니까.

“왜 전쟁을 하는 거지?”

그중에서 가장 강해보이는 고블린이 발라티에를 바라보며 묻자, 발라티에는 한번 더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전쟁? 이게 전쟁이라고 생각해? 이런 건 전쟁이 아니라 학살이라고 하는 거야 난쟁이 새끼야.”

“...무의 극의를 추구하는 그대는, 전사가 아니었던가. 아랫사람의 희생을 어찌 생각하기에 이런 무의미한..”

“하!”

발라티에가 고블린의 말을 끊는다.

“나같은 존재를 위해 희생한다는 건 그 자체로 숭고한 행위가 아닌가. 그건 그들에게 영광 그 자체일터인데. 그 이상 뭐가 더 필요하지? 무의미? 하.. 고블린이라 하더니 개소리를 잘도 지껄이는 군.”

발라티에의 말에 고블린이 조용히 한숨을 터트렸다.

“인간들과 우리들의 사고방식은 다른 것인가.”

그가, 허리춤에 채워져 있던 두 개의 검을 꺼내들었다.

후우웅-!

이내 기운이 그 검으로 모여들고, 두 개의 검이 찬란하게 빛난다.

마스터들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검강이다.

“내 이름은 ‘찬란한 두 개의 섬광’.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이름은 쥐뿔... 고블린 주제에.”

미간을 좁힌 ‘찬란한 두 개의 섬광’이 자리를 박차려던 그 순간, 발라티에가 한 번 더 외쳤다.

“전군!! 저 고블린이 있는 방향으로 돌격하라!”

“...네놈은 전사의 긍지조차 가지지 못한 놈인 것이냐!!!”

분노하는 고블린의 말을, 발라티에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이내, 발라티에의 명령을 받은 병사들과 신관들이 고블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지 않으면 저 발라티에의 창이, 고블린들이 아닌 자기들을 향해 휘둘러질 거라고 확실하게 믿고 있었으니까.

평소 발라티에의 행실로 미루어보아 절대로 과장 된 게 아니다.

당연히 고블린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몰려오는 인간 병력들에게 달려들려던 그때.

“모든 고블린들은, 황성으로 이동하라.”

“내가 시간을 끌 테니, 황성으로 이동하라는 말이다!”

발라티에가 히죽인다.

“꼴값들 떨고 있군.”

다른 지역에서도 벌어지는 일은 과정만 달랐지 결과는 똑같았다.

페넬리움 대륙의 땅은 발바라 대륙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생각보다 큰 땅이었다.

그런 페넬리움 대륙에 존재하는 고블린의 수는 수억을 가볍게 넘긴다.

하지만 그건 페넬리움 대륙 전체를 포함한 숫자일 뿐, 황제 쿤린을 비롯한 다섯의 마스터가 거주하는 곳은 황궁이 존재하는 ‘조용한 정마의 도시’, 즉 수도다.

그러니까 발바라 대륙의 침식 게이트는 제각기 방향만 달랐을 뿐 모두가 황궁을 겨냥하고 있었다는 뜻.

조금 자세하게 말하자면 이도가 있던 발리스타 왕국을 제외하고는 모든 게이트가 외곽 쪽에 배치되어있었다.

그리고 수도에 거주하던 고블린들의 숫자는 350만, 그중 전투원들만 200만이었다.

하지만 침식 전쟁이 벌어진지 고작해야 2시간 만에 그 고블린들은 절반 이상이 죽었다.

미리 전쟁을 대비했던 발바라 대륙과 황제 쿤린의 명령에 단순히 ‘대기’를 했던 이들과의 차이가, 이렇게 극명하게 갈려진 것이다.

그렇게 고블린들은 죽어나가고, 계속해서 죽어나갔다.

발라티에는 후발 주자였다.

이미 게이트를 통해 누구보다 먼저 페넬리움으로 넘어온 권주와 궁주는 이미 각각 한 마리의 고블린 마스터를 죽인 선발 주자였다.

고블린 마스터를 죽이자, 그곳에서 생겨난 또 다른 게이트.

그건 고블린 황제가 있는 신전으로 향하는 게이트였다.

그 게이트를 넘고 재회한 두 마스터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허탈한 웃음을 교환하는 것이었다.

“혹시나했는데.. 역시 율리우스는 오지 않았군.”

“그러게 말입니다. 어찌 황제라는 자가 이방인인 사도들보다 행동이 굼뜰 수가 있습니까. 하긴.. 어린애가 황제가 된다는 건 결국 멍청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증거겠지요.”

궁주의 말에 권주는 실소를 터트렸다.

“그나저나 오슨은?”

“모르겠습니다.”

“그놈은 더 웃기는 놈이었군, 와서 대화를 하자고 하더니 결국에는 꽁무니를 빼고 도망친 것인가.”

“그래봤자 애송이 아닙니까. 권주님에게 도전한다는 것은 결국 죽겠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으니, 놈도 뒤늦게 그것을 깨달은것이 아니겠습니까.”

궁주 에르큘의 태도는 판테온 제국에서 보여주었던 태도와 사뭇 비슷하지만 또 달랐다.

마치 아랫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는 궁주는, 권주를 동경하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극의를 깨우친 이들은 모두가 알고 있다.

마스터라 해도 그들 개개인의 수준은 수평을 이루지 않는다는 것을.

기라는 것은 너무나도 심오하면서도 이질적인 기운이기에 검강을 사용하는 마스터일지라도 그 검강의 농도와 수준은 당연히 차이가 난다.

그중에서 권주는 단언컨대 마스터들중 가장 앞서있는 자라 할 수 있었다.

그때, 두 마스터의 눈매가 조용히 구겨진다.

어마어마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두 마스터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여졌다.

거대한 기둥이 인상적인 신전, 그 안에서 거대한 덩치의 검은색 피부를 자랑하는 괴물이 걸어오고 있었다. “..고블린인가?”

궁주의 말에 권주는 답하지 않았다.

매우 이질적인 피부색과 이질적이다 못해 괴이한 농도 짙은 기운까지.

아마 매우 높은 확률로 저놈이 고블린 황제일터.

놈의 옆에 있는 두 마스터 고블린은 시야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 정도로 놈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으니까.

그가 묻는다.

“그대들은 한치 앞만 바라보는 무지렁이들이구나.”

꿈틀.

“..고블린 새끼가 건방지게..”

궁주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고, 활을 매겨 놈의 머리를 향해 쏜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터억-

궁주의 화살을 쿤린은 너무나도 쉽게 잡아챘다.

이내.

콰지직-

쿤린의 손에 쥐어져있던 화살이, 가루가 되어 바닥에 흩어진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 그대들 세상의 주민은 얼마나 죽었지?”

권주의 입 꼬리가 꿈틀했다.

이놈 다른 고블린들과 다르다.

“글쎄, 굳이 말해줘야 하나?”

쿤린이 조용히 주변을 둘러본다.

“...기이하게도 그대들은 너무나도 멀쩡하군. 그들을 희생시켰나?”

권주가 결국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그래서?”

“아니, 굳이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말한 게 아니었다. 그저.. 네놈들과 그 ‘이도’라는인간이 너무나도 다르기에 자연스럽게 떠오른 의문이었을 뿐.”

이도?

권주와 궁주가 동시에 눈을 마주쳤다.

그 오슨이 말했던 사도. ‘이도’를 말하는 것인가?

“..왜 그 이도라는 남자가 여기서 등장하는 거지?”

피식-

쿤린이 웃는다.

“우리에게 내려진 계시는, 멸망을 피하려면 이도라는 남자를 죽이라는 계시였지. 그대들은 나와 우리세상의 ‘전사’들을 죽이라는 계시를 받았다지? 아... 그렇군... 이제야 이해가 가.”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냐.”

쿤린은 그 둘을 정말로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대들은 병풍이라는 말을 굳이 돌려 말해서 미안하군. 신들은 그대들 세상의 ‘대표’로 이도라는 남자를 선택한 것이야. 너희 둘은, 아니 너희를 포함한 다른 인간 전사들은 그저... 아무런 가치가 없는 존재였던 거지.”

권주와 궁주의 표정이 동시에 일그러진다.

이놈이 대체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지?

그 표정에, 쿤린은 실소를 터트리더니, 머지않아 광소를 터트렸다.

“정말 우습구나!! 우리는 대화를 요구했고 전쟁을 하지 말고 힘을 가진 자들끼리 싸우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왜 그것을 거절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는데 이제야 이해가 가는구나. 그대들은 암덩어리야. 개개인의 힘이 우리 쪽의 전사들보다 강한데도 그 대결을 피하고, 자국민을 살리기 위한 전쟁에 자국민을 희생시키다니? 이 너무나도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대들의 안전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듯 행동하면서도 이렇게 무기를 겨누고 싸운다? 하하.. 모순적이구나, 너무나도 모순적인 존재들이야. 정말... 우습구나.”

권주와 궁주는 더 이상 개소리에 놀아날 생각이 없었다.

손을 들어 병사들에게 명령을 하려던 그때.

"폐하, 저희 먼저 가보겠습니다."

쿤린의 옆에 있던 두 고블린 마스터가 동시에 그 말을 내뱉고는, 누구보다 빠르게 자리를 박찼다.

목표는 당연히 권주와 궁주.

죽음을 결사한 그 둘의 모습에, 쿤린은 작은 침음을 삼켰다.

이내, 궁주와 권주가 기를 끌어올리고, 병사들에게 신호하자 잠깐 멈췄던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당연히 두 마스터는 고블린들과 정면으로 맞서지 않았다.

주변에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달려드는 그 모습에, 쿤린은 눈을 질끈 감았다.

전사로서 죽고싶어도, 죽지 못하게 하는 것인가.

이게, 우리 종족의 '끝'이란 말인가.

아이러니하게도 이 순간, 쿤린의 머리속에는 '이도'라는 인간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가 원하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인간은 눈앞에 있는 저 마스터라는 인간들과 자신을 포함한 모든 고블린을 한 번에 처리하려고한다.

그건 확실하다.

그 속내를 쿤린은 읽은 것이다.

쿤린이 천천히 눈을 떴다.

핏발 선 그 눈동자가, 정면을 응시한다.

그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지만. 그는 참았다.

거대한 분노를 터트리고 싶었지만 속으로 삭힌 채, 이도라는 그 인간이 어서 이곳으로 오기를 기다렸다.

종족의 멸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네가 하는 말에 공감해.'

또 다시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린다.

쿤린은 기도했다.

부디, 그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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