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화. 1차 침식(2)
광장 한 중간에 생겨난 거대한 게이트로 인해 자연스럽게 광장은 패닉에 잠겼다.
말없이 발로 바닥을 한번 강하게 내려찍었다.
콰아앙-!
굉음이 울리고, 모든 시련자들과 주민들이 그 자리에서 정지한다.
“병사들은 게이트 주변을 포위하고, 모든 사도들은 이곳에 있는 아이템을 집어가도록.”
위압감 때문일까.
수백 미터의 게이트를 포위하는 수만 명의 병사들과, 집안에 들어가 식칼이나 몽둥이 같은 것을 가지고 그 뒤에서 포진하는 주민들, 그리고 내 말에 우물쭈물 어찌할지 모르는 사도들까지.
그들 모두가 퍼뜩 정신을 차린다.
모두가 뒤로 물러나던 그런 상황속에서 오직 나 혼자만 게이트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이내 눈치만 보던 사도들이 나를 스쳐지나간다.
그들이 아이템을 고르는 건 관심도 없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게이트가 계속해서 일렁인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게이트는 점점 커지고, 균열이 되어 이 게이트를 기준으로 건너편의 세상과 이쪽 세상이 융합된다.
당연히 이후 남은 절차는 양쪽 세계의 소멸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한걸까.
우리 쪽에 신전이라는 수단과 대신전이라는 메신저가 있었듯이. 상대 쪽에도 그런 비슷한 장치가 있을 터.
고블린들이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했을 리 없다.
멸망을 막기 위한 전쟁. 당위성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병력을 몰고와야하는데 왜 이렇게 조용한거지?
심지어 정찰병도 보내지 않는다.
징조조차 없다.
약간 의아했지만 그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언제부터 그런 걸 생각했던가.
먼저 오지 않으면 먼저 가면 된다.
고개를 돌려 내 뒤쪽에 있을 한수아에게 시선을 옮겼다.
나는 분명 이들에게 말했다.
방어에만 치중하라고.
거리가 조금 있었지만 내 생각을 읽을 걸까.
한수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다른 마스터들의 뒤통수도 쳐야하고. 상대편 황제도 죽여야 하고...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
좋아. 일단 정찰부터 해보자.
게이트에 발을 밀어 넣는 것과 동시에 무언가에 흡수되듯 내 몸이 빨려 들어갔다.
**
공간을 뛰어넘은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조금 당황한 표정을 감추는 것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지금 나는 꽤나 거대한 ‘도시’의 광장, 그 한 중간에 있었으며 분명 죽이고 죽이는 싸움을 해야 할 수만 마리의 고블린들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아니다.
수만 마리가 아니다.
이쪽도 발리스타 광장의 상황과 거의 흡사했다.
도시 전체를 빼곡하게 메운 고블린들의 행렬.
수만이 아니라, 이건 수십만에 육박 할 정도다.
내가 당황한 이유는 이것이다.
고블린들이, 무기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흔한 고블린.
튜토리얼에서 나타났던 고블린들과 족장 같은 포지션부터, 제각기 다른 고블린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너무 이상하다.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 같은 모습이다.
그때였다.
고블린 무리들이 모세의 기적처럼 쫙 갈리더니 그곳에서 한 고블린이 걸어온다.
키는 1.6m, 입고 있는 판금 갑옷들과 허리춤에 채워져 있는 두 개의 검.
삐죽 튀어나와있는 초록색 코.
고블린답게 생겼지만 꽤나 잘생긴 고블린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저 고블린의 몸에는 상당히 거대한 기氣가 휘몰아치고 있다는 것을.
그가, 내게 시선을 집중시킨 채로 다가온다.
“...그대는 인간 세상의 ’대표‘인가?”
고블린 특유의 끽끽 하는 소리는 없었다.
시스템 덕분일까.
그냥 매우 유창했다.
마치 인간처럼.
말없이 고블린을 바라보았다.
내 시선이 이상했던 걸까.
“언어가 자동으로 ’번역‘ 된다고 하던데.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가... 이러면 조금 복잡해지는데.”
고블린이 몸짓으로 무언가를 말하려던 그때.
“분위기가 왜 이렇지?”
내가 말을 끊었다.
아니, 끊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 입에서 나온 단어, 이게 중요했으니까.
고블린이 잠시간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무엇이?”
“왜 전쟁 준비를 하지 않는 거냐고.”
고블린의 눈매가 살짝 휘어진다.
흥미일까.
관심 같기도 한데.. 자세히는 모르겠다.
그가, 대답했다.
“그에 대한 대답은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이 아니지. ’가장 빨리 달리는 눈‘만이 그에 대한 대답을 해줄 수 있네. 어찌.. 들으러 가겠는가?”
가장 빨리 달리는 눈?
다시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블린들이 살아가는 도시는 생각보다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발바라 대륙에서 보았던 건축물들과 매우 흡사하다.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는가. 적어도 우리는 ’적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그대는 알지 않은가. 인간 세상에서 무의 극의를 추구하는 ‘전사’여.”
“...”
내가 놈의 기운을 눈치 챘듯이, 놈도 내 기운을 눈치 챘다.
하지만 확실히 말하건대, 지금의 내 기운은 놈과 비슷하거나 약간 아래다.
내가 마스터들과 대등하게, 혹은 그 이상의 힘을 보여주면서 싸울 수 있는 원동력은 혈기를 자극했을 때니까.
그런데도 고블린은 내게 예의를 차리고 있었다.
젠장.
이놈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이 간다.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다.
“...가장 빨리 달리는 눈, 그게 누구지?”
마스터 고블린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고블린 황제, 가장 빨리 달리는 눈 쿤린. 그분이 그대를 포함한 ‘전사’들과 사도 ’이도‘를 보자고 하시는군. 황성에서 기다리고 계시는데... 원한다면 안내해주지.”
전사라는 건 아무래도 마스터를 뜻하는 것 같은데..,
사도... 이도라고?
그러니까.. 나?
나를 찾는다?
띠링!
[악惡을 지배하는 자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시작을 알린 아룡이 슬쩍 고개를 돌립니다.]
[선善에서 군림하는 자가 당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유의 깊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
젠장.
“...직접 오라고해.”
“...”
“내가, 너희를 어떻게 믿고?”
고블린은 의외로 고개를 수긍했다.
“그럼, 조금만 기다리게.”
마스터 고블린이 몸을 돌리고 눈앞에 있는 거대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궁전’, 마치 지구에서의 파르테논 신전과 비슷해 보이는 그 건축물 안으로 들어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 결국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내 눈이 천천히 떠졌다.
점점 다가오는 거대한 존재감을 느꼈기에.
저벅저벅-
조용한 걸음이었지만 그 한걸음 한걸음이 모든 고블린들과 나에게 천둥처럼 들려온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키는 약 2m.
일반 고블린들은 대부분이 초록빛 피부였지만 저 고블린은 달랐다.
너무나도 대비되는 색상인 검은색.
몸 전체가 검은색으로 물들어있었으며 그가 입고 있는 갑옷은 ‘경번갑鏡幡甲’과 비슷하다.
아니 매우 똑같았다.
속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가슴팍과 복부가 훤히 드러난 경번갑을 걸친 그 고블린은.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내가 본 그 어떤 마스터들보다 강했다.
권주, 그 이상이다.
그가 내게 다가온다.
내 앞에서 멈춰서더니 잠시간 나를 바라본다.
“...신기한 기운을 가진 ‘인간’이군.”
“그래서?”
그가 씩 웃는다.
“나는 가장 빨리 달리는 눈, 황제 쿤린이네. 무의 길을 걷는 전사여, 만나서 반갑군.”
“...”
“뭘 그리 경계하는가.”
문득 깨달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란지에의 검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는 것을.
“그대가 물었다지? 왜 전쟁 준비를 하지 않냐고.”
조용히 쿤린과 눈을 맞췄다.
그의 눈에는, 적개심도, 경계심도, 심지어 살의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저건 말 그대로 ‘동지’를 바라보는 눈빛이다.
“나는, 아니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네.”
젠장.
짐작한 게 맞았다.
“왜 굳이 전쟁을 해야 하는가. 설령 그대들의 세상과 우리들의 세상이 전쟁을 해서 승자가 생긴다 해도, 결국에는 서로 간의 피해가 너무나도 극심할 터.”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신들이 지금 이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대화를 하고 싶었네.”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본데, 지는 쪽은 멸망이야. 세상 전체가 멸망한다고.”
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웃는다.
“알고 있네. 나는 황제이자 제사장, 신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지. 그래서 한 가지 제안할게 있네.”
쿤린의 말이 이어질수록, 가슴이 조금씩 불안해진다.
“그대들중 ‘이도’라는 인간이 있지 않은가?”
입을 다물었다.
“그 이도라는 자와 내가 1:1로 결투를 하는 게 어떻겠는가.”
“...”
“그 이도라는 자는 사도이자 ‘황제’일터, 내 말이 맞는가?”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다.
나는 사도는 맞지만 아직 황제는 아니었으니까.
저 말로 미루어보아... 젠장.
쿤린이 말을 이었다.
“우리에게 내려온 신들의 목소리는 길지 않았네. 다른 인간족 전사가 아닌 사도 이도를 죽여라. 그러면 구원 받을 지어니. 이것과 멸망에 대한 짧은 이야기가 전부였지. 그쪽 세상에도 우리와 같은 ‘전사’가 존재하니, 당연히 직접 지목당한 이도라는 자는 황제겠지. 그대들의 세상에서도 나를 지목했을 것 같은데.. 내 말이 맞나?”
대답하지 않았다.
역시, 이 침식은 ‘나’를 겨냥한 에피소드가 맞았다.
이 침식 전쟁은 본래라면 Episode #39부터 시작되었어야한다.
정확히는 #39때를 시작으로 Episode #59, #79, 그리고 #99,
내가 알기로 #39에 등장하는 상대는 ‘오크’다.
고블린은 듣도 보도 못했다.
쿤린이라는 이름도 마찬가지.
막상 눈앞에서 확인사살을 시켜주니 내 처지가 우스워 보인다.
신들의 개인 만족을 위한 텔레비전속의 코미디언.
그게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니던가.
쿤린은 그런 내 ‘각오’를 시험할 새로운 ‘제물’.
아마 지금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모든 침식은 나의 정신과, 나의 신념과, 나의 각오를 무너뜨리는 형식으로 진행되겠지.
지금처럼.
“신에게 지목당한 황제인 나와, 사도이자 인간 세상의 황제인 이도. 단 둘이 싸운다면 부가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어. 그대 정도의 전사라면 내 말을 그대들 세상의 황제에게 전해 줄 수 있겠지. 어떤가. 내 ‘부탁’을 들어주겠는가?”
내 사상과 쿤린의 사상은 같다.
패배하면 멸망이라는 것.
그 작은 문장과 그 주제는 절대로 단순하지 않다.
이건 결국 어마어마한 혼란과 패닉을 담은 아주 개 같은 말이다.
죽고싶지 않은 자들이 필사적으로 살아남고자 무기를 든다면, 그 상태로 전쟁을 하고 그 상태로 승리한다면 그건 더 이상 승리가 아니다.
이 침식은 한번이 끝이 아닐테니까.
쿤린의 말은 ‘부가적인 피해’를 방지하고 힘을 가진 자들 끼리 그냥 일기토를 벌이자는 말, 솔직히 나도 저 방향을 원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직 발바라 대륙의 일이 정리되지 않았으니까.
짧게 심호흡했다.
생각은 이미 정리된 상태.
“나는 너랑 생각이 같아.”
“...”
“네 의견에 전부 공감한다. 하지만.”
“...하지만?”
“다른 놈들은 네 생각에 동조하지 않을 거다.”
“...”
“그리고 확실히 하자. 나는 황제가 아니야. 아직은.”
쿤린의 몸이 살짝 떨리고, 그의 눈이 점점, 크게 떠진다.
내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지금 뭐라고?”
손으로 얼굴을 툭 쳤다.
오슨의 얼굴이 사라지고, 내 본래 얼굴이 드러난다.
“내가, 이도라고.”
“...”
“네 말은 일단 전부 기각한다. 지금부터는 내가 거래를 제시하지.”
쿤린이, 당황이라는 감정을 지우고 작게 웃는다.
“재미있군,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그대를 죽인다면...”
“그러지 못할걸.”
쿤린의 말을 끊고, 말을 이었다.
“지금, 네가 나를 향해 공격을 명령하거나 내게 달려든다면 나는 그 즉시 내 세상으로 도망칠 거다. 불가능하다고? 아니 난 가능해. 다른 놈들은 몰라도 너는 알고 있겠지. 내가 힘을 숨기고 있다는 걸.”
쿤린은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고블린은, 정말로 나와 ‘비슷한’ 사상을 가진 놈일까? 연기는 아닐까?
조용히 감정을 끌어올렸다.
“...그 이후의 일? 확실히 말해주지. 나는 모든 병사들을 이끌고 다시 이곳으로 올 거다. 내 ‘호의’를 무시한 대가로 이 페넬리움이라는 세상에서 고블린이라는 존재를 모조리 죽여주지.”
“...”
“신들의 징벌? 웃기지마. 그딴 새끼들의 손을 거칠 것도 없어. 내가, 전부 죽여 버릴 거니까.”
말을 멈춘 쿤린이, 잠깐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대가 제시할 거래가, 무엇이지?”
...맞았다.
이놈은 나와 같은 사상을 가진 놈이다.
아니 정확히는 형님과 같은 사상을 가진 놈. 아니, 가진 남자.
지금은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나는 너와 사상이 같아. 부가적인 피해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거든. 그런데... 그 사상을 다른 놈들도 공감해줄까?”
“...”
“네가 직접 보고 판단해봐. 우리 세상의 마스터들은 어떤 놈들인지, 내가 제시할 거래는 그 이후에 말해주지.”
“...대체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잠깐 숨을 몰아쉬고는, 말했다.
“우리 세상의 마스터들과 싸워. 마스터를 너희들은 전사라 부르는 모양인데.. 너희들이 전사라면, 적어도 전사에 걸맞게 죽으라고.”
“...”
“그리고 그냥 말 안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죽여야 할 고블린은 쿤린, 너 혼자가 아니야.”
“..뭐?”
“너를 제외하고 다섯의 마스터가 존재한다지? 그놈들까지 모두 죽이라고 하더군.”
쿤린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진다.
예상하지 못했던 걸까.
“놈들은 전쟁준비를 끝냈을 거다. 머지않아 여기로 쳐들어오겠지. 위치 걱정은 하지마. 이쪽 땅이 얼마나 거대하건 이 침식 게이트는 각각 목표물로 향하는 ‘길’을 제시해주거든.”
“...”
아무리 판타지 세상이라도 전쟁 준비라는 건 절대로 쉽게 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발바라 대륙의 왕과 황제는 가능하다.
놈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쟁을 준비해왔으니까.
반란을 일으키려는 왕들과, 그 반란을 알고도 균형을 맞추려던 율리우스까지.
발바라 대륙을 한 번에 정리하려면 눈앞의 고블린 황제, 쿤린의 ‘협조’가 필요하다.
신들이 시련을 어떤 방식으로 바꾸든 간에, 그건 결국에는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 결국 시련을 진행하는 건 나라는 주체.
나는 시련의 모든 상황을 지배하고 있어야한다.
이번 침식도 마찬가지.
쿤린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는 내 뜻대로 움직여야한다.
"...내가 제시 할 거래는 이 침식에서 거슬리는 놈들이 모두 사라졌을때, 그때 말해주지."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대들의 세상에도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나보군.”
침식 게이트로 걸어 나가는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제법 눈치가 빠른걸 보니. 황제라는 이름은 딱지치기로 딴 이름이 아닌가보다.
쿤린이 말을 잇는다.
“우리 세상에는 비어있는 ‘토지’가 많다네. 그대의 세상에는 어떠한가?”
저 말에 숨어있는 저의.
나는 안쓰러운 눈으로 쿤린을 잠시간 응시했다.
부가적인 피해를 싫어하는 이종족의 황제라...
온갖 개새끼들만 봐왔던 내게있어서 꽤나 흥미롭다.
대체 저런 자를 보고 어찌 몬스터라고 매도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침식의 결말 부분에는 나와 쿤린 둘중 하나는 무조건 죽어야하니까.
나는 말없이 게이트를 넘어 발리스타 왕국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