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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를 한다는 건-35화 (35/131)

35화. 도주刀主를 죽이고.(2)-1000자 삭제

띠링!

[업적! 「지휘관으로서의 자질」을 달성하셨습니다.]

[500,000 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업적! 「나는 명령한다 너는 따라라.」를 달성하셨습니다.]

[당신 생각보다 게으른 지휘관이군요.]

[1,000,000 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업적! 「이건 뽀록이라고 하는 것이다」를 달성하셨습니다.]

[운이 좋으셨네요!]

[800,000 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중략-

[칭호! 「게으른 왕」을 획득하셨습니다!]

[1,000,000 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업적! 「무능한 지휘관」을 달성하셨습니다!]

[지휘를 하지 않는 지휘관 이라니요. 이 업적을 달성하셨다면 반성하세요!]

[444,444 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음이 꽤나 호화롭다.

내가 왜 왕이 되었고 왜 황제가 되려하는가.

이유는 먼저 말했듯이 하나다.

코인.

그것도 어마어마한 코인을 얻기 위해서다.

왕이라는 지위는 결국 명령을 내리는 자리.

나는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동쪽 성벽으로 가서 고블린들을 죽이라고.

그 명령의 결과가 결국 소환된 모든 고블린의 죽음으로 나타났으니 당연히 명령을 내린 주체인 ‘나’에게 코인이 쏟아져 들어오는 건 당연했다.

슬쩍 보유 코인을 확인했다.

[보유 코인 : 22,260,645 ]

어마어마하지만 역시 눈에 차지 않는다.

“...괜찮으시겠어요?”

뒤에서 들려오는 한수아의 목소리에 메시지 창에서 눈을 떼고는 고개를 돌렸다.

진지한 그녀의 눈동자가 내 눈에 들어온다.

그 안에 담긴 건 분명 걱정이라는 감정이다.

언제였더라.

내가 오슨을 죽이러 가기 전, 그때도 이런 눈빛을 보낸 적이 있었지.

이 여자는 여러모로 특이한 여자다.

짐작이 안 간다고 해야 할까.

이상하게 나를, 너무나도 맹목적으로 믿고 따른다.

정말로 그냥 따른다.

그 어떤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옆에서 걱정해주고 아무런 불평불만, 그 어떤 부정적인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다.

이런 감정을, 나는 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 아니, 그 이상이다.

광기와 집착들로 나아가기 직전의 단계. 순화된 표현인 열정熱情.

한수아는 나를 의지한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생각을 했었다.

나는 왜 한수아를 죽인 것을 후회했을까.

그 이유를, 나는 안다.

내가 후회한 것은 한수아를 죽였다라는 그 사실 때문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후회.

그러니까... 다른 이들에게 힘을 준 것을 후회했다는 뜻이다.

즉, 그들에게 줄 힘을 내가 모조리 독식 해야한다.

그들을 방생하고 오직 한수아만을 옆에 둔 채로 나는 성장해야한다.

모든 시련자를 내가 일일이 컨트롤 하는 것보다, 모든 시련자를 컨트롤 할 수 있는 한 인간을 내것으로 만드는게 훨씬 효율적이니까.

나는 다른 시련자들이 감히 배신을 해도 웃으면서 죽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옆에는 현재 내게 '가장' 위협적인 인물인 한수아를 옆에 두는 것.

그녀는 일종의 동기부여 매개체다.

한수아의 능력과 한수아라는 인간 자체를 내 히든 카드로 만들려면, 당연히 나는 신격을 초월해야한다.

시기는 모르지만 제한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안다.

그녀의 열정이, 광기가 되기전까지 라는 제한 시간.

지금 생각하니 굉장히 우습기까지하다.

어차피 가만히 내버려둬도 일정 수준까지 성장할 박유정이나 그외 랜버튼같은 권능자들을, 굳이 내가 키워 주는 것도 우습다.

그때 한수아가 물었다.

"...무슨 생각 하세요?"

답하지 않고 물끄러미 한수아를 바라보았다.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여자라...

생각보다, 이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든다.

회귀를 한다는 건 이런 걸까.

쉬운 게 하나도 없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내가 일관적이라면 이 결론은 분명 정답이라는 것.

손을 들어 한수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몇 번 이 행동을 반복하고 나서야 알게 된 건데.

한수아는 머리 쓰다듬는 것을 좋아한다.

손을 내리고는 천천히 몸을 체크했다.

확실히, 정상이 아니다.

몸은 나른했으며 혈기로 예민해진 감각이 조금 둔해진다.

혈기의 농도도 심각하게 옅어진 것 같다.

잠깐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친것인지 헉헉 대는 병사들과 말들, 그리고 기사들까지.

아니, 말을 조금 정정해야 할 것 같다.

그 누구하나 지치지 않은 이가 없었다.

이들로 전쟁을 한다? 불가능하다.

정확히, 골짜기에서 이곳 공터까지의 거리는 얼추 50km정도다.

내가 두 번째 타겟을 매캐넌 왕국으로 정한 이유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매캐넌 왕국이 발리스타 왕국과 가장 근접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위치한 골짜기까지, 매캐넌 왕국은 정말 먹음직한 먹이였다.

옆에서 헐떡이는 백마의 갈기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말들의 최고 속도는 보통 60~70km/h

하지만 그게 1시간 동안 60km를 이동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말의 '보법'은 평보(walk)-속보(trot)-구보(canter)-습보(gallop) 총 4가지로 구분되는데, 발리스타 왕국에서 골짜기로 가는데에는 조금 빠르게 걷는 '속보'로 이동했으며, 골짜기에서 이곳까지는 본격적으로 달리는 속도인 '구보'와 전력질주인 '습보'를 섞어서  이동했다.

중간중간 탈진한 말들이 있었지만, 정말 기대도 하지 않았던 신관 '제파'의 신성력이 빛을 발휘했다.

탈진한 말도, 숨을 헐떡이며 달리는 말도, 심지어 병사들과 기사들까지, 그들의 체력을 일정 수준 계속해서 치료해주는 그의 신성력은 과장없이 꽤나 대단한 수준이었다.

당연히 제파는 기절해있는 상태였다.

조만간 상을 줘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말했듯이 이들로 전쟁을 할 생각은 없다.

이건, 그냥 싸움이다.

힘을 가진 나와 매캐넌과의 싸움.

짧게 심호흡하고는 성벽을 향해 자리를 박찼다.

콰앙-!

내 발이 뻗어나갈 때 마다 수 미터씩 거리가 좁혀진다.

그렇게 수십 미터의 길이는 순식간에 제로가 되었고, 성문 앞에서 나는 자리를 박찼다.

주변 풍경이 바뀐다.

나는, 성벽 위에 서있었다.

고개를 돌렸다.

수정구로만 보았던 매캐넌.

그 멧돼지 같은 놈이 붉으락푸르락 하는 얼굴로 나를 노려본다.

“오냐!! 오늘 끝을 보자꾸나!!”

눈앞에 매캐넌을 기준으로 한 거대한 기의 흐름이 보인다.

흥미롭다.

화려하지만 투박하고 또한 매서운 기운.

고개를 들어 상황에 집중했다.

달려드는 매캐넌이, 시야에 한가득 들어온다.

놈의 움직임,

놈의 무기.

놈의 기운.

놈의 갑주.

그 어느것 하나 위협적이지 않은 게 없었다.

하지만.

도주刀主 클레시스 매캐넌.

놈은 모른다.

인간이 아닌 괴물과 싸우는 방법을.

그리고 나는, 괴물이다.

놈의 도가 내 머리를 향해 내려찍힌다.

몸을 틀었다.

서거걱-!

콰아앙-!

공간이 잘려나가며 성벽이 그대로 무너져 내린다.

허리춤의 왼주먹을 그대로 내질렀다.

콰아앙-!

놈의 도에 막힌다.

멈추지 않았다.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쥐고있던 란지에를 휘둘렀다.

콰아앙-!

이번에도 놈의 도에 막힌다.

무기와 기운의 충돌로 생겨난 충격파가 사방으로 터져나가고,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날아간다.

모두가, 나와 매캐넌의 싸움을 바라본다.

놈의 도에 힘이 들어가고 내 검에도 힘이 들어간다.

팽팽하다.

란지에를 슬쩍 옆으로 흘리자 놈의 몸이 살짝 균형을 잃는다.

그때 나는, 허공의 기운을 느끼고 바람의 결을 느끼고있었다.

속전속결.

브릴란트를 보냈던것처럼 축지로 놈의 뒤를 잡을 생각이다.

기의 흐름을 타고, 그 빈공간을 찢어야하는 매우 짧은 순간.

내 눈에 보인다.

땅이 접히는 그 길이.

한걸음 내딛으려다 멈칫했다.

몸이 삐걱 인다.

축지가 중간에 막혔다.

빌어먹을.

내가 멈칫한 그 짧은 순간, 매캐넌의 거대한 도가 횡으로 휘둘러진다.

반사적으로 란지에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쩌어엉-!!

굉음에 이어서 팔에 거대한 중압감이 느껴진다.

이어서 주변 풍경이 순식간에 뒤바뀌고.

콰아앙-!

등이 따갑다.

주변에 먼지 구름이 피어오른다.

아프다.

등이 찢어지고 뼈가 압축되는 기분이다.

나는, 무너진 성벽 아래에 그대로 쳐 박힌 상태였다.

농담이 아니고 매캐넌의 힘은 오슨과 브릴란트보다 월등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내 몸 상태.

최상의 상태가 아니다.

혈기를 끌어올린 상태를 너무 오래 유지한 것이다.

젠장.

위기가 찾아온 거냐고?

아니.

이딴게 위기일 리 없다.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먼지가 코와 입속을 파고드는 느낌이다.

더럽다.

고개를 들었다.

공기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물결처럼 퍼져나가는 흐름이, 중간부터 나를 향해 물밀 듯 몰려온다.

무언가, 나를 향해 다가온다.

뻔하다.

매캐넌.

놈이다.

눈이 뜨였다.

먼지 구름이 헤쳐지고, 한줄기의 빛이 나를 향해 내려찍힌다.

뒤로 자리를 박찰까? 아니, 그건 악수다.

맞설까? 아니.

맞서기엔 자세가 불안정하다.

결단은 빠르고 깔끔했다.

나는, 오히려 앞으로 나섰다.

콰아아앙-!

높이 10여 미터의 성벽에서 내려찍히는 놈의 필살의 공격, 놈의 도가 내가있던 자리를 두 동강 내며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고, 놈의 뒤편으로 내가 돌아간 것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일.

몸이 삐걱이는 것과 감각이 조금 더 예민해졌다.

머리에도 혈기가 차오르는 기분이다.

아니 실제로 차올랐다.

나는 매캐넌의 뒷모습을 보며 미칠 듯 한 살의에 휩싸이고 있었으니까.

이를 악물었다.

그때, 내 오른손에 쥐어져있던 란지에가 빛나기 시작했다.

명경지수가, 내 머리로 침범하려는 혈기를 읽은듯하다.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란지에와 필사적으로 내 이성을 마비시켜 광전사로 만들려는 갑주, 둘 사이의 줄다리기가 너무나도 팽팽하다.

그게 느껴진다.

이번에도 선택이다.

란지에, 명검중의 명검이 분명하지만 지금은... 잠깐 놓자.

그래, 잠깐이면된다.

그대로 검을 놓았다.

애초에 검술을 배운 것도 아니었다.

지금껏 란지에를 휘두르고 쥐고 있던 이유는 명경지수, 그 효과 하나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필요 없다.

툭 하고 란지에가 바닥에 떨어진다.

나는, 그대로 자리를 박찼다.

퍼어억-!

내 주먹이, 매캐넌의 얼굴을 후려친다.

놈의 고개가 돌아간 그 순간,

푸욱-!

복부 쪽에 거대한 통증이 몰려온다.

놈의 도가, 내 복부를 꿰뚫은 것.

우연일까, 아니면 노린걸까.

신경 쓰지 않았다.

퍼걱-

한번 더 팔꿈치로 놈의 면상을 후려치고는 왼팔을 뻗어 내 복부를 꿰뚫은 놈의 도를 움켜쥐었다.

치지직하며 어마어마한 스파크가 튄다.

매캐넌의 눈이 크게 떠지고,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외친다.

“...네놈!! 오슨이 아니구....컥!”

이마로 놈의 안면을 내려찍었다.

새끼, 사람이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 건데 그걸 몰라?

허공에 피가 튀기고, 놈의 입술이 짓이겨진다.

모자르다.

그 상태로 한걸음 더 내디뎠다.

내 복부를 꿰뚫은 놈의 도가 옆으로 움직인다.

느껴진다.

조금만 더 움직이면 내 척추가 그대로 끊길 것이라는 그 더러운 느낌이.

동시에 내 의지에 갑주가 반응했다.

갑주 안쪽에 있던 금속이, 각각 분해되며 매캐넌의 도를 감쌌다.

아니, 내 척추로부터 밀어내고 있었다.

놈이 당황한다.

그런데 나만큼은 아닐걸.

내 몸속에서 금속들이 이리저리 날뛰는데, 통각이 차단되지 않았더라면 아마 나는 이 자리에서 그대로 주저앉았을 것이다.

그 와중에도 놈의 눈동자가 빛난다.

무언가를 노리고 있다.

관심없다.

틈을 노린 나는,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목표는 놈의 심장.

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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