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변화(3)
*
[시작을 알린 아룡이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만개의 언어를 깨우친 자가 못마땅한듯 표정을 구깁니다.]
메시지 창에서 눈을 떼고, 주변을 조용히 훑었다.
흐느끼는 자들도 있었고, 살았다고 안도하는 자들도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잠시간 그들을 바라보다, 브릴란트에게 눈짓했다.
저들을 해산시키라는 내 눈짓을 알아들은 걸까.
눈치 빠른 브릴란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해산을 명령한다.
이어서 그때까지 침묵하고 있던 신관이 붉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금 무슨 짓을 하고 계신건지 알고는 계신 겁니까?"
"당연히."
"...그러면 이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알고 계시겠군요."
피식 웃고 말았다.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인데.."
"..."
"재상이라는 놈이 내가 하려는 일을 계속 막으려고 하더라고. 정말 웃기는 놈이었지."
"..재상.. 재상이면 설마 코르시우스 재상을 말하시는 겁니까?"
그놈 이름이 코르시우스 였나 보다.
여하튼.
"그놈 이름 따위는 관심 없고. 그놈은 몰랐을 거야. 그 말에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황제 폐하에게 어찌 말씀하시려고, 아니 대신관님께는... 잠깐, 코르시우스 재상은.. 설마..."
"맞아. 뒤졌어."
신관이 뒷걸음질 치기 시작하자, 그에 맞춰 슬며시 오른팔을 검집에 올려놓았다.
"자. 한번 맞춰봐. 너는 과연 이 자리에서 살 수 있을까 없을까."
내 질문에 신관의 눈동자가 빠르게 회전한다.
이미 제물로 바쳐지게 될 주민들은 모두 해산한 상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기사들, 그리고 세 명의 시련자...
등등등,
하지만 지금 신관의 눈에는 그런 게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눈앞.
코앞에서 검을 뽑을 듯 말 듯 고민하는 나를 바라보며 자기 목숨을 걱정해야했으니까.
그러다 이내, 신관이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제게.. 원하시는 게 있으십니까?"
제법 눈치가 빠르다.
"우선 첫째. 계시가 내려오는 즉시 나에게 알릴 것."
"...제물이 바쳐지지 않는데 어찌 계시가 내려온단 말입니까."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기껏 내뱉는 말이 이거라니..
"내가 병신으로 보이지? 제물 같은 거 없어도 신탁은 각 신전으로 내려오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그걸 어찌.. 크윽.."
꽈악-
손을 뻗어 신관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놈이 당황과 고통에 얼룩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명심해라. 넌 계시가 내려오는 즉시 나에게 그 정보를 그대로 알려라. 만약 거짓을 섞는다거나 몬스터들의 숫자를 바꾼다거나하는 개짓거리를 할 시에 나는 네 사지를 자를 것이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고 그 상태로 지켜보게 할 것이야."
"무..무엇을..."
"내가, 내 눈앞에 보이는 신전이란 신전은 모조리 부수고 그 안에 있는 신관이라는 새끼들을 모조리 쳐 죽이는 그 과정을."
이놈은 알고 있어야한다.
이건 단순한 위협이 아닌 진심이라는 것을.
덜덜덜-
신관이, 공포에 질려 떨기 시작했다.
내 눈에 담긴 진심을, 코앞에서 확실하게 느꼈을 테니까.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둘째. 대신관에게 내 전언을 보내라. 지금부터 내가 다스리는 이 발리스타 왕국은 독립지역으로 거듭났으니 인사하러 오라고."
그의 눈이 크게 떠지고 지켜보고 있던 브릴란트의 눈동자도 크게 떠졌다.
대신관.
레드 원 신전의 최고 수장이자. 황제조차 어찌할 수 없는 거물중의 거물.
전 각지에 흩어져있는 수백 개의 신전을 다스리는 그는, 현 황제 율리우스 폰 판테온의 스승이기도하다.
"이상이다. 너, 이름이 뭐지?"
손을 풀어주자 놈이 그 자리에 털퍼덕 주저앉는다.
물끄러미 내려다보자 신관이, 빠르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제... 제파... 신관 제파입니다."
제파라..
이름이 신기하네.
"오늘 신탁이 내려왔을 테니 그거 가지고 왕궁으로 오도록."
내가 아는 미래의 정보는 한정적이다.
일단 #5까지, 내가 #2에서 불 질렀던 그 골짜기로 몬스터들이 소환되긴 하지만 그 이후부터 나는 잘 모른다.
대략 듣기로는 카룬 산인가 뭔지 하는데서 드레이크 무리와 와이번 무리가 탄생하고, 뭔 이상한 호수에서 덩치 30미터에 달하는 이클립스라는 거대 악어가 탄생한다는데.
그 정확한 위치가 필요하다.
그러기위해 신전도 필요하고, 신관도 필요하다.
당연히 대신관도 필요하고,
언젠가는 죽이긴 할 거지만 에피소드의 전개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참을 필요가 있다.
[만개의 언어를 깨우친 자가 증오어린 눈으로 당신을 노려봅니다.]
물론, 아주 잠시일 뿐이다.
그렇게 제파가 줄행랑치듯 어딘가로 도망가고 내가 근처에있던 기사 한명에게 저놈을 감시하라고 시키고, 에덴의 시련자들이 내게 다가오려던 그때.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 내게 다가온 사람이 있었다.
"전하!!! 전하!!!!"
새로운 재상.
소천.
그가 매우 다급한 얼굴로 달려오더니.
"황제... 황제 폐하께서 부르십니다.."
그 이상 듣지 않았다.
황제가 나를 부른다.
당연히 직접 왔을 리는 없고, 통신으로 연락했겠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 거대한 대륙의 유일한 황제.
율리우스 폰 판테온.
멍청한 남자이자 황제의 자격이 없는 놈.
하지만 철두철미하고 대륙 전체를 속일정도로 가면을 쓰는 게 능한 놈.
정말 그놈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이제, 그 실체를 확인 할 때다.
*
전과 같았다.
수정구에 앉자, 한 남자의 얼굴이 드러난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과, 묘하게 잘어울리는 외모까지.
눈앞의 남자.
율리우스 폰 판테온은 굉장히 잘생겼다.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가,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제국의 다섯 별, 검주劍主 오슨 발리스타.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냈나요?"
그의 말에는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로, 가벼웠다.
마치 갓 성년이 지난 어린 아이가 감투만 뒤집어쓴 채로 말하고 있는듯하다.
동시에 나는 슬며시 미소 짓고 말았다.
그 괴리감.
대륙을 지배하는 황제가 저렇게 가벼운 어조로 말을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다.
확실하다. 저놈은 지금 연기를 하는 중이다.
만약에, 내가 많은 시련자들에게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 나도 속았을 것이다.
나도 웃는 얼굴 그대로 가면을 썼다.
나는, 이 순간 제국의 다섯 별, 오슨 발리스타다.
"저는 항상 무탈합니다. 폐하께서는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하하하.. 여전하시네요. 저야 뭐 별일 없었죠. 그런데.. 마침 제가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물어도 될까요?"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언제였죠? 제국의 별이셨던 다섯 분의 영웅에게 귀족 작위도 아닌 왕국이라는 자리를 내려주었던 그게..."
...뭐지?
질문을 던져도 하필이면... 저런 질문을?
일단, 면상에 철판을 깔았다.
"글쎄요.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얼마 전에 사고를 당해서.."
사고라는 말에 율리우스가 작게 웃었다.
역시, 이놈도 믿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군요."
잠깐 서로 간에 침묵이 이어졌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율리우스가 아닌, 나였다.
"제국에 존재하는 다섯 명의 마스터, 그들에게 오등작 따위가 아닌 왕이라는 자리를 내려주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매우 현명한 판단이셨습니다."
뜬금없는 내 말에 율리우스의 눈동자가 빛난다.
무시했다.
내 머리속에서, 내가 아는 정보들이 조합된다.
제각기 개성이 강한 다섯 명의 마스터는 오등작보다 더 높은 자리를 원했고, 황제는 그들을 묶기 위해 제국 내에서 물자 이동이 활발하며 인구가 많은, 그러니까 꽤나 큰 도시를 고르고 골라 그 다섯 명에게 내려주었다.
발리스타 왕국, 매캐넌 왕국, 에르큘 왕국, 발라티에 왕국, 리오넬 왕국, 총 5개의 왕국은 그렇게 탄생했다.
왕들의 위상은 제국의 귀족들보다 월등하며 황제가 아니고서야 그 누구도 그들에게 토를 달지 못한다.
일인지하 만인지상.
그런 존재가 무려 다섯명이나 존재한다.
그러니까..
"...이제는 조금 달라지셔야합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건가요?"
"이 거대한 대륙을 지배하는 것은 분명 판테온 제국입니다. 그리고 폐하는 명실상부한 황제시죠. 그런데 그런 황제의 권위를 위협하는 왕이라는 존재가, 무려 다섯 명이나 존재 한다는 게,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율리우스의 입꼬리가 작게 꿈틀한다.
웃는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표정을 찌푸리지도 않는.
내 말을 이해 할 수 없다는, 그런 뉘앙스다.
하기사, 율리우스의 입장에서는 왕위를 주었을 때 좋다고 웃던 놈이 갑자기 제국을 치켜세우고, 왕국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으니.
확실히 당황할만하다.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 대륙에는 오직 판테온 제국만이 존재해야합니다. 멸망을 막기 위한 사도들도 내려왔고, 신들은 그 사도들을 키우기 위해 몬스터들을 몰아줍니다. 우리는 사도를 키우기만 하면 멸망을 막을 수 있으며, 더욱 더 부강하고 강대한 제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지금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건가요?"
수정구 속의 율리우스.
놈의 맑은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제 왕국은 필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디선가 쿠궁하고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난 것 같다.
정확히는 율리우스 가슴속에 묶여있던 쇠사슬이 부서지는 소리다.
"왕국이 필요 없다...? 설마 소드 마스터는 이제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
순간 율리우스가 황급히 말을 멈춘다.
빠르게 무표정으로 바꿨지만 확실하다.
방금 놈은 속내를 드러냈다.
'오슨 발리스타'의 입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말이 튀어나왔으니까.
나는 조용히 율리우스와 눈을 맞췄다.
내 입가에 떠오른 긍정의 웃음을 보던 율리우스, 그의 눈동자가 미묘하게 꿈틀거리며 좌우로 슬쩍슬쩍 움직인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내 말의 진의를, 그리고 지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솔직히, 내가 저놈이었더라고 정말 생각할게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저 모습도 왠지 '연기'같다고 느낀건 내 착각일까.
피식 웃고말았다.
이거면 충분하다.
놈이 어떤 놈인지,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 그걸 확인하는 거면 충분했으니까.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그때,
내가, 놈의 생각을 끊고 쐐기를 박았다.
"제가 폐하의 검이 되어드리겠습니다."
"..."
율리우스는 당황했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율리우스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이놈이 나를 가지고 놀려는 건가 싶은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나는 웃음기를 지운 얼굴로 손을 들어 내 얼굴을 툭 쳤다.
변장 효과를 풀고, 내 원래 얼굴이 드러난다.
"...!!!"
놈이 경악한다.
말로 하지 않았지만 숨을 헉하고 들이마시는 그 표정과 몸짓.
놈의 가면이 깨졌다.
저건 당황을 넘어 경악한 게 확실하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사도, 이도라고 합니다."
[천상의 학살자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시작을 알린 아룡이 팝핀을 추고 있습니다.]
[만개의 언어를 깨우친 자가 조용히 당신을 노려봅니다.]
"...사도... 사도라고..? 그럼 오슨은...?"
피식 웃었다.
"죽었습니다. 제 손에"
당황의 연속. 아니 경악의 연속이다.
놈의 눈이 크게 떠지고, 손가락이 꿈틀거리는 게 눈에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찰나에 불과했다.
금이 간 가면을 다시 고쳐 쓰려는 율리우스를, 내 말이 가로 막는다.
"서로 연기하는 건 그만둡시다."
"...뭐라?"
짧게 심호흡하고는, 다시 놈과 눈을 맞췄다.
"대신관 베네딕 메디치에게 잡혀있는 네 동생, 엘리자베스 폰 판테온. 성녀라 불린다지?"
"...!!"
"그동안 꽤 힘들었겠어. 스승이라던 대신관은 황제가 되기 위해 모략을 꾸미고, 인질이 잡힌 너는 대신관의 말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힘을 가진 마스터라는 새끼들은 자리 달라고 지랄해대니. 이해는 가, 충분히 이해는 가."
"...당신.. 사도가 맞습니까? 어찌 그런걸.."
"됐고, 내가 네 검이 되주겠다고 한 거. 그건 진심이거든"
율리우스가 벌어진 입을 그대로 다물었다.
"오슨 발리스타를 죽였던 것처럼, 나머지 왕국, 모조리 정리해주지."
"!!!"
뭐 이런 걸로 놀라?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대신관도 정리해주고, ‘대륙’의 멸망도 막아주겠어. 그러니까. 나한테 협조해."
"...진심이십니까? 제가, 지금 당장이라도 병사를 모으고 당신의 정체를 세상에 까발리면 당신은 죽을 겁니다."
피식-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을 거잖아?"
"..."
"연기하는 건 집어치우자고 했다. 상황 파악이 안 되나? 지금 나는 너한테 기회를 주는 거야. 네 동생을 다시 찾아오고 대신관도 죽일 수 있으며 욕심에 눈이 먼 머저리 같은 왕들을 모조리 죽일 수 있는 기회. 그 기회를 날리고 싶나?"
"...원하는 게 뭡니까?"
다시 손으로, 얼굴을 툭 두드렸다.
뚜둑하는 소리와 함께 내 모습이 오슨의 모습으로 변한다.
"앞서 말했듯, 내게 적극 협조하는 것. 우선 매캐넌 왕국부터 시작하지."
"...백성들은 건드리지 말아주십시오."
하.. 이 새끼가.
"연기는 집어 치우자고 했다."
율리우스가 미간을 좁힌다.
"연기하는 거 아닙니다. 백성들의 피해는 최소한으로 끝내주십시오. 그러지 않으면... 협조는 없습니다."
순간, 묘한 괴리감이 나를 덮쳐왔다.
내가 알기로, 율리우스 폰 판테온은 개새끼였다.
애초에 제물을 바치자고 제안한 것도 율리우스였으며 반란의 불씨를 당긴 오슨 발리스타와 ‘함께’, 사도들을 키우고 동시에 나머지 왕들과 전쟁을 벌여 대륙을 피로 들끓게 만들고... 신전과 결탁...
잠깐.
설마, 내가 율리우스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걸까?
그런 가정이 슬금슬금 고개를 치켜올리자 바로 생각을 멈췄다.
딱 여기까지만 생각했다.
놈은 나에게 협조하고, 나는 놈을 이용한다.
그거면 된다.
"...전 대륙에 선포해, 발리스타 왕국은 지금 이 시간부로 독립지역으로 거듭났다고."
"...제물을 바치지 않겠다고 하신 건 다른 이유가 있으신 겁니까?"
씩 웃었다.
"제국민들의 민심을 달래줘야지. 내가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잘 알거든."
"..?"
"힘이 없다고 생각되던 민중이, 어느 순간 세상을 바꾼다는 거. 이게 우리 세상의 역사책에는 수도 없이 나오거든."
율리우스의 메마른 표정에, 한줄기 가뭄 같은 미소가 피어오른다.
"좋아요. 협조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제국에 공부 잘하는 놈 많지?"
"..예?"
"그러니까.. 현자라 불리는 놈들."
현자라는 말을 잠깐 곱씹던 율리우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는다.
"혹시 마법사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마법사여도 상관은 없고, 지식이 풍부하고 분석력이 뛰어난 놈. 한두 명만 여기로 보내."
"...설마 마탑주를 말씀하시는 건 아니죠?"
실소가 터져 나온다.
"그건 네 재량이고, 최대한 빨리 보내."
"...알겠습니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대화는 여기까지하고, 언젠가 직접 얼굴 맞대고 술이나 한잔 하지."
"기대하겠습니다."
기대까지는 안 해도 될 거 같아.
아마 그때, 너는 나를 어마어마하게 원망하고 있을 테니까.
*
밀실을 나서자 문 앞에 한 남자가 대기하고 있었다.
브릴란트.
오슨의 제자이자, 발리스타 왕국 군사부의 수장.
"...말씀하셨던 두 사도를 잡아왔습니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한다.
이렇게 좋은 일만 가득하니까.
그런데 브릴란트야. 너 눈동자가 되게 묘하다.
뭔가 눈치 챈 것 같은 느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