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멍청이들(1)
나와 한수아는 시련자들의 행렬 맨 뒤쪽에서 걷고있었다.
당연히 일정 거리를 두고서.
그녀는 좌불안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불안함에 떨고 있는 그 모습, 이유가 뭘까.
내게 고유 권능이 들켰기 때문일까?
피식 웃고 말았다.
물어보면 알겠지.
“너, 나한테 재미있는 짓을 했더라.”
“...”
“매혹이라. 재미있어. 고유 권능이지?”
그녀가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내가 놀랐다.
뭐가 이렇게 쉬워?
“왜 그랬냐?”
내 물음에, 그녀가 종이와 펜을 꺼내들어 무언가를 빠르게 적어 내려갔다.
-당신 옆이 이상하게 따뜻했어요.
...거울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내 얼굴을 내가 보지 못한 게 참 아쉽다.
진심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내가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러는데, 내가 기차 안에서 행동했던 그 모든 행동들은 내가 생각하고 내가 의도한 행동이었거든. 하나부터 끝까지 전부. 그래서 더 이해가 안가, 네가 쓰는 그 매혹은 정확히 어떤 능력이지?”
한 점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는 이번에도 종이에 무언가를 빠르게 적더니 내게 보여준다.
-저도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하나 확실한건, 제 매혹은 상대방의 경계심을 없애고 그 상대방이 저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조용히 생각했다.
그녀는 갓 시련자가 된 햇병아리.
즉, 현재 그녀의 매혹은 수준이 낮다는 얘기다.
조금, 나도 모르게 잡생각 하나가 생각난다.
세뇌 권능은 상대방의 이지를 완전히 빼앗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종의 ‘인형’으로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매혹은 그 사기 권능인 세뇌와 발동 조건이 같다.
그 말인 즉, 세뇌와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
그런데, 고작해야 편안함을 느끼고 보호해주는 움직임을 가진다고?
실제로 내가 그렇게 느끼긴 했지만 매혹이라는 권능의 효력이, 고작해야 거기서 끝날 리가 없다.
아니. 잠깐만.
순간, 나는 걷는 것도 잊었다.
무언가가 뇌리를 관통했으니까.
세뇌의 단점은 명확했다.
앞서 말했듯 이지를 빼앗아 주어진 명령에만 움직이는 인형을 만드는 것이었기에, 인형이 된 이는 스스로의 감정과 능력을 컨트롤하지 못한다.
그건 어찌 보면 장점이라 할 수 있었겠지만 동시에 단점이기도 했다.
이지도 없는 존재가 명령에만 절대적으로 복종한다? 대표적으로 시련자의 경우 에피소드를 겪으며 얻게 된 힘과, 경위, 그리고 수많은 경험들.
그 모든 것들을 잊고 단지, 기계처럼 움직이는데... 이건 아무리 좋게 봐도 단점이 분명하다.
다시 생각해보자.
세뇌는 상대방의 이지를 지배한다.
그렇다면 매혹은 무엇을 지배할까?
그녀가 말한 걸 종합해보자면 딱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감정.
그러니까 매혹은, 상대방의 감정을 지배하는 권능이다.
젠장.
세뇌에 당했던 이들은, 앞서 말했듯 인형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죽이는데 망설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뇌에 지배당한 인형 따위가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을 가지고 사선을 넘어온 경험으로 무장한 이들은?
그들이 맹목적으로 한 여자를 보호한다면?
그런 ‘충신’들을 양산하고 만들 수 있는 권능...
시발.
입이 쩍 하고 벌려진다.
이거.
나도 모르게 어마어마한 짓을 해버리고 말았다.
잠시나마 이 능력을 이용하고자했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이 여자는, 위험하다.
이 능력은 정말로.. 위험하다.
자리에서 멈춰선 나를, 한수아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표정이 묘하다.
그녀는 지금, 매우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것처럼.
-저를 죽이실 건가요?
그녀가 빠르게 적어간 그 내용을 바라보며, 나는 인벤토리의 베레타를 떠올리고 있었다.
결국, 베레타를 꺼내들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도 그녀는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간다.
-하나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탄창을 확인하다 눈매를 찌푸렸다.
“부탁? 무슨 부탁?”
-지구에 동생이 있어요.
“...”
철컥-
말없이 그녀의 이마에 총구를 겨눴다.
-이름은 한철민. 안성중학교 3학년이에요. 부탁드릴게요.
조용히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맑았다.
나를 믿는 걸까.
살려달라는 부탁, 굉장히 오랜만에 들어본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책임지고 살려주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는다.
멀리서. 이변을 감지한 성미령과 시련자들이 다가오던 그때.
나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쳤다.
힘을 주려던 그 순간.
찌이이잉-
이명이 들려온다.
순간 직감했다.
예지력이 발동했다고.
시발.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아니, 이상한 수준이 아니다.
평소 발동되던 예지력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높이 수천 미터의 하늘에서 낙하산 없이 다이빙하는 기분.
젠장.
이내 눈앞이 깜깜해졌다.
털썩-
온 몸이 고통스럽다.
뇌가 찢기고 사지가 박살나는 기분이다.
내 시야가, 천천히 좌우로 돌아간다.
경악했다.
익숙한 이들의 얼굴이 보인다.
지구에서 형님의 밑에서 몬스터를 죽이고, 인간을 적대하는 시련자를 죽인 이들.
풍신 박유정, 철강왕 랜버튼, 뇌신 주청윤, 중력의 크리스틴.
다른 이들은 몰라도 내가 이 시련에서 반드시 살려야겠다고 생각한 이들이다.
그런데, 지금 그들의 몸 상태는 거의 걸레짝과 다름이 없었다.
랜버튼은 왼쪽 팔이 상어에게 먹힌것처럼 뜯겨져 나가있었으며, 주청윤은 오른 다리가 잘려져 있었고 크리스틴은 오른팔이 짓이겨져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시체들이 보인다.
숫자는 최소 40.
우습게도 전부 다 내가 아는 얼굴들이다.
젠장.
확실하다.
나는 이들과 싸웠다.
그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4명이 나를 노려본다.
내가 여태껏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시선으로.
그래, 그들은 나를 ‘몬스터’ 보듯이 보고 있었다.
“네놈은.. 너무 강했어.”
“앞서가기도 했고.”
“너무 많은 시련자를 죽였지.”
“대체 무엇을 위해서?”
한명씩 말을 거드는 그 상황 속에서 나는 어마어마한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나’의 감정. 그러니까 미래의 ‘나’의 감정과 동화된 것이다.
그럴 만도하다.
또 배신이다.
배신에 배신.
시발. 멍청한 새끼들.
“...그래서 나를 죽이겠다고? 쿨럭..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이 병신새끼들이...”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어. 네 덕에 #72까지 올 수 있었던 거니까. 하지만... 아니, 아니다. 이 이상 말하는 건 무의미하겠지. 우리는 네 말대로 지구를 구할 거야. 너 없이.”
박유정이 싸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이내, 그녀의 손뼉이 쳐지고, 눈앞에서 어마어마한 기의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폭풍이 땅을 가르고, 내 몸을 뒤덮는다.
빌어먹을.
태풍에 휩쓸린 ‘나’가, 회한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한수아... 그때 걔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이윽고.
내 몸이 갈가리 찢겨져나갔다.
현실로 돌아왔다.
비틀-
중심을 잃었다.
한수아의 이마에 겨누고 있던 베레타가 밑으로 떨어지고,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한쪽 무릎이 꿇려진다.
젠장.
현기증이 난다.
정신이 갈가리 찢겨져나가는 기분이다.
내가 보았던 미래는 조만간 벌어질 미래가 아니었다.
박유정은 분명 말했다.
#72라고, 그게 뜻하는 건 하나다.
내가 지금 본 미래는 최소 Episode #72에서 내가 죽는 미래다.
그리고 나는 후회했다.
눈앞의 한수아를 죽인 것을.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성미령이 달려오고, 시련자들이 다가온다.
정신을 비롯해 눈앞이 회색으로 물든다.
그 순간, 나는 보았다.
나를 향해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양 손을 내뻗고 있는 한수아를.
그렇게 나는 정신을 잃었다.
*
“이도야.”
익숙한 목소리다.
내가 살면서 절대로 잊지 않을 목소리.
“이도야.”
“...형님?”
고개를 들었다.
새하얗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
“이런데서 쉬고 있어도 괜찮겠냐?”
이번에 들려온 목소리는 꽤나 선명했다.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있었다.
광전사의 전신 갑주를 착용하고 있는 형님이.
언제 봐도 잘생겼다.
짧은 머리에 깊고 짙은 눈동자.
문득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건 꿈일까. 아니면 환각일까.
예지력이 너무나도 먼 미래를 바라봤기에 내 정신이 잠깐 가출 한 걸까.
상관없다.
눈앞의 형님이 진짜든 가짜든.
형님에게 궁금한 게 있었다.
정말로, 묻고 싶었다.
“형님은.. 이런 세상에서 살아왔던 겁니까?”
내가 형님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은 대부분이 생략되고 함축된 이야기였다.
형님은 자세한 내부 사정은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
그저, 형님이라면 그렇게 했었겠구나, 아 그래서 그런 결과가 나타났던 거구나.. 하며 넘어갔을 뿐.
형님이 시원하게 웃는다.
“내가 말했잖아.”
“...뭘요?”
“너는 지나치게 신중하다고.”
“...”
형님이, 아니 정지혁이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두드린다.
“지나친 신중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 그래도 인마, 네가 가는 길은 틀리지 않아.”
틀리지 않다.. 그 대가로 배신을 당했는데?
그것도 지구에서 함께 싸우던 그들에게?
형님이 조용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를 믿고, 목숨 걸고 너를 따라줄 이들을 모아. 그게 한명이라도 상관없어.”
“...형님에게는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까?”
내 말에, 형님이 피식 웃는다.
“당연히 있었지.”
“누굽니까?”
형님이 내 머리를 흩트리며 말했다.
“너.”
*
눈을 떴다.
천장.
기이한 문양들이 양각되어있는 천장이 보인다.
팔을 움직였다.
이상은 없었지만.. 이상하게 푹신하다.
침대...인가?
몸을 일으켰다.
“괜...찮으세요?”
맑지만 조금 끊기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한수아였다.
그녀가 의자에 앉은 채로 나를 바라본다.
그것도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 그렇게 바라보지?”
갑자기 옆에 놓인 작은 책자에서 종이와 펜을 집더니 무언가를 적는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나도 모르겠다.
“나는 너를 죽이려고 했어. 그런데 왜 나를 걱정 하냐고.”
그녀가 무언가를 적으려던 그때.
“됐고, 말로 해 느리게 말해도 상관없으니까.”
그녀가 종이와 펜을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크게 숨을 몰아쉬더니 힘겹게,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원래 말을 하지 못했어요.”
말을 하지 못했다라..
“13살 때, 교통사고를 당했었는데 그때부터 말을 하지 못했거든요. 치료를 하려고 노력했는데 정신적인 문제라고....”
이어진 그녀의 이야기는 별게 없었다.
정말로 별게 없었다.
13살 때 가족과 여행을 떠나던 도중에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었으며 동생과 세상에 던져졌단다.
그때부터 말을 하지 못했고, 지금 21살이 될 때 동안 벙어리로 살아왔는데, 신기하게도 나를 본 순간 막힌 독이 풀리듯이 말이 나왔단다.
그게 전부였다.
작은 한숨을 터트리며 침대에서 완전히 몸을 일으켰다.
대충 둘러보니 왕궁 안에 마련되어있는 침실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입고 있는 갑옷도 그대로고 심지어 탁자위에는 베레타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하아..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 연이어 펼쳐진다.
이내 그녀가 베레타를 들고는 내게 건넨다.
어이가 없다.
자기를 죽이려던 그 무기를, 다시 나한테 건네준다고?
일단 총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까 네가 말한 거.
“...그게 전부라는 사실을 믿으라는 건 아니지?”
“하지만,”
“됐고, 이거만 대답해봐.”
한수아가 하던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본다.
여전히 신기한 눈동자.
혹시..
“내가 누워있는 동안 나한테 ‘매혹’ 썼냐?”
그녀가 고개를 젓는다.
“대기실로가면 어차피 알게 될 건데. 이실직고하자. 매혹 썼어 안 썼어?”
“안 썼어요. 정말이에요.”
이 여자를 어디까지 믿어야할까.
형님의 말대로 나는 지나치게 신중하다.
지나치게 신중했기에 미래에 위협이 될 만한 싹은 가능하면 미리 제거했다.
마키아벨리와 기차에서 나를 죽이려고 선동하려던 놈까지.
그 외 나를 기습하려던 놈도 있었고..
그놈들을 나는, 그냥 죽였다.
그들이 후에 변화할 가능성? 당연히 있다.
분명히, 없을 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그딴 가능성에 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단 1초도.
그리고 눈앞의 한수아.
그녀의 능력이 내 생각대로의 능력이라면, 아니 최소 그 정도의 능력만 가진다해도 그녀는 위험인물이다.
그래서 죽였다.
아니, 죽이려고 했다.
시발.
나는 미래에 후회했다.
눈앞의 한수아를 죽인 것을.
생각은 깊었고, 결심은 빨랐다.
“...네 동생은, 네가 직접 구해.”
그녀가 나라를 잃은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이렇게 가까이서 다시 보니 그녀의 표정은..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날것 그대로의 표정 같다.
연기하는 것 같지는 않고, 그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고 했으니 웬만한 의사 표현은 표정으로 하게 되었을테고... 그게 이런 식으로 발달 한 걸까.
후우..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너에게 힘을 주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겠어. 그 힘으로 네 동생을 구해. 네가 직접.”
그녀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멀뚱멀뚱 나를 바라본다.
“두 가지만 지켜. 하나는 나한테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내게 매혹을 쓰지 않는다는 것.”
그제야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는 듯이 그녀가 밝게 웃는다.
정말, 나라를 구한 사람을 바라보는 것 같은 표정이다.
그런데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둘째. 내가 하려는 일에 딴죽 걸지 말 것. 불평, 불만, 아무것도 달지 마.”
“기차 안에서 처럼요?”
피식 웃었다.
그녀의 말에 조금 살을 보탰다.
“그래, 내가 기차에서 사람들을 가차 없이 죽였던 것처럼.”
그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내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고마워요. 그리고 잘 부탁드려요.”
고맙다고? 글쎄.
건네받은 베레타를 허리춤에 끼워 넣었다.
머지않아 방문이 열리고, 아까 보았던 오슨 발리스타가 환하게 웃으며 다가온다.
“사도시여!! 일어나셨군요!! 쓰러지셔서 결례를 무릅쓰고 이리로 데려왔습니다. 혹시 편찮은 곳은 없으신지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말없이 한수아를 바라보며 오슨 발리스타를 향해 턱짓 했다.
의미를 깨달은 한수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오슨에게 슬며시 다가간다.
놈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한수아가 오슨의 팔을 붙잡았고 그와 눈을 맞췄다.
-형님, 왜 시련을 진행할 때 판링링을 미리 죽이지 않으셨습니까?
-몰랐거든.
-예?
-그년.. 꽤 교활하더라. 시련을 진행할 때, 정말 극소수한테만 세뇌를 걸었었어. 그 누구도 그녀가 권능자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든. 내가 신격을 초월하지 않았더라면, 나도 그년한테 세뇌 당했을걸?
-...
-황당하지? 더 웃긴 게 뭔지 알아?
-그보다 더 웃긴 게 있습니까?
-이건 나도 몰랐던 건데, Episode #4를 진행할 때, 왕 한명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었거든. 후에 알고 보니까 그거, 판링링이 왕한테 세뇌 걸고 자살시킨 거더라고.
-그게 가능합니까? 거기엔 검주劍主니 창주槍主니 뭐니 하는 괴물들도 있었다면서요?
-있으면 뭐해. 그년이랑 손잡고 눈 맞추기만 하면 죄다 이지를 잃었는데.
그 상황을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했다.
한수아.
그녀는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글쎄.
결과는 시간이 대답해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