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스레이드-172화 (172/197)

172 재앙의 던전, 제 2 바벨탑(2)

쿨하게 내장제와 코팅제를 만들어서 몰먼족에게 가져주자, 그들은 크게 만족하며 일주일의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오옷! 이정도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이두박근호를 만들 수 있다요!”

“후후, 그렇겠지? 충격흡수에 열이나 전기, 심지어는 냉기에서도 견딜 수 있으니 말이야!”

심해잠수는 물론이고 용암에서도 잠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7대 원소에서 버틸 수 있는 코팅제를 가졌으니 이두박근호가 가지 못할 곳은 없었다.

특히나 드래곤의 허물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쿠션기능도 있었기 때문에 메테오를 맞아도 버틸 수 있었다.

“뭐,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일주일 후에는 출격할 수 있다요!”

“좋아, 총총. 내가 네 장비까지 마련해놨으니까 일을 끝내면 직접 이두박근호를 끌고 제 2 바벨탑으로 오라고.”

“오오옷! 나도 갈 수 있는 거였냐요?!”

“당연한 거 아니야? 너도 이제는 헬창스잖아.”

총총은 태하의 다리에 얼굴을 비비적거리며 존경과 기쁨을 표했다.

물론, 예전처럼 뭔가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촉감은 없어졌지만 아직도 제법 귀여운 맛은 있었다.

“총총, 열심히 하겠다요!”

“그래. 만약 네가 개발 중인 개인장비에 쓸 내장제가 필요하다면 말해. 뉴욕에 의뢰하면 일주일 안에 만들어서 보내준다니까.”

“감사하다요! 그럼 설계도를 내어주겠다요!”

총총의 공격력은 가히 폭격기라는 별명을 붙여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아마 총총이 동행을 거부했더라도 태하는 분명 그를 어떻게 해서든 데리고 가려 했을 것이었다.

“일주일 후, 다시 보자고.”

“알겠다요!”

그날 오후.

태하는 새로운 메타를 연구하기 위해서 유시연을 찾아갔다.

그녀는 새롭게 헬창스에 합류하기보다는 새로운 메타를 연구해준다거나 현재의 약점을 보완하는 컨설팅을 해주기로 했었다.

유시연은 이미 태하가 오기도 전에 컨설팅을 마친 상태였다.

“누님, 대단하시네요! 신메타를 이렇게 빠르게 구성해주시다니!”

“별 말씀을. 그나저나 이제부터가 진짜 중요해요. 던전을 오가면서 반드시 위기상황이 생길 텐데, 그에 대처하는 방법은 오로지 임기응변뿐이에요. 거기에 만약 암살의 위협까지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대처하기가 더욱 까다로워지겠죠.”

“임기응변이라…. 그럼 그에 대한 대처방안은 없을까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있죠.”

“그런 방법이 존재하나요?”

“잦은 훈련을 거친다면 충분히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으음, 그건 그러네요!”

“듣기로는 캐나다에 제 2 바벨탑에서의 생존훈련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파워드 피스를 통해서 장비를 착용한 훈련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제 2 바벨탑 생존훈련장에서 시간이 나는 대로 훈련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

보름 후, 드디어 신형 몰먼호인 이두박근호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트레일러를 옆으로 길게 늘여놓은 느낌의 이두박근호는 사람 20명이 먹고 자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넓었고, 추가로 장비를 보관할 수 있는 보관실까지 딸려 있었다.

무엇보다도 엄청난 두께의 장갑과 강화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었기 때문에 그 어떤 충격에도 대비할 수 있었다.

여기에 드래곤의 허물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완벽한 작전차량이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우와, 헬스장에 샤워실까지? 이걸 다 어떻게 만들었어?”

“헤헤! 이게 다 나리께서 우리를 믿어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요!”

“이제는 이걸 타고 다니면서 나흘 정도 적응훈련을 하면 되겠어.”

“앗! 충격테스트를 받는 거냐요?!”

“뭐 그런 셈이지.”

“총총, 떨린다요!”

헬창스를 태운 이두박근호는 캐나다 노바스코샤에 위치한 생존훈련장으로 향했다.

파워드 피스에서 최대주주로 있는 서바이벌 캠프 컴퍼니에서 제작한 이 훈련장은 실제 해일과 지진 등을 경험할 수 있는 엄청난 스케일로 제작되어 있어 소방관들도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기관이었다.

태하와 헬창스는 보티슈트와 전투장비를 착용한 채로 이두박근호에 올랐다.

교관은 헬창스에게 차량탑승훈련부터 시키겠다고 설명했다.

“우선은 이동장비에 탑승한 채로 충격대비훈련부터 받겠습니다. 아무래도 레이드 중간에 가장 많이 타고 다닐 장비이기 때문에 충격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겠더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두박근호는 바퀴가 바닥에 고정된 선반으로 올라간 후, 그 위에서 마치 너울성파도를 만난 선박처럼 상하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진동이 시작된 직후, 그들의 앞에는 무려 높이 10미터 크기의 엄청난 파도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저런 파도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낸 거죠?!”

“코어발전으로 압력을 내는 유압장치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걸로 펌프질을 해서 바닷물을 끌어오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비록 실제 바다가 내는 것만큼의 스케일은 아니더라도 10미터의 파도를 재연한다는 것만 해도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태하는 상하좌우로 흔들리는 차량 안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방송을 통해 전해 들었다.

-파도가 칠 때에는 반드시 안전벨트를 하고 실내에 비치된 에어커튼장치에 기대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주변에 자신을 위협할 만한 장비는 준비된 거치대에 잘 고정시켜두시고 어지간하면 장비는 병기고에 격납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온다요!”

“자, 그럼 들었던 그대로 안전벨트를 매고 에어커튼장치에 기댄 채로 충격에 대비합시다!”

파워드 피스 역시 자동차를 타고 던전을 건너간 경험은 없었기 때문에 빅토리야 역시 상당히 긴장한 표정이었다.

허나 그녀는 이 또한 자기발전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다소 경건하게 훈련에 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잠시 후, 10미터의 파도가 이두박근호를 덥쳤다.

콰아아앙!

“크으으윽!”

“골이 울리는 것 같네!”

“그나마 이두박근호에 드래곤 허물 코팅이 되어 있어서 이정도지,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뇌진탕에라도 걸렸을 거예요.”

10미터 높이의 파도가 만들어내는 압력은 인간의 힘을 벗어나는 수준이기 때문에 아무리 단단하게 물건을 만들어도 버티기가 쉽지는 않았다.

허나 이두박근호는 당당하게 그 파도와 맞서고 있었던 것이다.

쿠구구구궁!

높이 10미터의 파도는 연거푸 태하와 동료들의 머리통을 강하게 흔들어댔다.

태하는 이를 악물었다.

“약해지지 맙시다! 총총, 이두박근호의 상태는 어때?!”

“좋다요! 드래곤 스킨이 역시 좋기는 좋다요!”

“으음, 그럼 됐어! 자, 그럼 계속해서 박치기를 해보자고!”

이번에는 파도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훈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10미터의 파도가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는 반드시 필요했다.

솨아아아아!

허나 파도의 높이는 아까에 비해 두 배 이상 커져 있었다.

“25미터의 파도다요!”

“…이정도면 거의 해일 수준 아니야?”

“부딪치면 우리 다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요!”

절체절명의 위기, 이두박근호가 충격을 버티더라도 그 안에 들어있는 사람들이 충격을 버티지 못한다면 모든 것은 허사가 된다.

바로 그때, 빅토리아가 나섰다.

“총총! 키를 나에게 넘겨요! 우리는 IBS를 타고 이 파도를 건너간 적도 있어요!”

“…IBS를 타고 이 파도를 건넜다고요? 그런데도 살아계시네요?”

“네, 다행이도 귀신은 아니네요.”

그녀답지 않게 농담까지 하는 것을 보면 25미터 파도를 고무보트 하나로 견딘 건 결코 허풍이나 거짓말이 아니었다.

빅토리아는 마치 용감한 선장처럼 배를 몰았다.

“파도를 타고 그 물결대로 움직이겠습니다! 만약 여기서 장애물을 만난다면 모두들 에어커튼을 사용할 준비를 하세요!”

“넵!”

이곳은 생존훈련을 위한 곳이지만, 던전으로 직접 나가보면 막상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었다.

우선 던전에서는 이런 자연재해와 동시에 괴물들이 벌떼처럼 들이닥치기 때문에 해일보다도 몬스터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때문에 아마 25미터 파도훈련에서는 반드시 장애물이 출현할 것이었다.

고오오오오…!

파도는 점점 높아졌다.

“30미터다요!”

“…이걸 과연 넘을 수 있는 겁니까?”

“넘을 수 있어요! 쓰나미급 파도를 건너간 적도 있거든요!”

“그, 그것도 IBS로 넘었다는 건가요?”

“아니요, 그건 땟목으로 건넜었죠.”

“때, 땟목으로 지진해일을 건너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말이 안 되었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테죠. 안 그래요?”

“…하긴.”

30미터의 파도는 거칠게 이두박근호를 괴롭혔다.

콰아아아앙!

묵직한 바닷물 펀치가 이두박근호를 때릴 때마다 좌우로 몸이 흔들려 장기에까지 타격이 미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지금이 바로 에어커튼을 사용할 때인 모양이었다.

“지금에요! 쓰세요!”

딸깍!

빨간색 버튼을 누르자, 에어커튼이 활성화 되면서 순간적인 진공상태가 되어버렸다.

이 기법은 던전을 방어하기 위해서 몰먼들이 고안한 것인데, 주변을 진공상태로 만들어주고 그 밖은 플라즈마의 보호막을 씌워주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밖에서 들어오는 충격을 플라즈마가 막아주고 진공상태에 들어간 신체는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게 된다.

만약 인간에게 이런 물건을 만들어보라고 했다면 절대로 만들지 못했을 테지만, 몰먼족에게는 고도의 마정석 테크놀로지가 있었던 것이다.

태하는 진공상태에서도 숨을 쉴 수 있는 총총의 산소공급라인 테크톨로지에 감탄했다.

“우와, 이 상황에서도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라인을 잡아주네?”

“헤헤! 마정석으로 바람계열 마법을 넣어두었다요! 순수한 과학기술은 아니더라도 마법의 손을 빌린 절반의 과학기술이다요!”

“좋아, 좋아! 이정도면 우리가 심해까지 내려간다고 해도 손색이 없겠어.”

몰먼족의 테크놀로지는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빠르게 발전한다.

처음 몰먼족이 태하와 만났을 때만 해도 그들은 광산이나 개발하고 간신히 집이나 지을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만 갖고 있었다.

허나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몰먼족에게 인간의 지식이 전해졌고 그들은 특유의 적응력으로 그것을 받아들여 자신들의 기술로 승화시켰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바로 스킬이었다.

몰먼족에게는 가속도의 법칙이라는 특성스킬이 있는데, 이를 통해서 그들의 두뇌는 한 번 받아들인 것은 절대 까먹지 않고 오히려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연산능력은 점점 가속도를 받아서 발전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1 더하기 1을 배우는데 한 달이 걸렸다면 2 더하기 2를 배울 때에는 보름 밖에 걸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런 가속도의 법칙을 계속해서 사용하게 되면, 처음 덧셈을 배웠을 때보다 오히려 함수를 배울 때의 시간이 더 짧아지게 되는 셈이다.

한마디로 몰먼족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똑똑해지는 엄청난 종족이었던 것이다.

잠시 후, 몰먼족 테크놀로지의 정수를 보여줄 차례가 되었다.

“앞에 장애물이 있다요!”

“피해야 할 것 같은데?!”

“…크크, 아니다요! 부순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