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 재개발(2)
태하는 리모델링에 필요한 기획, 설계도를 만들어놓았다.
바벨탑의 리모델링은 다음과 같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주요시설의 방어, 화이트홀 및 기타 관통수단의 무력화, 생각보다 손쉬운 코어수급, 그리고 90층의 무적화.
“다른 건 다 이해가 되는데 90층의 무적화는 무슨 뜻인지요?”
“말 그대로 90층을 무적으로 만드는 거지. 너희 용족들이 떼로 뭉쳐서 90층을 보호하는 거야.”
“아하! 더 이상 100층을 공략할 수 없게끔?”
“그런 셈이지.”
빛이 비춰지는 각도에 따라서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이 일곱 빛으로 변하는 천상계의 미모, 바로 신룡이었다.
그녀는 이제부터 영원히 태하의 곁을 지키며 보좌관 역할을 하게 될 것이었다.
충성스러운 신룡 유리아는 태하의 지시에 따라서 바벨탑을 재조정하기 시작했다.
“수호자께서 원하시는 대로 바벨탑을 재조정하겠습니다.”
[바벨탑을 재조정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남은 시간 : 367시간]
[※남은 시간은 때에 따라서 재조정 될 수 있습니다]
바벨탑의 재조정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보름 남짓이었고 1층부터 차근차근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태하는 1층의 리모델링에 최대한 신경 썼다.
“구경을 좀 해도 되나?”
“물론입니다. 1층이 어떻게 리모델링되는 지 화면으로 만나보시면 됩니다.”
“오호, 그래?”
100층은 태하가 기거하는 곳으로서 보스 신룡과 함께 지내는 저택으로 꾸며져 있었다.
대략 3만 평의 부지로 이뤄진 저택은 무려 150가지의 운동기구와 보충제 제조시설, 그리고 신체측정 및 연구실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그는 저택의 휴게실에 누워서 편안하게 tv를 시청했다.
탁, 탁, 탁….
1층은 블록을 하나하나 해체해서 다시 쌓듯, 조각조각 났다가 설계도에 맞춰서 조립되고 있었다.
“바벨탑을 해체할 수도 있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마치 블록장난감처럼 피스 단위로 나눠져 있다가 설계도에 맞춰서 재조정됩니다. 그래서 보름 안에 99층을 모두 손볼 수 있게 된 것이죠.”
100층은 이미 태하가 입주하면서부터 개조되어 있었기 때문에 남은 것은 99층을 조각냈다가 붙이는 것이었다.
1층에는 초보모험가들이 쉴 수 있는 쉘터가 구축될 예정인데, 그곳은 천연암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몬스터의 진입불가 세이프존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숨만 붙어있으면 어떻게든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구조였다.
다만 이제는 침입자들이 1층으로만 침입해 올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비상용 엘리베이터와 경비시설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5분대기조는 어떻게 구성될 예정이지?”
“에이션츠 드래곤이 일주일에 한 번 당번을 정해서 돌아가며 당직사관을 맡고 헬창 드래곤즈가 상시소환으로 한꺼번에 소환되는 형식으로 정했습니다.”
“드래곤도 이제는 소환이 가능해졌나?”
“세계수가 있는 한, 불가능은 없습니다.”
홍이가 던전을 떠받치는 유그라드실이 된 이후, 녀석이 지정한 100인의 존재들에 한해서 소환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소환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소환마법을 사용할 경우, 탑의 수호자이신 당신께 최종승인을 받아야합니다.”
“만약 내가 할 수 없게 된다면?”
“저와 드래곤들이 빠른 회의를 거쳐 다른 수호자들에게 권한을 넘기게 됩니다. 또한, 그와 함께 동맹 바벨탑에서 원군을 보낼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좋아, 괜찮은 짜임새군.”
“감사합니다.”
1층은 코어를 생산하기 위해 마음껏 사냥을 할 수 있는 공간임과 동시에 적을 막는 첫 번째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태하는 이곳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1층은 단순히 방어와 사냥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은 아니었다.
“아참, 그건 어떻게 설정했어?”
“상점 및 매칭시스템 말입니까?”
“그래. 우리 바벨탑의 주요 수입원이 될 그것 말이야!”
태하는 타이탄 컴퍼니의 모든 자본을 바벨탑의 배후세력인 사모펀드 ‘바벨’과 연결시켰다.
이제 바벨 컴퍼니는 타이탄의 지주회사가 되는 것이고 두 기업은 서로 자금을 공유하게 되어 있었다.
“바벨 컴퍼니에서 제작한 버프 구입 및 물약구매 시스템은 현금으로 결제가 가능하며, 취소 및 반품은 추후 약관으로 명시할 예정입니다. 또한, 헌터협회가 소속되어 있는 모든 국가들이 공동으로 투자 및 관리하기로 했기 때문에 관련법안도 곧 마련될 예정이고요.”
“후후, 좋아. 코어 매입시스템과 헌터매입상점은?”
“코어시장 및 헌터협회와 연계하여 현재 점포 개점을 준비 중이며, 최소 100일 안에 입점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감정사와 딜러들이 대거 포진하여 100% 시장의 이동이 진행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던전이 서로 연결되면 앞으로 통합시장이 형성될 예정인데, 그를 위한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 중입니다.”
“이로서 파이어볼과 특정세력들의 코어시장 독점은 이제 불가능해지겠군.”
바벨탑의 매칭시스템은 파티 및 레이드 공격대의 자유로운 조성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이제는 길드의 개념보다는 인스턴트 파티를 통해 헌터끼리 유대감을 조성한다는 것이 모든 국가들의 뜻이었다.
물론, 길드가 권력을 포기하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었겠지만 지구가 몇 번이고 멸망할 뻔했던 그때를 생각해서 깔끔하게 손을 털기로 한 것이었다.
이제부터 길드는 헌터를 교육하고 육성하며 지원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를 위한 부지는 마련되었겠지?”
“바벨탑 1층은 원래 서울시의 다섯 배 정도 되는 부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상업지구와 안전지대를 만든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겁니다.”
“뭐, 그렇다면야.”
바벨탑 1층의 전체적인 구조를 보면 가로로 상당히 넓은 형태인데, 그로 인해서 헌터들은 2층으로 넘어가는데 생각보다 그리 오래 걸을 필요가 없었다.
이런 던전의 특성을 이용하여 상업지구와 안전지대까지 만들기에 충분했던 것이었다.
다만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1층에는 이제 고블린보다 하위 몬스터인 ‘더미코어’가 돌아다니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고블린이 벌크업을 너무 많이 한 나머지 전투력이 무려 5배 이상 강해졌습니다. 때문에 어지간한 초급헌터들 10명이 달라붙어도 이기지 못할 정도가 되었지요. 그래서 몰먼족이 더미코어라는 기계형 몬스터를 제작해서 풀어놓았습니다. 전투력은 초기 고블린의 절반 정도 될 겁니다.”
“그래, 나도 그게 걱정이긴 했어. 고블린 덩치가 무슨 드워프 뺨치는 수준이 되었으니 말이야.”
지금의 고블린을 보면 절대 바벨탑의 최약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어지간한 성인남성의 팔뚝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이고, 오히려 인간보다 완력이 두 배 이상 강력해서 마치 과거의 오크군단을 보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고블린들은 계속 운동을 한데?”
“네, 그렇습니다. 앞으로 더욱 강력해진다면 3층 이상은 이제 어지간해서는 클리어하기 힘들 텐데, 걱정입니다.”
“그래서 그런 시스템을 만들었잖아. 3층까지 프리패스 말이야.”
“아아!”
***
1층과 2층까지는 더미코어가 서식하게 되었지만, 3층부터는 제대로 된 몬스터가 서식하게 되었다.
바로 코볼트였다.
“고블린보다 코볼트가 확실히 약하긴 하지?”
“음, 그렇기는 합니다만. 솔직히 그렇게까지 큰 차이는 느끼지 못할 겁니다. 고블린보다 코볼트의 숫자가 훨씬 더 많거든요.”
“후후, 그럼 3층부터는 초급헌터 출입불가 푯말을 붙여놓지 뭐.”
코볼트는 지금까지 ‘개대가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고블린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다.
허나 이제는 아메리칸 핏불테리어가 절로 생각날 정도로 덩치가 불어서 과거의 모습은 아예 찾아볼 수조차 없어졌다.
“그럼 코볼트 몸이나 한 번 볼까? 얼마나 좋아졌는지.”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이미 몸이 좋아졌다는 걸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그냥 눈요기 정도 할 생각이었다.
허나 태하는 코볼트와 대면하곤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는 없었다.
-크르르릉…!
“…뭐야, 이게 코볼트야? 사냥개처럼 침을 질질 흘리는데? 눈빛은 또 저게 뭐야? 사람을 아주 잡아먹을 심산이로군.”
“아마도 남성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그런 모양입니다. 근육이 불어나면서 성질도 더러워졌나보더라고요.”
아마추어 보디빌더의 느낌이 아니라 초원의 왕 사자와 같은 느낌이랄까.
진정한 의미의 몬스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뭐, 좋아. 이 정도는 되어야 진짜 몬스터라고 할 수 있지. 솔직히 그동안은 너무 비굴하고 하찮은 이미지가 강했잖아?”
“그런 생각을 하셨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지요.”
“아무튼 간에 이정도면 만족해. 더 이상 뭐 건드릴 것도 없겠어. 합격!”
“그럼 이대로 리모델링을 완료짓겠습니다.”
“다음은 4층인가?”
“네, 그렇습니다. 4층부터는 고블린과 오크 등이 출몰하기 시작합니다.”
“후후, 난이도가 대폭 상승하겠군!”
“버프가 잘 팔리려면 충분히 어려워야 한다는 수호자님의 의견을 적극 반응한 결과입니다.”
자동버프 자판기는 탑의 수호자의 특권을 이용해서 걸어주는 시스템인데, 2층까지는 일반인 중에서도 체력이 제법 좋으면 충분히 클리어가 가능하다는 점을 적극 이용한 것이었다.
3층부터는 체력이 좋아도 한계가 명확해지기 때문에 버프를 도입해서 바벨컴퍼니의 매출을 극대화시키기로 한 것이었다.
다만 버프를 받기 위해서는 헌터협회와 국가인증시스템의 검증을 받아야함으로 신원이 확실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신원조회 시스템은 어떻게 되었어?”
“CIA와 국정원 등 국가정보기관들이 전부 데이터를 모아서 검증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결격사유가 있을 경우 던전출입은 물론이고 버프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워낙 던전에 침입해서 이상한 짓을 벌이는 미친놈들이 많았기 때문에 만든 시스템이다.
과거 태하는 동료들과 워낙 뒤통수를 많이 맞았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 바벨탑을 지키려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돈이 제법 들었을 텐데, 무리는 하지 않았어?”
“충분했습니다. 말씀하셨던 것처럼 바벨컴퍼니에 투자하는 국가들이 워낙 많아서 말입니다.”
“후후, 그래?”
바벨탑은 이제 최고의 사냥터이자 요새가 된 것이었다.
***
보름 후, 제 1 바벨탑의 리모델링이 완료되었다.
기존의 몬스터들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침입자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도 강력해졌다.
특히나 몰먼시티의 방어력은 거의 차원이 다를 정도였다.
코어로 만들 수 있는 모든 무기가 동원되었고, 심지어는 드래곤들조차 이 방어타워를 뚫고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돌파가 가능한 존재가 있다면 그건 아마 태하가 유일할 것이었다.
“자, 드디어 완성!”
“오오! 그레이트 하네요! 역시, 헌터님! 그나저나 이렇게 리모델링을 하면 던전 공략메타를 아예 처음부터 다시 짜야할 텐데, 그럼 헌터들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
“원래 배우면서 성장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우리가 던전을 방어하자면 지금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고요.”
“흠, 그렇긴 하죠. 아무튼 간에 대단하시네요!”
“후후, 별 말씀을.”
리모델링된 던전은 이제 곧 헌터들에게 공개될 예정이었다.
태하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바벨 컴퍼니 상업지구 보조인력이 당도하면 곧바로 제 2 던전을 공략하러 떠날 생각이었다.
“자, 그럼 미국으로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