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스레이드-151화 (151/197)

151 헬창의 신기술(1)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가 그대로 수직 낙하를 하는 태하의 주변은 이미 불길로 물들어 있었다.

마치 유성이 대기권을 지나 지구로 떨어지듯, 그의 주먹에는 막대한 가속도가 실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퍼어엉!

심지어는 소닉붐까지 일으키며 날아가는 태하의 모습을 보며 동료들은 물론이고 몬스터들까지 넋을 잃고 말았다.

-크울……?

“저, 저게 뭐야?”

“인간이 아니었던 건가!”

놀라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소닉붐과 함께 2차 도움닫기에 성공한 태하는 그 힘을 이무기의 아가리에 다 쏟아 냈다.

“이거나 먹어라!”

쿠우우웅!

대지를 울리는 태하의 주먹, 그리고 그 주변으로 후폭풍이 일어나면서 거대한 먼지구름을 일으켰다.

정말로 유성이 대지를 강타한 듯한 임팩트가 발생된 것이었다.

심지어는 얼어 있던 주변의 초목이 다시 녹아 생기를 되찾았으며 꽁꽁 얼어붙었던 빙하가 한순간에 깨져 찰랑거리는 바닷물이 드러났다.

“허어! 저게 인간의 힘이라니!”

“실은 인간이 아니었던 것이 아닐까?!”

도무지 그 힘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엄청난 공격이 있은 후, 이무기는 아가리에서 시꺼먼 피를 흘리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끼에에에엑!

“지금이다!”

놈이 몸부림을 치는 그 틈을 타고 불의 정령왕이 식도를 지나 놈의 심장으로 직행했다.

냉기가 응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닿는 즉시 이 세상 모든 것을 얼려 버릴 듯한 기세였지만, 불의 정령왕에게는 그저 시원한 아이스크림 한 입을 먹는 것과 같았다.

-얼음은 불을 이길 수 없다!

정령왕이 심장을 삼키자, 이무기가 비명을 지르며 경직되기 시작했다.

-끄커어어억!

“됐다!”

이무기가 경직을 일으키며 죽어 가자, 생명체의 기운이란 존재할 수 없었던 인도네시아 최북단의 바다가 빠르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그동안 꽝꽝 얼어 있었던 모든 생명들이 일순간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동식물이 되살아났어요!”

“급랭으로 다들 꽁꽁 얼어붙은 것이라서 아무 탈 없이 깨어난 겁니다.”

“이야, 역시! 헬창 헌터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요!”

만약 이무기가 서서히 생명체를 얼려서 죽였다면 지금처럼 동식물이 제자리를 찾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허나 이무기는 극한의 냉기로 인도네시아를 얼려 버린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피해 없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후유증이 남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차차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바로 몬스터들이었다.

-크오오……!

“흠, 아이스 트롤과 아이스 골렘은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요?”

“던전으로 몰아넣으면 될 것 같은데요? 에밀리의 영역이라면 저놈들이 살아가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고요.”

“오호, 그러면 되겠군요!”

이것으로 인도네시아 기상이변은 마무리가 되었다.

***

인도네시아의 기상이변이 마무리되면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의 기후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허나 아직도 동남아시아의 기상이변은 현재진행형이었다.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주요국들의 기상이변은 심지어 더욱 심해지고 있기까지 했기에 한시라도 빨리 이 사태를 진정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어떻게 하면 이 사태를 가장 빠르게 진정시킬 수 있을까요?”

싱가포르 동남아시아 헌터협회에서 부상을 회복하고 장비를 점검하는 탑의 수호자들에게 바로 어제 살아난 헌터협회장 마이클 콩룬이 물은 것이다.

마이클의 질문에 아리사는 아주 심플한 답을 주었다.

“죽이면 되죠! 문제가 되는 것들을 잡아서 족치면 끝나는 거예요!”

“……그렇기는 한데, 그놈들이 1~2마리가 아니라서 문제라는 것 아닙니까.”

“최대 하루, 그 정도면 잡을 수 있어요!”

“흠, 그게 가능할까요?”

“가능해요!”

아리사가 이렇게 자신하는 이유는 바로 이중 속성을 가진 이무기를 소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냉혹의 이무기를 불 속성의 용암으로 만들어 낸다면 냉 속성에 면역을 가지면서도 화염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괴물이 탄생하게 되는 셈이었다.

한마디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공격수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 달 안에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어요! 그러니 걱정하실 필요 없겠네요. 그보다도 얼어붙었다가 녹은 사람들의 상태부터 살피고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 아닐까요?”

“아, 그에 대해선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건강진단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걸로 판명 났습니다. 만약 추후에 어떤 이상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 모든 의료 인력을 총동원해서 추적 관찰 중입니다.”

“그것참 잘되었네요!”

“운이 좋았달까요? 아무튼 여러분들에게 어떻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탑의 수호자들은 일순간 영웅으로 추앙받게 되었지만, 지금은 그런 인사를 받기엔 시기상조라는 것이 태하의 생각이었다.

아직도 그들이 정복하지 못한 구역은 많았기 때문이다.

“다음 지역에 대한 정보를 주시죠. 인사는 이놈들을 모두 쓸어버린 후에 받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다음 지역은 필리핀입니다. 이곳에서 발생된 냉기가 지금 오세아니아 전체를 휩쓸고 있다고 하는군요.”

“호주까지 그 냉기의 여파가 미친다면 정말 큰일이겠군요.”

“어느 지역이든 간에 냉기의 피해를 입습니다만, 호주는 특히나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호주는 미군의 공격 거점이기도 하기 때문에 만에 하나 몬스터 사태가 터졌을 경우엔 아시아, 유럽으로 피해가 급속히 퍼져 나갈 수도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일단 호주를 점령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신속하게 작전을 진행하도록 하죠.”

***

필리핀으로 가는 길, 태하는 꽁꽁 얼어붙은 혹한의 땅을 내려다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냉동원이 있는 곳은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인근이었는데, 그곳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밀려든 냉기를 피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던 것이다.

“싸움에 신중할 필요가 있겠네요. 잘못하면 사람들이 그대로 깨져 버릴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문제는 아무리 신중하게 싸운다고 해도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겠죠. 냉동원이 마닐라 한가운데에 있으니 말입니다.”

하필이면 마닐라의 최대 번화가에 냉동원이 틀어박히는 바람에 상당히 많은 인구가 근접해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싸움에서 이긴다고 해도 결국 사람들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흠,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이곳에 있는 사람들보다 마닐라 밖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요.”

이것은 대를 위한 소의 희생과 같은 개념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었다.

잘못하면 지구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일, 심지어는 빙하기가 찾아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인류 절멸의 위기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여기서 더 지체할 시간이란 없었다.

“그럼 별수 없죠. 일단 가 보는 수밖에.”

태하는 전진을 선택했다.

어찌 되었건 간에 냉동원을 파괴시키는 것이 사건 해결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냉동원은 빌딩숲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고층 건물로 추정되고 있었다. 냉동원이 지상에 있는지, 지하에 있는지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었다.

태하는 ‘에이사 타워’의 정문으로 다가섰다.

이곳 에이사 타워는 복합 쇼핑몰과 영화관, 심지어는 실내 놀이공원까지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평일에도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곳이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신나는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고, 꽃과 음료를 손에 쥔 연인들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곳곳에 보였다.

그야말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평화로운 마닐라에 찬물을 끼얹다니, 도대체 저놈들이 원하는 건 뭘까요?”

“글쎄요. 이 괴물들을 해치우고 나면 알게 될 테죠.”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고 꾸준히 발걸음을 옮겨 건물 로비를 지났다. 그러곤 위, 아래의 온도를 체크하며 과연 어디서 냉기가 올라오는지 확인해 보았다.

온도를 체크해 보니 냉동원은 지하에 자리를 잡고 있는 모양이었다.

“지하 몇 층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하에서 냉기가 강력하게 올라오고 있네요. 아무래도 규모로 봤을 때엔 일전에 봤던 이무기보다 덩치가 2배는 더 클 것 같은데요?”

“그 냉동 뱀장어보다 크기가 크다니. 상상이 안 가는데요.”

이무기의 2배나 되는 덩치를 가졌다면, 웜급 드래곤은 헤츨링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큰 몬스터를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태하는 벌써부터 머리가 복잡해져 왔다.

허나 아리사는 의외로 덤덤한 표정이었다.

“몸집이 2배나 크다면 2마리를 소환하면 되겠네요! 이무기 말이에요!”

“2마리로 안 되면요?”

“4마리를 뽑으면 되죠! 걱정할 필요 없지 않을까요?”

“하긴. 그건 그러네요.”

아리사의 이론은 무척이나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상 이보다 더 명료한 방법도 없었다.

애초에 이무기를 가지고 사태를 해결하려 했으니, 만약 상대의 덩치가 문제라면 보다 많은 이무기를 만들어 내면 된다.

이들에게는 비취 석판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그나저나 냉동원은 어디쯤 있는 것일까요?”

“글쎄요. 지금으로 봐선 그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워요. 지하 8층까지는 내려가 봐야 할 것 같은데요?”

건물의 중앙 관리실과 주차장, 냉방 설비, 전자 설비 등이 전부 지하에 있기 때문에 에이사 타워의 지하실은 상당히 깊은 편에 속한다. 이런 지하실을 뚫고 밖으로 냉기를 뿜어낼 정도라면, 과연 그 힘이 얼마나 무시무시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얼어서 비상계단을 타고 한 층씩 천천히 내려가는 태하와 일행들.

그러다가 돌연 7층에서 멈추어 섰다.

“……더럽게 춥네요. 그렇죠?”

“여기인 것 같아요.”

굳이 안으로 들어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온도계는 이제 말을 듣지 않았고 영하 80도에서도 버틴다는 특수 목적 방호복마저도 서서히 그 기능을 잃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방호복마저 뚫는 이 냉기, 과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지독한 혹한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다.

허나 태하는 거침없이 비상구 문을 열었다.

쿠우웅!

마치 텅 빈 건물에 북을 울리듯, 사방으로 소리가 시원하게 울려 퍼졌다.

문을 연 태하는 주변의 색마저 파랗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냉기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영하 80도의 추위도 버티는 방호복이 망사처럼 느껴지는데요……?”

“영하 90도 이하, 어쩌면 100도까지 생각해 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만약 방호복을 입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얼음덩어리가 되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강력한 냉기를 뚫고 안으로 들어가는 태하와 일행들.

가뜩이나 바로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어둠이 깔려 있어서 태하는 발을 떼는 것조차 힘들었다.

“안 되겠다. 피닉스!”

-삐에에에엑!

성인 남성만 한 크기로 변신한 피닉스는 태하의 앞에 화염의 구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자 주변이 환해지면서 추위도 어느 정도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으으으! 이제 좀 살 것 같네!”

“피닉스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추울 정도면 도대체 기온이 몇 도인 거지?”

란돌은 가만히 주변을 살피더니 이내 방호복을 한 겹 벗어 버렸다.

동료들은 그의 행동에 기겁하며 소리쳤다.

“미쳤어요?! 그러다가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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