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스레이드-150화 (150/197)

150 혹한의 땅, 동남아시아(2)

당시에 태하가 보았던 이무기는 아수라 길드의 하수인과 같은 존재였다. 그렇다면 이곳에 있는 저 이무기도 헬파이어, 혹은 그 배후의 흑막이라 생각되는 존재들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었다.

“대단하네요. 저런 미친 작품을 뽑아내다니.”

“어떤가요? 저 이무기, 강력한가요?”

“강력하죠. 그때 우리가 놈을 잡는 데 제법 애를 먹었으니까요.”

“그에 비해 10배는 더 강력하다면…….”

“잘못하면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흐음.”

“뭐, 그래도 별수 있습니까? 일단 부딪쳐 봐야지.”

“옳소!”

탑의 수호자들은 각자의 위치를 잡고 차분하게 적을 노려보았다.

푸른색 이무기는 혹한의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는데, 그 입에서는 주변의 공간마저도 얼어붙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에너지가 생성되고 있었다.

“아마도 저 심장을 제거한다면 지금의 이 끔찍한 사태도 끝이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크르르릉!

“옵니다!”

순식간에 포지션을 잡은 태하 일행보다도 더 빠르게 공격을 감행해 오는 이무기.

놈의 입에서는 푸른색 냉기가 뿜어져 나왔는데, 그것이 하늘 높이 올라가더니 이내 비가 되어 내리기 시작했다.

솨아아아!

“……차가워요! 저걸 맞으면 아마 죽을지도 몰라요!”

“제기랄!”

“앗! 제가 저걸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리사는 비취 석판에 뭔가 주문을 외더니, 이내 자신의 손에서 화염에 휩싸인 구체를 공중으로 던졌다.

그러자 구체가 마치 장판처럼 펼쳐지며 넓은 방어막을 형성해 냈다.

-쿠오오오오!

“스, 슬라임?!”

“히힛! 화염의 슬라임이에요! 이거면 저놈의 공격을 막아 내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요!”

“흐음, 좋아요! 그럼 우리도 이젠 공격다운 공격을 좀 해 봅시다!”

로드리고는 무한의 아공간을 열어 수천 마리의 고블린을 소환해 냈다.

-끼으윽……!

“추운가 본데요?”

“음, 그럴 땐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란돌은 고블린에게 냉기 속성을 부여했다. 그러자 고블린의 신체가 얼음으로 뒤덮이더니 이내 추위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되었다.

“오호, 아이스 고블린?!”

“자, 이제 한번 시작해 봅시다!”

고블린은 자신감에 찬 얼굴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허나 그런 녀석들 앞에 이무기의 하수인들로 보이는 아이스 골렘과 아이스 트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쿠오오오오!

“저쪽도 인해전술로 맞서려는 모양인데요?”

“버프가 강력합니다! 아무래도 아군에게 힘을 보태 주는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분명해 보이는군요!”

“버프라. 젠장, 이럴 때 디버프라도 있었으면!”

동료들이 고전을 예상하고 있을 무렵, 태하는 홍이의 아공간을 열었다.

그곳에는 디버프에 관해선 가히 최고 수준의 몬스터가 서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하하! 대장! 오늘도 나를 찾아 주는군! 그나저나 데스워리어 이 싸가지 없는 놈은 여전히 형님의 등장에 짝짜꿍을 안 맞춰 주네?!

“라이먼트, 우리의 앞에 있는 저 많은 적들이 보여?”

라이먼트는 산을 뒤덮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적들을 보더니 오히려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흐흐, 먹잇감들인가!

“디버프를 먹여야 한다. 뭐가 좋겠어?”

-포자 형태의 디버프가 좋겠군. 곰팡이?

“곰팡이라!”

-부식을 유도할 수 있을 것 같다. 음, 저 트롤들에게는 아무래도 근 감소를 일으키는 일종의 진균을 때려 넣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럼 당장 실행에 옮겨!”

-오케이, 그럼 간다!

디버프 닥터와 함께 레벨업하면서 강력해진 라이먼트는 적을 약화시키는 것에 있어서는 가히 넘버원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심지어는 얼음과 돌로 이뤄진 골렘을 부식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으니, 태하 일행에게는 분명한 전력 강화의 요인이었다.

태하는 승기를 잡기 위해 놈들을 밀어붙이기로 했다.

“메이지! 버서커 스켈레톤을 소환해 줘! 그리고 골렘 군단도!”

-크헬헬!

스켈레톤과 골렘 군단도 웨이트트레이닝과 영양제 섭취를 통해서 더욱 단단한 몸을 갖게 되었다.

칼슘과 철분을 마구 섭취해서 기골이 장대해진 버서커 스켈레톤과 광물을 미친 듯이 먹어 근골이 비대하진 골렘 군단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했다.

“……엄청난 기세로군요.”

“자, 그럼 갑시다!”

“돌격!”

-쿠오오오오!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들이 설원의 숲에서 격돌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 나가는 버서커 스켈레톤들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스킬을 사용했다.

[액티브 스킬 : 차지]

[적을 향해 빠르게 돌진합니다]

[스킬에 대한 보너스 : 점진적 과부하, 대사형의 오러]

[스킬 특성 : 라이프 스틸]

버서커 스켈레톤은 원래부터 그 HP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지만, 라이프 스틸이라는 특성 스킬을 얻게 됨에 따라서 거의 무한에 가까운 체력을 얻게 되었다.

퍼버벅!

-쿠오오옥!

특히나 자력으로 체력을 회복하는 트롤의 경우엔 버서커 스켈레톤에게 있어 아주 좋은 체력회복 포션이라 할 수 있었다.

녀석들은 적 진영의 골렘들이 휘두르는 주먹을 맞아 라이프 수치가 낮아지면 트롤을 때려서 체력을 회복하여 진형을 유지하였다.

그런 가운데 고블린들이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 적들에게 지속적으로 타격을 주며 전장을 유리한 고지로 이끌어 나갔다.

“골렘 군단, 원거리 공격!”

-쿠오오오!

골렘들은 태하의 명령에 따라서 스스로의 모습을 투석기의 형태로 변환시키고 주변에 있던 돌덩이나 바위 등을 이용해서 포탄을 만들었다.

슈우우웅!

거대한 바윗덩어리들이 무차별적으로 날아가 적진에 막대한 타격을 주었다.

쿠웅!

-크에에엑……!

“좋았어!”

그야말로 난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리사는 연금술의 용광로를 소환했다.

끼리릭, 쿠웅!

“헤헷, 그럼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가자, 얘들아!”

그녀가 소환한 것은 바로 용암으로 이뤄진 드래곤들이었다.

무려 50마리나 되는 용암 드래곤들이 쏟아져 나오자, 적진의 몬스터들이 혼비백산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쿠오오오!

-히이이이익!

드래곤 피어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는 용암 드래곤들은 사방에 용암의 브레스를 난사하며 적진을 초토화시켜 버렸다.

빅토리아는 피닉스에게 손을 뻗었다.

“나에게 힘을 빌려줘!”

-삐에에엑!

피닉스는 태하의 동료인 빅토리아에게 기꺼이 힘을 빌려주었다.

녀석의 머리에 올라탄 빅토리아는 공중에서 뇌전의 공격을 쏟아 내며 가공할 만한 공격력을 뽐내고 다녔다.

콰지지지직!

-끄웨에에엑!

“대단하군! 저런 식으로 동료의 힘을 응용해 사용할 줄이야!”

“우리도 갑시다!”

란돌과 태하도 아리사가 소환한 드래곤의 머리에 올라탄 후, 적진을 향해 돌격했다.

그들은 드래곤의 엄청난 비행 능력을 믿고 적의 심장부로 향하기로 한다.

“이무기를 제거하면 어차피 싸움은 끝납니다! 저놈을 해치워 버리자고요!”

“하지만 저놈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단 말입니까? 심장에 타격을 주지 않는 이상에야 어지간해선 죽지 않을 텐데.”

“심장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이야 있지요.”

“그런 게 있어요?”

“심장 마사지요.”

“……마사지?”

태하는 자신의 주먹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믿었다.

제아무리 강력한 몸뚱어리를 가진 몬스터가 있다고 해도 그의 펀치 한 방이면 심장에 극심한 타격을 주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허나 그러기 위해서는 혹한의 냉기를 견딜 만한 수단이 필요했다.

“란돌 씨! 내 주먹에도 냉기의 속성을 부여해 줄 수 있습니까?”

“물론이죠! 속성을 부여하고 나도 당신을 도와줄게요!”

“좋습니다! 가시죠!”

어차피 이무기를 제거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멸망하고 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싸움에서 목숨이라도 걸 수 있었다.

태하는 드래곤을 타고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가자! 나에게 최대한의 가속도를 가져다 달란 말이야!”

-크아아아앙!

있는 힘을 다해 날아가는 드래곤.

태하는 그 드래곤이 만든 가속도를 이용해서 총알처럼 날아갔다.

순간, 란돌은 태하의 온몸에 냉 속성을 부여했다. 그리고 적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냉기의 창을 날려 댔다.

“이거나 먹어라!”

피융!

날카로운 창이 날아가자, 이무기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제대로 어그로가 끌렸다는 판단이 들자, 태하는 이무기의 심장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주먹으로 힘껏 내리쳤다.

“허업!”

쿠우웅!

정확한 위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타격, 그야말로 유도미사일을 쏜 듯 정확하게 날아갔다.

허나 이무기는 여전히 냉혹한 연기를 흩뿌리며 태하 일행을 압도하고 있었다.

-끼애애애액!

“뭐야, 저놈. 심장에 전혀 타격을 입지 않은 건가?”

공격력이 부족한가 했다. 허나 란돌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재빨리 알려 주었다.

“타격은 제대로 들어갔어요! 제가 보기에 공격력은 충분합니다. 다만, 심장의 위치가 틀린 것 같아요!”

“심장의 위치가 틀리다니. 분명 저번의 싸움에서 봤을 때에는 이 위치가 맞았는데?!”

“어쩌면 놈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장기의 위치를 바꾸는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죠.”

“……제기랄! 일이 복잡하게 되어 버렸는데요?”

만약 란돌의 생각이 맞는다면 이놈의 이무기는 자기가 원할 때 적시 적소에 급소의 위치를 바꿀 수 있다는 소리가 된다.

그것은 다시 말해서 이무기는 자신의 약점을 마음대로 숨길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방어력이 엄청나게 상승하겠군요.”

“흠. 그럼 이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무기의 약점을 찾아낸다고 해도 저놈이 위치를 바꾸면 그뿐이다. 제아무리 태하의 공격력이 높아도 이무기를 타격으로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고민에 빠진 태하.

바로 그때, 태하의 눈에 전장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피닉스가 들어왔다.

삐에에엑!

날카로운 포효와 함께 적들을 쓸어버리고 있는 피닉스, 태하는 그런 피닉스를 보며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란돌 씨, 이러면 어떨까요?”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났습니까?”

“불의 정령왕을 이무기의 심장 속에 쑤셔 박아 버리는 겁니다.”

“저, 정령왕을요? 그게 가능합니까?”

“저놈은 장기의 위치를 바꿀 수 있죠. 하지만 과연 아가리의 위치까지 바꿀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 외형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은 없을 것 같은데요.”

“아하! 그러니까 아가리를 힘껏 두드려서 입구를 열어 준 다음, 정령왕을 쑤셔 넣자는 얘기입니까?”

“바로 그겁니다.”

나쁘지 않은 계획이었다. 허나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태하의 주먹이 이무기의 강냉이를 적어도 2개쯤은 털어 줘야 가능한 계획이라는 것이었다.

“저놈의 이무기는 덩치가 거의 웜급 드래곤 2배는 족히 될 겁니다. 그런 이무기의 이빨을 부러뜨린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해 봐야죠.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것 아닙니까?”

“하긴.”

“일단 해 봅시다. 이번에도 어그로를 좀 확 끌어 주십쇼.”

“오케이, 그렇게 할게요!”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태하의 집중력이다. 그것을 높여 주기 위한 란돌의 노력은 최대한의 공격이었다.

스스스스!

란돌의 손에서 돋아나기 시작하는 거대한 고드름. 그리고 그 고드름 옆으로 가시처럼 삐죽삐죽 튀어나오는 작은 얼음의 가시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살이 아려 오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거나 먹어라!”

거대한 고드름이 표창처럼 튀어 나가는 가운데, 마치 장미의 가시처럼 뾰족한 얼음들이 소용돌이를 타고 이무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솨사사사사!

그야말로 얼음의 광풍을 얻어맞는 이무기의 눈이 일순간 일그러져 버렸다.

-크아아아악!

이무기는 냉풍의 비를 내리기 위해서 가슴을 잔뜩 부풀렸다.

바로 그때, 태하는 정령왕을 소환했다.

“나와, 정령왕!”

-……불렀나, 인간?

“저놈의 심장을 불태우는 거다. 할 수 있겠나?”

-계약자의 지시라면 무엇이든 따른다.

“내가 주먹으로 저놈의 아가리를 후려치면 네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거야. 어때? 어렵지 않지?”

-그렇다면 내가 인간의 주먹에 화염 정령의 힘을 실어 주겠다.

“오호, 그런 것도 가능해?”

-물론.

“좋아, 시작하자!”

태하는 온몸의 근육을 펌핑시킨 후, 복압을 유지한 채 도움닫기를 했다.

피융!

가히 미사일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빠른 속도. 거기에 정령왕의 힘이 실리니 그 파괴력은 3배나 늘어났다.

화르르륵!

“……오,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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