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 철든 용에게 점진적 과부하를!(1)
이른 아침부터 가파른 산비탈을 오르고 있는 태하와 아르네시아.
“허억, 허억!”
“강력한 폐활량은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유산소운동이 없는 헬스는 그야말로 기름을 갈지 않고 치킨을 튀기는 것과 같은 것이지.”
인간의 몸에는 노폐물이 쌓인다. 그리고 그 노폐물이 축적되면 신체에 여러 가지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그것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것이 바로 유산소운동인 것이다.
유산소운동은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좋은 역할을 하는데, 태하는 무산소운동인 근력 운동 못지않게 유산소운동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보디빌더 중 하나였다.
때문에 하루에 한 시간 내지 두 시간은 반드시 중강도 유산소운동을 해 주는 편이고, 이를 통해 퍼포먼스가 올라가면 조금 더 강력한 중량 훈련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다만, 유산소운동은 30분 이상 꾸준히 유지해 주어야만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고강도 유산소운동이 일반인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근거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등산은 여러 의미에서 완벽한 유산소운동이다. 쉬지 않고 30분 이상을 걸어야 하고 하체 근력은 물론이고 둔근과 코어 근육까지 기를 수 있지. 이보다 더 완벽한 운동은 없다고 확언할 수 있다!”
“역시, 형님은 대단하십니다! 이런 유산소운동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시다니요!”
“인간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발전한다. 그건 틀림이 없는 사실이지. 그런데 유산소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잖아?”
아침에 500ml의 물을 천천히 나눠 마시면서 스트레칭을 해 주고 곧바로 뒷산 약수터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면 올라가는 데 30분, 내려오는 데 15분, 집까지 오는 데 왕복 40분, 이렇게 총 1시간 25분의 유산소운동이 가능해진다.
“공복에 물을 마셔 주는 건, 야밤에 신체가 수분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공복에 유산소운동을 해 줌으로 인해서 지방 연소의 효과도 보고 노폐물 배출의 효과도 얻을 수 있지. 게다가 공복에 유산소를 해 주면 머리가 잘 돌아가거든. 그러면 그날 하루가 잘 굴러 갈 수밖에는 없어.”
“아하! 컨디션 유지의 측면에서도 아침 공복 운동은 중요한 것이군요!”
“바로 그거야! 몸을 만든다는 건, 외형을 다지는 일뿐만이 아니야. 몸을 만드는 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인간을 다듬는 아주 좋은 도구가 되는 것이지.”
만약 태하가 지금처럼 노력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는 절대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흔히 몸짱들 중에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드물다고들 말한다.
그 이유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함과 지치지 않는 정신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등산이 질리면 아파트 계단을 타는 방법도 있어.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거지. 그렇게 하면 마치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는 듯한 효과를 볼 수가 있지.”
“오호, 그렇겠네요! 이야, 형님은 정말 일상생활이 전부 운동으로 이뤄져 있군요!”
“사람은 우선 부지런하고 봐야 해. 그걸 명심하라고.”
“넵!”
태하가 아르네시아에게 이렇게까지 루틴을 설명하고 교육하는 이유는 바로 점진적 과부하의 스킬을 적용받게끔 하기 위함이었다.
마이트는 아직까지 아르네시아에게 점진적 과부하를 적용시키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하지만 성좌와 심심할 때마다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었기 때문에 태하는 그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꾸준히 아르네시아를 굴리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약수터에 들른 두 사람은 약수로 목을 축인 후에 간단히 스트레칭을 해 주고 가볍게 복근 운동도 해 주었다.
“이렇게 혈액을 한 바퀴 돌려 주면 좋아. 아침이 아주 상쾌해지거든.”
“오호,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명심할 건 아침부터 너무 무리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거야. 산을 타는 것도 점진적 과부하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거지. 아침부터 너무 힘을 빼면 하루 종일 힘들어. 게다가 저녁에는 근력 운동도 해 줘야 하는데 지금 무리하면 이따가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되겠지.”
“으음!”
“아침 운동은 중요하지만, 힘을 100% 뺀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거야. 내 생각에 일반인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70% 정도의 힘만 쓰고 30%의 힘은 남겨 둬야 해. 그래야 신경 회복 측면에서도 문제가 안 생기거든.”
인간이 극한까지 스스로를 밀어붙여 생활하게 되면 생체리듬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이를테면 한 세트, 한 세트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실패 지점이 지나도 미친 듯이 운동하는 사람은 다음 날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인간에게는 각자 주어진 회복 능력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중에는 신경도 포함이 된다.
몸은 움직일 수 있을지 몰라도 신경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아 다음 날에 운동을 할 수 없다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
“모든 것은 과유불급이야. 게다가 운동을 너무 늦게까지 하고 자면 자다가 계속 깰 수밖에 없어. 아직 교감신경이 흥분되어 있기 때문에 신경 체계의 전환이 늦어지는 거지. 이렇게 되면 신경이 회복할 시간이 없어서 자면서 계속 깨고, 다음 날에도 피곤할 수밖에 없어.”
“정말 부지런하지 못하면 몸은 만들 수 없겠군요!”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일장 연설을 하는 거야. 꾸준함과 성실함, 그리고 자기만의 루틴을 가지고 점진적 과부하를 적용시키라고. 알겠어?”
“넵!”
마이트는 헬창이다.
아마도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과연 얼마나 헬창의 숭고한 뜻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지 가늠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잘 지켜. 네가 이 계율만 잘 지킨다면 점진적 과부하의 축복을 받을 수도 있지.”
“오오, 알겠습니다!”
***
이른 아침부터 산을 타고 저녁에는 근력 운동을 해 주고.
아르네시아는 태하가 시킨 대로 정말 꾸준하게 한 달 동안 지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에는 약간의 변화만이 있었고, 이렇다 할 근 성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허나 아르네시아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점진적 과부하라고 했잖아. 서두르면 내 몸만 상할 뿐인 거지.”
그는 식단 조절부터 시작해서 운동 시간, 심지어는 생활 패턴까지도 정확하게 지켜 가면서 자기를 관리했다.
이렇게 관리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몸이 좋아지겠지. 그런 막연한 기대감만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운동 두 달째가 되어 갈 무렵이었다.
아르네시아는 데드리프트 동작이 몸에 잘 익지 않아서 매일 고생을 하고 있었다.
“고관절드라이브, 힙힌지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이게 왜 등 운동이라는 거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등 운동이라는 건 분명 등을 움직여야 할 텐데, 사실상 데드리프트는 몸을 숙였다가 펴는 것 이외에는 등을 딱히 움직이지 않는다.
이게 왜 고립 운동에 들어가는 것인지 그는 이해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해서 운동을 진행했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팔을 몸에 딱 붙이라고 했던 형님의 말씀…….”
몸을 숙였다가 일자로 서 보았다. 그 과정에서 아르네시아는 자신의 상체가 먼저 내려갔다가 먼저 올라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허리가 전만되었다가 과신전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사실상 허리를 작살내는 운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데드리프트를 배웠을 때를 떠올렸다.
‘허리는 중립, 상체는 가만히 있고 골반과 하체를 움직여서 동작을 해 주는 거야. 동작이 끝날 때까지 상체는 움직이지 않아. 가만히 고정해 주고 있는 거지.’
순간, 아르네시아는 뭔가 오의를 깨달았다.
“중심은 앞발에, 그리고 허리는 꼿꼿하게 일자로……. 헛!”
왜 데드리프트가 등 운동이라는 것인지 깨달았다.
컨벤셔널 데드리프트의 경우엔 당연히 전신운동이 되겠지만, 이것을 루마니안 데드리프트 측면에서 본다면 등 운동이 될 수도 있었다.
등에 강력한 자극을 때려 넣을 수 있는 구간 반복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상체를 숙였다가 올리는 과정에서 허리를 굽히지 않고 꼿꼿하게 세우고 있으면 알아서 등판 전체에 자극이 갈 수밖에는 없었다.
팔이 몸에 딱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오, 온다!”
확실한 자극이 느껴졌다.
동작을 반복하니 등판이 약간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허리 옆, 등 하부에 느낌이 전달되었다.
광배근이라는 부위가 어디인지 느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패시브 : 점진적 과부하]
[아르네시아에게 점진적 과부하가 적용됩니다]
[스승 ‘태하’의 패시브 전체를 일부 적용받았습니다]
우득!
“허억!”
더욱 강력한 자극과 명확한 통증, 그리고 운동 중간에도 근육이 합성되는 것 같은 이 말도 안 되는 느낌!
아르네시아는 드디어 고통 속에서 확실한 환희를 느꼈다.
“확실해, 헬창신이 강림한 거야! 하하! 나도 이제 헬창이 된 거야!”
***
샤이언과 에밀리, 바트는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뭘 어쩐다고? 근육을 키워?”
“폴리모프를 시전한 상태에서 근육을 키우면 우리의 능력도 함께 성장한다고! 자, 어때?! 끝내주지 않아?!”
잔뜩 흥분한 채 점진적 과부하에 대해서 설명하는 아르네시아를 바라보는 드래곤들의 표정에는 당혹스러움이 넘쳐 나고 있었다.
근육이 성장하는 원리에 대해서는 이해를 했지만, 그것이 어떻게 드래곤에게까지 적용되는지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너 같은 놈들을 두고 인간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지. 그게 뭔 줄 알아?”
“그게 뭔데?”
“미친놈! 에라이, 미친놈아! 차라리 레드 드래곤을 잡아먹으면 사과파이 맛이 난다고 하지 그러냐?”
“허 참, 이걸 못 믿다니. 너희들은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 분명하구나! 좋은 걸 알려 줘도 싫다고 하다니.”
“아니, 그러니까 내가 몇 번이고 말하잖아. 그건 말이 안 되는 얘기라니까?”
“정말로 못 믿겠단 말이지? 자, 그럼 잘 봐!”
아르네시아는 곧장 웃통을 벗어 던졌다.
그러자 몰라보게 다부져진 아르네시아의 상의가 동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자, 봐! 이게 바로 내 노력의 산물이야!”
“……어라? 진짜로 몸이 변하긴 했네? 에이, 하지만 그 정도는 마법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잖아. 안 그래?”
“마법으로 몸을 변화시킬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건 어떻게 설명할래?”
아르네시아는 폴리모프를 풀었다.
그러자 육중한 실버 드래곤이 던전 안을 꽉 채워 버렸다.
헌데 아르네시아의 몸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뭐랄까, 훨씬 더 근육질이 되어 있달까?
“……복근이 선명하게 잡혀 있어?”
“원래 드래곤은 몸통이 좀 퉁퉁한 편이잖아? 그런데 저 녀석은 좀 다른데?”
-으흐흐, 이게 바로 점진적 과부하의 축복이라는 거다! 이것 봐, 나의 이두박근과 대퇴사두를 말이야!
아르네시아가 포즈를 취하자, 전신의 근육이 꿈틀거리면서 핏줄이 툭 불거져 나왔다.
그야말로 말 근육이라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허나 좋아진 건 그의 몸뿐만이 아니었다.
-이걸 보라고! 후으으으읍!
가슴을 부풀리는 아르네시아, 브레스를 가슴 깊게 담아 두려는 모습이 보였다.
헌데 그의 대흉근이 발달하고 등 근육, 코어 근육이 발달하면서 브레스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족히 2배는 넓어져 있었다.
-크아아앙!
평소에 족히 2배는 될 법한 강력한 압력의 브레스가 전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걸 바라보는 드래곤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허어! 저게 가능한 것이었나?!”
-봐! 이게 바로 웨이트트레이닝의 힘이라는 거야! 알겠어? 내가 왜 굳이 운동을 하자고 했는지 말이야.
그제야 드래곤들은 깨달았다.
자신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그저 앉아 나이만 먹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