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스레이드-137화 (137/197)

136 의문의 연금술사(2)

드레이크처럼 생겼지만 오히려 드레이크보다 강력한 슬라임 드레이크는 보이는 족족 몬스터를 씹어 먹으며 활약했다.

우드드득!

-크아아앙……!

사방 천지가 용족의 피로 맥질이 되어 있었고 드레이크와 와이번의 시체는 산처럼 쌓여만 가고 있었다.

“헤헤, 어때요?!”

“……이런 식이라면 진짜 드래곤을 가지고 사냥을 할 수도 있겠네요. 아니, 이런 능력을 갖고도 왜 도망을 다녔던 겁니까?”

“연금술에는 한계가 존재해요. 드레이크라는 생명체를 직접 사냥해서 용광로에 집어넣고 분해해서 그 제조 공식을 만들어 내지 않는 한 만들어 낼 수 없죠. 그래서 도망을 다녔던 거고요.”

“아하! 그렇다면 만약 제조 공식이 필요 없고 오로지 소환 하나로만 연금술을 쓸 수 있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렇게 될 리는 없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 자리에서 마왕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죠! 이론상으론.”

연금술이라는 것이 이렇게까지 대단한 것이었던가.

빅토리아는 아리사에게 동료로 정식 합류할 것을 제안했다.

“당신은 탑의 수호자로 낙점되었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파티에 들어올 일종의 의무 같은 것이 생긴 셈이죠. 우리와 함께합시다.”

“파티요? 좋죠! 하지만 탑의 수호자는 또 뭔데요? 아까부터 왜 저더러 수호자라고 하는 건가요?”

“그건 말이죠…….”

아리사의 손을 잡는 빅토리아.

끼이잉!

순간, 빅토리아의 손을 타고 절대적인 공명이 시전되면서 아리사가 공명의 대화방에 초대되었다.

아리사가 대화방에 들어온 것만 봐도 그녀는 탑의 수호자임이 분명했다. 물론, 그걸 알 리가 없는 아리사는 그저 어리둥절해할 뿐이었다.

-자, 어때요?

-……우와, 이거 뭐예요?!

-앞으로는 이곳에서 우리의 지식과 경험을 일부 공유하게 됩니다. 태하 씨, 시작할까요?

태하는 아리사에게 마이트의 기억을 공유해 주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바벨탑과 성좌들, 그리고 수호자의 역할까지 전부 알게 된 아리사는 그제야 빅토리아의 제안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좋아요! 당신들의 말에 따를게요!”

“좋네요.”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조건이요?”

“저, 아무래도 헬창은 좀…….”

빅토리아는 실소를 흘렸다.

헬창이라면 빅토리아 역시 질색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요. 나도 무식하게 근육질인 사람은 싫거든요.”

“……에헤이, 그러면 이 헬창 헌터가 상처받는다고요.”

“알아요. 하지만 당신은 싫지 않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요.”

“뭐, 그렇다면야.”

“아무튼 간에 이제 비취 석판은 제 주인을 찾은 것 같죠?”

“비취 석판과 현자의 돌을 아리사 씨에게 줄 차례인 것 같네요.”

태하는 아리사에게 비취 석판과 함께 작은 반지의 형태로 된 현자의 돌을 건네주었다.

현자의 돌은 원하는 대로 모양을 바꿀 수 있는데, 그 안에 비취 석판을 담으면 서로 공명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걸 끼고 다니도록 하세요.”

“아아, 반지!”

“현자의 돌은 주인의 의지에 따라서 몸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됩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이걸 끼고 싸울 수도 있겠죠.”

“고마워요! 이걸 가지고 열심히 싸워 볼게요!”

아리사는 해맑게 웃으며 반지를 손에 껴 보았다.

그러자 순간 아리사의 눈동자가 비취색으로 변해 버렸다.

스스스스……!

“어라……?”

“뭔가 이상해요……. 몸이 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눈동자를 시작으로 그녀의 머리카락과 눈썹까지 비취색으로 변해 버렸고, 심지어는 손톱까지도 비취색으로 물들었다.

피부색과 입술 색을 뺀다면 전체적으로 비취색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벌써 그런 느낌이 든다고요?”

“태하 씨! 아무 물건이나 말해 봐요! 물질도 괜찮고.”

“음, 다이아몬드?”

“알겠어요! 다이아몬드!”

아리사는 자신의 머릿속에 다이아몬드라는 형상을 그렸다.

순간, 현자의 돌은 다이아몬드의 성분을 알아서 검색한 후에 그것을 비취 석판에 옮겼다.

비취 석판은 현자의 돌이 만들어 낸 공식을 스스로에게 기입시킨 후, 그것을 현실에 반영하여 출력해 냈다.

퍼엉!

비취색 연기와 함께 아리사의 손에 툭 떨어진 다이아몬드 덩어리.

태하와 동료들은 그저 입을 떡 벌릴 수밖에는 없었다.

“허어! 이게 뭐야?! 다이아몬드를 그냥 만들어 내네?!”

“다이아몬드뿐만 아니라 원하는 물질은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어요! 헤헤, 대단하네요, 이거!”

짐작은 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대단한 물건인 듯하다. 그렇다면 이제 100층 돌파는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태하는 아리사의 어깨에 손을 척 올렸다.

“정말 때맞춰 잘 나타나 주었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앗……! 벼, 별말씀을.”

“아무튼 간에 이대로 100층을 돌파해 봅시다. 만약 여기서 100층을 돌파하게 된다면 우리는 다음 던전에서 보다 강력한 몬스터를 수하로 부릴 수 있게 되겠지요.”

“다음 던전이요?”

“제1던전을 돌파하고 나면 우리는 곧장 아메리카 제2던전으로 향할 겁니다. 그게 바로 마이트가 내린 사명이니까요.”

***

아리사의 활약으로 81층과 82층은 상당히 무난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쿠오오오……!

쿠우웅!

“다이아몬드 골렘과 파이어볼의 조합이라니,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조합이네.”

아리사는 한나의 도움으로 다이아몬드 골렘을 공중에서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공격을 감행했는데, 여기에 파티의 마법사들이 거대한 파이어볼을 만들어 골렘의 주변에 붙여 놓아 마치 운석이 떨어지는 듯한 효과를 주었다.

메피스토나 드래곤을 제외하고 이렇게 운석을 공격 마법으로 활용한 예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한마디로 최종 보스의 무기를 아리사가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83층 초입으로 올라서자, 뭔가 분위기부터가 다른 느낌이 물씬 풍겨 온다.

“……심상치 않네요. 이곳부터 드래곤이 서식하고 있는 건가요?”

“비교적 어린 연령의 드래곤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헤츨링, 혹은 웜급 드래곤이 살고 있다고 하더군요.”

유시연은 이곳에 오기 전에 용족에 대해 아주 자세히 조사를 해 두었는데, 헤츨링만 하더라도 족히 S급 헌터 100명의 몫을 한다고 했었다.

웜급은 그 10배의 강력함을 보여 준다고 했는데, 과연 500명의 파티로 놈들을 제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이곳은 중앙에 거대한 호수가 위치해 있었는데, 길목에는 발목이 잠길 정도로 잔잔한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한마디로 일행은 호수를 빙 둘러서 계곡을 따라 이동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몬스터는 보이지 않네요.”

“아무래도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용족의 구역이니 잡몹은 찾아볼 수 없겠죠?”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보스와 준보스들이 포진하고 있는 대규모 레이드 구역으로 접어든다.

이제는 레이드 마스터의 역량에 따라서 돌파와 실패가 나누어지게 되는 것이다.

잔잔한 호숫가를 지나 던전의 중앙 지역을 향해 걸어가는 공격대.

그런데 어느 순간, 잔잔하던 호수가 천천히 일렁이기 시작했다.

휘이이잉…….

“……오는 것 같아요!”

“마력의 움직임이 남다릅니다. 이놈, 대물이에요!”

아직 드래곤의 존재는 확인해 보지 못했던 태하는 기대감과 걱정이 뒤섞여 약간의 흥분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스스스……!

호숫가 중앙에서부터 10개의 물줄기가 내려오더니, 이내 인간의 형상으로 변하였다.

1명의 소년, 그리고 이제 막 유년기에 접어든 모습의 인간들이 태하 일행의 앞에 섰다.

공중을 부유하고 있는 소년들.

“……뭐지?”

“인간으로 둔갑한 드래곤이 아닐까 싶은데요.”

“둔갑……? 그런 것도 할 줄 안대요?”

“폴리모프라고, 인간은 물론이고 몬스터나 동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드래곤들에게는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는 것 같아요.”

만약 능력만 놓고 본다면 인간을 포함하여 그 어떤 생명체도 드래곤을 일대일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만큼 강력하고 대단한 신체와 힘을 가진 드래곤은 가히 절대 영역의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었다.

“너희들이 바로 인간이라는 생명체들이로구나.”

“드래곤……?”

“그렇다. 우리가 바로 최고의 지성체인 용족이다.”

드래곤이라고 해서 한창 늙은 노인을 생각했던 태하는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래곤이면 나이가 많지 않나? 그런데 어째서 소년의 모습인 거지?”

“드래곤은 수명에 제한이 없다. 보통 3천 살 이하는 유년기로 치지. 폴리모프를 해도 그 모습은 남기 마련이다.”

“……3천 살이 유년기라고? 그렇다면 고룡이라 불리는 존재들은 대체 몇 살이라는 거야?”

“최소 1만 살. 마치 억겁과도 같은 시간을 보낸 이들이지. 장로급 고룡들은 10만 살, 인간으로선 가늠조차 하기 힘든 세월을 살아오셨지.”

“아하…….”

“하지만 그런 우리 용족의 헤츨링을 잡아서 와이번의 먹이로 던져 준 너희 인간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추잡한 종족들이 아니더냐!”

“음……. 그건 좀 오해가 있어. 인간이라고 다 그렇게 추잡한 것은 아니거든.”

“……아무튼 너희 인간들은 쓰레기다! 쓰레기를 오늘 불태워 주마!”

스스스스!

잔잔하던 물결이 한순간 용솟음치면서 소년들은 순식간에 거대한 용족으로 모습을 바꿔 버렸다.

태하와 동료들은 폴리모프를 해제한 드래곤의 위용에 압도되고 말았다.

-크르르릉……!

“……거의 아파트 30층 높이는 되겠네.”

“이게 바로 드래곤이라는 생명체로구나!”

위용을 넘어 경외심을 갖게 만드는 드래곤에 압도당한 파티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유시연은 이것을 드래곤 피어라고 해설해 주었다.

“……용이 뿜어내는 살기와 같은 겁니다. 호랑이의 으르렁거림이 사냥감을 경직시키는 것처럼 말입니다.”

“대단하네요. 이런 능력을 가진 헤츨링을 잡아다 와이번의 먹이로 주었다니.”

“아마 다른 용족은 상대하지 못하고 헤츨링 1마리만 잡아서 데리고 나갔겠죠. 그것도 아수라 길드 공격대의 힘을 총동원해서 말입니다.”

“아수라 길드의 능력이 딱 헤츨링 1마리였다는 뜻이네요. 하긴 뭐, 그 정도라도 어디겠습니까만.”

“아무튼 간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드래곤들이 화가 잔뜩 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화가 난 드래곤이 10마리나 된다는 것이죠.”

어차피 드래곤은 계속 화가 난 상태로 일관할 것이다.

왜냐, 100층까지 가려면 드래곤을 1~2마리 죽여야 하는 게 아닐 테니까 말이다.

“뭐, 화가 나도 어쩔 수 없죠. 그렇다고 여기서 돌파를 그만둘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재고의 여지는 언제든 열려 있어요.”

태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헬창에게 후퇴란 없습니다.”

“……하긴. 당신이 애초에 그럴 사람이 아니긴 하죠.”

“그럼 시작해 봅시다!”

진짜 드래곤과의 한 판 대결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태하는 일단 스트랩에 바벨 원판을 잘 묶었다.

그리고 그는 마이트의 중량 벨트를 꺼내어 허리에 질끈 동여맸다.

부우우욱……!

“엇?!”

[아이템 : 마이트의 중량 벨트]

[복압을 컨트롤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허리를 보호해 줄 수 있습니다]

[중량 컨트롤을 도와줍니다]

[보너스 : 힘 X 15, 방어력 X 15, 코어 보호막 스킬 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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