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스레이드-135화 (135/197)

135 의문의 연금술사(1)

백선의 등장은 그야말로 게임 체인저라 할 만했다.

백색의 기운이 연결 고립을 통해 퍼지자, 와이번의 공격에도 방어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제 태하는 공격 타이밍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원딜, 공격 준비!”

“공격 준비!”

“발사!”

마법부터 타격계 공격까지 아주 다양한 형태의 원거리 공격이 전방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전율의 마녀 빅토리아의 뇌격 마법이었다.

[액티브 스킬 : 체인라이트닝]

[연계 스킬 : 리턴]

[적을 관통하는 ‘리턴’ 효과가 적용됩니다]

체인라이트닝은 마치 자전거의 체인처럼 돌고 돌면서 적들을 훑고 다니는 공격 마법인데, 빅토리아의 특수 능력이 이것을 극대화시켜 적들을 관통하며 빠르게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콰지지지지직!

마치 전기가 물줄기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적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앙……!

“와이번에게 원거리 공격이 효과가 있네요!”

“하지만 아직도 드레이크가 문제입니다! 저놈들이 다시 한번 브레스를 쏟아 내면, 이번에는 버티기 힘들지도 몰라요!”

이럴 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이 바로 디버프였다.

태하는 디버프 닥터 주현에게 라이먼트를 집어 던져 주었다.

“닥터, 받아요!”

“오케이!”

-크하하하! 닥터, 오늘도 아주 제대로 사고 한번 쳐 주자고! 그나저나 이놈의 다크워리어는 형님이 행차하셨는데 코빼기도 비치지 않네? 이번에 나도 빠따 한번 쳐?!

여전히 시끄러운 라이먼트를 잡아서 팔뚝에 두른 주현은 곧바로 드레이크에게 쓸 수 있는 디버프를 생각해 냈다.

그는 질병 중에서도 불을 사용하기 힘든 감기 계열을 생각해 냈다.

“이번에는 후두염에 폐렴입니다!”

“……괴롭겠는데?”

[액티브 스킬 : 질병]

[대상에게 강력한 질병을 부여합니다]

[특성 스킬 : 전염]

[전염성 디버프의 특성을 강화시켜 줍니다]

드레이크에게는 참으로 안된 일이지만, 질병은 빠르게 무리를 타고 흘러 기관지와 후두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켁, 켁, 켁!

“콧물까지 흘리고 있네요. 이미 후두가 좁아지고 폐가 손상을 입어서 당분간은 화염을 쓸 수 없을 겁니다.”

“허어, 세상에 태어나서 용족이 감기에 걸린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 봤네.”

“맞춤형 바이러스라고나 할까요? 후후, 병을 처방하는 게 내 천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의사가 병을 퍼뜨린다는 것이 역설적이긴 해도 역시 이주현의 능력은 탁월했다.

주현의 질병이 드레이크를 강타하자, 놈들은 시름시름 앓더니 이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때가 기회였다.

“용팔 씨! 혁수 형님! 지금입니다!”

“오케이! 그레이트하게 쏴 줄게요!”

[액티브 스킬 : 애로우 스톰]

[특성 : 광범위 지속 타격]

[속성 : 빙결]

용팔이 공중으로 활시위를 당기자, 그의 손을 타고 마력의 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그러곤 마치 폭풍처럼 바닥으로 떨어지며 사방을 얼음으로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솨아아앙!

가뜩이나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마당에 얼음 폭풍이 쏟아지니 드레이크들은 그야말로 딱 죽을 맛이었다.

거기에 마탄사수 임혁수는 특성 스킬을 발휘하여 강력한 한 방을 준비했다.

[액티브 스킬 : 일격필살 저격]

[특성 : 날카로운 관통]

[속성 : 냉동]

임혁수의 저격탄은 그야말로 일격필살로서 한 방 맞으면 몬스터에게 심각한 대미지를 주거나, 제대로 맞으면 일격에 사망할 수도 있었다.

그의 탄환은 가장 첫 번째에서 날갯짓을 하고 있던 드레이크의 역린을 꿰뚫고 지나갔다.

푸하아악!

-크아아앙……!

“됐어! 염통을 확 뚫었으니께, 이제 다 죽은 겨! 역시 우리 팀닥터가 병 하나는 끝내주게 잘 감염시킨다니께! 아 참, 그나저나 이렇게 감염을 잘 시키면 의사 자격 박탈 아니여?”

“병을 잘 고치니까 감염도 잘 시키죠. 하여간 형님도!”

“크흐흐흐, 농담이여, 농담!”

임혁수의 실없는 농담이 이어진 뒤, 마탄이 드레이크 무리를 헤집고 다니며 줄줄이 심장을 관통하기 시작했다.

퍼버버벅!

-끄어어억……!

“얼었다! 총공격이여!”

사방에서 마법과 화살 등이 마구 쏟아져 내렸다.

그 중심에선 빅토리아는 두 손을 앞으로 내지르며 마법을 발사했다.

콰지지지직!

[액티브 스킬 : 라이트닝 스트라이크]

[휘몰아치는 전류를 전방으로 쏘아 보낸다]

[크리티컬 대미지 상승]

[연타 성공 시 지속 대미지 +5]

이미 행동 불능 상태가 되어 버린 드레이크 무리는 라이트닝 스트라이크에 지속 대미지를 입으며 빠르게 사망 직전으로 몰려 버렸다.

그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바로 유신성의 유성강타였다.

“아뵤오오옷!”

30개의 분신으로 분화한 유신성은 적에게 여의봉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정글러의 강력한 강타 스킬에 드레이크는 그대로 축 늘어지고 말았다.

“……됐다!”

“어휴, 죽을 뻔했네!”

“이거, 시작부터 너무 빡센 거 아닙니까?”

파티는 안도감을 느낀 나머지 그 자리에 쭉 뻗어 버리고 말았다.

사방에 널브러진 드레이크와 와이번의 시체에서 아이템이 쏟아져 내렸다.

이번에는 B급 코어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오오, B급! 요즘에 코어 가격이 많이 올랐던데, 이 정도면 마수걸이론 제법 괜찮은 편 아닙니까?”

“좋네요.”

사냥이 끝나자, 시선은 백선에게 집중되었다.

지금까지 그저 의문의 노인으로만 남아 있었던 백선의 정체가 드러나자, 그의 제자들은 반색을 하면서도 볼멘소리를 쏟아 냈다.

“아이참, 사부님! 이렇게 숨어서 파티에 들어오시면 어떻게 해요?”

“허허, 너희들이 과연 어떻게 사냥하는지 한번 보고 싶었다. 헌데 예상보다 일찍 정체가 탄로 나 버렸구나.”

“80층에서 정체를 숨기시려고 했던 것 자체가 무리는 아니고요?”

“아무튼 이번 위기는 잘 지나간 것 같구나.”

파티 전원은 백선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어르신, 인사드립니다!”

“허허, 다들 그만두게. 아직 갈 길이 멀어. 이제 막 80층 초입에 도달했을 뿐이야.”

“그나저나 저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던 여자는 도대체 뭘까요?”

아까 전에 살려 달라면서 파티 쪽으로 날아든 여자는 최후방에서 아직도 숨을 고르고 있었다.

태하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봐요, 당신. 어쩌자고 그렇게 몬스터를 이쪽으로 몰아오고 있었던 겁니까?”

“몬스터가 몰려왔으니까요!”

“……그 이유가 다입니까?”

“여긴 사람이 많아 보여서 그랬어요! 헤헤, 죄송합니다!”

정말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

태하는 그녀에게 헬창포션을 건네주며 다시 물었다.

“그나저나 여긴 어떻게 올라온 겁니까? 80층이 뉘 집 뒷마당도 아니고 말이죠.”

“운이 좋았어요! 몬스터들을 잡지 않고 그냥 슝~ 하고 날아왔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80층이었지 뭐예요?”

“……그게 말이 됩니까?”

“헤헤, 뭐랄까? 퀘스트의 힘이랄까?”

“퀘스트요?”

바로 그때, 태하의 심장에 뭔가 이상한 징후가 발견되었다.

두근!

순간적으로 태하는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거의 자동적으로 고개를 돌려 3명의 수호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들도 태하와 같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절대적인 공명?”

“뭐야! 당신, 탑의 수호자였어요?”

150cm쯤 되는 키에 귀여운 외모, 그녀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저히 모르겠다는 듯이 연신 갸우뚱거리는 그녀.

“어랏? 그게 뭐 하는 건데요?”

“음, 아직은 아는 게 전혀 없는 모양인데요.”

7명의 수호자 중에서 정체가 밝혀진 사람은 태하를 포함해서 4명뿐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정말로 다섯 번째 탑에서 온 사람일까?

“당신, 출신지가 어딥니까?”

“저요? 일본이요.”

“일본……. 일본에는 탑이 존재하지 않는데.”

“아아! 주로 활동하는 곳은 유라시아 북부 던전이에요!”

“제5의 탑에서 활동하고 있었군요! 어쩐지.”

이쯤 되면 그녀의 특성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각성 능력은 뭡니까?”

“연금술이요!”

“……연금술?!”

***

절대적인 공명으로 연결된 것을 보면 그녀가 탑의 수호자 중에 1명이라는 것은 틀림이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연금술이라는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신이 내려 주신 기회인가?”

“으응? 기회라니요? 신이 우리에게 또 뭔가를 줬어요?”

“음. 그게 말입니다.”

태하는 토가와 아리사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에게 비취 석판과 현자의 돌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무릎을 치며 반색했다.

“앗! 소문으로 들은 적 있어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물질을 다 만들 수 있다고요! 그건 그냥 소문인 줄 알았는데?”

“우리도 그런 줄 알았죠.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럼 나중에 저도 보여 주실 수 있어요?! 네?!”

“봐서요. 일단은 신뢰부터 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절대적 공명으로 이어진 사이라고 해도 사람에 대한 신뢰가 뚝딱 쌓이는 것은 아니다.

어찌 되었건 간에 서로에 대해 잘 알아야 했기에 태하는 우선 거리를 두기로 한 것이었다.

아리사는 그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다.

“네! 힘낼게요! 그럼 공격대에 가담해도 되는 건가요?”

“그럽시다.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이긴 해도 일단 탑의 수호자라면 그 능력이 어떤지는 봐야 하니까요.”

헌터끼리 서로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냥이다.

레이드를 통해서 서로를 알아 가는 것만이 던전에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셈이었다.

81층으로 올라간 공격대는 또 한 번 드레이크와 와이번 무리를 만났다.

이번에는 그 숫자가 아까보다 많았다.

“초입부터 40마리는 족히 되어 보이는 무리가 저기 있네요.”

“……이야, 이거 500명으로 뚫을 수 있는 난이도이긴 한가요? 너무 힘들 것 같은데.”

81층에서 이 정도인데 과연 한 층 더 올라간다면 과연 어떻게 될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허나 아리사는 오히려 눈을 더 반짝였다.

“히힛, 저것들로 작품을 만들 수 있겠어!”

“작품을 만든다니요?”

“잘 봐요!”

그녀는 빗자루를 한 번 휘이 내저었다.

[액티브 스킬 : 연금소환술]

[연금의 용광로를 소환합니다]

쿠우웅!

용암처럼 들끓는 정체불명의 용액이 가득 찬 용광로가 파티의 앞에 떨어져 내렸다.

그러자 아리사는 용광로 측면에 빗자루를 끼우더니 그것을 도르래 돌리듯이 돌리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잉!

놀랍게도 용광로가 빠르게 돌아갔고, 그 작은 소용돌이 안에서 불길에 휩싸인 슬라임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게 도대체 무슨 마법이야?”

“이, 이게 연금술?”

슬라임들은 이내 하나로 뭉쳐지더니 앞뒤로 길고 옆으로도 넓은 모양이 되었다. 그런 후에 머리 부분은 뭉뚝해지고 꼬리 부분은 얇게 변했다. 양쪽으로 넓어진 것은 서서히 다듬어지더니 박쥐의 날개처럼 되었다.

여기까지만 봐도 뭘 만들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허어! 설마 슬라임으로 드레이크를 만들어 내고 있는 건가?!”

“빙고! 헤헤, 슬라임 드레이크예요.”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었다.

이 세상에 슬라임으로 드레이크를 만들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설마, 이 슬라임이라는 것만 있으면 못 만드는 게 없는 건가요?”

“슬라임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죠! 물론, 견본만 있다면 골렘이라든지 스켈레톤도 만들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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