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스레이드-131화 (131/197)

131 헬창소년단(1)

에너지원 공정거래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제 더 이상 해외의 에너지 투기 세력이 대한민국에 들어올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여의도 코어 거래소의 모든 거래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를 받게 되면서 에너지 시장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청룡방과 헌터협회가 원하는 그림이 따돌림이라는 사회적 이슈 덕분에 완성된 것이었다.

퍼억, 퍼억!

열심히 샌드백을 두드리고 있는 성일.

태하는 자신의 친구이자 동아시아 챔피언 출신의 복서 문이혁에게 성일을 트레이닝시켜 달라고 부탁했고, 문이혁은 흔쾌히 그걸 받아 주었다.

“어때? 좀 치는 것 같아?”

“조그마한 새끼가 깡다구가 아주…… 내가 넌덜머리가 날 정도라니까.”

문이혁은 대한민국 최초로 헤비급 동아시아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 리빙 레전드로 통한다.

지독한 훈련과 연습, 그리고 단련으로 유명한 이혁은 깡다구로는 아시아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였다.

허나, 그런 이혁이 혀를 내두를 정도라면 도대체 얼마나 지독한 녀석이라는 걸까.

“각성을 하더니 애가 완전 바뀌어 버렸어. 원래는 좀 소심한 구석이 있었거든.”

“……각성 두 번만 더 했다간 자기 내장 빼서 줄넘기도 하겠어.”

“미친놈, 하필이면 비유를 해도.”

“그 정도로 지독한 놈이라는 거지. 그나저나 넌 저런 물건을 도대체 어디서 주워 왔냐? 헬스장에서 저런 또라이를 우연히 거두기도 쉽지 않을 텐데.”

“원산지가 중요하냐? 진짜배기 물건이라는 게 중요한 거지.”

이혁은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은퇴해서 선수를 육성하는 입장에서 이혁에게 성일은 그야말로 진흙 속의 다이아몬드와 같았던 것이다.

“아무튼 고맙다. 훈련을 시켜 준다고 해 줘서.”

“내가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냐? 조만간 우리 체육관에서 세계 챔피언 나오게 생겼는데.”

“그럼 나중에 밥이나 좀 사든가.”

“……자, 그럼 또 보자!”

“이 새끼는 하여간 짠돌이 기질은 여전하네. 그럼 간다.”

두 사람은 어려서부터 친구였고 한때는 함께 던전을 정복하는 꿈을 꾸기도 했었다.

돌아서는 태하에게 이혁이 말했다.

“그 꿈, 이제는 이룰 수 있게 된 거냐?”

“당연하지.”

던전 100층.

이제는 막연한 꿈이 아니라 눈앞에 불쑥 다가온 현실이 되어 가고 있었다.

***

대규모 레이드가 이제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고립, 고립……!”

“푸쉬, 푸쉬이이잇!”

헬창스는 레이드가 목전에 다가올수록 더욱더 자신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마지막 한 세트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쥐어 짜내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공포감이 들 정도였다.

그 대열에는 가빈도 끼어 있었다.

보현 관장은 그 누구보다도 가빈에게 열정을 쏟고 있었는데, 그녀의 운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심하게 트레이닝해 주며 식단과 수면 패턴까지 조절해 주었다.

덕분에 가빈은 헬스장 최고의 라인을 가진 헬창 여고생이 되어 가는 중이었다.

“가자, 가빈아! 한 세트 더!”

“흐으으읍……!”

“밀어, 한 세트를 하더라도 제대로!”

보현 관장이 생각하기에 가빈의 약점은 바로 둔부였다.

엉덩이가 남들에 비해서 푹 꺼져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빈은 둔근의 발달이 더딘 편이었다.

어려서 제대로 된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육 상태가 상당히 부진한 탓도 있었지만, 그녀는 애초에 타고나길 엉덩이가 부실했던 것이다.

가빈은 그걸 보완하기 위해서 보현 관장이 시키는 대로 둔부와 대퇴이두를 중심으로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대둔근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힙 쓰러스트와 원 레그 데드리프트, 둔근 포커스 런지가 오늘의 주요 종목이었다.

“힙 쓰러스트는 허벅지가 벌어지면 안 된다고 관장님이 그랬잖니. 그렇지?”

“……밴드를 차고 해 볼까?”

“음, 그래! 밴드를 활용해도 좋겠지!”

대흉근 운동이나 대둔근 운동이나 각도가 생명이다.

벤치프레스에서 팔이 사선으로 뻗어 나갈 때 가슴에 고립이 풀어지는 것처럼 힙 쓰러스트에서 허벅지의 각도가 사선으로 뻗어 나가면 대둔근에 가해지는 타격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가빈은 무심결에 벌어지는 허벅지를 잡아 주기 위해서 밴드를 끼고 동작을 수행했다.

“무게중심을 엉덩이에 딱 걸고! 그리고 천천히, 허리를 들어 주는 게 아니고 엉덩이를 아래로 쭉 이완시켰다가 대둔근을 위로 올려 준다는 느낌으로!”

“후욱……!”

“그렇지! 바로 그거야!”

엄청난 타격이 대둔근에 전해지면서 가빈의 스킬이 활성화된다.

[스킬: 점진적 과부하]

[바람직한 운동 방법, 완벽한 동작 수행입니다. 탑의 수호자가 즐거워합니다]

대둔근에 가해지는 타격이 늘어남과 동시에 그녀는 급격한 아나볼릭 상태에 돌입했다.

가빈은 근육량이 상승함에 따라 자신이 가진 스킬들이 골고루 발달한다는 아주 독특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이것은 마이트가 가빈을 자신의 울타리 안으로 거둬들임에 따라서 생긴 일종의 특전이라 할 수 있었다.

가빈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발달된 둔근을 살펴보았다.

보현 관장은 그런 가빈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곧바로 다음 운동 스케줄을 실행에 옮겼다.

“자자, 그럼 다시 가 보자!”

“응!”

“이번에는 원 레드 데드리프트다! 가장 힘든 운동이 되겠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원 레그, 싱글 암 등 양수가 아니라 단수 운동의 경우엔 조금 더 자극에 집중할 수 있고 최대 수축을 이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허나, 올바른 자세를 잡기가 매우 힘들고 보통은 고중량을 다루기엔 부적합하다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만약 제대로 자세를 잡고 자극을 찾아 줄 수 있는 트레이너만 있다면 단수 운동은 최고의 자극을 주는 운동이 된다.

“자, 그럼 내려가자! 코어에 복압 딱 주고!”

“흐으읍!”

“직선으로 다리 들어 주고, 무게중심 딱 잡아 주고!”

보현 관장은 한 세트, 한 세트 할 때마다 정확한 자극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는 운동에 진심이기도 하지만 가빈을 자신의 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자식을 가르치는 부모의 마음으로, 그는 가빈이 갸우뚱거리거나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려도 다그치지 않는다.

“할 수 있어! 복압을 꽉 잡아!”

“으으읍!”

“그렇지! 호흡에 집중하란 말이야!”

그런 보현 관장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가빈은 오늘도 무럭무럭 성장한다.

[패시브: 점진적 과부하]

[운동 볼륨과 근육 미세 손상 수치에 비례하여 스킬 포인트가 상승합니다]

보통의 헌터들은 던전에서 죽어라 사냥을 해서 스킬 포인트를 얻는다.

이는 고대 바벨탑에서 마계 군단이 수련을 쌓던 방식으로, 일종의 수행이라고도 표현되곤 했다.

허나, 가빈은 오히려 사냥보다는 운동으로 얻는 스킬 포인트가 훨씬 더 많을 정도였다.

잠시 후, 모든 운동을 마무리한 가빈은 휴게실로 내려가서 보충제를 섭취하고 뭉친 근육을 풀어 주는 마사지를 받았다.

보현 관장은 가빈의 연령을 고려하여 최대한 성장판을 자극하고 뼈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복압을 자주 사용하면 허리에 무리가 갈 수가 있어. 그리고 주변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서 허리를 압박할 수도 있지. 될 수 있으면 마사지 볼로 자주 문질러 주도록 해.”

“응……!”

“운동 끝나고 해 주는 목욕도 제법 효험이 있으니까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가 주도록 하고.”

고생한 관절, 그리고 뭉쳐진 근육을 풀어 주는 보현 관장.

그런 보현에게 가빈이 물었다.

“있잖아, 이번 레이드에 나도 참가하면 어떨까?”

“……레이드?”

“태하 아저씨가 간다고 하기에. 나도 가고 싶어서.”

“음.”

“역시 안 될까?”

딸을 사지에 내몰고 싶어 하는 아버지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딸의 인생을 아버지가 대신 살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케이! 다녀와!”

“……정말?”

“스켈, 그 친구도 있고 이번에는 백선 어르신도 함께한다고 하니 그렇게 크게 문제 될 일 없다고 생각해. 게다가 여차하면 홍이가 비상 탈출을 해 줄 것이고.”

“이해해 줘서 고마워.”

“고맙긴. 앞으로 네가 뭘 하든 나는 그저 응원해 주고 지원해 줄 뿐이야. 그러니 어디서 무엇을 하든 여기 덕림헬스가 네 집이라는 것만 잊지 말도록 해.”

“응!”

***

뉘엿뉘엿 해가 넘어갈 시간이면 고립관에는 누런빛 은은한 오로라가 내려앉는다.

태하는 그 오로라를 배경 삼아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하곤 한다.

그가 운동을 시작하려는데 뜻밖의 손님들이 찾아왔다.

“……저기, 코치님.”

“뭐냐, 너희들. 또 얻어맞으려고 왔냐?”

“아, 아니요! 그게 아니고…….”

태하를 찾아온 손님들은 바로 하성 패거리였다.

녀석들은 얼마 전, 전학을 가 버린 하성으로 인해 구심점을 잃고 힘없는 양아치로 전락해 버렸다.

이제는 오히려 주변에서 심한 따돌림을 받을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저희들도 운동을 배우고 싶어요!”

“뭐, 운동? 운동은 뭐 개나 소나 배우는 줄 아냐? 썩 꺼져.”

“……개나 소가 된다고 해도 괜찮아요! 우리도 한 번쯤은 인생에서 주인공이 되어 보고 싶다고요!”

태하도 이놈들이 하성이라는 놈에게 반쯤 멱살이 잡혀서 비행을 저지르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허나, 비행이라는 건 자기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핑계를 대더라도 인간이 인간을 괴롭힌 것은 평생 주홍글씨로 남아도 할 말이 없는 짓이었다.

그런고로, 태하는 이 패거리들을 그냥 받아 줄 생각이 없었다.

“갱생의 의지가 있다면 앞으로 너희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보여 줘야지. 안 그러냐?”

“어떻게 보여 드리면 될까요?!”

“너희들의 다짐을 보여 줄 수 있는 행동을 해 봐. 그게 뭐가 되었든 간에 말이야.”

어차피 양아치에게 운동을 알려 주면 어설프게 일진놀이나 할 것이 뻔하다.

일진놀이 하는 놈들치고 엘리트 체육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힘들게 훈련하고 대회에서 성적을 내야 하는 그들에게 있어 일진놀이는 그저 한심한 짓거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진짜 힘들게 운동을 해 본 소년들이 비행 청소년이 되지 않는 건 다 그런 이유 때문에서다.

운동을 알려 준다는 건 언제나 진지한 일이기에 태하는 저 소년들도 진심이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앞으로 지켜보겠다. 너희들이 얼마나 근성을 가지고 자신을 증명하는지 말이야.”

***

며칠 후, 태하의 SNS에는 소년들의 영상이 게시되었다.

SNS 속 영상에는 장애 학생들의 등하교를 돕는 영상과 함께 사회 인식을 개선하자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한마디로 학생들이 만든 캠페인 영상이었던 셈이다.

“감사합니다, 코치님! 도대체 어떻게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아니요, 별말씀을요.”

한성고등학교 교사 이유연은 자신의 골칫거리였던 학생들을 태하가 갱생시켰다고 생각하여 감사의 인사를 전하러 왔다.

그녀는 학생들이 만든 SNS 영상이 교육부장관 표창까지 받았다면서 연신 고개를 숙였다.

“교장선생님께서 어찌나 기뻐하시던지, 우리 학교에도 SNS 스타가 탄생했다면서 아주 극찬을 아끼지 않으셨다고요.”

“그것참 잘된 일이네요. 학생들이 갱생했다니, 저도 기쁩니다.”

“우리 꼴통 오인방이 갱생하니까 반 분위기부터도 확 달라졌어요. 괴롭힘이 없으니까 다들 즐겁게 생활하고 있고요, 오인방이 방송 촬영 기술을 배우니까 학생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UCC를 제작해서 SNS에 올리고 있어요. 학급 자체가 바뀌었다고나 할까요.”

“그렇군요.”

아무래도 꼴통 오인방이 정말로 정신을 차리긴 한 모양이었다.

이유연은 태하의 손을 덥석 잡았다.

“코치님! 괜찮다면 우리 학교와 업무 협약을 체결해 주시면 안 될까요?!”

“……무슨 협약이요?”

“우리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헬스를 시작해 볼까 싶어요. 정식적으로 팀도 만들고요!”

“팀이요?”

“헬창소년단이라고.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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