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스레이드-128화 (128/197)

128 가끔은 참교육도 필요한 법(2)

사람이라는 생명체는 원래 즐길 때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하지 않는 법이다.

부우웅……!

묵직한 펀치, 잘못하면 이대로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고 어마어마한 주먹이었다.

게다가 빠르기는 전광석화와 같은 라이트 훅.

번쩍!

빠가각!

“크허어억!”

“……하성아!”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주먹이 뻗어 온 것인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한 방 맞고 나니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눈앞에는 섬광이 번쩍거리고 있을 뿐이었고 귀는 왕왕거려서 중심을 잡고 서 있을 힘도 없었다.

“한 대요.”

“……자, 잠깐!”

“이번에는 따귀다.”

가볍게 뻗은 주먹 한 방에 이 지경인데 맞은 데를 또 맞으면 도대체 어떻게 될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허나, 태하는 손속이 없었다.

촤락!

마치 채찍으로 맞은 듯, 이빨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며 사방으로 선혈이 분수처럼 튀어 올랐다.

푸하아아악!

“꺄아아악……!”

“괴, 괴물이다! 도망쳐!”

역시 양아치에게 의리란 사치에 불과한 것인가. 놈들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대장이라 부르던 소년을 버리고 도망치기 바빴다.

허나, 지옥에 온 이상, 그냥 도망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끼리리릿!

-크헬헬!

“……지, 진짜 괴물이다! 으아아악! 119에 전화해, 어서!”

“메이지, 저놈들한테 줄빠따가 뭔지 제대로 보여 주도록 해.”

-크헬!

메이지는 그 넓은 주차장이 꽉 차도록 스켈레톤을 소환했다.

대략 200마리쯤 되는 스켈레톤이 뭉뚝한 방망이를 손에 쥔 채 주차장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끼리릭……!

“빠, 빠따?”

“다섯 대. 약속했지? 딱 다섯 대만 때리겠다고 말이야. 난 약속을 지키는 남자야. 너희들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태하는 메이지에게 칼슘 약을 던져 주었다.

그러자 그것을 섭취하여 곧장 영양소로 흡수하는 메이지.

[패시브 스킬: 섭취]

[‘메이지’의 스킬 레벨 및 스켈레톤 마스터리가 업그레이드됩니다]

신체 기관이 멀쩡한 몬스터는 운동으로 강해진다지만 스켈레톤은 과연 어떻게 강력해질 수 있을까.

그에 대한 생각을 끝도 없이 해 보았던 태하는 스켈레톤들에게 칼슘과 철분, 각종 아미노산과 미네랄 등을 먹여서 단단하게 만들어 보기로 했던 것이다.

그 결과, 영양제를 먹을 때마다 스켈레톤들은 어느 정도씩 서서히 강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스켈레톤들, 보통의 언데드가 아니야. 보통 스켈레톤의 10배 정도 강력함이라고 해 두면 되겠군.”

“……사, 살려 주세요!”

“음. 죽이지는 않아. 그냥 죽을 만큼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지. 자, 그럼 시작하자!”

마치 지옥에서 온 사자들처럼 스켈레톤은 양아치들을 차례대로 엎드리게 만들었다.

양쪽에서 팔다리를 잡고 억지로 눕힌 다음 뼈로 만들어진 형틀에 묶어 버렸다.

-끼리릭!

“으, 으흑흑!”

“한 대씩 두들겨 줘!”

빠각!

묵직한 몽둥이 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

줄줄이 이어지는 몽둥이찜질.

빠각!

-크헬헬!

“끄아아악, 사, 살려 주세요! 제발요!”

빠각!

-크헤엘!

“흑흑! 제발요! 아저씨, 제가 정말로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퍼억!

적막 속에 울려 퍼지는 구타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심지어 사방으로 피가 팍팍 튀니 아주 다리가 절로 풀릴 지경이었다.

200마리의 스켈레톤이 한 대씩만 때려도 200대인데 5대씩 때린다고 가정하면 벌써 1,000대를 맞아야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몸서리를 쳤다.

“……이, 이대로 죽는 거야? 고작 담배 좀 피우고 바닥에 침 뱉고 좆밥 새끼 돈 뜯었다고?!”

“아직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로구나. 메이지, 얘네들 때릴 때 이젠 엉덩이에 물 좀 뿌려. 물곤장으로 가자고.”

-크헬헬!

참교육이란 별게 없다.

자기가 앞으로 이딴 짓을 하기만 하면 스틱스 강을 건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주지시켜 주는 것이었다.

촤아악!

“끄아악, 끄아아악! 사, 살려 줘! 으앙, 씨발! 아니, 선생님! 엄마, 아빠! 살려 줘!”

안 그래도 쓰라린 상처에 물을 붓는 것만 해도 죽을 지경인데 정확히 때린 곳만 다시 또 때리는 물곤장은 그야말로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어찌나 고통에 몸부림을 쳤으면 눈알의 실핏줄이 다 터졌고 어금니를 하도 꽉 깨물어서 이가 다 상해 버렸다.

“……하성아, 우린 이제 다 죽었어.”

“닥쳐…….”

“다 죽는다고!”

“나도 알아! 씨발,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닥치고 좆밥으로 살걸!”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일진들, 어쩌면 그들은 지금까지 자기가 걸어온 인생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허나, 이제 와서 느끼는 감정은 참회 그 이상의 것이었다.

빠각!

“으아아아악, 으아아아아……. 아으가가각!”

과거 장형으로 열 대 이상을 맞으면 사람이 그 자리에서 기절해서 죽거나 시름시름 앓다가 병사로 세상을 떠나는 일이 많았다.

때문에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야 사람을 체벌하는 일은 드물었는데, 지금 이 소년들은 그걸 몸소 체험하게 생긴 것이었다.

결국 발버둥을 치며 고통에 몸부림치던 소년이 끝내 기절하고 말았다.

“꼬르르륵…….”

그럼에도 불구하고 곤장은 계속 내려쳐졌다.

촤락!

피가 튀어 하성의 얼굴에 튀었다.

그러자 그의 뇌에는 새하얗게 블랙아웃이 찾아오고 말았다.

“어, 어어…….”

“안 되겠네. 기절했으니까 선수를 교체하자고. 어이, 아까 나한테 두 대 맞은 친구. 이어서 계속 맞아. 넌 짱이라고 했으니까 두 대는 서비스라고 해 둘게. 괜찮지?”

“……살려 주세요.”

“응? 뭐라고?”

“사, 살려 주세요!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응, 안 들려. 어여 누워. 피차 바쁜 사람들끼리 이러지 말자고.”

얄짤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모양이었다.

스켈레톤들은 하성을 형틀에 묶고 그의 엉덩이에 물을 뿌렸다.

촤라락!

시원하게 젖은 그의 엉덩이로 이내 묵직한 몽둥이가 날아와 강렬한 마찰을 일으켰다.

빠각!

“으아아악, 으아아악, 으으으으, 으어어어!”

“낄낄낄! 어때, 찰지지? 맛 좋지?”

“……허억, 허억! 사, 살려 주세요! 흑흑, 제발요!”

“아까 네 친구를 괴롭힐 때를 생각해 봐. 저쪽에서 손이 발이 되게 빌었어도 넌 결국 끝끝내 친구를 때리고 욕하고 착취하더라고. 그게 인간이 할 짓이냐?”

“……사람이 될게요! 앞으로 인간이 될 거라고요!”

“알아. 인간이 되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죽을 테니까.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거다. 너, 오늘 1,000대 다 맞기 전까진 집에 못 가. 그런 줄 알아.”

그야말로 절망, 그 자체였다.

***

“으흑흑, 살려 주세요!”

“제발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소년과 소녀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소년 성일의 얼굴에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묘한 쾌감까지 느껴지는 광경.

“어때, 이젠 좀 마음이 풀리냐?”

“……쟤네들 왜 저래요?”

“정신지배 마법에 걸린 거야. 아마 오늘이 지날 때쯤엔 네 얼굴만 봐도 절로 오줌을 지리게 될 거다. 넌 이제 이걸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기만 하면 되는 거야. 어렵지 않지?”

“이, 이걸 인터넷에 뿌리라고요? 그럼 쟤네들 인생은 나락으로 가는 건데요.”

“그럼 네 인생은 나락으로 안 갔어?”

“그, 그건…….”

“결정해. 저 아이들을 나락으로 보낼지, 네 상처를 그냥 안고 살아갈지.”

성일은 지나간 일들을 상기시켰다.

그동안 저 쓰레기들은 성일을 매일 괴롭히고 때리며 욕하고 괄시하기 일쑤였다.

돈 빼앗는 건 예삿일이고 그저 샌드백처럼 두들겨 패고 짓밟고 침까지 뱉으며 그의 인격을 말살시켰다.

[카메라 기능을 실행합니다]

[신경과 연결된 렌즈를 통해 사진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사진을 찍기 전에 이런 안내 문구가 방송되며, 불법 동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하게 되면 그 내용에 따라서 AI 검증 시스템이 업로드를 막는다.

허나, 지금의 상황은 누가 옷을 벗는다거나 성관계를 맺는 등의 장면은 아니었기에 업로드가 가능했다.

[촬영하시겠습니까?]

소년은 떨리는 눈으로 일진들을 바라보았다.

허나, 그러다가 그는 끝내 고개를 푹 떨구고 말았다.

“……안 할래요.”

“안 해? 어째서?”

“저놈들이랑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복수를 한다고 해서 내가 당한 따돌림과 괴롭힘이 없는 일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지울 수 없는 상처야. 안고 살아갈 수 있어?”

“……앞으로는 내가 달라질 거예요. 아저씨, 저 운동 알려 주세요!”

태하는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그가 굳이 이렇게까지 정신지배 마법을 건 것은 왕따를 당하는 소년 때문이었다.

저 철없는 양아치들이야 사실 정신지배의 고리를 걸어서 앞으로 나쁜 짓을 하기만 하면 팔푼이가 되도록 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참 간단하게 끝날 일이었지만 그동안 괴롭힘을 당해 온 소년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태하는 소년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미래까지 내다본 것이었다.

“3개월에 7만 원. 헬스장 등록비야. 낼 수 있어?”

“……물론이죠. 아르바이트라도 할게요. 대신 며칠만 좀 기다려 주세요. 돈을 마련해 올게요.”

“일단 등록부터 해. 돈은 나중에 받을 테니.”

“감사합니다!”

7만 원이라는 돈은 사실 태하에게 있어선 별거 아닌 푼돈이었다.

허나, 이 7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 소년은 열심히 시간을 쪼개어 일을 할 것이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 인생을 배우게 될 것이다.

“7만 원, 나중에라도 반드시 채워 넣어라. 알겠지?”

“넵! 그나저나 쟤네들은 언제까지 저러고 있어야 해요?”

“물곤장 1,000대를 다 맞아야 집에 가지. 나도 그냥은 못 넘어가. 제대로 트라우마를 얹어서 다시는 담배 따위 못 피우게 만들어야지.”

태하는 이미지트레이닝(?)이 끝나면 양아치들에게 청소까지 시킬 작정이었다.

[성좌가 만족해합니다]

[이제 성좌가 스킬 보너스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

그로부터 며칠 후.

고립관으로 새까만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사장, 사장 나오라고 그래!”

“누구십니까?”

“감히 우리 의원님 아들을 건드려?!”

콩 심은 곳에 콩 나고 팥 심은 곳에 팥 난다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국회의원 아들내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고 아주 난리를 치고 있었다.

태하는 자기를 찾는 것 같기에 의연하게 대처했다.

“사장은 아니고 저를 찾는 것 같아서 나왔습니다만.”

“……당신이 우리 도련님한테 약을 먹인 새끼야?”

“약이라니요?”

“며칠 전부터 자꾸 헛소리를 하고 오줌을 지리고, 그게 정상적인 소년의 정신 상태냐고 말이야! 앙?!”

뒤에서 헛기침이나 해 대고 있는 아비를 대신해서 노발대발 지랄을 해 대는 보좌관.

태하는 참으로 인생을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회의원 누구시라고요?”

“최준원 의원님! 최준원 의원님을 모른단 말이야?!”

“아아, 이 동네 지역구 의원 말이군요.”

“……지역구 의원? 이 새끼가 진짜 좋은 말로 해선 안 되겠군!”

길길이 날뛰는 보좌관 뒤로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 중년 남자는 점잖은 표정으로 그를 만류하며 나섰다.

“어허, 김 보좌관. 공공장소에서 그러면 씁니까? 좋은 말로 타일러서 우리 아들 앞에 무릎이나 꿇으라고 하면 될 것을.”

“하지만 의원님, 저 작자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자꾸 이상한 소리나 해 대고 있지 않습니까?!”

태하는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자기 혼자 날뛰고 남을 헐뜯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이런 경우를 보고 미치광이가 발광을 떤다고 하는 모양이었다.

[성좌의 분노]

[이 사회에는 정의가 필요합니다. 성좌의 가호가 내려질 것입니다]

[긴급 퀘스트! 참교육을 시전해 주세요]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성좌가 자신의 수혜자에게 가호를 내릴 때에는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가호를 내릴 수가 없었다.

이는 바벨탑의 시스템과 ‘신의 계율’에 따라 정해진 것인데, 이처럼 일정한 형식에 따라서 수혜자가 후원자의 무언가를 충족시켜 줘야만 후원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것을 보면 성좌 시스템이라는 건 복잡하면서도 참으로 합리적이란 말이지.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보여 주는 거잖아.’

태하는 참교육을 시전할 준비를 했다.

“뭐, 좋습니다. 그렇게까지 다 같이 죽고 싶다면 어쩔 수 없죠.”

“……?”

“요단강 한번 건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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