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모여 봐요, 근육의 숲!(1)
인간형 몬스터 사태가 일단락된 것은 NF타워 안의 알을 모두 파괴시키고 난 뒤였다.
대한민국의 모든 건물에 대해 정부는 전수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알이 숨어 있는 곳들을 모두 찾아내 격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른 아침, 태하는 던전에 올랐다.
그는 3층까지 하이패스로 지나 4층에 올랐다.
짝짝!
태하가 박수를 치자, 사방에 흩어져 있던 오크 전사들이 주의를 집중시켰다.
“자자, 이리 와 봐! 다들 해야 할 것이 있어.”
-꾸위이익?
오크 전사들은 태하의 곁으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던전을 아우르는 우두머리가 된 태하에게 녀석들은 귀를 기울였다.
“잘 들어. 이제부터 너희들에게 규칙을 정해 줄 거다. 하루에 한 번, 절대 잊지 말고 지켜야 하는 규칙인 거다. 알겠어?”
-꾸윅!
오크 전사들은 다른 건 몰라도 태하가 정해 준 규칙은 목숨을 다해 지킬 것이다.
우두머리가 시키는 것이라면 목숨까지 걸 정도로 이들은 충성스럽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태하는 오크 전사들을 데리고 바위 지대로 향했다.
4층은 바위산 지대로 되어 있기 때문에 주변에 오크 몸통만 한 크기의 돌들이 얼마든지 널려 있었다.
그는 바위를 들어서 바로 옆의 오크 전사에게 전달했다.
“받아.”
-끄, 끄윅?!
“이제부터 이걸로 운동을 시작한다. 근육을 키우고 단련시키는 거지.”
오크 전사들은 태하가 도대체 이런 행동을 왜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하는 오크 전사들.
태하는 그들에게 아주 확실한 동기를 부여해 주었다.
“강해지는 거다. 너희들도 이젠 한 단계 더 강해져서 새로운 적들과 맞서 싸워야 할 때가 온 거야.”
-끄윅……?
“너희들은 전사잖아. 그렇지?”
-끄윅!
“전사는 적과 싸워서 이겨야 하는 족속이잖아. 안 그래?”
-꾸위이이익!
“내가 알려 주는 대로 운동하고 단련해. 앞으로는 내가 보충제도 조달해 줄 테니까 그걸 먹으면서 단련하라고. 오케이?”
-꾸위이이이!
오크 전사들의 의지에 불을 붙인 태하는 계속해서 던전을 올랐다.
그는 던전을 오를 때마다 몬스터들에게 운동을 할 것을 지시했고, 운동법까지 알려 주었다.
심지어는 보스 몬스터들에게까지 말이다.
“이봐, 그레이.”
-쿠오오?
“너는 힘이 무지하게 세지? 그래서 점진적 과부하를 주기가 참 더럽게 힘들 거야. 하지만 방법이 있어. 어때, 강력해지고 싶지 않아?”
-쿠오오오!
그레이트 오우거는 아파트 15층 높이의 압도적인 덩치를 갖고 있다.
허나, 워낙 힘이 강력하고 기골이 장대하기 때문에 여기서 획기적인 발전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것은 여느 보스 몬스터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점이었다.
허나, 그것도 한계를 뛰어넘기만 한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점진적 과부하는 말이야,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야. 턱걸이를 할 때에도, 푸시업을 할 때에도 충분히 점진적 과부하를 줄 수가 있지.”
-쿠오오?
“예를 들어서 이런 거야. 네가 지금 턱걸이를 한다고 쳐 보자. 수십 톤의 근육 덩어리를 들어야 할 거 아니야? 그럼 하루에 1개씩 개수를 늘려. 그러다가 몸에 바윗덩이 하나만 얹어서 운동하잖아? 그럼 그게 점진적 과부하가 되는 거라고. 이해해?”
-쿠오오오!
“그리고 내 생각에는 말이지, 몰먼족이 뭔가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 같아. 유압이라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이지. 자기장이라는 것도 존재할 것이고 말이야.”
전기와 유압, 이 두 가지는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광활한 지구라는 행성에서 도시를 개척할 수 있는 힘을 준 고마운 존재들이다.
만약 그것을 활용한다면 그레이트 오우거라고 해도 보디빌딩 운동이 가능해질 것이었다.
“이봐, 그레이.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겠어? 더욱 단련하고 힘을 쌓아야 하지 않겠어?”
-쿠오오!
“좋아, 그럼 오늘부터 시작이다!”
[파생 스킬: 대사형의 오러 - 근육의 전도사]
[당신에게 운동을 배우는 모두에게 점진적 과부하 스킬이 적용됩니다]
[모든 던전을 근육의 숲으로 만드는 겁니다!]
***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증시를 확인하는 태하.
코어 거래소의 주가는 대략 3% 정도 올라 있었고, 벌써부터 매도 주문을 넣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코어의 물량이 많이 풀리고 있는 거야. 흠, 생산량이 급등하고 있군.”
스탠더드 코어 중에서도 최하급 코어와 C급 코어까지, 꽤 많은 양의 코어가 시장에 풀려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었다.
본디 시장에서의 가격이라는 것은 수요와 공급에 비례해서 결정되기 마련인데, 지금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 물량을 풀어놓는 바람에 가격이 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는 말인즉슨, 아직까지는 몬스터들이 운동에서의 성과를 크게 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즉시 탑으로 향했다.
-크우, 크우……!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몬스터들이 태하의 눈에 훤히 들어왔다.
얼마 전, 몰먼족이 만들어 낸 유압식 스미스머신을 가지고 스쿼트를 한다거나 벤치프레스를 드는 등의 운동에 매진하고 있었다.
“확실히 운동을 하고 있기는 한데.”
운동은 열심히 하고 있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효과가 미미하거나 아예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는 몬스터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예 효과가 없을 수는 없어. 그렇다면 어딘가 운동법이 잘못된 것이겠지.”
그저 숨쉬기 운동만 한다거나 최소한의 움직임만 가지고 가는 일상생활의 수준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근육은 성장한다.
태하는 스마트워치로 코어 가격의 상승 추이를 살펴보았다.
보름 전에는 서서히 상승하다가 며칠 전에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초반에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 거다. 하지만 보름이 지나자마자 정체기가 온 거야.”
주가와 몬스터들의 운동법을 가만히 살펴보던 태하.
그는 차트와 몬스터를 몇 번이고 번갈아 보았다.
그러곤 이내 결론을 내리는 태하.
“과욕을 부리고 있구나!”
유압식 프레스는 압력을 수백, 수천 톤을 낼 수 있도록 특별 설계가 되어 있다.
코어 기술의 압도적인 발전으로 만들어진 프레스의 무게는 천하의 오우거들마저도 힘겨워할 정도였다.
문제는 몬스터들의 과도한 남성호르몬이 폭발하다 보니 무게를 쉴 틈 없이 올려 온 것이었다.
“자세가 무너질 정도로 무식하게 무게만 치고 있었던 거야.”
몬스터들의 운동 자세를 보면 무조건 들기 위해서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벤치프레스를 하는데 협응근인 어깨와 삼두 등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허리를 지나치게 신전시켜 가동 범위를 줄인다든지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었던 것이다.
태하는 오크 전사들에게 다가갔다.
“이봐, 오크들.”
-끄윅?
“무게를 좀 낮추는 게 어때?”
-……끄위이이익?
이미 몬스터들은 헬창화가 진행 중이었다.
아직까지 진성 헬창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중량 상승의 기쁨을 맛보고 쇠질에 중독되는 단계에 들어설 정도는 되었다.
이 단계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중량 상승에 중독되어 주변에서 무슨 소리를 하든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끄위이이익!
오크 전사들이 버럭 화를 냈다.
이미 중량 상승 중독 증세가 초기를 지나 중기로 접어들었던 것이다.
“흠, 그래. 누가 내 중량을 건드리면 참기 힘들겠지. 하지만 말이야, 보디빌딩식 운동이라는 건 그렇게 무게만 친다고 되는 게 아니야.”
-끄위익……?
“중량과 반복, 그러니까 8회 이상의 고반복이 가능한 무게를 설정해야 한다는 거지.”
쇠질이라는 건 참으로 오묘한 운동이다.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그 안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묘한 매력을 맛볼 수 있지 않던가.
몬스터들은 신체의 발달 정도와 타고난 근력 자체가 인간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 발전 속도가 족히 10배는 더 빨랐다.
그러니 이 오묘한 기쁨을 느끼는 속도도 10배는 더 빠를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오크 전사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태하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헬창이니까.
‘헬창은 귀가 얇아. 중량을 내려라, 자세를 바꿔라와 같은 조언을 들으면 막상 기분이 나쁘긴 해도 나중에는 결국 수용하게 되거든. 후후, 아마 오늘이 지나면 새로운 운동법을 찾아서 하이에나처럼 돌아다니게 될걸?’
헬창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일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운동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운동법을 바꾸면 지금보다 몸이 훨씬 빨리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몇 번이고 운동법과 루틴을 바꾸다 보면 과도기와 정체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허나, 그런 팔랑귀 기질 덕분에 헬창들은 자신만의 루틴을 찾고 결국에는 근 성장이라는 목표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오크 전사들은 기존의 중량에서 절반을 덜어냈다.
-취이이익……!
“으음, 아니야. 중량을 더 내려. 지금 보면 이두가 바깥으로 빠져나가고 있잖아. 옆으로, 사선으로 뻗는단 말이지.”
태하는 오크 전사들에게 직접 자세를 보여 주며 궤도를 수정해 주었다. 그러곤 코어로 복압을 잡고 견갑을 컨트롤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견갑을 후인, 하강시키는 건 벤치프레스의 기본이야. 턱걸이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뜻이지.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
-꾸위이이익!
“좋아, 이대로 쭉 가는 거다. 프레스!”
오크 전사 중에서도 몸이 가장 좋은 녀석을 벤치에 눕힌 태하는 천천히 벤치프레스를 지도하기 시작했다.
그는 오크 전사의 팔꿈치 각도와 어깨의 위치를 재설정했다.
오크 전사들은 대부분 어깨와 팔꿈치의 각도가 너무 위로 올라가서 젖꼭지를 지나쳐 가슴 상부까지 올리는 습관이 있었다.
이러한 습관은 과도한 무게를 설정했을 때, 오로지 무게를 들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다.
“만약 힘을 키운다거나 복합 다관절 운동으로 전신운동의 효과를 노린다면 이렇게 하는 게 맞을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는 고립 운동을 하는 거잖아? 각도를 조금 내리고 허리를 과도하게 들지 마. 그보다는 체스트업, 가슴을 위로 쑤욱 들어 올리는 거지!”
태하가 자세를 잡아 주자, 오크 전사의 녹색 몸통에 핏줄이 툭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곤 이내 시작되는 혈액의 엄청난 유입.
-끄위이익!
“……온다! 그래, 바로 그 느낌이라고! 거기서 이제는 천천히 내리고 일정한 속도로 바벨을 위로 미는 연습만 하면 되는 거야!”
흔히 벤치프레스는 가슴 운동의 끝판왕이라고 알려져 있다.
전체적인 가슴근육의 발달을 가져오기 때문에 근메스를 키우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운동도 없다.
허나, 문제는 이 벤치프레스가 복합 다관절 운동이라는 것, 그리고 제대로 된 자극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만약 단순히 코어와 팔, 어깨 등의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키고 싶다면 어깨와 팔을 쓰는 파워리프팅식의 운동을 해 주는 것이 맞다. 그러나 보디빌딩의 관점에서는 절대 그게 아니다.
가슴근육에 무게를 얹어 주는 느낌,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복합 다관절 운동으로 고립 운동은 쉽지 않아. 하지만 해야 해!”
-취이이이익!
가슴근육에 무게를 걸어 준다는 느낌으로 바벨을 내리기 때문에 가슴은 옆으로 쫙 벌어질 수밖에는 없고, 근육은 약간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태하는 그것을 눈으로 보기만 해도 잘 알 수 있었다.
“오호, 좋아! 바로 그 느낌이야!”
-끄위이익……!
쿠우웅!
평소의 무게에서 무려 2/3를 덜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오크 전사는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져 있었다.
땀은 비 오듯이 쏟아지고 있었고 가슴에는 아주 미세한 경련이 생겨난 모습이었다.
“제대로 먹었어!”
-끄윅!
“바로 그거야! 애들아, 알겠어? 무게를 욕심내는 것보다는 정확한 자세와 집중이 중요한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