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스레이드-119화 (119/197)
  • 119 소녀, 각성하다!(1)

    수도방위사령부로 헌터협회의 작전 개요와 방향성을 전달한 태하는 이제 수도방위사령부와 함께 몬스터 소탕 작전에 나서기로 했다.

    청룡방 특무관으로서 소탕 작전의 참모로 참가하게 된 태하는 병사들과 함께 선봉에 섰다.

    “몬스터의 특징에 대해서는 이미 전해 들어서 다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제부터는 헌터협회와 합을 맞춰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움직이면 되는 겁니다.”

    “넵!”

    “자, 그럼 갑시다!”

    청룡방 특무관이 소탕작전참모로 참전하게 된 것은 유시연의 용병술 때문이었다.

    그녀는 헌터협회에서 전하는 소식을 태하에게 직접 전달하고 태하는 그것을 실시간으로 부대에 적용함으로써 최대한 유기적인 작전을 펼치려는 것이었다.

    -……여기는 청룡방. 소탕 작전은 실시 중인가요?

    “네,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헌터협회는 우선 강북구를 시작으로 빠르게 적을 수색, 격멸해 나가고 있습니다. 소탕작전본부는 용산 일대에서 시작해 주세요. 아마 우리가 수색을 시작하면 몬스터가 남하할 것이 분명하니까요.

    “양쪽에서 샌드위치 형태로 압박하자는 건가요?”

    -후후, 역시. 탑의 고층까지 다녀온 헌터다운 판단이네요. 그럼 이따가 끝나고 맥주 한잔 해요~.

    유시연은 청룡방의 헤드헌터 역할을 도맡아 해 왔지만, 그녀의 진짜 포지션은 택티션이었다.

    무전으로 그녀의 진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파앗!

    -여기는 수색 1조! 적을 발견했다!

    -수색 2조! 적을 발견했으나 놓쳤다!

    -여기는 청룡방! 발견한 적은 격멸조가 책임지고 소탕하고, 그래도 놓치는 몬스터가 있을지도 모르니 소탕작전본부에서 검문소를 세우고 수색조를 편성할 수 있도록 하세요. 지금부터 검문소와 수색 위치를 지정하겠습니다. 위치는…….

    태하는 그녀의 무전을 전해 들으며 지도에 검문소와 수색 위치를 표시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완정된 지도의 위치를 연필로 그어 보니 마치 학익진처럼 적을 감싸 안는 포지션이 되어 있었다.

    “……대단한데?”

    “청룡방의 택티션이라고 하더니 역시 뭔가 다르긴 다르군요.”

    태하의 옆에 있던 작전참모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그녀는 빠르고 정확한 판단으로 작전을 지휘하고 있었다.

    작전 개요를 완성한 태하는 그것을 지휘부에 전달하여 그대로 작전을 실행에 옮겼다.

    그는 수색조 1개를 자신이 직접 운용하기로 했다.

    “13명 1개 분대를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알파 투 지역부터 제가 수색하는 것으로 하죠.”

    “알겠습니다. 특이 사항 있으면 보고하시고 저희들도 특이 사항 발생 시, 즉각 전달하겠습니다.”

    용산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될 작전.

    병사들은 크게 긴장하고 있었지만 장갑차가 작전에 투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안심이 되는 듯했다.

    태하와 함께 장갑차에 탑승한 가빈을 보고 병사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나저나 그 소녀는 누구입니까?”

    “제 부사수라고 할까요?”

    “특무관님의 부사수라니. 그만큼 능력이 출중하다는 뜻이겠지요?”

    “하하, 보면 알게 되실 겁니다.”

    가빈은 태하 한 사람으로도 말리지 못해서 탑의 수호자 2명이서 간신히 제압한 괴물 중에 괴물이었다.

    과연 태하는 그녀가 어떻게 성장하게 될지, 사실 기대가 되기도 했다.

    잠시 후, 작전지역에 도착했다.

    장갑차의 문이 열리며 분대는 엄폐 전술 대형으로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좌현 이상무!”

    “우현 이상무!”

    “자, 그럼 갑시다!”

    몬스터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 장갑차를 엄폐물로 삼아 전진하는 수색조.

    터질 듯한 긴장감이 이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발자국 소리 하나에도 귓전이 따갑게 울릴 정도로 조용한 수색 작전이 계속되었다.

    허나, 그런 팽팽한 긴장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으헤에에!

    “전방에 적 발견!”

    “제기랄, 저게 뭐야?!”

    적은 마치 사마귀처럼 인간의 뼈와 장기를 딱딱하게 뭉쳐 갈고리를 만들고 서 있었다.

    분명 인간의 신체로 만들어졌지만, 그것을 얼기설기 이어 붙여서 마치 사이코 패스 살인마가 만들어 놓은 봉제 인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사람으로 별 해괴망측한 짓을 다 하는군.”

    “우웨에에엑!”

    병사들 중에는 그 광경이 너무 징그러워서 구토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허나, 태하는 얼마 전에 이런 광경을 지겹게도 목격했었기 때문에 그나마 충격이 좀 덜했다.

    그는 침착하게 무전기를 들었다.

    “적 발견! 거대 돌연변이로, 아무래도 사상자 15명 이상을 먹어 치운 것 같네요.”

    -……격멸하시고 계속 수색해 주십시오!

    즉시 검을 뽑아 드는 태하.

    스릉!

    당장이라도 놈의 모가지부터 베어 볼 요량으로 검을 잡았다.

    허나, 그런 그의 앞을 막아서는 가빈.

    “아저씨, 내가 해 볼게.”

    “직접 나서려고?”

    “요즘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고 있거든. 육탄전보다 마음에 드는 게 생겨서 말이야.”

    가빈은 품속에서 뼈 뭉치를 꺼내더니 이내 바닥에 던져 놓았다.

    그러자 일어나는 스켈.

    -스켈!

    “가자, 스켈!”

    스켈은 순식간에 모습을 바꾸더니 뼈로 만든 검으로 변신하여 그녀의 손에 착 달라붙었다.

    어느새 둘은 자신들만의 전략을 세웠고, 그것을 평소에 연습함으로써 실전에서 사용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천생 헌터야. 그런 DNA를 갖고 있어.’

    태하의 DNA를 흡수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마이트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가빈은 몬스터들을 베는 데 아주 적극적이었다.

    끼이이잉!

    가빈은 검에 영력을 불어 넣더니, 이내 그것을 바닥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그러자 반경 30미터를 커버하는 원형의 마법진이 그려졌다.

    “원귀!”

    -끄에에에엑!

    이 세상에 몬스터의 습격을 받아서 사망한 원귀, 그중에서도 세상을 떠나지 못하고 지독하게 구천을 떠도는 영령을 소환한 가빈은 그 힘에 란돌의 특성 스킬인 냉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끼기기긱!

    가뜩이나 마이너스 에너지로 넘실거리는 원귀에게 냉기는 그야말로 완벽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매개체였다.

    아스팔트 바닥이 얼어서 갈라질 정도로 냉혹함을 뿌려 대는 마법진.

    몬스터는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빨리 신형을 움직였다.

    사사사사삭!

    무려 30개의 발이 부지런히 움직여 회피를 시전하는 몬스터였지만, 마법진은 그리 호락호락하게 적을 놓아주지 않았다.

    -……원통하다! 너무 원통하다!

    원귀는 냉기의 손아귀를 뻗어서 몬스터의 발목을 잡았다.

    그것은 아무리 강력한 힘과 유연함을 가졌어도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가공할 만한 악력이었다.

    심지어 원귀는 몬스터를 바닥 안으로 빨아 당기기 시작했다.

    -냉혹한 어둠에 먹혀라!

    몬스터는 사지가 속박당한 상태로 마법진 아래로 빠져들더니, 이내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끄에에엑, 살려 주세요! 끄르르르륵! 살려 줘!”

    “……끔찍한 비명이 들리네요.”

    “사람을 모아서 만든 몬스터니까 사람의 흉내를 내는 겁니다.”

    만약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정말이지 깜빡 속아 넘어갈 정도로 완벽한 모사였다.

    결국 원귀들은 몬스터를 완전히 집어삼켜 버렸다.

    가빈은 이제 원한을 푼 영령들에게 손을 대어 승천을 시켜 주었다.

    스스스스……!

    영령들은 승천하면서 사방으로 은은한 은색의 가루를 흩뿌렸는데, 그것은 주변을 정화하는 역할을 해 주었다.

    방금 전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졌었다는 것을 까마득하게 잊을 정도로 주변의 공기는 아주 깔끔하게 변해 있었다.

    “……신기하네요!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니!”

    “과거에도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또 있기는 했었죠. 그것을 나쁜 곳에 써서 문제였지만.”

    만약 이용광이 자신의 힘을 올바른 곳에 썼다면 지금처럼 원귀를 모아서 한을 달래 주고 주변에 좋은 영향을 주며 성불시켰을지도 모른다.

    그런 좋은 순환이 반복되다 보면 언젠가 이 세상은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으나, 이용광은 애초에 발을 잘못 들여놓은 것이었다.

    ***

    용산에서 시작되었던 수색 작전은 종로구에서 북한산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유시연의 말에 의하면 몬스터들 중 꽤 많은 개체들이 북한산으로 숨어들었는데, 개중에는 동물로 변장한 놈들도 있다고 했다.

    “야생동물로 변장했다고 합니다. 산을 뒤질 때에 특히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

    “하필이면 야생동물이라니, 그놈들도 머리가 보통은 아니네요.”

    워낙 대대적인 수색이 계속되다 보니 아예 동물을 먹어 치우고 스스로 산에 숨어들어 수색에 혼란을 주려는 것이었다.

    DNA 안에 인간의 유전자도 섞여 있기에 사고방식이 상당히 다채로운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의 두뇌와 생각을 가진 몬스터와 싸워야 한다는 소리였다.

    태하는 동물적인 감각을 이용해서 놈들을 쫓았다.

    냄새와 흔적, 그리고 육감까지 동원해서 놈들이 있는 곳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북한산 초입에 멈춰 선 태하는 오솔길 옆에 있는 작은 동굴 앞에 섰다.

    “여기에도 있네요.”

    “……여기에 몬스터가 있다고요? 기껏해야 토끼 굴처럼 보이는데요.”

    “제보에 의하면 몬스터는 DNA만 가지면 자신의 몸집이든 성별이든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 했습니다. 토끼로 위장한다고 해도 알아차릴 사람은 없죠. 게다가 북한산에는 야생 토끼가 살지 않잖아요?”

    “흠, 하긴. 북한산에 산토끼가 산다는 말은 처음 들어 보는 것 같네요.”

    최근 대한민국에서 산악생물 살리기 프로젝트를 적극 장려하고 있기는 했으나 북한산에 산토끼를 복원하지는 않았다.

    토끼는 굳이 복원할 필요가 없는 종이었기 때문이다.

    태하는 휘파람을 휘익 불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데스벳이 날아와 그의 어깨에 앉았다.

    -끼릿!

    “저 안으로 들어가서 몬스터가 몇 마리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와.”

    -끼리릿!

    충성스러운 데스벳은 태하의 부름을 받아 몬스터의 소굴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데스벳 역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신체를 바꿀 수 있는 능력도 있었기 때문에 굴이 다소 협소하더라도 충분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태하는 데스벳을 동굴 안으로 보내 놓고 시야 교환을 통해 그 안을 살펴보았다.

    동굴은 어둡고 축축했고 족히 수십 개의 갈래로 갈라져 각각 다른 곳에 출입구가 만들어져 있었다.

    “굴을 많이 파 놓았네요. 잘못하면 산 전체에 이런 굴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산에 불이라도 질러야 할까요?”

    “……그건 좀 곤란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도 잔머리가 잘 돌아가다 보니 놈들을 상대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허나, 놈들이 머리를 아무리 잘 굴린다고 해도 인간을 따라가기는 힘들다.

    “연기로 잡으면 어떨까요?”

    “연기?”

    “제가 자란 시골에서는 너구리나 토끼를 잡는다고 연기를 피우곤 했었거든요. 저놈들이 두더지처럼 아무리 굴을 빨리 판다고 해도 굴 안으로 연기를 밀어 넣으면 아마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오게 될걸요?”

    “오호, 그렇지!”

    연기를 만드는 능력자의 DNA를 삼켰거나 방독 능력자의 DNA를 갖고 있지 않는 한, 연기를 마시고 버틸 수 있는 몬스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었다.

    시골 출신 병사가 머리를 짜낸 덕분에 태하는 아주 좋은 아이템을 얻게 되었다.

    “여기는 알파 투. 적이 굴을 파고 숨었습니다.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는 훈증기를 공수해 줄 수 있습니까?”

    -여기는 본부. 마침 주변에 농가가 있으니까 대피소에 수소문을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북한산에도 텃밭을 일구며 사는 사람들이 몇 있었기 때문에 태하는 재빨리 대피소에 연락을 취했다.

    운 좋게도 인근에 있던 동사무소에서 몇몇 사람들이 자원하며 나섰다.

    “땅속에 있는 놈들 잡는 건 우리 전문이지!”

    “연기만 피워 주시면 사냥은 저희들이 하겠습니다.”

    “오케이! 시작해 보자고!”

    그들은 짚단이나 솔잎처럼 향이 좋은 풀 말고 태우면 눈이 맵고 기침부터 나는 각종 마른풀들을 가져다가 불을 피웠다. 그러곤 그 뒤로 선풍기를 놓고 앞에는 굴뚝을 만들어서 연기를 자연스럽게 구멍 안으로 밀어 넣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연기를 피우면 제아무리 천 년 묵은 너구리라도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는 없지.”

    “역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는 다르네요!”

    “뭘 이 정도 가지고.”

    후각이 예민할수록 연기의 효과는 좋을 수밖에 없다.

    DNA를 개량해서 꾸준히 신체 능력을 향상시킨 몬스터에게는 그야말로 치명적인 단점이 되어 버렸다.

    “켁켁, 끄으으으윽?!”

    집중력이 풀린 나머지 얼굴만 사람이고 몸통은 토끼인 채로 달려 나오는 몬스터들에게 병사들은 총을 난사했다.

    “발사!”

    두두두두두!

    총탄에 팔다리가 잘려 나가면서 몬스터들은 고통스럽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끄에에에엑! 살려 줘!”

    “……징그럽게 사람의 말을 따라 하다니. 누군지는 몰라도 저걸 만든 놈은 십중팔구 변태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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