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6 던전용 드론(2)
윤정은 지금까지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던전에서 폐관수련을 했다고 했었다.
그 폐관수련이 과연 어떤 것이었느냐…….
“가자, 총총!”
“알겠다요, 박사 나리!”
삐빅.
윤정과 총총은 손목에 있는 작은 빨간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마치 관절 패치처럼 붙어 있던 푸른색 구체들이 환한 빛을 뿜으며 정체불명의 출력을 뿜어냈다.
끼리리리릭, 철컥!
어느새 기관단총은 거대한 중화기로 변해 있었다.
제법 우람해진 총총의 팔은 자신의 몸무게를 가볍게 뛰어넘고도 남는 중화기를 단단히 잡았다.
“우헤헤헤, 슈퍼 총총이다요!”
“총총, 쓸어버려!”
“간다요오오옷!”
이제야 밝혀지는 폐관수련의 성과물.
그 폭발력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우우웅……!
총구로 모여드는 푸른색 기운, 그것은 파란색 아지랑이를 만들어 공간의 왜곡마저 느껴지게 했다.
파티는 깜짝 놀랄 수밖에는 없었다.
“……저게 도대체 뭐야?”
“우헤헤헤! 코어 대포다요!”
“허어, 그럼 저 장치들이 전부 코어였단 말이야?!”
설마하니 코어로 무기를 만들어 낼 줄이야, 태하와 동료들은 아예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코어로 만든 무기는 일자로 길게 뻗어 나가는 레이저를 쏘아 냈다.
마치 레이저로 만든 대포의 느낌이랄까?
“출력 최대야! 총총, 쏴 버려!”
“발사다요오오오!”
치지지지지직, 콰아아앙!
타는 듯한 전기, 그리고 그 안을 꽉 채운 코어의 출력은 그야말로 닿는 모든 것을 녹여 버렸다.
-크에에에엑……!
비명횡사하는 망자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서큐버스까지 일거에 녹여 버렸다.
그야말로 모든 생명체를 무로 돌려 버리는 초토화 살인 기계가 아닐 수 없었다.
허나, 신기한 것은 지형이나 지물의 변화는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관통……을 하는 건가?”
“레이저의 형태이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한 방 시원하게 레이저를 쏜 총총.
윤정은 드디어 자신의 장비를 뽑아 들었다.
“자, 그럼 나도 한번 제대로 놀아 볼까?!”
“우흐흐, 이제까지는 시작에 불과했다요!”
그녀가 꺼내 놓은 것은 작은 큐브 형태의 조각들이었다.
사람 주먹보다 약간 작은 저 큐브들이 도대체 무슨 역할을 한다는 것일까?
태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심상치 않아. 윤정 씨가 저렇게 흥분하는 걸 보면 보통 무기는 아닐 거야.”
“그저 작은 큐브 조각에 불과하잖아요?”
“이 세상 모든 것은 겉모습만 봐선 판단할 수 없는 법이죠.”
[스킬: 커넥팅]
[멘탈리스트와 큐브드론이 페어링 됩니다]
[……커넥팅 진행 중……]
[완료되었습니다]
큐브드론은 마치 딱정벌레처럼 생긴 기계로 합체했다.
마치 블록 장난감처럼 말이다.
끼리리릭, 타악!
순식간에 딱정벌레로 변신한 큐브드론은 열두 쌍의 총신을 꺼내 놓았다.
윤정은 광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으하하, 죽어라!”
우우우웅……!
두두두두두!
일렬로 날아가며 미친 듯이 코어 레이저를 쏘아 대는 드론.
그야말로 추풍낙엽, 초토화라는 말은 아마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단어인 듯했다.
퍼버버버벅!
-크헤에엑!
-……꺄아악! 이런 저질스러운 인간들 같으니!
서큐버스는 손끝에 마력을 집중시킨 후, 드론 쪽으로 날려 보냈다.
마치 유도미사일처럼 날아간 마력 탄환이 드론에 적중했다.
빠각!
“맞았다……!”
“이제 끝인 건가?!”
드론은 확실히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
허나, 윤정은 실실거리는 미소를 지었다.
“후후, 가소롭군! 그따위 마법쯤이야 흡수하면 그만이지!”
“……대미지를 흡수한다고?”
“록큰롤 베이비!”
[스킬: 차지]
[멘탈리스트의 드론이 타격을 받을 때마다 공격력이 2배씩 일시적으로 증가합니다]
방금 전의 공격이 난사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그야말로 폭격이 시작되었다.
끼리리릭!
큐브드론은 순식간에 다시 모습을 바꾸더니 이번에는 제비의 모양으로 변신했다.
제비드론의 날개에서는 뭉뚝한 모양의 미사일이 발사되기 시작했고, 그것은 적을 향해 느릿느릿 떨어져 내렸다.
슈우우웅……!
드론은 미사일을 쏘자마자 이내 24개의 총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이내 쏟아 내기 시작하는 엄청난 양의 포화.
콰과과광!
“……미친 화력인데?”
“흐흐, 아직 놀라긴 일러요!”
윤정은 PDA를 꺼내더니 미사일의 탄착군을 조종하였다.
[스킬: 페어링]
[미사일을 직접 유도할 수 있습니다]
[타깃: 모든 적]
뭉뚝한 모양의 폭탄은 적의 머리 바로 위에서 터졌다.
그러자 폭탄에서 무려 수만 발의 작은 마이크로 폭탄이 쏟아져 나왔다.
“으하하! 쓸어버려!”
수만 발의 마이크로 폭탄은 적으로 간주된 물체에 달라붙어 폭발을 일으켰는데, 마이크로 폭탄 하나의 공격 범위는 3평 남짓이었다.
이 3평의 폭탄이 중첩을 이루며 겹겹이 폭발을 일으키니, 그야말로 사방은 초토화가 될 수밖에는 없었다.
쿠구구구궁, 콰아앙!
실제 공중폭격기가 폭격을 쏟아 내듯, 천지가 진동하고 몬스터가 타 죽는 고약한 냄새가 사방에 진동했다.
헬창스는 그저 입을 떡 벌릴 수밖에는 없었다.
“……이게 다 뭐야?”
“폐관수련을 한다더니 무슨 살인 병기가 되어서 돌아왔잖아, 이거!”
윤정과 총총은 하이파이브를 했다.
짜악!
둘은 아직 배가 고프다는 듯, 각자 후방의 적을 노려보았다.
“가자, 총총! 아직 잡아먹을 것들이 많아!”
“우헤헤헤! 기관총이다요!”
딸깍!
거대한 중화기의 녹색 버튼을 누르자, 모드가 바뀌더니 기관총으로 변하였다.
이번에는 코어의 충전 시간 없이 그냥 방아쇠만 당기면 자동으로 총알이 나갔다.
두두두두두!
그야말로 무식하게 뻗어 나가는 총탄들을 바라보며 총총은 광기에 가득한 웃음을 터뜨려 댔다.
“우헤헤헤! 죽어라요! 다 죽어라요!”
“……무섭네. 원래 몰먼이 저렇게 무서운 종족이었던가?”
총총은 오늘 제대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였다.
그리고 그는 오늘 몰먼족은 결코 약하지 않음을 증명한 것이었다.
***
한바탕 학살이 지나간 자리.
그야말로 71층은 시체로 가득했고, 이곳에 살아남은 것이라곤 태하 일행뿐이었다.
코어 수확은 나쁘지 않았고 레벨업도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
“아니, 윤정 씨.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총총이 가진 총은 뭐고, 드론은 또 뭐예요?”
“저번에 내가 각성했던 때 있잖아요? 그때 웨이브라는 스킬을 받았어요. 이 웨이브라는 게 뭐냐면, 일정 반경 이내에 있는 물체를 PDA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허어! 그러니까 드론이 얼마나 있든 간에 통제 범위 내에만 있다면 폭격도 가능하다는 거군요!”
“그런 셈이죠. 아직은 레벨이 낮아서 큐브드론 150개 정도만 컨트롤할 수 있지만, 이게 나중에 레벨이 오르면 조금 더 많은 군단을 거느릴 수도 있겠죠?”
“아니, 그렇다면 그 통제 물체는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건데요?”
“코어 회로에 블루스톤이라고 이름 붙인 물체로 만든 반도체를 부착하면 돼요.”
“블루스톤이요?”
그녀는 영롱하게 빛나는 푸른색 돌멩이를 태하에게 건넸다.
돌멩이에서는 딱 봐도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았다.
“이건 어디서 났어요?”
“폐관수련을 하면서 이런저런 실험을 해 봤는데 스킬 신호를 가장 잘 받는 물질이 바로 이거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가공하고 MPU로 만들어서 드론에 부착시켰죠. 그랬더니 아주 말을 기똥차게 잘 듣네요.”
“허 참, 살다 보니 정말 별일이 다 있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다 총총 덕분이에요.”
“총총이요?”
“지금 제가 착용하고 있는 이 장비, 총총이 개발한 거거든요.”
“허어! 정말요?”
태하는 자동적으로 총총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총총은 쑥스러운 듯이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마을에 동력을 전달하는 코어 발전기를 소형화시켜 봤다요! 그랬더니 어마어마한 출력이 나왔다요! 그걸 박사 나리가 개조해서 총기로 만든 것이다요!”
“아니, 그럼 뭐야. 이제 앞으로 던전에서 드론을 날리는 게 흔해지는 시대가 온 건가?”
총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총총이 직접 무선 신호를 주고 드론을 조작해 봤는데, 불가능했다요! 아무래도 드론을 조종한다거나 총기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박사 나리뿐인 것 같다요!”
“그럼 방금 총총 너는 총을 어떻게 쏜 건데?”
“총에는 박사 나리의 통제를 받는 억제기가 붙어 있다요! 그래서 총총이 총을 쏘고 전력을 컨트롤할 수 있는 거다요!”
“흠…….”
“아무래도 이 던전에는 원거리 신호를 방해하는 전파 같은 것이 흐르는 모양이다요! 그 전파는 화약류에도 영향을 줘서 가지고 오면 터지는 거다요! 코어의 출력도 불안정해져서 아주 적은 양의 전류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에는 폭발을 일으킨다요!”
“아하! 그러니까 윤정 씨가 일종의 안정기 역할을 해 주는 셈이네?”
“역시 나리는 똑똑하다요! 나리, 짱이다요!”
별것 아닌 줄 알았던 능력이 이제 보니 대박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결국 멘탈리스트라는 특성은 윤정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된 셈이었다.
허나, 이것은 그녀에게만 기회가 된 것이 아니었다.
스스스스……!
별안간 빛을 내뿜기 시작하는 임혁수.
“……어라? 뭐여, 난 이미 한 번 각성을 했는디?”
“전직! 형님, 전직하는 것 같은데요?”
“허어, 전직?!”
예전에 영수가 그랬듯, 임혁수 역시 지금의 모습에서 탈피하여 조금 더 강력한 곳을 향해 한 발짝 내디딘 것이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71층에서 워낙 많은 몬스터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마탄사수 -> 엘리멘탈 거너]
[전직하셨습니다]
전직과 함께 모든 스킬이 교체되었다.
임혁수는 지금까지 속성을 부여하거나 고속 회전을 위시하여 적을 한 방에 보내 버리는 일격필살에 특화되어 있었다.
허나, 쌍권총을 이용하여 동시에 두 가지 속성의 탄환을 무한으로 난사한다거나 적을 정확하게 저격할 수 있는 능력도 생겼다.
“……쌍권총이 합체도 된다는디?”
“합체요?”
“저격총으로 말이여!”
“허어, 그래요?”
“이야, 이거 완전 물건이었네그려!”
앞으로 과연 임혁수가 어떤 활약을 하게 될지, 파티는 기대가 되었다.
허나, 오늘의 기대주는 임혁수뿐만이 아니었다.
끼이이잉……!
“어어……?”
“신성 형님도 전직을?!”
[유성격 정글러 -> 원공]
[전직하셨습니다]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글러에서 원공으로 전직을 했다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허나, 그것은 스킬트리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특성: 도술, 분신술]
[제천대성의 특성을 담은 여의봉과 혼연일체가 됩니다]
“허어! 제천대성?! 그런 특성을 쓸 수 있었던가?”
“신박하네, 이거!”
단순한 한 방 정글러에서 이제는 분신술과 도술을 사용하고 적을 교란하며, 기존의 한 방 스킬을 업그레이드해서 사용할 수도 있었다.
한마디로 정글 부문에서 이제 신성을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었다.
“72층부터는 과연 사냥이 어떻게 될지 너무 기대가 되는데요?”
“……곧바로 올라갑시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데!”
파티는 한껏 고무되었다.
이제 전원이 특성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의 완벽한 포지션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허나, 태하는 여기서 잠시 브레이크를 걸었다.
“너무 서두르면 탈이 나는 법이죠. 잠시 휴식하면서 합을 맞춰 보고 새로운 메타도 좀 짜 보자고요.”
용팔은 태하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1일 1사냥! 대회 때까지는 그렇게 하자고요. 반나절만 사냥하고 나머지는 훈련하고, 어때요?”
“오호, 그래. 원래 우리의 루틴이라는 게 있었지. 그래, 루틴을 지키자고.”
“그럼 내려가서 빡세게 운동 좀 조져 볼까요?!”
헬창스의 소울은 누가 뭐래도 근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