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스레이드-88화 (88/197)

088 재활훈련(2)

이른 아침의 덕림헬스.

덕림헬스로 너무나도 뜻밖의 인물이 찾아왔다.

“……프리미어 리그?”

“네, 영국에서 찾아왔다고 해요! 이야, 헌터님의 명성이 이제는 유럽까지 퍼진 건가요?! 이거, 아주 그레이트한 일 아니에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근육남은 누가 뭐래도 태하다.

헌데 그를 찾아온 사람은 뜻밖에도 축구 선수였다.

라이오넬 사우스체스터, 얼마 전에 전방 십자인대 파열 및 발목 부상으로 화제가 된 바가 있었다.

‘이 사람이 바로 그녀가 보낸 사람인 건가?’

빅토리아의 인맥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허나, 그는 자신이 과연 라이오넬 사우스체스터를 가르칠 수 있을까 싶었다.

“흠……. 나는 보디빌딩 선수인데 어떻게 축구 선수를 케어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일단 저 사람의 얘기를 들어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래요. 일단 들어나 보자고요.”

용팔의 말에 따라 라이오넬 사우스체스터를 만나 보기로 한 태하.

지하 휴게실로 내려가니 야구 모자에 선글라스, 마스크까지 착용한 그가 보인다.

‘오히려 저러고 다니는 게 더 의심을 사지 않을까 싶은데.’

누가 보아도 유명 인사로 느껴질 정도의 변장이었다.

태하는 그에게 악수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정태하입니다.”

그런데 라이오넬 사우스체스터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 대신에 악수를 받는 매니저.

“……미안합니다. 라이오넬이 병원 치료를 받는 동안 워낙 충격이 커서 실어증에 걸렸다는군요.”

“실어증……? 충격이 정말 컸나 보군요.”

“아들이 보는 앞에서 부상을 당했고 아내에게 유로파 리그의 우승컵을 안겨다 준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면서…….”

“음……. 상심이 크긴 하겠네요.”

“더욱 문제는 얼마 전에 아내가…….”

고개를 뚝 떨구는 라이오넬.

태하는 분위기로 그의 아내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라이오넬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의 얼굴을 마주한 태하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엠톨을?!”

고양이처럼 변하는 눈동자, 그리고 물고기같이 생긴 입술.

그건 엠톨의 부작용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태하가 누구보다도 더 잘 알았다.

“부상을 극복하겠다고 엠톨을 처방받았는데, 부작용만 남았습니다. 이대로는 복귀조차 할 수 없을 겁니다.”

“아아…….”

안타까움에 할 말을 잃었다.

라이오넬은 평소 주변의 신망이 두터운 사람이었고 도처에 선행을 베풀고 다니는 의인이기도 했다.

“……으으, 가아아르쳐어, 주우세에요요……!”

놀랍게도 입을 떼는 라이오넬.

약간 어눌한 발음의 한국어, 그 목소리에서 간절함이 가득 느껴졌다.

실어증을 극복한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허나, 그는 간절함으로 그 모든 것을 이겨 내고 있었던 것이다.

[패시브: 헬창계의 연금술사 - 열정의 전도사]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을 개조하는 용광로가 되어 보십시오.]

[‘근육의 인간 개조’ 포인트가 상승하면 대사형의 오러가 강화됩니다]

[추신: 마이트가 당신과 라이오넬을 응원합니다]

마이트는 봄처럼 따뜻한 성좌다.

태하는 그의 성향과 유지를 이어받았으므로 라이오넬을 치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좋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우리 헬창스의 운동 스케줄에 따라서 운동을 합시다. 다만, 도핑은 할 수 없어요. 그에 대한 지식도 없거니와, 그건 너무나도 위험한 행동이니까요.”

“……네에!”

비록 태하는 천연 스테로이드가 분비되는 몸이라곤 하나, 일반인에게 그걸 권장하고 싶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천천히 하는 것이 중요했다.

***

그야말로 라이오넬을 무식하게 몰아치는 태하.

데드리프트를 하는 라이오넬의 얼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으으으읍……!”

“리프트, 리프트! 할 수 있어요, 라이오넬!”

검진 결과, 이제는 부상에서 회복하여 정상인과 다를 바가 없다고 했다.

라이오넬에게 필요한 것은 정신력, 즉 마인드컨트롤이었던 것이다.

허나, 그걸 지켜보는 매니저들은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노 웨이! 미스터 정, 이러다가 정말 죽어요!”

“안 죽습니다. 노 페인, 노 게인!”

“하지만 이건 오버트레이닝으로 가는…….”

“오버트레이닝도 때론 필요합니다. 그깟 고통쯤이야, 이겨 내면 그만 아닙니까?”

라이오넬은 매니저들을 손으로 스윽 치워 냈다.

그는 굳은 결심을 다진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에이이! 렛츠, 고우우……!”

“좋아요, 바로 이겁니다!”

사실, 태하가 마음만 먹는다면 까미를 통해서 기억을 조작할 수도 있었다.

허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불안과 우울을 감소시키는 싱크로 멘탈리즘을 통해 불안정만 해소할 뿐이었다.

나머지는 라이오넬이 자신의 굳은 의지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고, 라이오넬은 태하의 바람처럼 그것을 이겨 내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시작되는 데드리프트.

“으으으읍……!”

다리가 덜덜 떨려 오는 라이오넬.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달려와 보조를 해 주려 했다.

허나, 태하는 그들을 막아섰다.

“안 됩니다. 보조는 받지 마세요. 100kg을 들면 그냥 100kg만 드세요. 10개를 할 수 있는 무게를 한참이나 벗어났는데도 억지로 강제 반복을 한다면 당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일 수 없습니다.”

“……강제 반복 없이 모든 힘을 쥐어짜 내라는 건가요?”

“물론이죠! 남이 도와줘서 100kg의 덤벨을 들면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세계를 제패했던 보디빌딩의 레전드는 이런 말을 했다.

‘보조를 받아서 100kg 벤치프레스를 10개 들었다고 치자. 그런데도 내가 벤치 100kg을 친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는 보현 관장의 마인드와 비슷한 것이었다.

옆에서 사람이 강제 반복을 도와주는 건 자신의 한계치를 끌어낼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것.

고립관의 회원들은 라이오넬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졌다.

그리고 그들은 라이오넬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 주었다.

“예압, 베이비! 할 수 있어요!”

“렛츠, 고우우우!”

“리프트, 라이오넬!”

주변에서 마구 먹여 주는 스테로이드 마인드.

라이오넬은 결국 리프팅을 성공시켰다.

“으허어업!”

“오오오! 됐다!”

짝짝짝!

회원들은 마치 자기가 리프팅을 성공한 것처럼 크게 기뻐해 주었다.

리프팅을 마친 라이오넬은 그 자리에 서서 돌연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흑흑, 고맙습니다!”

“울지 마세요. 왜 울어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시간이 해결해 줄 겁니다.”

“맞습니다! 울면 근 손실 옵니다! 그럴 시간에 차라리 데드리프트를 한 세트 더 하세요!”

태하는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인간의 상처는 그리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또한, 그것을 괜히 섣부르게 건드렸다간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만들 수도 있었다.

‘진정한 응원과 위로, 그것이 필요했겠지.’

라이오넬은 당장 울음을 그치고 회원들과 함께 데드리프트를 실컷 조졌다.

***

이른 아침부터 던전을 찾은 태하.

며칠 전부터 그는 ‘헬창계의 연금술사’ 스킬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 연구 중이었다.

그는 총총을 만났다.

“짭짤한 돌을 채취해 달라는 말이냐요?”

“그런 셈이지. 해 줄 수 있어?”

“헤헤, 나리가 부탁하면 당연히 해준다요!”

얼마 전부터 지식의 양을 점점 늘리고 있는 태하.

그는 비취 석판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고 싶었기에 두뇌에 점진적 과부하를 시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그의 두뇌는 점진적 과부하를 적용받아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었다.

[스킬: Lv.2 검색]

[메피스토의 서고에서 원하는 지식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Lv.2: 검색 범위와 용량이 80% 제한됩니다]

[검색 스킬에 대한 보너스: 인텔리전스, 위즈덤 +5%]

이를 바탕으로 라이프스톤을 정상적으로 사용한다면 신체 기능을 회복하고 근육량 증가 등에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었다.

총총은 얼마 전부터 태하와 교역 관계를 맺고 있었는데, 지하에서 나오는 광물과 식재료를 바꿔서 몰먼족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저 다른 것 말고 라이프스톤만 주면 되는 일이니 총총의 입장에서는 어려울 것 없는 일이었다.

“양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아.”

“헤헤, 많이 줄 수도 있다요! 여기, 짭짤한 돌 많다요! 다 가져가라요!”

“아니야, 과유불급.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화를 입을 수도 있다는 뜻이지.”

“……뭔가 심오하다요! 우리 몰먼도 책 읽고 싶다요!”

“아, 그래? 그럼 나중에 올 때 책도 좀 가져다줄게. 크기를 좀 작게 인쇄해서 말이야.”

“오옷, 감사하다요! 나리, 최고다요!”

총총은 태하의 말에 얼굴을 비비적거리며 최고의 찬사와 경외를 보내 주었다.

원재료를 확보했겠다, 태하는 지상으로 내려갔다.

그는 파트너 법무법인인 ‘최선’을 찾아갔다.

최선에서는 태하가 요청한 인수합병에 대한 사안을 파트너 회계사와 연계하여 처리했다.

“식약품 제조 회사 중에서 신뢰도가 상당히 높은 기업 두 곳을 인수해서 합병했습니다. 금액은 320억 상당이며 당장 제품 생산도 가능합니다.”

“그럼 연구도 가능하겠네요?”

“물론입니다. 비록 수도의 파괴로 기업 기반이 상당 부분 유실된 점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기술 특허와 연구소, 공장 몇 개는 남아 있으니까요.”

“좋습니다. 인수하고 연구 담당자를 제게 직접 연결해 주세요.”

***

며칠 후, 태하에게로 식약품 제조 회사 ‘헬친’의 등기 이전 서류가 도착했다.

그와 함께 주식회사 헬친에서는 ‘헬친연구소’의 라이프스톤 기반 보충에 대한 성분 조사표를 보내왔다.

헬친연구소는 ‘제조 적합’이라는 판정 문구를 적어 놓았다.

이제 FDA 승인도 요청해 둔 상태인데, 아무래도 한 달 안으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아수라 연구소의 연구 중에서도 쓸모 있는 게 있다니.”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은 임상 시험을 해 온 아수라 길드는 라이프스톤이 체내에 유입되면 어떤 결과를 보이는지 이미 정립까지 해 놓았다.

이를 바탕으로 자료를 취합해서 미국에 보냈더니,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다만, 라이프스톤의 원산지는 기밀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심사가 한 달 소요되는 것이었다.

그날 오후.

태하는 오늘도 열심히 운동 중인 라이오넬을 찾았다.

“스콰아아앗!”

“으허어업!”

“오케이, 이지 버디!”

“……감사합니다!”

라이오넬은 헬스장 식구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멘탈을 완전히 회복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실어증 환자가 아니었으며 신체 능력도 엄청나게 발달해 있었다.

그는 태하를 보자, 보현 관장식 인사를 건넸다.

“요, 베비, 요!”

“요, 쏘 베비, 요!”

“요, 쏘 베비, 쏘 베비, 쏘 베비, 요!”

상당히 괴상망측한 인사법이다.

허나, 남자들의 우정을 이보다 더 진하게 표현하는 방법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라이오넬은 태하에게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정 코치님, 저희 구단에서 코치님을 재활고문으로 기용하고 싶다고 하는데, 해 주실 수 있습니까? 지금처럼 가끔 선수 1명씩 보내서 재활을 하고 가는 겁니다.”

“나쁘지 않지요.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만 있다면야.”

“감사합니다! 저도 코치님을 대사형으로 모실게요!”

이제 두 사람은 사형제가 된 것이었다.

라이오넬은 시즌 복귀를 위해 며칠 후 영국으로 돌아갔다.

그가 돌아갔다는 소식을 접한 후에도 태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헬스장의 문을 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헬스장 앞에 뭔가 잔뜩 쌓여 있는 것이 보인다.

“이게 뭐지?”

상자들을 열어 보니 온갖 선물들이 다 들어 있었다.

그 안에는 지금까지 라이오넬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정성껏 쓴 편지가 들어 있었다.

모두들 국적은 달라도 마음은 하나였다.

‘라이오넬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은 우리들의 영웅입니다.’

가슴이 정말로 따뜻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패시브: 대사형의 오러]

[당신을 존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숫자만큼 당신의 스킬 레벨이 상승합니다]

[추신: 무조건적인 선행, 지금 이 순간을 절대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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