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스레이드-66화 (66/197)

066 죽어라, 이 악랄한 놈들아!(2)

고오오오……!

마치 블랙홀을 보는 느낌이었다.

태하는 공허의 영검술이 만들어 내는 진가를 직접 목격하고 있었다.

‘마이너스 에너지만 있으면 그야말로 무적이라더니, 정말이네.’

저 작은 블랙홀은 스치는 모든 것을 무(無)의 형태로 돌리는 힘을 가졌는데, 이것은 이용광의 뜻에 따라서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했으며 진행 방향을 일부 수정할 수도 있었다.

심지어는 이 블랙홀을 회수할 수도 있었다.

“자, 무라!”

“이런 제기랄!”

블랙홀을 회수하면 그길로 후진을 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에 태하는 그것에 맞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가까스로 블랙홀을 피해 내니, 이번에는 검에서 강력한 검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몸이 녹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려 줄 끼라!”

고오오오오!

도대체 대미지가 어느 정도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 불꽃이었다.

이용광은 그것마저도 자유자재로 조종했다.

“……이 새끼, 완전 메피스토잖아?”

“메피스토와는 비교가 안 되지 싶은데. 이래 좋은 구경 시켜 줘서 억수로 고맙다 아이가? 으이?”

“개소리 싸지르고 앉았네!”

태하는 마력을 끊어 버리기로 했다.

[스킬: 캔슬레이션]

[적의 스킬 레벨과 동일합니다. 마법을 상쇄합니다]

이용광은 마공 계열로 원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근딜이기도 하다.

다만 이용광에게는 물리 타격이 없어서 캔슬레이션에 걸리면 그대로 끝이었다.

“후후, 이제 끝이…….”

“그래 쉽게 당할 성싶었나? 역시 애송이!”

불꽃은 그의 통제를 벗어났을 뿐, 여전히 살아서 태하를 공격해 왔다.

일단 방패로 불꽃을 막아 보는 태하.

고오오오오……!

“……이런 씨부랄!”

팔에 용암이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뜨거운 걸 몸에 가져다 대도 이런 느낌이 날까 싶었다.

“지금이라도 용서를 빌고 사죄한다면 목숨은 살려 줄 끼라. 알았나?”

“……뭔 개소리를 그렇게 정성스럽게 하신데.”

“하모 별수 있나? 이참에 버릇을 고쳐야지!”

이번에는 불꽃으로 공을 만드는 이용광.

그와 동시에 2개의 공허 구체가 태하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이번에는 네 가지 공격이 동시에 들어온 것이었다.

“이것도 막을 수 있나 함 보자, 마!”

놀랍게도 이용광은 자신의 신영을 투명하게 만든 후, 태하에게 순식간에 다가왔다.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당연히 공격을 막아 낼 수도 없었다.

서걱!

“크어어억!”

만약 상완삼두가 버텨 주지 못했다면 이미 태하는 팔이 잘려 나갔을지도 모른다.

그제야 보이는 이용광의 신영.

반투명으로 된 이용광은 웃으며 말했다.

“허, 참말로 대단한 팔이데이. 그런 팔모가지를 만들려면 운동을 얼마나 해야 되노?”

“……그야 평생을 멸치로 살아온 네가 어떻게 알겠냐? 그리고 넌 운동해도 안 돼. 근성이 쓰레기라서.”

“근성 하면 이용광인데. 인마는 그걸 모르네.”

이용광은 다시 신영을 흐트러뜨리더니, 이내 귀신처럼 태하의 뒤로 돌아와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광배근에 타격을 입는 태하.

끼기기긱……!

마치 철판을 긁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태하는 약간의 타격을 입으며 저만치 날아갔다.

쿠웅!

구석에 처박힌 태하는 인상을 와락 구겼다.

“이 새끼가 내 아르테미스한테 상처를 내?”

“아르테미스? 등 근육의 학명이가?”

“학명은 무슨, 내 광배근 이름이 아르테미스다.”

“……미친놈 아이가?”

“가자, 아르테미스!”

이용광의 전투력은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대단했다.

허나, 태하에게도 비장의 카드는 있었다.

파앗!

점멸로 한차례 신영을 튕긴 태하는 그대로 돌격하여 이용광에게 몸통 박치기를 선물해 주었다.

콰아앙!

한 방 맞은 이용광은 그대로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으헛?!”

“이래서 사람은 근육을 키워야 해!”

태하는 이용광의 멱살을 잡곤 그 아래 스트랩을 감았다.

힘을 받은 태하의 악력은 그야말로 괴물과도 같았다.

“이, 이거 안 놓나?!”

“옷 좋더라? 아까 보니까 불길이 닿아도 옷은 멀쩡했어. 심지어 불이 네 손을 떠났는데도 말이야. 그렇다는 건 옷이 X나게 쫀쫀하다는 뜻 아니겠냐?”

이용광은 돈이 많은 만큼 엄청나게 좋은 옷을 입고 다닌다.

심지어 사냥을 할 때는 헤츨링의 가죽으로 만든 아주 질기고도 튼튼한 옷을 걸치는데, 이것은 다이아몬드로 수를 놓은 옷보다 훨씬 더 비싼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자신을 그만큼 아낀 것이, 역으로 태하에게는 근접 공격의 빌미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태하는 이용광의 멱살을 오른손으로 꽉 잡은 동시에 왼손을 꽉 말아 쥐었다.

“헤머컬!”

쿠우웅!

천지가 진동할 정도로 강력한 태하의 헤머링.

이것에 맞으면 천하의 단단한 몬스터의 두개골이라도 한 방에 쪼개져 가루가 되고 만다.

허나, 이용광은 일격에 사망하지는 않았다.

“쿨럭!”

다만, 눈이 약간 튀어나왔고 머리통에 압력이 가해져 귀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푸학!

그럼에도 여전히 버티고 서 있는 것을 보면 이용광도 보통의 맷집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마가 돌았나?!”

이용광은 태하의 왼팔을 검은 화염으로 지져 버렸다.

치지지직!

그러자 태하의 손이 약간 풀렸다.

“으으윽!”

“애송이가 이만하면 어른 상대로 억수로 선전했다 아이가?! 그럼, 잘 가그래이!”

스릉!

검을 치켜든 이용광이 태하의 복부를 찌르려 검을 뻗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파란색 공이 튀어 올랐다.

통……!

“뭐고……?”

“뭐긴, EMP지!”

콰지지지직!

전자펄스를 응용해서 만든 윤정의 폭탄이 사방 천지를 모두 어둠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제부터는 그 누구도 마력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다.

태하는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이러면 진짜 일대일이지.”

“이런 씨발……!”

“자, 그럼 시작해 보자!”

마력 없이, 스킬 없이, 패시브 없이 싸우는 건 태하의 전문이다.

각성자에게 막상 마력과 스킬이 없어지면, 비각성자와 다를 바가 없어진다.

아니, 오히려 비각성자가 더 유리해진다.

비각성자는 각성자를 뛰어넘기 위해 피가 터지는 노력을 하지만, 각성자는 보통 그 능력에만 심취해있기 때문이다.

태하는 먼저 복싱 자세를 잡고 앞으로 쭈욱 전진했다.

쉬이익!

이용광은 태어나서 격투기라곤 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런……!”

“이게 바로 보디블로다!”

빠각!

이용광의 옆구리를 강타하는 태하의 주먹.

순식간에 이용광은 신영이 고꾸라져 마치 비스듬하게 누운 고목처럼 되어 버렸다.

“크허억!”

“그다음이 바로 어퍼!”

퍼억!

태하는 그야말로 이용광을 샌드백처럼 미친 듯이 두들기기 시작했다.

도대체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태하.

심지어 그는 최근에 몸이 예전에 비해 족히 4배 이상 커졌기 때문에 그 공격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쿠웅, 쿠웅……!

마치 거대한 해머로 사람을 흠씬 두들겨 패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이쯤 되면 사람이 버틸 수 없지 않을까 싶었다.

그때, 윤정이 태하를 말렸다.

“그만, 헬창 헌터씨! 이제 그만 때려야 해요! 잘못하면 이 아저씨 죽는다고! 이 아저씨 죽으면 우리가 그렇게 원하던 아이도 못 찾는다고요! 그만 때리고 이제……. 아니, 그나저나 나 잘했지! 응? 나 잘했죠?!”

“흠! 그래요. 잘했어요. 그리고 이놈도 이제 그만 때려야겠어요.”

태하는 손과 발을 카본파이버로 꽁꽁 묶은 후, 아예 입에 코어펄스 폭탄을 물려 버렸다.

“우우, 우우욱……!”

“닥쳐, 이 새끼야. 넌 이제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거다. 만약 그렇게 안 된다면? 그럼 내가 너를 직접 죽일 것이고.”

***

헌터협회 임시 공격대의 포위망을 뚫고 백선에게로 달려오는 데스워리어.

“스승님!”

제자들은 백선을 보호하고자 나섰다.

허나, 그는 손을 들어 제자들을 만류하였다.

“아니, 잠깐.”

“스, 스승님?”

“이놈의 상대는 내가 아닌 것 같구나.”

그의 말처럼 데스워리어는 백선이 아닌 라이먼트에게로 달려들었다.

-……지킨다!

“지킨다고……?”

-꼬맹이들, 지킨다!

백선이 아래를 내려다보니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낱 괴물 따위가 인간을 지키겠다고 지금 싸우고 있는 것인가?’

그때부터 이어지는 데스워리어와 라이먼트의 싸움.

이것은 그야말로 주변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다 주기에 충분했다.

-쿠오오오!

콰앙!

데스워리어의 칼날이 라이먼트의 머리통을 후려치면서 상당히 묵직한 타격감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인간의 공격은 안 듣는데 데스워리어의 칼은 듣는단 말인가?”

“같은 마이너스 에너지이기에 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

데스워리어는 라이먼트와 비교해서 전투력이 현저히 낮은 편이었지만, 그를 지원해 주는 세력이 누구냐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크헬헬!

바로 어깨 위에서 마법을 써 주며 데스워리어를 지원해 주는 메이지가 있었기 때문에 라이먼트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참 접전이 이어지고 있던 바로 그때였다.

“얘들아, 형 왔다!”

-크헬!

-……대장이다!

태하는 마구 설치던 라이먼트의 심장에 스트랩을 꽂아 버렸다.

퍼억!

-크아아아앙!

안 그래도 데스워리어와 한창 싸우느라 진이 다 빠졌던 라이먼트는 일격에 심장을 내어 주고 말았다.

[스킬: 약탈]

[스킬 레벨: Lv.12]

[라이먼트의 스킬을 약탈합니다]

[두뇌와 특성을 약탈합니다]

태하는 방금 이용광과의 싸움에서 입었던 타격을 아주 깔끔하게 회복했다.

“아이고, 좋다!”

-대장, 이겼다!

“자, 그럼 이제 그만 돌아가자. 홍아!”

홍이는 어느새 나와 데스워리어와 그 동료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파앗!

그리고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마이너스 코어.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마이너스 코어 획득량 총 3,643,231……]

씁쓸한 일이다.

마이너스 코어의 양만큼 사람이 희생되었다는 뜻 아니겠는가?

‘모두들 성불하시길…….’

한편.

돌아서는 태하를 바라보는 백선은 아주 복잡하고도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청년에게서는 지금까지 그 어떤 존재에게서도 보지 못했던 신묘한 힘이 느껴진다. 이건 단순히 벌모세수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야. 어쩌면 저 청년은 탑의 수호자에게 선택을 받은 존재인지도 모르겠군!’

한편, 그런 태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있었다.

그는 바로 현영태였다.

‘……정태하, 위험한 놈이다. 너무 많이 커 버렸어.’

라이먼트를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워 버렸고, 소문에 따르면 아이들까지 구했다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청룡방의 진짜 후계자가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안 된다. 저놈, 절대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안 된다!’

***

아수라 컴퍼니는 살인멸구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들은 이용광의 칼날에서 어떻게든 회사를 지키려 했으나, 비서진 6명이 사망하는 대참사를 겪었다.

허나, 그래도 그들은 꿋꿋하게 회사를 지켜 냈다.

지금까지 자회사들이 가지고 있었던 정보와 자료, 그리고 기타 연구 실적까지 전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다 죽어 가는 마당에도 고상근의 딸 은하를 지켜 냈다.

“……은하야, 괜찮니?”

박윤호는 고개를 끄덕이는 은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미안하다……. 일전에는 내가 너희 가족을 지켜 주지 못했어.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그 빚을 갚은 거야.”

“아저씨가 연구소를 세웠어?”

“……그런 건 아니야. 하지만 그에 일조했다고 볼 수 있지.”

그는 은하에게 USB를 2개 건네주었다.

“하나는 정태하 회장님 드리고, 하나는 네가 가지고 있어…….”

“이게 뭔데?”

“1개는 정태하 회장님께서 반드시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네 이모의 위치가 들어 있는 파일이란다…….”

“이모……?”

박윤호는 살인멸구의 수라장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허나,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박윤호는 은하의 손을 꼭 잡은 채 말했다.

“……네가 이모를 구해 줘야 해. 알겠지?”

“내가?”

“꼭, 꼭이야…….”

박윤호는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차갑게 식어 가는 그의 신영 옆에 앉아 있던 은하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태하의 목소리였다.

“은하야! 거기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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