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스레이드-63화 (63/197)

063 재앙(1)

거대한 몸집의 태하는 선생을 위협하던 놈을 베어 버리곤 곧장 도약하여 교문 뒤를 지키고 있던 녀석의 안면에 주먹을 갈겨 버렸다.

빠각!

“크허억!”

“쉿! 닥치지 못할까!”

태하는 그가 주먹에 맞아 날아갈 때에 맞춰서 돌격 스킬을 사용했다.

놈이 날아가는 동시에 주머니에서 뭔가 꺼내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제법인데?’

[스킬: 돌격]

[전방을 향해 빠르게 돌격합니다]

[특성: 슈퍼아머]

슈퍼아머 계열 스킬은 적이 때리건 말건 무조건 시전 시간만큼은 견딜 수 있는 특성이 있다.

태하는 그 특성을 이용해서 적의 공격을 막아 낼 생각이었던 것이다.

피융!

놈의 주머니에서는 보우건이 나왔다.

아무래도 소리가 나는 총보다는 소리 없이 사람을 죽이기에 가장 적합한 무기를 고른 모양이었다.

태하는 놈의 보우건을 정면으로 돌파하면서 주먹을 다시 내질렀다.

“이얍!”

빠각!

다시 한 방 죽빵을 갈겼다.

허나, 놀랍게도 놈은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빠르게 보우건을 장전했다.

철컥!

보우건을 장전하는 것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활시위를 뒤로 당겨서 장전할 때 걸리는 시간은 상당히 길기 때문에 석궁은 전쟁사에서 사라지지 않았던가.

허나, 이놈은 달랐다.

불과 1초, 아니, 그것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피융!

‘……이 새끼, 정체가 뭐야?’

태하는 화살을 피해 단거리 점멸을 했다.

파앗!

허나, 뒤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의 앞으로 다가서는 동작이었다.

태하는 놀라는 상대방의 턱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

빠각!

“으허억……!”

“오랜만에 하이킥을 차 보네.”

태하가 놈을 죽이지 않은 이유는 추후에 그를 고문해서라도 정보를 얻어 내기 위함이었다.

“메이지!”

-크헬헬!

“이놈들 포박해서 잘 묶어 놔. 나중에 고문하게.”

-크헬?

“아, 그래. 던전으로 데리고 가는 게 가장 빠르겠구나. 50층으로 데려가자고. 홍아!”

이번에는 홍이가 소환되었다.

퍼엉!

-뿅, 짜자잔!

“홍이야, 이놈 나쁜 놈이거든? 50층으로 데려가 줄 수 있어? 데스워리어에게 이놈을 몹시 쳐서 죽지 않을 만큼만 조지라고 전해 주고.”

-사랑해?

“응, 당연히 사랑하지!”

-응! 알겠어!

다시 사라지는 홍이.

퍼엉!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학생들과 교사들은 그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태하는 쓰게 웃으며 물었다.

“여기가 몇 학년 몇 반이죠?”

***

1학년과 2학년이 수업을 받는 1층에서만 무려 8명의 자객을 죽였다.

그럼에도 태하는 여전히 이곳에 의문의 복면인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5학년은 많이 죽었어요. 누구를 찾고 있는 것 같은데, 애들이 대답을 제대로 못 해서 죽인 것 같더라고요.”

“누구를 찾아요?”

“거기까진 잘 모르겠어요…….”

“흠, 그래요?”

지독한 놈들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직 중학교도 못 들어간 아이들을 사람 하나 찾겠다고 도륙을 하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태하는 일단 그놈들부터 차례대로 없애기로 했다.

“일단 이곳에 좀 계세요. 제가 놈들을 없애고 오겠습니다.”

“……그놈들, 엄청나다고요!”

“알아요. 하지만 저도 보통은 아니에요. 아까 보셨잖아요?”

“그, 그건 그렇지만.”

불안해하는 교사들. 허나, 태하는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더 이상 아이들이 죽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지 않은가.

파바바밧!

아주 가볍게 신영을 뻗어 2층으로 올라간 태하.

이곳에는 3학년과 4학년들이 있다고 했다.

태하는 데스벳을 보내서 먼저 정찰하도록 했다.

-끼리리릭!

“가서 정찰해 와. 놈들이 몇 명이나 있는지 보고 다음 행보를 결정하자고.”

최대한 소리를 감춘다고 했지만, 적들이 태하의 진입을 눈치챘을 수도 있다.

그러니 가능하면 최대한 빠르게 사태를 정리하려는 것이었다.

2층을 수색하는 동안 태하는 3층으로도 데스벳을 보냈다.

동시에 2개의 층에서 정보를 받아 온 태하.

“흠, 그러니까 2층에는 12명, 3층에는 20명이 넘는 살인자들이 있다, 이거지?”

-끼리릭!

“좋아, 그럼 너희들은 혹시라도 이 학교로 놈들이 또 들이닥칠지 모르니 경계를 서고 있어.”

-끼릭!

녀석들을 보초로 세워 놓고 태하는 2층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기껏해야 12명이니 해치우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허나, 한 가지 문제는 있었다.

12명은 교실에 2명씩 나뉘어 있어서 한 곳을 정리할 때 다른 교실에서 이를 눈치채고 인질들을 살해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해답은 오직 하나였다.

“메이지!”

-크에헬!

벌써 50층을 다녀온 메이지는 전투준비가 되었다는 듯 이마의 보석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블랙 나이트를 소환해서 각 교실로 보내. 특히나 3층에는 최소 50마리쯤은 보내야 할 거야.”

-크헬헬!

“아, 그래! 3층에서 아이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할 수도 있겠군. 흠, 그럼 네가 3층을 맡아. 할 수 있지?”

-크헬!

이제 메이지도 어지간한 A급 헌터 파티 하나로는 잡을 수도 없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아마 녀석을 상대하려면 최소 S급 헌터 둘 이상은 있어야 할 것이다.

태하는 메이지에게 3층을 잠시 맡겨 두고 2층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자, 그럼 가자!”

스스스스……!

바닥에서 검은 그림자와 함께 솟아난 블랙 나이트는 태하의 지시에 따라서 교실로 들어가 괴한들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릉!

“……뭐, 뭐야?! 블랙 나이트가 갑자기 왜 나타나?!”

블랙 나이트의 공격력은 어지간한 B급 헌터쯤은 가볍게 넘어서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난 힘을 가진 사람과 붙어도 최소 1분 정도는 벌어 줄 수 있을 것이다.

태하는 그 틈을 타 3학년 1반으로 들어갔다.

드르륵!

문을 열자마자 점멸하며 검을 뻗은 태하.

퍼억!

놈의 머리통이 날아가 바닥에 널브러졌고, 그는 곧바로 다시 점멸하여 교실 뒤쪽에 있던 놈의 머리를 쳤다.

서걱……!

순식간에 2명이 정리되었다.

태하는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대며 ‘쉿’이라고 했다.

물론, 아이들은 까미의 정신 지배 마법에 걸려서 지금 자신들이 뭘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를 것이다.

“다들 1층으로 가세요. 한곳에 모여 있어야 해요. 나머지는 제가 구해서 데리고 가겠습니다. 어서요!”

“……네!”

미안하지만 교사는 정신 지배를 걸 수 없었다.

아이들을 인솔해야 하니 말이다.

교사는 아이들을 인솔하기 시작했고, 태하는 곧바로 벽을 넘어 다음 반으로 향했다.

파앗!

점멸은 재사용 대기 시간은 없으나 길이가 짧다는 것이 문제였다.

해서 태하는 벽을 넘어가자마자 곧바로 돌격 스킬을 써서 아이들을 위협하는 놈의 목을 베어 버렸다.

서걱!

단 1초도 안 되는 시간, 모두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르게 놈들은 죽어 나갔다.

태하는 교실의 끝과 끝을 점멸과 돌격으로 지나가면서 순식간에 4학년까지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으, 으흑흑……!”

아이들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덜덜 떨고 있었다.

태하는 바닥에 널브러진 놈들의 옷을 벗겨서 시신을 가렸고, 교사들은 태하의 눈짓에 따라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다들 1층으로 가세요. 저는 3층에 있는 학생들을 구해 올게요!”

태하는 곧바로 3층으로 점멸해 올라갔다.

파앗!

3층에서는 블랙 나이트들과 인질범들이 일진일퇴의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메이지는 차근차근 살인자들을 집어삼켜 가며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크헬헬!

“……에, 에저드 호른?!”

우드드득!

메이지는 연기처럼 변할 수도 있었고 메피스토처럼 강력한 마법을 쓰는 마법사도 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녀석은 이제 60층 보스, 그 이상의 힘을 갖게 된 것이었다.

“아군이라서 천만다행이로군.”

만약 메이지가 태하의 권속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20명의 범인은 태하가 왔으므로 아주 깔끔하게 정리가 될 것이었다.

그는 교실과 교실 사이를 넘나들며 살인자들을 베어나갔다.

푸하아악!

사람이 죽을 때마다 까미는 정신 지배 마법을 쉬지 않고 사용했다.

그 바람에 까미는 상당히 지쳐 있는 모습이었다.

-크릉, 크릉…….

“미안하다. 하지만 저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잖아.”

-크르릉!

괜찮다고 말하는 까미 덕분에 태하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인질범들을 해치워 나갈 수 있었다.

허나, 마지막 6학년 5반에 도달했을 때 문제가 생겼다.

파앗!

까아앙!

태하의 검이 가로막힌 것이었다.

“……뭐야?”

“어디서 쥐새끼가 숨어들었나 했더니, 당신이었군요?”

검을 막은 것은 놀랍게도 아주 얇은 세검이었다.

세검의 주인은 바로 ‘초음속의 검성’ 최연화였다.

“아수라 길드의 부길드장을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

“어머, 그 유명하신 헬창 헌터께서 내 이름을 알아주시다니, 이거 참 영광인데요?”

태하는 검을 인벤토리에 갈무리한 후, 바벨 원판을 손에 쥐었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일대일 전투를 해야 할 상황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자기 주특기가 나오려는 것이었다.

전투 자세를 잡는 태하. 그러면서 그는 최연화에게 물었다.

“이러는 이유가 뭐야? 죽이려거든 어른들만 죽이지, 왜 애들까지 죽이고 지랄인데?”

“후후, 그거야 보면 알 일이고요. 아무튼, 우리는 이제 목적을 달성했으니 그만 가 볼게요.”

“……목적 달성?”

최연화는 재빨리 태하의 앞으로 쇄도해 들어왔다.

파바밧!

그 쇄도는 가히 인간의 눈으로는 좇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그리고 이어지는 엄청난 충격!

콰아아앙!

“크흐윽!”

“어때요? 세검도 때론 쓸 만하죠?”

최연화는 세검을 마치 채찍처럼 휘둘렀는데, 거기에 맞은 태하는 팔이 얼얼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세검을 연속으로 휘두른다면 제아무리 강력한 탱커라도 버텨 낼 수 없을 것이다.

‘살려 보내면 안 된다!’

나중에 두고두고 골치를 썩이게 될 것이 분명했다.

태하는 최연화를 이 자리에서 처치해서 후환을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지잉, 파앗!

점멸로 최연화의 코앞까지 다가간 태하. 그러자 최연화가 화들짝 놀라며 검을 휘둘렀다.

“……점멸?”

까앙!

칼을 막아 낸 태하는 그대로 다시 앞으로 돌진하며 최연화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러자 최연화는 간신히 검을 들어 태하의 주먹을 견제해 냈다.

까가강!

최연화는 실소했다.

“후후, 너무 황당해서 말을 잃을 뻔했네. 점멸에 돌격까지? 당신, 너무 말도 안 되게 강해진 거 아니에요?”

“……그건 잘 모르겠고, 죽어서 지옥에 가거든 오늘 희생된 아이들에게 절이나 하시지!”

“오늘 희생된 아이들이라면 이제 곧 만나게 될 텐데?”

“뭐야……?”

“메인이벤트 잘 구경하세요.”

끼이이잉!

어디서부터인가 갑자기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태하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최연화는 어느새 마력으로 이뤄진 통로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화이트홀?!”

“즐거웠어요. 나중에 만약 남녀로 만난다면 이 누나가 술 한잔 살게요. 그땐 만리장성 한번 쌓아 보자고요. 좋죠?”

파앗!

최연화는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그야말로 두 눈을 의심하게 되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젠장! 저놈들, 화이트홀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거야?!”

경악스러운 광경을 목격했다.

허나, 태하는 미처 경악할 새도 없었다.

-끄에에에엑!

“꺄아아아악! 좀비, 좀비야!”

“뭐, 좀비?!”

교실 문을 열고 나가 보니 좀비가 되어 버린 아이들이 친구들을 뜯어 먹겠다고 달려들고 있었다.

바로 그때, 교내에 방송이 울려 퍼졌다.

-수도방위군이 교내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교내의 학생과 교사들께서는 1층 입구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안내드립니다…….

태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 제기랄! 수방사가 진입하면 좀비만 늘어나고 말 거야! 이 새끼들, 애초에 이걸 노린 거였어!”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그런 가운데 복도 끝에서 한 남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개자식들! 죽인다!”

“고상근 씨?!”

피와 눈물로 범벅이 되어 버린 고상근.

그는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재빨리 고상근을 부축한 태하.

“고상근 씨! 괜찮으세요?!”

“……은하, 은하가 납치당했어요!”

“뭐라고요……?!”

“이용광 개새끼……! 내가 잡히면 정말 모가지를 따 버릴 겁니다!”

이가 갈리는 일이었다.

아이들을 방패막이로 삼는 것으로도 모자라 은하까지 납치하다니.

태하는 입술을 짓깨물었다.

“……진짜 잡히면 뒈졌다, 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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