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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레이드-57화 (57/197)

057 쉽지 않은 메피스토(1)

워낙 메피스토를 쉽게 처치했었기 때문에 태하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사실 메피스토는 보스 중에서도 클리어 난도가 높기로 항상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존재다.

상성을 아예 무시하는 공격이 많은 데다 캐스팅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고유 공격 스킬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공격을 피해 다니다가 강력한 메인 마법 한 방에 다운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콰지지지직!

-으하하하! 죽어라!

“저 전격 마법에 걸리면 그냥 병원 신세라는 거죠?”

태하는 메피스토의 ‘라이트닝 쇼크’를 피해 냈다.

머리 위에서 직선으로 떨어지는 라이트닝 쇼크는 피하기도 상당히 힘들지만, 그 공격력이 가히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헌데 그 안에 맹독까지 부여되어 있다면?

“당하는 순간, 병원 신세가 아니라 죽는 거예요.”

“……오싹한 놈이네, 저거?”

메피스토는 그 점잖은 겉모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거친 마법을 난사해 대고 있었다.

저번의 그 메피스토와는 공격 양상이 달라서 태하는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젠장, 놈이 엄청나게 날뛰네요. 아니, 그나저나 그때 그놈은 왜 그렇게 기를 모으고 있었던 것일까요?”

“그야 아무도 모릅니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놈의 공격이 너무나도 빠르다는 거죠.”

라이트닝 쇼크는 전격 계열 스킬을 쓰는 40층 이하의 보스들에게는 메인 스킬로 거론된다.

허나, 메피스토는 달랐다.

놈은 라이트닝 쇼크를 기본 공격으로 아예 깔아 놓고 시작하기 때문에 아무리 레벨이 높아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사냥이 불가능했다.

“……이 새끼가, 생각보다 끈질긴 놈일세.”

“아무래도 저 일반 공격을 봉쇄하지 않는다면 승산이 없겠는데요?”

공격이 가해질 때마다 운 좋게 피하고 있기는 했으나 윤정도 이제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싶었다.

그녀는 전술을 수정하기로 했다.

“이런 메뚜기 메타로는 클리어할 수 있을 리가 없어요. 우리, 정면으로 돌파해 봐요!”

“정면으로 돌파를 한다고요? 메피스토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정면 돌파로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힘들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니요, 방법이 있어요.”

태하의 일행은 일단 59층으로 내려가서 회의를 한 다음에 다시 올라오기로 했다.

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거의 습관적으로 후퇴를 하고 있는데, 꼭 던전에서 한 발짝 물러선다고 해서 불명예스러운 것은 아니다.

가까스로 59층까지 내려온 태하는 윤정에게 물었다.

“그럼 어떤 방법인지 한번 들어 볼까요?”

“잘 들어 봐요. 내가 계획한 작전의 이름은 바로 ‘저돌’입니다.”

“저돌이요?”

“메피스토도 결국에는 원거리 공격을 하는 원딜에 불과해요. 기본 공격으로 라이트닝 쇼크를 사용한다곤 해도, 상대방과 자신이 너무 가까이 붙어 있으면 그걸 사용하기가 힘들죠. 자기 바로 앞에 떨어질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러니 우리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저놈의 다리 아래에 딱 붙어서 극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상당히 간편하고도 심플한 작전이지만, 막상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건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이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작전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2명의 정글러가 말했다.

“그럼 사이드에서 저놈들 유인하면 어때요? 그동안 근딜이 붙어서 한 방에 보내 버리는 겁니다.”

“주공은 공대장이 되는 건가요?”

“그런 셈이죠.”

나쁘지 않은 전략이긴 했으나,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만약 태하의 근딜에 저놈이 한 방에 나가떨어지지 않는다면?

뭔가 큰 결심을 세운 용팔.

“제가 미끼가 될게요! 민첩은 제가 제일 높으니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된다면 근딜 3명이 동시에 놈을 처치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저놈은 공격과 캐스팅을 동시에 합니다. 적어도 한 사람 이상의 미끼가 더 필요해요.”

“1명 이상의 미끼라…….”

이번에는 임혁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갈게! 저놈이 아무리 마법을 뿌리고 다니는 놈이라도 상대방이 미친놈처럼 뛰어댕기면 답이 있간디?”

“미끼가 2명이면 충분하겠네요!”

희란은 이 두 사람을 중심적으로 치료해 주고 보조해 주기로 했다.

“그럼 미끼 2명에게 제가 방어막을 집중시켜 드릴게요. 그러는 동안 근딜이 일제히 달려드는 것으로 하자고요.”

“그런데 그만큼의 딜이 나올까요? 게다가 저놈은 소환도 한다면서요.”

“……가디언 말인가요?”

가장 큰 문제였다.

메피스토의 가디언들을 과연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

다시 한번 메피스토와 마주한 태하 일행.

-크하하하! 이 몸에게 도전하는 놈들이 또 있었다니, 용기가 가상하구나!

“이중인격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번에 남산에서 봤던 그놈이랑은 성격이 또 다른 것 같죠?”

확실히 60층의 보스 메피스토는 지랄이 아주 풍년이었다.

도대체 이런 놈이 그렇게 점잖은 말을 지껄였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허나,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전술의 구성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거나 먹어라!”

피융!

화살을 날리는 용팔, 그가 날린 화살은 메피스토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자 메피스토는 눈이 뒤집혀서 발광하기 시작했다.

-이놈! 죽여 주마!

콰지지직!

어김없이 떨어져 내리는 라이트닝 쇼크.

그가 쏘는 라이트닝 쇼크는 도망치는 용팔을 마치 추격하듯이 떨어져 내렸다.

“……어씨, 미끼 역할은 괜히 한다고 했나?!”

“이번에는 내 차례인 겨!”

임혁수는 한나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한나는 그에게 묵직한 증폭 마법을 전달해 주었다.

[스킬: 증폭]

[‘임혁수’의 탄환에 가속도를 붙여 줍니다]

어그로를 끌기 위해서 선택한 임혁수의 공격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것은 바로 고속 회전탄.

그는 원래 권총을 사용하지만, 때에 따라선 소총을 사용하기도 한다.

소총은 마력을 많이 잡아먹는 데다 탄환이 무거워서 날아가는 속도도 생각보다 느리기 때문에 일격필살이 아니고서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이 바로 그 일격필살을 사용해야 할 때인 겨!”

임혁수는 소총에 고속 회전탄 스킬을 장전한 후 증폭 버프와 함께 발사했다.

타앙!

그야말로 섬광이 번쩍일 정도로 빠르고 강력한 탄환이 막강한 회전력과 함께 날아갔다.

아마 이것에 스치면 드래곤이라도 한발 물러서게 될 것이 분명했다.

메피스토는 그것을 마법으로 막아 냈다.

-실드!

끼이이잉……!

마법으로 만드는 일종의 보호막이 탄환을 막아 내나 싶었다.

허나, 마법으로 만들어진 고속 회전탄은 마력을 중화시키며 그것을 뚫고 들어가는 특성이 있었다.

“특성탄 맛 좀 봐라, 이놈의 새끼야!”

임혁수의 탄환은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보호막을 뚫었고, 그것은 메피스토의 이마로 날아갔다.

화들짝 놀란 메피스토는 황급히 탄환을 피해 냈다.

-허억! 이, 이이……!

자신의 마법이 뚫렸다는 것에 격노한 메피스토가 날뛰기 시작했다.

놈은 용팔을 공격하는 한편, 따로 캐스팅하여 공격 마법을 장전했다.

-라이트닝 스트라이크!

직선으로 뻗어 나오는 전격. 그것에 맞으면 십중팔구 사망하게 될 것이다.

임혁수는 재빨리 좌로 몸을 날렸다.

파앗!

“……성질머리 한번 더럽네.”

임혁수는 마법을 피하자마자 권총을 뽑아 들었다.

계속해서 공격을 해 줘야 놈이 열 받아서 마법을 집중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탕탕탕!

계속해서 공격을 퍼붓자, 메피스토의 마법은 예상대로 임혁수에게 집중되었다.

이제 공은 근딜들에게로 넘어왔다.

“그럼 우리는 저놈의 죽빵을 있는 대로 후려 주면 되는 거죠?”

“그런 셈이죠!”

“자, 갑시다!”

피융!

마치 총알처럼 튀어 나가는 태하.

그의 속도는 평소보다 족히 2배는 빠른 것 같았다.

점프력을 향상시켜 주는 신발을 이용하면 신체 능력은 향상될 수밖에 없다.

점프를 위로 뻗는 것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전방으로 뻗어 주면 가속도가 붙는 건 당연한 일 아니던가.

그런 태하와 마찬가지로 2명의 정글러도 평소보다 더 빠르게 쇄도해 들어갔다.

특히나 영수의 발이 가장 바빴다.

파바바밧!

카본파이버 로프를 이용해서 메피스토의 발을 묶어 두기 위해서 무려 1초에 두 번의 도약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태하는 스트랩으로 메피스토의 목덜미에 올무를 묶기로 했고, 속박이 마무리되면 유신성은 ‘유성의 강타’라는 스킬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유성의 강타 한 방에 놈이 기절할까요?”

“적어도 한 방이면 경직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이거, 제가 직접 실험해 봤던 거거든요!”

유신성이 뛰어난 정글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유능한 운영 능력도 한몫했겠으나, 가장 결정적인 것은 강타 계열 스킬로 상대방을 경직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타에 강력한 딜을 꽂아 넣을 수 있으며 상대를 기절시키는 유성의 강타는 보스를 잡을 때도 상당히 유용하게 쓰인다.

“내가 강타를 치면 바로 이어서 태하 씨가 놈의 코어를 흡수하는 겁니다! 할 수 있겠죠?”

“물론이죠!”

“자, 그럼 갑시다!”

유성의 강타 한 방을 믿고 시작한 근접전.

휘리리릭!

영수가 메피스토의 하반신을 묶어 버리자, 놈은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아니……?!

“자, 이번에는 그럼 모가지다!”

태하는 메피스토의 목에 밧줄을 걸어 버렸다.

그러자 그는 이제 태하에게 완전히 사로잡힌 멧돼지처럼 이리저리 목이 붙들려 발버둥 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유신성은 이때를 노려 유성의 강타를 사용했다.

“이거나 먹어라!”

강렬한 푸른빛이 안개처럼 피어올랐다가 유신성의 주먹에 한 점으로 모이더니, 그것이 메피스토의 가슴을 때렸다.

그러자 사방으로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쿠우웅!

“……저걸 맞으면 장기가 다 터져서 죽겠는데?”

“역시, 강타 계열 스킬이 강력하긴 하구나!”

강타 계열 스킬은 강력한 정글러의 조건이기도 하지만, 던전 클리어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흔히 승부사로 불리기도 한다.

유신성은 그야말로 최고의 승부사 기질을 가진 진짜 정글러였던 것이다.

-으헉……! 모, 몸이……?!

“잡았다! 태하 씨! 바로 코어를 빨아들입시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 성싶으냐?! 가디언들이여!

메피스토는 가디언들을 소환했다.

지이이잉……!

은은한 빛으로 물든 데스워리어와 에저드 호른.

허나, 그들은 평소의 가디언들이 아니었다.

-크르르릉!

대검을 뽑아 든 데스워리어는 점멸 마법을 쓴 후, 메피스토의 옆구리를 베어 버렸다.

촤락!

-……이놈! 감히 나를 배신하다니!

-대장, 끝내라.

“후후, 이게 바로 군림이라는 스킬의 진가다!”

태하는 스트랩을 뻗어서 메피스토의 심장을 꿰뚫어 버렸다.

퍼억!

[스킬: 약탈]

[스킬 레벨: Lv.10]

[메피스토펠리스를 약탈합니다]

[스켈레톤 메이지가 메피스토를 흡수합니다]

[‘메이지’가 진화합니다]

[새로운 하수인 ‘메피스토 스켈레톤 메이지’를 획득하셨습니다]

“오호?”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이제 메이지는 단순히 소환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격 마법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등급이 조정됩니다]

[C골드 -> B골드]

[동료 슬롯이 4개 추가로 개방됩니다]

[특성 무기 4개가 지급됩니다]

[B골드 달성으로 새로운 특성 스킬을 획득합니다]

[헬창계의 연금술사 Lv.1: ‘점진적 과부하’를 적용받는 ‘헬창’들에게 유용한 포션이 되어 주는 보충제를 제조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70층을 돌파하세요]

생각보다 아주 푸짐한 보상을 받았다.

태하는 윤정과 3명의 임시 공격대에게 물었다.

“우리 헬창스는 끝까지 함께 가는 거죠?”

“아이, 물론이지!”

“자, 그럼 같이 점진적 과부하를 맛볼까요?”

태하는 네 사람을 새로운 동료로 등록했다.

이제 태하는 메피스토의 창고를 향해 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아니, 그나저나 메피스토의 창고는 어디에 있는 건데?”

바로 그때였다.

태하의 인벤토리에 잠들어 있던 지도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쿠우웅!

태하의 앞으로 문이 하나 나타났다.

헌데, 문이 좀 특이했다.

[도어락을 해제해 주세요]

“……뭐, 뭘 해제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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