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스레이드-56화 (56/197)

056 천재 택티션(2)

칼라하는 성인 남성 6배에 달하는 근육질 몸매를 가진,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칼라하가 삼지창을 휘두르자, 강물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스스스……!

삼지창을 무기로 사용하며 물을 자유자재로 조종하기 때문에 강이나 바다 옆에 있다간 그야말로 비명횡사하고 만다.

“……포세이돈 같은 느낌인데요?”

“옵니다!”

강물은 한 점으로 모이더니 이내 얇고 강력한 줄기를 쏘아 내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강물을 최대로 압축해서 전방으로 쏴 버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끼이이잉!

비록 물줄기는 얇았지만, 거기에 담긴 위력은 바위라도 아주 가볍게 뚫을 정도였다.

“닿으면 죽어요! 어서 피하세요!”

9명의 헬창스는 그 즉시 공격을 피해 산개하였다.

허나, 산개한 것과 상관없이, 칼라하의 공격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파티를 추격했다.

스스스, 팟!

“물줄기가 갈라졌어요!”

“이런 젠장!”

마치 AI가 장착된 수압 절단기처럼 아주 유연하게 태하를 추격하는 칼라하의 공격.

태하는 재빠르게 방패를 꺼내 들곤 그것을 강바닥을 향해 던졌다.

“허업!”

촤라라라라락!

마치 물수제비를 뜨듯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면을 스치는 태하의 바벨. 그는 그 위로 달려가 물살을 갈랐다.

임기응변으로 나온 동작이었지만, 제법 효율이 좋았다.

비록 때는 별로 안 좋았어도 무슨 수상스키라도 타는 느낌이었다.

세차게 물살을 가르며 달려 나간 태하는 미끄러지듯이 수면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리고 보이는 칼라하의 정면.

“이거나 먹어라!”

그는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러서 칼라하의 안면을 한 방 후려갈겨 주려 했다.

허나, 놈의 앞에는 뭔가 강력한 장막 같은 것이 씌워져 있는 것 같았다.

기능 고장이 난 총처럼 총알이 장전되다가 만 느낌이라고나 할까.

“……으으윽! 무, 물에 빠진 기분인데, 이거?”

칼라하의 마력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그런 와중에 칼라하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끼이이이잉!

태하의 근육에 명중하는 칼라하의 물줄기 공격.

물이라는 것은 강한 압력만 있다면 다이아몬드도 자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해질 수 있다.

그런 물이 마력과 만난다면 과연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까?

아마 강철과 콘크리트도 뚫을 수 있을 것이다.

허나, 태하는 그 모든 것보다 단단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끼기기긱……!

-……!

칼라하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태하의 근육이 이 강력한 압력의 물줄기를 튕겨 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태하가 이번에 획득한 마력 저항력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 낸 일등 공신이겠지만 애초에 탄탄한 근육이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은 불가능했을 게 분명했다.

[스킬: 캔슬레이션]

[스킬 증폭으로 인해 상대방의 레벨보다 시전자의 레벨이 높아졌습니다]

칼라하의 마법 자체는 중화시킬 수 없었다.

허나, 그가 만든 중력 지대의 마법을 중화시키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다.

이를테면 필드형 가드를 뚫어 버리는 침투력이라고나 할까.

쩌저저적……!

마치 얇은 막처럼 생긴 가드가 태하의 손에 의해 찢겨 나가고 말았다.

[스킬: 캔슬레이션]

[시전자의 마력장을 중화시켰습니다]

덕분에 이제 태하는 칼라하의 얼굴에 정통으로 주먹을 꽂아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콰아앙!

-크호오옥!

“이게 일타고,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태하는 계속해서 칼라하의 얼굴을 무자비하게 구타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제대로 숨도 쉬지 않고 코어 근육에만 힘을 집중해서 주먹을 날리니, 칼라하의 얼굴은 금세 걸레짝이 되고 말았다.

-크으윽, 크흐윽!

정신없이 얻어터지는 칼라하로 인해 헬창스는 드디어 길고 길었던 추격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다시 전열을 갖출 수 있게 된 그들은 태하의 뒤를 이어서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자, 일제히 공격합시다!”

“오케이!”

상당히 짜임새 있는 타격이 시행되었다.

윤정은 포지셔닝 스케줄러에 어떻게 몬스터를 공격하고 보스를 공략할지 아주 세세하게 그 족보를 쭉 나열해 두었다.

첫 번째 공격에서는 어느 방향에서 어떤 식으로, 정확하게 어느 부위를 노릴지 전부 적어 두었기 때문에 호흡을 굳이 맞춰 보지 않아도 일사불란하게 공격이 가능한 것이었다.

핑핑핑!

후방에서 화살이 날아들었고, 그 공백을 마탄이 메워 주면서 먼저 원딜들의 공격이 칼라하의 옆구리와 허벅지를 타격했다.

그와 동시에 2명의 근딜들은 칼라하의 후속타를 끊어 주기 위해서 손과 등을 차례대로 노렸다.

빠가각!

가뜩이나 태하에게 시달리느라 공격을 막아 낼 틈이 없었던 칼라하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이리저리 몸통을 비틀어 댔다.

-끄으으윽!

이렇게 거구의 몬스터가 괴로운 표정을 짓는 것도 아마 그리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나, 그 어려운 걸 헬창스는 해내고 있었다.

“자, 그럼 슬슬 결정타를 날립시다!”

“오케이!”

태하의 맹활약에 힘입어 드디어 결정타를 날릴 수 있게 된 헬창스.

그들은 스케줄러대로 코어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놈의 척추부터 아주 깔끔하게 절단해 버렸다.

퍼버버벅!

척추에 화살과 마탄이 박혔고, 그 중간을 검이 긋고 지나다니면서 칼라하는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쿠오오오!

쿠우우웅!

육중한 칼라하의 육신이 허물어지면서 놈의 피로 물든 태하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허억, 허억……! 이 새끼, 맷집 더럽게 좋네!”

“이야! 그레이트하시네요! 아니, 어떻게 칼라하의 공격을 근육으로 튕겨 낼 수 있죠?”

“이게 다 고립을 잘하면 되는 일 아니겠어요?”

“……고립이라!”

오늘도 태하는 고립으로 던전을 클리어했다.

***

던전 52층으로 올라가는 길.

윤정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아무래도 마력이나 스킬 공격 말고도 뭔가 적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스킬 공격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수로 적을 공격한단 말입니까?”

“음, 그게 고민이에요. 무슨 뾰족한 수가 없을까?”

파티가 구성된 이후로는 좀처럼 발랄한 모습을 볼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진지한 모습도 매력적이었다.

파티는 계속해서 올라가 52층에 도달했다.

52층은 방금 51층과는 달리, 강이 아닌 계곡으로 이뤄져 있었다.

“협곡 지대네요. 강보다는 규모가 작아도 지형이 복잡해서 클리어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겠는데요?”

태하는 공격대의 대장으로서 가장 선두에 서서 주변을 두루 살폈다.

52층에도 머맨 계열의 몬스터들이 살고 있는데, 더러는 스콜피온 베어와 같은 숲 계열 몬스터들도 종종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하는 일단 예습 삼아 한 번의 전투를 끝내고 돌아가기로 했다.

“그래도 한 번쯤은 싸워 보고 내려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메타를 구성하기 힘들 거잖아요. 그렇죠?”

“음, 지당하신 말씀이에요.”

협곡을 따라서 걷다 보니 이곳의 지형이 대충 이해가 된다.

일단 이곳 협곡에는 계곡이 두 갈래로 나뉘어 흐르고 있었고 높이 15m의 거대한 절벽이 길게 이어져 퇴로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협곡 위다. 거기서 화살이라도 쏘는 날엔 그대로 사망이었다.

“협곡 위쪽이 문제네요. 저곳을 정찰하지 않고선 우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겠어요.”

“흠, 그렇다면 정찰병을 따로 빼서 메타를 운용해야 할까요?”

태하는 정찰병을 구성한다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굳이 정찰병을 파견해야 한다면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아주 유능한 몬스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 위로 데드벳을 올려보내죠. 놈과 저는 시야를 공유할 수 있어서 실시간으로 저 위의 상황을 보고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기습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고, 더러는 우리가 저놈들을 먼저 기습할 수도 있게 되겠지요.”

“이야! 그것참, 기가 막힌 방법이네요! 그럼 기습 걱정은 끝!”

과연 기습 걱정은 정말로 끝인 것일까.

태하 일행은 협곡을 걷다가 이내 발바닥에서 진동이 느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쿠구구궁…….

“뭐지? 바닥에서 뭔가…….”

“피해요! 뭔가 올라와요!”

푸하아아악!

임혁수는 미처 적의 공격을 피하지 못할 뻔했다가 태하의 손에 의해서 구출되었다.

육중한 태하의 팔에 이끌려 공중으로 튀어 오른 임혁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점프력이 높아서 두 사람은 살짝 놀라기도 했다.

“……어휴, 죽을 뻔했네! 고마워, 정 코치! 이 은혜를 어떻게 갚는댜?!”

“같은 동료끼리 뭘요.”

“아니, 그나저나 도대체 사람 발밑에서 뭐가 튀어나온 겨?”

바닥에 착지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곰의 몸통에 전갈의 다리와 꼬리를 가진 몬스터가 집게발을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십년감수 했다는 듯 긴 한숨을 토해냈다.

“허억! 진짜 죽을 뻔했었네?”

“그나저나 스콜피온 베어가 땅을 팔 수도 있었던가? 금시초문인 얘기인디……?”

임혁수도 50층 이상의 등반에서는 항상 후방에서 원딜로 공격에 가담했기 때문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허나, 택티션 윤정은 달랐다.

그녀는 이런 변수에 대해서도 익히 예상을 하고 있었다.

“신발에 이동속도가 아닌 점프력 옵션이 달려 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넣은 건데, 유용하게 쓰이네요.”

“이야, 역시 센스가 아주 장난이 아니네! 우리가 택티션 하나는 정말 잘 골랐다니까!”

만약 윤정이 아니었다면 스콜피온 베어의 점심거리가 될 수도 있었을 것 아닌가.

그러나 여정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럼 저놈은 내버려 두고 일단 내려갈까요? 다음 등반을 준비해야죠.”

***

전체적으로 무난한 사냥이 이어졌다.

51층에서부터 55층까지는 5일 만에 올라갔고 그 이후부터는 한 층에 이틀씩 걸려서 금세 59층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이제 대망의 60층만 남겨 둔 상황이었다.

60층 공략을 위해 머리를 모은 헬창스.

“메피스토와 싸우는 건 처음인가요?”

“아니요, 저번에 한 번 싸우긴 했었죠. 비록 전투다운 전투 없이 가디언들과만 죽어라 싸우다가 끝이 났지만요.”

“흠! 그럼 실전 데이터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네요?”

“하지만 메피스토에 대한 정보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메피스토는 워낙 유명한 몬스터이기 때문에 헌터들 사이에서는 ‘제1 관문’이라고 불린다.

60층부터는 상당히 높은 확률로 레어 아이템이 떨어지고 아주 운이 좋으면 유니크 아이템도 구경할 수 있다.

61층부터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국면의 싸움이 이어지기 때문에 60층까지 장착하고 올라온 아이템보다는 훨씬 더 좋은 스펙을 맞춰야 한다.

때문에 이곳 메피스토존에서 리젠 타이밍마다 계속 도전하며 아이템을 파밍하게 된다.

이러한 파밍이 계속되면 아이템이 쌓이게 되고, 결국엔 61층부터는 상당히 순조롭게 클리어가 가능해진다.

물론, 그 아이템을 맞추는 시간이 가히 억겁과도 같다는 게 문제이지만 말이다.

“A급 이상의 헌터들이 더 위로 올라갈 때는 60층에서 죽돌이로 지내잖아요. 그러니 뭔가 자료가 많을 것 같은데.”

“그럴 것 같기도 하지만, 의외로 결정적인 공략 정보는 없어요. 왜냐하면, 자기들도 경쟁자가 1명이라도 적기를 바라기 때문이죠.”

“……하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잡아 대는데, 공략을 뿌려서 경쟁자를 늘릴 이유가 없겠죠.”

유명한 보스이지만 아이템 파밍의 명소이기 때문에 오히려 정보를 제공하려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역설적인 상황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도전하지 않을 태하가 절대 아니었다.

“저번에 보니까 메피스토는 마법을 하나 쓰는 데만 해도 엄청나게 시간이 오래 걸리던데, 그럼 화력에 집중된 전술을 구성하면 되지 않겠어요?”

“흠, 확실히 저번에 메피스토가 보여 준 마법은 캐스팅이 정말 말도 안 되게 느렸었죠. 하지만 그게 메피스토의 진짜 능력은 아니었을 겁니다. 듣기로는 전격 계열 마법과 냉동 계열 마법을 섞어서 쓴다고 했어요. 게다가 특이하게도 공격을 당하면 일정 확률로 중독에 걸리기도 하고요.”

“……전격 마법에 당하면 중독이 된다?”

이 끔찍한 혼종은 뭐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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