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스레이드-53화 (53/197)

053 헬창은 맞을수록 단단해진다!(1)

서울 태산병원 응급실 안.

태하와 일행들이 일렬로 누워서 간호사들의 처치를 받고 있었다.

정만수는 헬스하운드의 상태를 보곤 고개를 가로저었다.

“폐가 아주 엉망이네요. 신장도 안 좋아졌고요. 아니, 도대체 어디서 뭘 하셨기에 상태가 이렇게까지 안 좋아집니까? 당분간 레이드는 금지입니다.”

“……폐가 왜요?”

“타격을 많이 받았어요. 폐부종이라고, 한마디로 신장 기능이 극도로 떨어져서 폐에 울혈이 차오른 겁니다. 주로 수 속성 타격을 장기간에 걸쳐 받은 경우 이렇게 되죠.”

“하여간 귀신이네요. 어떻게 아셨어요?”

워낙 많은 헌터들을 치료하다 보니 정만수도 레이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었다.

그는 CT 결과만 보고도 대충 상황을 파악했던 것이다.

타악!

정만수는 개인 필기용 차트를 접었다.

“며칠 더 지켜봅시다. 레이드 중에는 이렇게 급성 폐부종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게 정상적인 폐부종과는 아예 갈래부터 다른 것이라서 지켜보지 않으면 아예 폐를 못 쓰게 될 수도 있어요.”

“감사합니다…….”

“제발, 진짜 제발 좀 그만 오세요. 이러다간 정말 제명에 못 살겠다고요.”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것을 보고 기뻐하는 의사는 없다.

특히나 헌터 전용 병원은 거의 전쟁터의 군의관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끔찍한 외상, 내상 환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래서 헌터 전문의는 생명이 짧고, 평생 트라우마를 짊어지고 살아가기도 한다.

태하도 정만수가 힘들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이상 오기 싫어도, 헌터라는 건, 강해도 약해도, 반드시 병원을 찾게 되어 있다.

각자의 병실로 흩어져 입원한 헬스하운드는 며칠 동안 치료를 받은 후에 돌아가기로 했다.

다음 날.

태하의 병실로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청룡방의 유시연이었다.

“어머나, 전투력이 51층을 등반하고도 남을 사람이 이렇게 누워 있다니. 의외네요.”

“전투력이요?”

“마인드헌터인 제게는 사람의 전투력이 보인답니다. 뭐랄까,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저만의 수치라고 하면 쉬울 거예요.”

“……그렇군요.”

“흠! 그나저나 진짜 의외인데요? 통상적으로 51층을 돌파하는 데 필요한 전투력은 이미 충분하고도 남아요. 당신의 동료들도 마찬가지고요.”

이 얘기를 듣는 태하도 의외였다.

사실, 태하는 51층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퇴각했기 때문에 자신의 수행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유시연은 그런 태하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 주었다.

“길드에 택티션이 필요한 이유가 뭔지 알아요? 이런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택티션이라…….”

“택티션이 흔하지는 않죠. 그래서 공인 헌터 중에서 택티션 직군을 구하기가 어렵고요. 하지만 택티션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직업군은 얼마든지 있어요.”

“그 말씀은, 우리의 전략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될까요?”

“뭐, 그야 받아들이기 나름이죠. 하지만 실패한 데에는 분명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뭔가 벽에 가로막힌 기분이 들었다.

허나, 유시연은 그런 벽을 뛰어넘을 때 진정한 헌터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헬창들은 한 번쯤 벽을 만난다고 하더군요. 정체기?”

“그럴 때가 있죠. 근 성장도 어느 순간부터는 제자리걸음을 하니까요.”

“하지만 분명 정체기를 돌파하면 더 좋은 몸을 갖게 됩니다. 아마 던전 생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은데요?”

“……정체기라.”

***

며칠 후에 병원에서 퇴원한 헬스하운드.

다소 의기소침해진 표정으로 헬스장에 복귀하여 일상생활을 이어 나갔다.

한창 열심히 운동하던 태하에게 보현 관장은 두 번째 대회의 포스터를 가지고 왔다.

“요, 베이비! 태하야, 이번엔 루비컵이다! 루비컵에서 우승하면 올해 올림피아에 나갈 수 있대!”

“원래 두 경기를 더 뛰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요?”

“응, 이번에 규정이 바뀌었다나 봐! 요즘 몬스터 사태도 있었고 해서 경기를 열 여력이 안 되었었잖아? 그래서 에메랄드, 루비, 이 두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은 올림피아에 나갈 수 있는 출전권을 준다고 하더라!”

“그래요……?”

“나가자! 마침 네 몸을 봐줄 프로 보디빌더를 내가 섭외해 놨어!”

“프로 보디빌더요?”

“IFBB 프로는 아닌데 HABBA 프로라고, 상당히 공신력 있는 대회의 챔피언이야. 사실 한국에서는 더 이상 적수가 없다고 하지.”

바닥에 마대 걸레질을 하면서 얘기를 듣고 있던 한나는 태하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그러곤 이렇게 말했다.

“……나가 봐요! 대사형의 오러, 그거 올려야죠!”

“음, 그건 그렇지만.”

“어서요!”

지금은 전투력이나 방어력을 끌어올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지 못한다면 어차피 대사형의 오러가 강해져도 51층은 클리어할 수 없을 것이다.

“대장, 다녀와요. 이번 기회에 기분 전환도 좀 하고 몸도 좀 더 키운다고 생각하고.”

“……흠, 그럼 그럴까?”

사실 운동에서도 태하는 이제 슬슬 정체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쉬지 않고 근육이 커지고 있었지만, 얼마 전부터는 서서히 그 성장률이 바닥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정체기를 맞이한 태하에게 바벨탑의 클리어 지점까지 한계에 부딪혔으니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결심을 굳혔다.

“관장님, 나갈게요!”

“오케이! 그럼 빡세게 준비하자고! 내일부터 게거품 나오게 훈련해 보자고!”

과연 이번 대회에서는 뭘 얻게 될 것인가.

태하는 약간의 기대감과 함께 조금의 불안감을 안고 잠이 들었다.

***

다음 날.

하바 프로 임태술이 덕림헬스를 찾아왔다.

그는 마치 만화 캐릭터처럼 선이 굵고 짙으며 엄청난 크기의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반가워! 임태술이야.”

“정태하입니다.”

“듣기로는 내가 여덟 살 형이던데, 말 편하게 해도 되지?”

“물론이죠. 저도 그게 편합니다.”

“좋아, 그럼 앞으론 형이라고 불러. 나도 태하라고 부를게.”

“네, 형님!”

임태술은 원래 스포츠 모델로 이 업계에 입문했다가 보디빌더로 전향한 케이스인데, 그래서 그런지 상하체의 비율이 상당히 좋고 보디라인이 역동적이며 무지막지한 프레임을 가지고 있었다.

“관장님께서 우리 대학교 동문 선배이시고 내가 어려웠을 때 도움을 많이 주셨어. 그래서 없는 시간 쪼개서 온 거니까 우리 서로 많이 배워 가자고. 알겠지?”

“넵!”

“자, 그럼 상의부터 좀 탈의해 볼까?”

“상의요?”

“관장님이 몸평 좀 해 달라고 하시더라. 어디가 부족한지 보고 채우는 방법도 좀 알려 달라고 하셨고.”

“허어, 그렇게 티칭해 주시면 돈을 받으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임태술은 커다란 코를 찡긋거리며 말했다.

“아이, 이 친구가 뭘 알긴 아네! 그런데 말이야, 애초에 돈만 따졌다면 아예 오지도 않았지. 내가 비즈니스가 얼마나 많은데.”

“그래도 좀 죄송한데…….”

“그렇게 죄송하면 나중에 보충제나 좀 사 줘. 그럼 됐지?”

임태술은 의리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한번 은혜를 받으면 평생 잊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태하는 의리남이라는 수식어가 왜 붙은 것인지 알 것도 같았다.

이윽고 상의를 탈의한 태하.

아직 펌핑이 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좋은 컨디션과 크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임태술은 감탄사를 뱉어냈다.

“오우! 좋은데? 이게 지금 몇 년을 한 몸이라고?”

“이제 한 2년쯤 되었나. 그럴 겁니다.”

“……확실히 헬스 신이 있긴 한가 보다. 나, 솔직히 자네 같은 괴물은 처음 봐. 2년 만에 이 정도라니. 아무리 각성 보너스로 이렇게 되었다고 해도, 이건 좀 비현실적인데. 아무리 약물을 처발라도 이렇게는 안 나와.”

태하는 오로지 실전을 위해 운동했었고 무식할 정도로 힘을 키워 왔다.

그런 그에게 운동 방향성의 전환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던 것이다.

허나, 그런 태하에게도 분명 단점이라는 것은 있기 마련이었다.

“그래도 역시 약한 부분이 있기는 하네.”

“물론이죠. 저, 약점 많은 것 같아요.”

“자네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강점은 뭐고 약점은 뭐야?”

“강점은…… 전체적인 크기인 것 같고, 약점은 소근육의 발달이 더딘 것 같아요.”

임태술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해. 전체적으로 근육의 크기는 좋은데 소근육, 혹은 특정 근육이 잘 발달되지 않았어. 예를 들자면 등 쪽에서도 광배 하부라든지, 어깨 후면이라든지, 종아리라든지, 전완 같은 곳 있잖아. 허벅지 중에서도 내측광근이 좀 부족하다든지, 복부에서도 외복사근이 약하다든지.”

“……우와, 이렇게 들으니까 약점이 너무 많네요!”

“많을 수밖에. 왜냐, 자네는 입문한 지 이제 2년밖에 안 되었잖아. 그러니까 아직 약점을 포착하기도 어려운 시점이라는 거지.”

“아하……!”

“흠, 이 정도면 솔직히 정체기가 왔을 법도 한데? 그렇지?”

“……네, 맞아요!”

임태술은 확실히 운동을 오래 한 티가 팍팍 났다.

게다가 그는 프로로 전향해서도 거의 7~8년은 생활을 했기 때문에 어쩌면 전문가적인 입장에서는 보현 관장보다도 경력이 더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태하의 운동 사이클에 대해 물었다.

“주로 운동은 어떻게 해?”

“일단 복합 다관절 운동 위주로 해 주고, 그다음에 액세서리 운동을 붙여서 하고 있죠.”

“아까 내가 말한 약점들에 대해선?”

“솔직히 따로 운동은 안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해도 하루에 3세트 정도?”

임태술은 그 말을 듣고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그러니까 협응근만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거네?”

“그런 셈이죠.”

“이야! 그것도 대단하네! 아예 그쪽은 운동을 거의 안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 정도까지 커졌다고?”

그는 태하에게 엄청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임태술은 자신도 선수이지만 같은 보디빌딩 선수를 키우는 입장이기 때문에 태하에게 구미가 당긴 것이었다.

“……좋아, 오늘 아주 제대로 조져 주겠어!”

***

리버스 펙덱 플라이 머신에서 후면 삼각근을 운동하고 있는 태하.

그는 임태술에게 어깨 후면의 중요성과 함께 그 운동법에 대해서 배우고 있었다.

“어깨 후면은 말이지, 어찌 보면 등의 완성도와 어깨의 프레임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부위야. 여기가 강하면 강할수록 프레임도 강해 보인다고 할 수 있을 정도야. 죽어라 사이드 레터럴 레이즈 털어 대고 프론트 레이즈 털어 대도 사실 후면 삼각근이 발달하지 않으면 말짱 꽝이라는 소리지.”

“그렇구나……! 하지만 후면 삼각근은 크게 키우기가 힘들잖습니까?”

“힘들지. 그래서 어깨 후면이 약하면 그곳을 먼저 시작해 주는 게 좋아. 인간에게 허락된 신경 물질은 사실 제한적이잖아? 그러니까 가장 몸이 쌩쌩할 때 약점을 먼저 보완해 주는 거지.”

“오호……!”

태하는 임태술과 운동하면서 자세를 교정받고 노하우까지 전수받았다.

“자, 봐봐! 후면 삼각근에 보통 힘을 못 주는 사람들의 특징이 뭐냐면, 동작은 하는데 제대로 된 자극이 안 와. 그럼 백날 해 봤자 소용이 없어.”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근육의 결을 먼저 생각해 봐. 그리고 각도를 수정하는 거지.”

임태술은 태하의 팔꿈치 각도를 위로 살짝 올려 주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후면 삼각근을 손가락으로 슬그머니 눌러 주었다.

“각도를 바꿔. 이렇게…….”

“엇……?”

“어때? 느낌 오지?”

“주, 죽이는데요?!”

“협응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자세는 좋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각도까지 무시하면 안 되지.”

보현 관장이 처음 태하에게 운동을 알려 주었을 때의 그 느낌이었다.

뭐랄까, 헬스의 신세계가 열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새로운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점진적 과부하 - 신세계]

[근육의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세계에 발을 들이셨으니, 앞으로는 무한한 성장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시드 스킬 슬롯이 확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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