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스레이드-46화 (46/197)

046 대회 한번 뛰어봅시다!(2)

전문가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TOP3에 서게 된 태하.

사람들은 ‘코리안 몬스터’의 탄생이라면서 크게 열광했다.

-TOP3 선수들은 무대 위로 올라와서 나란히 서 주시기 바랍니다.

태하는 TOP3 중에서도 단연 주목을 받았다.

에메랄드컵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는 선수는 가운데로 옮겨지게 되는데, 그 빈도가 높을수록 우승에 더 가까워진다고 할 수 있다.

-411번 정태하 선수. 가운데로 오십시오.

“넵!”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승부는 점점 더 명확해지는 것 같았다.

허나, 그럴수록 태하는 무대 아래에 있는 저 정체불명의 부녀가 눈에 밟혔다.

‘도대체 무슨 목적인 거지?’

생각 같아선 당장 무대 아래로 뛰어 내려가서 저놈들을 확 족쳐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보현 관장이 슬퍼할 생각을 하니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럼 심사 종료하겠습니다. 잠시 후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선수들은 무대 중앙으로 와서 서 주시기 바랍니다.

두두두두둥……!

경기장에는 사뭇 진지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허나, 사람들은 이미 그 결과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2021년도 IFBB 에메랄드컵 엠비엠 클래식의 우승자는 바로…….

“오오……!”

-바로, 바로……!

결과는 모두 다 알고 있지만, 관중들은 고무되었다.

잠시 후, 결과가 발표되었다.

-트렁크 넘버 411번 정태하 선수! 축하드립니다!

태하는 관객석에 꾸벅 인사를 하더니, 이내 큰절도 한 번 올렸다.

지금의 상황이 어찌 되었건 간에 일단 후한 점수를 주고 박수까지 보내 준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는 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승자에게는 프로카드와 함께 에메랄드로 만들어진 트로피가 수여됩니다. 정태하 선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보통은 이럴 때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곤 한다.

허나, 오늘은 선수보다 코치가 더 감격스러운 모양이었다.

“으흑흑, 태하야! 이제 이 관장님은 죽어도 여한이 없다!”

태하는 보현 관장을 목말 태우고 무대를 한 바퀴 돌았다.

제자가 따 온 메달과 트로피를 받은 보현 관장은 한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잠시 후 대회가 끝난 직후, 잡지사의 기자들이 벌 떼처럼 몰려들었다.

여전히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의문의 부녀를 의식하며 인터뷰를 하는 태하.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 올해 첫 번째 프로카드 발급이라고 하던데요.”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게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뿐입니다.”

“올림피아에 도전하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음, 글쎄요. 앞으로 세 경기나 더 뛰어야 올림피아 출전권을 따낼 수 있다고 들었는데, 프로카드로 만족할지 어쩔지는 더 두고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이제 곧 60층 진입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러시는 겁니까?”

60층이라는 말이 나오자, 의문의 부녀가 눈빛을 반짝이는 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저들은 던전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태하는 그들을 의식하여 답변을 했다.

“상황을 봐서 기회가 닿는다면 출전해야겠지요. 하지만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제 본업은 헌터입니다. 이 정도 관심을 받은 것만으로도 사실은 몸 둘 바를 몰라야 정상 아니겠습니까?”

부녀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들리는 목소리.

-잠깐 봅시다. 다 함께.

***

던전 1층.

만반의 준비를 다해서 1층 구석진 곳으로 자리를 잡은 태하와 동료들.

“정말로 올까요?”

“……글쎄요. 오면 좋겠지만, 안 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죠. 거기서 대폭발을 안 일으킨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

이 세상 무엇보다도 사람의 목숨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태하로선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었다.

각자의 무기를 점검하고 있던 가운데, 그들의 앞으로 한 부녀가 다가왔다.

그는 예전의 그 모습이었다.

“모습이 변했는데요?”

“역시, 겉모습을 바꿀 수 있는 게 분명합니다.”

두근거림을 감추지 못하고 있던 찰나에 남자는 태하에게 인사를 건넸다.

군복 바지에 야상, 거기에 전투화까지 신은 모습이 딱 던전을 탐험하는 광부 알바생 같은 느낌이었다.

“약속을 지켜 줘서 고맙습니다. 고상근입니다.”

“저야말로 나와 줘서 고맙네요. 정태하입니다.”

악수를 나누는 두 사람을 바라보는 동료들의 표정에 아슬아슬함이 묻어난다.

허나, 다행히도 고상근은 큰 사고까진 치지 않았다.

태하는 아이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안녕?”

“……응.”

“넌 이름이 뭐니?”

“은하.”

“은하? 이름이 멋있네.”

“……예쁜 이름이거든.”

“아, 그래? 이름 예쁘네.”

“줏대 없긴.”

“끄응.”

애가 뭐 이렇게 맹랑하고 어두침침하나 싶었다.

허나, 고상근은 쓰게 웃으며 사정을 설명했다.

“너무 오래 실험을 당해서 그렇습니다. 이해하세요.”

“실험이요?”

“엠톨, 그게 뭔지 알아보고 다닌다고 들었습니다. 그 약, 우리 애가 만들어 낸 것이나 다름이 없거든요.”

“……아니, 그렇다면 그 약으로 실험을 당했다는 건가요?”

“그런 셈이죠. 원래 그 약이 능력 증폭제로 만들어진 약인데, 타고난 능력자인 우리 딸에게 약물을 주입하여 아예 탑을 장악하려 했던 겁니다.”

“탑을 장악해요? 누가요?”

“엠비엠 그룹과 그 무리입니다. 아수라 길드도 그들에게 조종을 당하고 있었죠.”

태하와 동료들은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암묵적인 토론을 펼쳤다.

고상근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믿지 않으실 줄 알았습니다.”

그는 주머니에서 보자기에 싸인 뭔가를 꺼내 놓았다.

그러자 혈관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하는 태하.

끼이잉!

“……헛, 이건?!”

“특별한 서판이라는 것만 압니다. 나머지는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이것을 만지는 자에게는 진실이 보입니다.”

태하가 굳이 손을 댈 것도 없었다.

파앗!

타라라라락!

서판은 순식간에 태하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제3장: 윤회]

[서판 제3장 윤회를 해독할 수 있습니다]

[윤회는 모든 것의 어머니, 그 앞에서 거짓말은 소용없습니다]

‘윤회’를 흡수한 태하가 눈을 뜨자, 세상이 달리 보였다.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나 할까.

“자, 어떠십니까? 아직도 저를 못 믿으시겠습니까?”

“……아니요, 믿을 수 있어요.”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대방이 거짓을 말하는 순간, 벼락을 맞아 윤회의 굴레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얘기가 쉽겠군요.”

“그래요. 쉬울 수밖에요.”

고상근이 노린 건 아마 이거였을 것이다.

진실을 구분할 수 있는 눈, 그것을 태하에게 심어 주는 것 말이다.

***

고상근의 이야기는 너무 놀라워서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각성자를 잡아서 실험을 한다니!”

“말 그대로 저들은 미쳤습니다. 인간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놈들이죠.”

엠톨은 능력을 증폭시키고 몬스터의 신체를 비정상적으로 성장시키는 물질로서, 흑마법에 의해 태어났다.

그렇게 만들어진 물질을 고상근의 아내 조미희에게 투약시킨 것이었다.

“제 아내는 골드 등급의 헌터였습니다. 이른바 꿈꾸는 자, 드리머라고 불렸죠.”

“드리머라…….”

“흔히 몽환술사라고 불립니다. 꿈꾸는 모든 것을 현실 세계로 끌어다 놓을 수 있죠. 스킬 레벨에 따라서 그 한계가 점점 사라지게 되는데, 제 아내는 그 꿈에 먹혀 버렸습니다. 자신이 만든 꿈속에 사로잡혀 길을 잃은 것이죠.”

“투약의 부작용인가요?”

고상근은 고개를 끄덕였다.

덤덤하지만 어쩐지 고갯짓이 무거워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꿈을 제어하지 못하자, 가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만들어져 아내를 끌어가 버렸죠. 엠톨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 아내의 힘을 비정상적으로 증폭시켜 버렸던 겁니다.”

“그게 실험의 실패가 만든 비극이란 말입니까?”

“……그런 셈이죠. 헌데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내 딸에게로 그 능력이 옮겨 간 겁니다.”

“능력이 옮겨 가요……?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영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은 능력 발현이 유전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은하는 그런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모양입니다.”

“허어……! 그럼, 그래서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실험을…….”

고상근은 주먹을 불끈 말아 쥐었다.

“……우리 가족은 아내가 각성한 그때부터 실험실에서 살았어요. 매일이 지옥과도 같았죠. 그래서 저는 탈출을 감행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했죠.”

“그런 기구한 팔자가 다 있다니. 이것 참,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그는 태하의 손을 꼭 잡았다.

“도와주십시오! 반드시 놈들에게 복수하고 싶습니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제가 아는 아주 진귀한 보물을 찾아 드리겠습니다.”

“보물이요?”

“비취 석판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비취 석판이요? 그게 뭔데요?”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한나가 나섰다.

“세상에, 못 살아! 헌터라면서 비취 석판을 몰라요?”

“음. 글쎄요. 처음 듣는데.”

“왜, 있잖아요. 헤르메스 문서라고, 비금속을 금속으로 바꿀 수 있는 지식이 담긴 석판이라고 알려져 있죠.”

“아하, 헤르메스 문서! 문서라고 해서 두루마리쯤으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죠?”

“아니에요. 석판, 에메랄드로 만들어진 석판이라고 들었어요.”

고상근은 이 비취 석판이 왜 보물인지 일러 주었다.

“비취 석판엔 연금술의 근간이 되는 지식이 적혀 있습니다. 특별한 능력만 있다면 누구든 연금술을 쓸 수 있게 되죠.”

“……연금술!”

비금속을 귀금속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연금술이다.

통상적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에 기반하며 물질의 근간인 원소를 서로 뒤섞어 전혀 다른 물질로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이론적으로는 이 세상의 원소를 섞으면 금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취 석판의 내용은 그것과는 아예 근간부터가 다른 내용이죠.”

“예를 든다면요?”

“원소를 사용한 마법을 펼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원소만 옆에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마법을 펼칠 수 있죠.”

“만약 그걸 실제로 사용한다면…….”

“엄청난 힘을 얻게 되는 겁니다. 또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새로운 물질도 만들어 낼 수 있죠. 그것이 바로 연금술이라는 겁니다.”

“한때는 연금술로 불로장생을 꿈꾸었던 시절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이론적으로는 가능해요. 다만, 인간의 운명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살아도 산 게 아니겠죠.”

태하의 머릿속에 어떤 단어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은 바로 언데드였다.

“……연금술로 사람을 살려내면 언데드가 되겠네요?”

“잘 아시네요. 사령술, 그것도 연금술의 일종입니다. 다만, 마이너스 에너지에 특화되어 물질계의 4원소를 다룰 수 없을 뿐이죠.”

“음…….”

“어떠십니까? 그 비취 석판을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실로 엄청난 물건이다.

태하는 과연 그걸 자신이 가져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그걸 제게 주신다는 이유가 궁금합니다만.”

“그래요. 때에 따라선 굉장히 무서운 무기가 되겠지요. 하지만, 누군가가 그걸 소유하게 된다면 선인이길 원합니다.”

“그렇군요. 그럼, 그 석판은 던전에 숨겨놓지요.”

“예?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못하도록 말입니까?”

“네, 영원토록이요.”

비취 석판을 봉인한다는 포부는 좋았다.

허나, 그 비취 석판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래서, 그게 어디에 있는데요?”

“50층, 데스워리어의 성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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