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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레이드-34화 (34/197)

034 헬창, 유명세를 타다!(2)

저 멀리 메피스토가 보인다.

메피스토는 몸길이가 10m나 되는 언데드 계열 마법사다.

태하의 스켈레톤 메이지가 최하급 마법사라면, 이쪽은 언데드 마법사의 정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삐비비빅!

마력 수치를 나타내는 게이지가 터지려 하고 있다.

“……메피스토가 이 정도인데 95층의 ‘파피야스’는 도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거죠?”

“가늠이 안 될 정도이겠지요?”

언젠가는 100층을 돌파하고야 말겠다는 큰 뜻을 세웠지만, 가면 갈수록 바벨탑에는 괴물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태하는 도연준에게 무전을 쳤다.

“여기는 첨병조, 마력 게이지가 폭발할 듯이 상승하고 있음.”

-알겠다. 일단 본대에 합류하도록 한다.

태하는 수색대장의 지시에 따라 후퇴했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그런데 왜 아직도 마법을 쓰지 않고 있는 거죠? 아무리 범위 마법이라고 해도 그렇지, 캐스팅이 너무 긴데.”

“흠?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확실히 주문만 계속 외고 있는 것이고, 실상 공격이라는 건 제대로 하지도 않고 있었다.

도대체 왜 저러고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잠시 후, 무전이 날아왔다.

-여기는 본진. 잠시 후, 폭격이 있을 예정이다. 수색대는 엄폐물을 찾아 대피하라.

“……미사일을 쏜다고?”

-메피스토에게 폭격을 가해 시선을 돌리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는 전력으로 돌격하여 적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 것일까?

가장 확실한 것은 메피스토와 얼굴을 맞대고 싸우는 것이지만, 지금으로선 뭐가 더 나은 선택인지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태하는 일단 본진의 계획에 따르기로 했다.

“엄폐할 곳을 찾아봅시다.”

“본진에서 과거 안기부에서 쓰던 제19 조사실이라는 곳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쪽으로 갑시다.”

“19 조사실? 그런 곳도 있어요?”

도연준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여긴 남산이잖아요.”

“음, 그런 건가?”

“아무튼, 갑시다. 폭격에 휘말리면 제아무리 탱커라도 무사하긴 힘들 겁니다.”

일행들은 본진에서 알려 준 대로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러자 야산의 수풀에 가려져 있던 제19 조사실의 입구가 보인다.

“……허어, 진짜로 있었네?”

“아니, 그런데 이게 좀…….”

조사실 입구에 보이는 푯말.

그곳에는 선명한 글씨로 ‘Biohazard’라고 적혀 있었다.

“엇…….”

“어떻게 하죠?”

당황한 선봉대는 이를 어쩌면 좋나 싶었다.

허나 도연준은 시간이 없으니 일단 들어가자며 동료들을 밀어 넣었다.

“일단 들어갑시다. 카운트다운 1분 남았어요!”

과연 1분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허나 일단 공격을 피해 숨기로 한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또 있었다.

“……비밀번호?”

도어락이 걸려 있었는데, 그것도 보통의 도어락이 아니라 두께가 엄청난 철문을 잠가 놓은 것이었다.

도연준은 그 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열었다.

드르르륵!

“응……? 이렇게 쉽게 열린다고?”

“본부의 무전에 의하면 이 문은 그냥 열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요?”

“아무튼, 갑시다! 이러다 죽겠어요!”

일단 얼떨결에 들어가는 일행들.

슈우우웅……!

잠시 후, 저 멀리서 전투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내 참, 몬스터에게 미사일을 쏘는 장면을 다 보게 될 줄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별일이 다 있네요.”

“그나저나 피부가 약간 따끔따끔한 것 같지 않아요? 느낌 탓인가?”

전투기는 헌터들의 퇴각 여부를 확인한 후, 곧장 미사일을 발사했다.

-인원 대피 확인, 발사한다.

-미사일 여섯 발, 발사 확인.

무전기로 그 얘기를 다 듣고 있던 일행들은 몸을 숙이고 웅크렸다.

쿠우웅!

강력한 진동이 느껴진다.

뼈가 저릴 정도의 진동이 사지를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태어나서 이런 느낌은 처음 받아 보는 것이었다.

-치이이이익!

잠시 라디오 신호마저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이윽고 태하와 동료들은 조사실의 문을 열고 나왔다.

선봉대는 모두 피부를 벅벅 긁어 댔다.

“벼룩이 사나? 되게 가렵네요. 저 안에 뭐가 있대요?”

“……글쎄요.”

반면에 헬스하운드는 멀쩡했다.

이미 순백의 신성을 통해 방어막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저 멀리에서부터 달려오고 있는 본대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한 5부 능선은 넘은 것 같죠?”

“그나저나 메피스토는 어떻게 되었나요?”

망원경을 꺼내 드는 도연준이 전방을 주시한 채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아직 살아 있어요. 그것도 아주 멀쩡하게 가디언들을 부려 먹고 있네요.”

“지독한 놈인데요?”

“하지만 시선을 돌리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아요. 마력 수치가 다시 내려갔잖아요.”

“그렇군요. 그럼 본대는요?”

“12공격대로 나눠서 올라온답니다.”

마력의 수치가 거의 80% 가까이 내려갔다.

앞으로 헌터들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가 없으나, 일단 첫 번째 작전은 성공이었다.

다만 언제나 변수는 있기 마련이다.

1,200명의 헌터들을 12개 팀으로 나눠서 올라오고 있던 공격대의 무전이 서로 교차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2조! 이블아이가 습격해 오고 있다!

-……여기는 5조, 그리폰의 공중 공격이 시작되었다!

사방팔방에서 적의 공격이 시작되었다는 무전이 어지럽게 뒤섞이고 있었다.

“마력을 갈무리한 대신에 메피스토의 소환수들이 날뛰는 모양인데요?”

“……제기랄, 그럼 우리는 어쩌죠?”

이제 50명도 채 남지 않은 선봉대의 거취가 불분명해졌다.

허나, 그들은 고민할 여유도 없었다.

끼릭, 끼릭…….

분명 느릿느릿하지만, 결코 피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압도적인 위용.

바로 이블아이가 나타난 것이다.

“이블아이!”

“제기랄, 하필이면 이럴 때?!”

이블아이는 석화 마법을 쓰지만, 그것에 걸려 굳어 버릴 확률은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다만,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초음파 공격을 펼치며 슬리핑 마법과 대시를 섞어 쓰는 콤비네이션도 무시할 수 없었다.

또한, 직경 6m의 엄청난 구체형 몸통이 만들어 내는 치악력을 앞세워 상대방을 잡아먹기도 한다.

이런 강력한 힘을 가진 이블아이를 사냥하자면 최소 30명 이상의 근딜이 필요하다.

“저놈한테는 마법도 통하지 않죠?”

“네, 캔슬레이션 패시브를 쓰니까요.”

“……젠장, 저걸 어떻게 잡는다?”

마법 계통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캔슬레이션을 사용하는 이블아이를 잡으려면 오로지 물리 공격밖에는 답이 없다.

때문에 마법사 파티가 이블아이를 만나면 그 즉시 퇴각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선봉대 지휘부는 대담한 결정을 내렸다.

“일단 부딪쳐 봅시다!”

“그럼 힐러들은 최후방으로 물러나고 탱커, 근딜, 궁딜, 이런 식으로 자리를 잡읍시다. 서포터와 마법 딜러는 어차피 싸울 수가 없으니까요.”

여기서 물러설 곳은 없다.

아래로 내려가도 전장이고 위로 올라가도 전장이기 때문이다.

선봉대는 하나같이 헬스하운드를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헬스하운드가 선봉에 서 주셔야겠는데요?”

개죽음은 사양한다는 식의 떠넘기기.

일단 싸우긴 해야겠지만, 고기 방패가 되기는 싫다는 것이었다.

‘본성이 슬슬 나오기 시작하는군.’

헌터도 결국 인간이다.

이제 슬슬 밑천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태하는 웃으며 바벨을 잡았다.

“뭐, 그러시죠.”

이블아이가 무서운 것은, 사실 저 캔슬레이션이라는 말도 안 되는 능력 때문이다.

허나, 만약 패시브로 맥질이 된 탱커 겸 근딜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는 동료들에게 계획을 설명했다.

“행여나 제가 먹혀도 당황하지 마세요.”

“……네?”

“그러니까…….”

태하는 최대한 말을 아꼈다.

기왕지사 이블아이를 잡을 것이라면, 그 아이템이나 경험치를 선봉대에게 나눠 주기 싫었던 것이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태하는 용팔의 허리에 두 다리를 척 걸쳤다.

“행잉 싯업 좀 도와줘요.”

“……네?”

“가는 길에 복근 좀 조지고 가게요.”

근 손실이 가장 두려운 헬창에게 복근 운동이야말로 생명과도 같은 존재 아닐까?

허나 사람들이 보기엔 그냥 근육에 미친 놈 같았다.

쉭, 쉭!

짤짤이로 몇 개 조지고 나니 복근에 정말로 펌핑이 온다.

태하는 그제야 가뿐한 걸음으로 나아갔다.

“자, 그럼 갑니다!”

패시브 스킬의 가장 큰 장점은 임팩트가 없다는 점이다.

정밀 진단 없이는 패시브가 있는지조차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건 이블아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으오오오!

놈은 태하에게 일단 석화 마법부터 걸어 보았다.

30%의 확률, 허나 이블아이의 석화 마법은 그것을 쳐다보지만 않으면 걸리지 않는다.

태하는 그 자리에서 쇄도해 나가는 한편, 순간적으로 눈을 감았다.

‘놈은 마법을 쓰느라 자리를 옮기지 못할 것이다. 그럼 직선 스트레이트로 주먹을 날리기만 한다면…….’

다른 건 생각하지 않는다.

오로지 이블아이의 죽빵을 후려갈긴다는 생각뿐이었다.

-으, 으으오……!

이블아이는 석화 마법이 걸리지 않는 데다 캔슬레이션까지 먹히지 않는 근딜 태하의 행동에 크게 당황한 것 같았다.

놈은 태하의 주먹이 뻗어 오자, 오히려 입을 쩍 벌렸다.

“……대장!”

태하의 신영이 이블아이의 입에 절반쯤 들어갔다.

헌터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아아……!”

“젠장, 먹혔겠는데?!”

너무나도 자신만만했기에 헌터들은 태하에게 뭔가 비책이라도 있을 줄 알았다.

허나, 그 비책이라는 게 겨우 주먹이나 내지르는 것이었다니.

와작!

이블아이가 태하의 몸통을 가차 없이 씹어 버렸다.

온 힘을 다해서 자신이 낼 수 있는 치악력의 최대한을 발휘했다.

“헌터님! 이 새끼, 헌터님을 뱉어 내!”

“……쉿! 아까 태하 씨의 말씀 못 들었어요?”

“끄응……!”

용팔은 애간장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그것은 모두가 마찬가지였지만 헬스하운드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사람들은 헬스하운드를 욕하기 시작했다.

“……대장이라더니, 말만 대장이었나 보네.”

“뭐, 그럼 그렇지. 인간이 다 똑같지, 뭐 다르겠어?”

바로 그때였다.

우득.

“어?”

이블아이의 입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쨍그랑!

놀랍게도 이블아이의 앞니가 부러져 버렸다.

그러곤 이내 서서히 벌어지는 이블아이의 턱.

-으어어억……!

“……오늘 아침에 아르기닌을 먹었더니 아주 펌핑이 죽이는군!”

“허어! 이블아이의 턱에도 씹히지 않다니?!”

“내 복근을 씹으려면 아가리 운동을 한 300년은 더 해야 할 거다!”

이블아이는 이빨이 다 부러졌고 턱뼈에 약간 금이 가서 고통에 몸통을 파르르 떨기까지 했다.

태하는 비홀터의 입술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쿠우우웅!

마치 큰북을 후려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으오옥……!

집중 고립은 액티브 스킬이기에 태하는 놈에게 먹힐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화 스킬은 수동으로도 쓸 수 있다.

바로 펌핑.

이 모든 것이 계획된 것이었으나 태하는 짐짓 모르는 척 화가 난 사람처럼 열연을 펼쳤다.

“이런 개새, 아니, 이런 이블아이 새끼가 사람을 물어? 오늘 제대로 참교육을 시켜주마!”

태하는 이블아이의 옆통수에 난 촉수를 손으로 잡더니 놈의 안면이자 눈두덩을 주먹으로 마구 갈기기 시작했다.

빠각, 빠각!

이블아이의 몸이 한 대 맞을 때마다 찌릿찌릿 진동을 일으켰다.

“하나요, 둘이요……!”

-으헥, 으헥!

누가 보아도 불쌍한 소리를 내며 그저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는 이블아이.

심지어 이블아이는 눈물까지 짜냈다.

-으흑흑흑……!

“그러게, 평소에 착하게 살지 그랬어.”

태하는 이블아이의 옆통수에 스트랩을 찔러 넣었다.

퍼억!

[스킬: 약탈]

[스킬 레벨: Lv.6]

[이블아이의 스킬을 흡수합니다]

[이블아이의 패시브를 흡수합니다]

[이블아이의 특성과 특수 능력을 흡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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