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스레이드-20화 (20/197)

020 헬스장의 대사형(2)

스트랩 5개를 엮은 후, 그것을 와이번의 왼쪽 가슴으로 날려 보냈다.

촤라라락!

까앙!

역린을 건드리자, 와이번의 눈이 돌아간다.

-크아아아앙!

이번에는 와이번도 이판사판이라는 듯이 불도저처럼 태하를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쐐에에에엥!

순식간에 눈앞이 어두워지는 느낌이었다.

“어어, 어어어……?!”

“저놈도 목숨 걸었나 봐요! 피해야 하지 않겠어요?!”

놈과 부딪치면 최소 중상이었다.

그러나 태하는 굳건히 버티고 섰다.

“어떻게든 싸움을 끝내겠어요!”

그러자 동료들도 이를 악물었다.

“죽더라도 그레이트하게! 죽어도 같이 죽어요!”

“……못 살아, 정말!”

태하의 손을 잡는 한나, 그리고 끝까지 활시위를 위로 겨누는 용팔.

그들은 일치단결하여 태하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스킬: 대사형의 오러]

[보현파 제자들의 숫자만큼 플러스 효과를 받습니다]

[동문 사제들의 성원: 대사형의 오러 ‘신체 능력 +175%’에 대한 +15%]

태하는 그제야 지금까지 자신이 강해졌던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신체 능력이 점점 상승한다 싶었던 것은 대사형의 오러 때문이었던 것이다.

‘뭐야, 그거 진짜 죽이는 스킬이었네?!’

태하는 와이번과 맞서듯, 스트랩을 당긴 채로 힘차게 도움닫기를 했다.

마치 총알처럼 튀어 나가는 태하.

순간, 와이번의 눈과 태하의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크르르릉!

‘너도 죽음의 공포라는 것을 느끼는 것이구나!’

작지만 와이번의 눈동자에는 떨림이 있었다.

공포를 느끼는 게 분명해 보였다.

허나 승부는 냉정한 법이다.

“적자생존!”

태하는 역린의 작은 틈으로 스트랩을 쏘았다.

퍼억!

-크아아아앙!

이윽고 행해지는 태하의 포식.

[스킬: 포식]

[드래곤 하트를 포식합니다]

[S급 코어를 섭취함에 따라 레벨이 상승합니다]

‘……S급이라고?’

S급 코어는 80층 이상에서도 보스급 몬스터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이다.

와이번이 이렇게까지 귀한 몬스터인 줄은 태하도 오늘 처음 알았다.

[스킬: 포식 - 흡수]

[피식자를 흡수합니다]

[S급 코어의 흡수로 인해 근육이 성장합니다]

“이제 쏴요!”

“넵! 알겠어요!”

태하는 한나에게 강화 버프를 걸어 주었고, 그것은 곧바로 용팔에게 전해졌다.

끼이이이잉!

그러자 용팔의 손에서 검은색 오러가 솟아나더니 화살이 와이번의 눈알에 박혔다.

퍼억!

“홍채가 뚫렸어요!”

“……어라? 방금 스킬 쓴 거예요?”

“그, 그랬나? 아무튼, 이긴 것 같은데요?!”

사방에 와이번의 검은색 혈흔이 낭자했다.

“휴우, 정말 그레이트한 놈이네요. 하마터면 우리가 유명을 달리할 뻔했잖아요.”

“그나저나 와이번이 이렇게 무지막지한 몬스터인 줄 오늘 처음 알았네요.”

이제 승부는 명백하게 태하의 쪽으로 기울었다.

[특성 스킬: 채집]

[피식자의 생체 정보를 저장합니다]

포식과 함께 특성 스킬이 발동되는 태하.

바로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어라……?”

어처구니없지만 와이번의 말이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

지금까지 인간들은 과연 몬스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바벨탑은 오로지 정복과 사냥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곳으로 생각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걸 뒤집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원통하다! 기껏 헤츨링까지 잡아먹었는데……! 이제 곧 진화할 줄 알았는데!

“허어, 어쩐지 코어가 S급이라고 나오더라니.”

“네? 무슨 말씀이세요?”

숨을 헐떡거리며 누워 있는 와이번 앞에서 혼잣말을 지껄이던 태하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쩌면 자신이 미친 것일지도 모르지 않는가.

“아, 아닙니다. 그냥 승리했다는 것에 감격해서요.”

“아무튼, 이놈. 자신보다 등급이 높은 몬스터의 코어를 먹어 치웠던 것이 분명해요. 그것이 아직 용해되지 않아서 역린을 공격당하자마자 이렇게 뻗어 버린 거죠.”

“음, 그렇군요. 이제는 보내 줘야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용팔은 다시 한번 화살을 쏘았다.

그러자 와이번의 뇌를 관통하면서 완전히 신체 기능이 정지해 버렸다.

드디어 20층을 돌파한 것이었다.

“오오, 20층 돌파!”

“헌터님 축하해요!”

“아니, 용팔 씨도 20층 돌파에 참여한 파티원이잖아요!”

“아아, 그랬지! 그럼 다 같이 축하해요!”

파티는 얼싸안고 20층 돌파를 자축하였다.

이제 29층까지 얼마 안 남았다.

“언데드, 이제 떼로 만들 수 있겠네요!”

“그걸 만들어서 뭘 하시게요?”

“아수라 길드가 코어 시장을 지배하려는 모양이에요. 그렇다면 우리가 마이너스 코어를 왕창 만들어서 놈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수 있지 않겠어요?”

“오호……?!”

“그러는 김에 사령술사도 좀 잡고.”

“오호오!”

잘하면 세 사람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한편, 태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나저나 헤츨링은 보통 몇 층에 살았었죠?”

“70층부터 간간이 보이긴 한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80층부터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죠.”

“그게 20층까지 내려올 가능성도 있어요?”

“글쎄요. 그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 바벨탑을 오르면 알 수 있겠지만, 탑은 일종의 공간과 공간이 이어진 구조예요. 단순한 구조의 조형물이 아니라는 뜻이죠. 그래서 바깥에서 보는 공간보다 그 안의 공간이 훨씬 넓은 것이죠.”

“어나더월드…….”

“그래요. 어나더월드라고 부르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거죠.”

도대체 저놈은 어나더월드가 층층이 이어진 이 바벨탑에서 80층에 서식하는 드래곤의 새끼를 어떻게 먹어 치울 수 있었던 것일까.

태하는 여기서 묘하게 겹치는 숫자 하나를 발견했다.

“70~80층이라고요?”

“네, 그랬죠.”

“허어, 설마…….”

“왜요?”

“만약 아수라 길드가 70층에서 헤츨링을 잡아다가 와이번에게 먹였다면, 저렇게 덩치가 커졌을 수도 있겠네요?”

“……그게 가능해요?”

“만약 가능하다면요. 그렇다면 와이번이 저렇게 커진 것도 이해가 가잖아요.”

한나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허나 이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일이었다.

“만약 그 요상한 먹이 주기가 19층에서 끝나지 않았다면……?”

“최대 70층까지 강력해진 몬스터가 버티고 서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죠.”

아무튼, 사냥이 끝나고 나니 기분은 좋다.

그야말로 녹초가 되어 버린 헬스하운드.

한바탕 사냥을 끝내고 나면 언제나 피로감이 물밀듯이 밀려들곤 한다.

한 층 내려와서 쉬기로 한 일행

[현재 출입 인원: 1,820명]

[19층 현재 인원: 3명]

“……아이고, 죽겠네!”

“이야, 그래도 오늘 수확이 아주 그레이트하네요!”

“맞아요, 그건 그렇죠!”

수확물을 확인하는 동안에는 있던 잠도 달아나긴 한다.

태하와 용팔은 돈을 모아서 꼭 마련하고 싶은 게 있었다.

“머지않았어요. 우리의 로망이 실현될 거라고요!”

“으흐흐!”

고개를 갸웃거리는 한나.

저 두 사람이 꼭 덤 앤 더머 같긴 하지만 그 로망이라는 게 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그 로망이라는 게 뭔데요?”

“던전에서 쓸 운동기구를 만드는 거죠! 그레이트하게!”

“운동기구요? 지금도 운동기구는 충분하잖아요?”

“으음, 아니죠! 렛풀 다운도 못 하지, 암컬 머신도 없지, 게다가 풀업도 못 하잖아요. 그러니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죠.”

한나도 슬슬 헬창이 되어 가지만 이 두 사람은 헬창병 말기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혀를 내둘렀다.

“내가 못 살아. 이것도 병이에요, 병!”

“하지만 생각해 봐요. 던전에서 렛풀 다운을 할 수 있어요. 암풀 다운도 할 수 있고 시티드 로우도 할 수 있죠. 어때요? 짜릿하지 않아요?”

“……아아!”

“거봐요! 짜릿하지! 그레이트하죠?!”

한나는 잠시 정신 줄을 놓았다가 퍼뜩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아니요?! 남들이 보면 뭐라고 하겠어요? 안 그래도 헬창, 헬창 거려서 쪽팔려 죽겠는데!”

“아니, 그래서 한나 씨는 헬창이 아니라는 소리예요?”

“맞긴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에요. 완전 운동 중독이잖아?!”

헬창임을 부정하고 있었지만, 한나는 연신 자기 후면 삼각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어제 운동한 벤트 오버 레터럴 레이즈와 페이스 풀의 운동 효과에 만족하고 있었던 것이다.

용팔은 낄낄거리며 웃었다.

“큭큭, 거봐요! 한나 씨도 지금 말은 부정해도 보디체크부터 하잖아요.”

“허엇! 내가 그랬어요?! 못 살아! 당신들한테 오염됐잖아요!”

파티가 아주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날카로운 물체가 날아들었다.

피융!

웃고 떠들던 헬스하운드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기습?”

“피해요! 또 와요!”

편히 쉬던 헬스하운드는 일순간 공격을 피해 산개하였다.

핑핑핑!

전방에서 세 발의 화살이 날아왔다.

조금 전의 웃음도 사냥의 기쁨도 생각나지 않는다.

[현재 출입 인원: 1,820명]

[19층 현재 인원: 9명]

태하는 난감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

‘……이 새끼들이 하필이면 근 손실 직전 타이밍에 올라오고 지랄이야? 아니, 사냥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건가?’

사냥 도중에 기습을 할 수도 있었다.

허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은 헬스하운드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태하는 이들이 전문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놈들,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러게요! 사냥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것을 보면 전략에도 능한 것 같아요!”

비각성 길드끼리도 종종 PK가 벌어지곤 했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 자체는 상당히 익숙했다.

하지만, 상대는 전문가의 분위기가 풍겼다.

일단 태하는 방패를 꺼내 스트랩으로 잘 묶어 잡았다.

“내 뒤로 붙어요! 지금부터는 방어 진형으로 갑니다!”

“넵!”

태하는 오로지 탱킹, 용팔은 원거리 공격, 한나는 버프에 집중하는 전형적인 방어 진형을 갖추었다.

태하는 방패 뒤편으로 스트랩을 뻗었다.

그러자 태하와 용팔에게 한나의 버프가 연결되었다.

[스킬: 중력 제어]

[대상 ‘태하’에게 -500%의 압력 제어를 버프합니다]

[대상 ‘용팔’에게 +500%의 중력 제어를 버프합니다]

태하에게는 외부에서 가해지는 타격, 그러니까 압력을 5배 낮춰 줄 수 있는 버프가 부여되었고, 용팔에겐 가속도의 버프가 더해졌다.

“……자, 그럼 갑니다!”

“좋아요!”

용팔은 힘껏 활시위를 당겼다.

피융!

그의 화살은 마치 저격수의 탄환처럼 엄청난 속도로 뻗어나갔다.

암살자 중에서 가장 왼쪽에 있던 사람의 심장이 한 방에 꿰뚫렸다.

퍼억!

“크허어억!”

“……!”

놈들이 꽤나 놀란 모양이었다.

허나 그들은 잠시 놀랐을 뿐, 모든 변수를 예상했다는 듯이 움직였다.

사사사삭!

순식간에 흩어지는 신영들. 재빠르기가 거의 그림자 수준이었다.

오로지 암살을 위해서 최적화된 모션. 그들은 마치 별을 그리듯 태하 일행을 압박하며 다가왔다.

파앗!

심지어는 순식간에 15m를 도약하여 한나의 후방에 나타났다.

“한나 씨!”

“알아요! 상대할 수 있어요!”

PK의 전략으로 본다면 당연히 서포터를 최우선으로 처치하는 것이 맞다.

공수 전반에 걸쳐 서포터가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서포터는 접근전에 취약하다.

스으으윽!

“뒤로 옵니다!”

무려 2명의 암살자가 한나를 향해 쇄도해 들어왔다.

바로 그때, 한나는 등에 잘 매달고 있던 돌도끼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엄청난 스윙.

부우우웅!

“……뭐, 뭐야, 저게?”

“시너지 딜러가 아니라 근딜이었어?!”

콰아앙!

암살자 2명은 피를 토하며 날아가 버렸다.

“커헉!”

“우웨에에엑!”

“……젠장, 속았다! 근딜이었어!”

누가 봐도 탄탄한 기본기와 스피드, 이미 한나는 A급 근딜의 파워를 자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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