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스레이드-18화 (18/197)

018 헬창과 친구들(2)

던전 깊숙한 곳.

“으후, 으후……!”

무식하게 생긴 나무토막을 어깨에 짊어진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헬스하운드.

무려 100kg이나 되는 통나무를 어깨에 얹고 백스쿼트를 하는 태하와 용팔, 그리고 한나.

“중량 더!”

“넵!”

일반인들이 보기엔 도대체 던전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겠지만 이들에게 근 손실은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때문에 이렇듯 던전 진입 중간에 틈틈이 운동을 해 주는 것이다.

막간에 짬을 내서 하는 운동이지만, 짜임새는 상당히 좋다.

던전에 있는 나무나 돌을 이용해서 기구를 만들고 중량을 얹고 싶을 때는 한나에게 부탁하면 되었다.

최대 4배의 중력, 거기에 태하의 부여 능력까지 합쳐지면 물경 8배의 중력이 가해진다.

운동을 마무리한 세 사람이 보충제를 챙겨먹었다.

한나는 입가에 묻은 보충제 국물을 스윽 닦으며 태하와 용팔에게 말했다.

“이쯤이 좋겠어요.”

“그나저나 마이너스 코어는 도대체 어떻게 만든다는 건가요?”

“여기는 몇 층이죠?”

“18층과 19층의 중간이잖아요.”

“그래요. 듣자 하니 얼마 전에 이곳에서 사람들이 많이도 죽었다고 하더군요.”

“뭐, 그야 공략에 실패하면서 사망자가 많이 생겼을 테니까요.”

“마이너스 코어는 일단 시체가 있어야 만들 수 있어요.”

“……시체?”

“자세한 원리는 나도 잘 모르지만, 방법은 어렴풋이 알아요. 우선 사악한 서판이 지면에 묻힌 상태에서 암흑의 수정구를 멀리 떨어진 곳에 묻어 줘요.”

“얼마나 멀리요?”

“그건 상관없는 것 같았어요. 심지어는 층과 층 사이를 뚫고도 힘이 작용하는 것 같았고요.”

태하는 일단 가방에서 암흑의 수정구를 꺼내었다. 그리고 그것을 땅에 묻었고, 한나는 그 위치를 잘 표시해 두었다.

“자, 이제 남은 것은 사악한 조각인데…….”

“이걸 꺼내는 방법을 나는 잘 몰라요.”

“흠, 그럼 별수 없죠. 당신이 땅에 직접 들어가는 수밖에.”

“……내가 묻히라고요?”

“별수 없잖아요. 바깥으로 꺼낼 수 없다면 가진 사람을 통째로 묻는 수밖에.”

어쩐지 상당히 찝찝한 느낌이 들었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태하는 자기가 땅을 파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아주 괴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게 정말 되는 건지…….”

투덜거리는 태하.

바로 그때였다.

쿠그그극……!

별안간 땅에서 뭔가 작은 진동이 느껴지더니, 그 안에서 수정구를 손에 쥔 스켈레톤 메이지가 일어난 것이다.

파악!

-크헬헬헬!

“……허어, 진짜로 되네?!”

수정구를 손에 쥔 녀석은 태하를 향해 걸어왔다.

메이지는 태하에게 뭔가를 설명하는 것처럼 보였다.

-%$&^$%^&$%

“도대체 뭐라는 겨?”

“이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더라고요.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거.”

“아니, 그럼 마이너스 코어는 어떻게 만들어요?”

“당신은 저 말을 못 알아들어도 저놈은 당신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거예요.”

“에이, 무슨 스켈레톤이 사람 말을 해요?”

“내가 못 살아. 속고만 살았나? 한번 해 보세요.”

“음…….”

태하는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곳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어가는 메이지.

“거기서 언데드를 한…… 100마리쯤 만들어 봐.”

-크헬헬!

기분 나쁘게 웃기는 해도 일단 말은 잘 듣는 편이었다.

메이지는 태하가 시키는 대로 정말 언데드 100마리를 만들어 냈다.

푸하아아악!

사방팔방에서 땅을 파헤치며 나오는 언데드들.

태하는 신이 나서 100마리를 더 만들라고 시켰다.

“100마리 더!”

-크헬헬……?

100마리를 소환하긴 했지만, 앞서 뽑았던 언데드들이 쓰러져 없어졌다.

[특별 스킬: 소환 Lv.1]

[소환 상한: 100마리]

[레벨업 시 -> 상한 200마리로 상승]

“아하! 레벨이 아직 낮아서 그렇구나. 흠, 그럼 레벨업을 하면 천 마리건 만 마리건 만들 수 있다는 소리잖아?”

흡족해하는 태하.

허나 언데드에게 PTSD가 있는 용팔은 기겁하며 태하에게로 달려왔다.

“으, 으으으악!”

-끄어어어……!

“저, 저, 저, 저기…. 어, 어, 언데드…! 어, 어, 언데드!”

너무 놀라서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용팔.

정말로 소환이 될 것이라곤 전혀 상상조차 못 했던 태하도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네, 정말……. 그나저나 당신은 이런 정보를 어디서 얻었어요?”

“사실, 나도 정말 우연히 얻은 거예요. 처음 우리가 만났던 그 자리 있죠? 거기에서 의문의 상자를 하나 주웠었거든요. 그걸 열었더니 금색 구체가 떠오르면서 내 손에 작은 종이 쪼가리 하나가 떨어지지 뭐예요?”

“종이 쪼가리……?”

그녀는 품속에서 빨간색으로 된 쪽지를 한 장 꺼내 태하에게 보여 주었다.

쪽지 안에는 의문의 상형문자가 가득했다.

“이걸 해석했다고요?”

“이거 이계의 글씨예요. 금성탑에서는 이계의 언어를 연구해요. 저도 그걸 배웠고요.”

“그럼 그것도 이계에서 왔다는 겁니까?”

“음, 얘기가 그렇게 되나요?”

한창 언데드들을 뽑아 놓고 있었을 때였다.

쿠그그극……!

“화이트홀이 생겨요! 이상 현상일까요?!”

“아니에요. 리젠 시간이 다 된 것 같아요. 그동안은 몬스터 리젠 시간에 던전에 있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몬스터의 리젠이 꼭 화이트홀 같기는 하네요.”

시간이 다 되어 몬스터가 리젠되는 것이었다.

꿀렁!

이윽고 화이트홀을 뚫고 몬스터가 리젠되기 시작했다.

“도망칠까요? 어차피 위로 올라갈 수는 있잖아요.”

“아니요. 나온 김에 언데드 위력도 시험할 겸 식사나 좀 하자고요.”

“식사요?”

태하는 뾰족하게 생긴 촉수를 몬스터의 심장에 꽂아 버렸다.

퍼억!

그러자 가고일이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끼에에에!

찰나의 순간이었다.

꿀렁!

공간이 일렁거렸으며 평소보다 흡수량이 확 늘어났다. 그리고 일렁임 주변으로 스파크도 튀었다.

콰지지직!

‘……평소와는 뭔가 좀 다른데?’

[스킬: 포식 - 흡수]

[피식자를 흡수합니다]

[C+급 코어의 흡수로 인해 근육이 성장합니다]

[화이트홀 효과]

[공간 조율 버프가 형성됩니다]

‘공간 조율 버프는 또 뭐야?’

리젠의 효과가 발현되자, 언데드가 날뛰기 시작한다.

-크헤헤헤!

미친 듯이 몬스터를 향해 달려드는 언데드들.

놈들은 가고일을 숫자로 밀어붙이며 난도질해 버렸다.

퍼억!

-끼에엑……!

가고일이 반항하느라 몸부림을 쳤고, 언데드가 그 발길질에 맞았다.

허나 언데드의 상처는 금방 아물었다.

스스스슷!

“……버프라는 게 저런 거였던가?”

대단한 일이었다.

그걸 보며 가만히 생각에 잠기는 태하.

“한나 씨.”

“네?”

“그렇다면 이 언데드들 있잖아요. 만들고 부수면 마이너스 코어가 알아서 생산되는 건가요?”

“일단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긴 해도 결론적으로는 그런 셈이죠.”

“……오호, 그래요? 레벨업을 하면 더 많이 만들 수 있겠네요?”

고층으로 더 올라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조선엽 씨한테 연락해 놔야겠는데?’

***

이른 아침.

언제나 그렇듯이 헬스장의 문을 열고 기구들을 닦는 보현 관장.

그런 보현의 곁에는 세 제자가 있었다.

태하와 용팔은 물론이고 한나까지. 그들은 던전에서 내려와 수임 업무를 정산하고 나면 아예 체육관에서 먹고 자면서 운동에 열중한다.

이들에게 헬스장 청소는 일과 중 하나인 것이다.

그중에 태하는 1회 5만 원씩 받고 PT 수업을 하기도 했다.

헬스장 입구를 쓸고 닦던 용팔이 외쳤다.

“관장님! 택배 왔어요.”

“택배?”

“시애틀 우튜브 본사에서 보냈다고 되어 있네요!”

이윽고 포장을 뜯어보는 보현 관장.

박스 안에는 ‘골드 버튼’이라고 적힌 금색 판이 들어 있었다.

“헤이, 버디! 이게 뭐야? 가입하면 기념으로 주는 건가?”

“이거 골드 버튼인데요. 이걸 아무에게나 주지는 않을 텐데?”

“음?”

“관장님, 채널 관리는 하시죠?”

“그야…….”

“이런! 제자가 되어 가지고 관장님 채널도 관리 못 하다니. 제 잘못이네요.”

회원 가입, 동영상 업로드를 배우는 데만 해도 석 달이 걸렸으나, 정작 자기 채널에는 그렇게까지 관심이 없었다.

안 그래도 제자들 운동을 가르치랴, 체육관 운영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채널만 들여다보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골드 버튼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보현파에게 지나가던 회원이 물었다.

“어라? 골드 버튼 받으셨어요? 드디어 왔네!”

“드디어 왔다니? 자네는 이게 올 줄 알고 있었어?”

“당연하죠! 구독자 100만 명 돌파하면 주는 거잖아요!”

“……뭐, 그렇다고 방금 듣기는 했지.”

“허 참. 관장님, 혹시 채널만 만들어놓고 들여다본 적도 없는 건 아니죠?”

정곡을 찔려서 약간 당황하는 관장. 그런 그에게 회원은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을 켜서 채널의 현황을 알려 주었다.

“보세요! 구독자가 100만이나 되잖아요!”

“호오오올리……?!”

“영상 하나당 무려 300만 뷰가 넘네요! 어이쿠, ‘헬창 헌터 정태하!’라는 제목의 영상은 무려 4,000만이나 되는데요?”

“나, 이거 시작한 지 석 달밖에 안 되었는데?”

“잡지에 헬창 헌터가 나가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는데, 모르셨어요?”

“아니, 그건 알지. 그런데 구독자가 뭐 이렇게나……?”

“몸은 보디빌더 수준인데 각성 헌터라면서요. 그런 사람이 대체 어디 있습니까?”

“아아!”

“그러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요.”

잡지사에서 대박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서 그냥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이건 반응이 뜨거워도 너무 뜨거웠다.

얼떨떨한 마음의 보현 관장. 그런 그에게 회원이 슬쩍 귀띔을 해 주었다.

“아 참, 그리고 이건 그냥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인데요. 아직 영상에 체육관 홍보는 안 하셨죠?”

“그렇긴 하지.”

“오늘부터 영상에 체육관 홍보도 좀 하세요! 아마 당장 내일부터 회원이 정말 엄청나게 늘어날걸요?”

“……오호?”

회원은 태하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특히나 정 코치, 아주 노 나셨네요!”

“저요? 제가 왜요?”

“사람들이 지금 난리잖아요? 정 코치님 체육관이 어디냐고요. 모르셨어요?”

“……그랬었나?”

“앞으론 레이드 없는 날엔 꼼짝없이 회원들 가르치셔야겠네요.”

***

며칠 후.

보현 관장은 체육관 홍보 영상을 짤막하게 찍어서 우튜브에 올렸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체육관 가입 문의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따르르릉!

“네, 덕림헬스입니다!”

-덕림헬스죠? 거기 한 달 회비가 얼마죠?

“월 4만 원, 5개월 17만 원입니다!”

-거기 가면 정태하 씨도 만날 수 있어요? 그분에게 지도도 받을 수 있어요? 저희 아이가 헌터가 되고 싶다고 하도 난리라서요.

“첫 가입 하시면 하루쯤 기구 사용법 정도는 알려 드립니다. 하지만 코칭을 받으시려면 PT 가입하셔야 하고요.”

-알겠어요! 지금 갈게요.

레이드가 없는 날엔 간간이 체육관 회원들을 가르치고 있던 태하는 밀려드는 PT 문의로 거의 몸살을 앓을 지경이었다.

심지어는 5명씩 무리를 지어서 세미나 형식으로 하루에 네 번씩 수업을 하기도 했다.

풀업 수업을 하는 태하.

“숄더 패킹도 중요한데 가슴을 내미는 게 핵심이라고 했죠?”

“네!”

“다 좋은데, 부상은 곤란합니다.”

“선생님, 이따가 수업 끝나면 셀카 찍어 주세요!”

“하하, 네! 물론이죠.”

셀카를 찍어 달라고 오는 사람들은 많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여자들보다 남자가 훨씬 많다.

헬창들에게 태하는 우상이었던 것이다.

누군가 말했다.

근육질 남자가 되면 여자들이 꼬일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주변에 덜렁이들이 더 많아졌다고 말이다.

헬창에게는 헬창이 꼬이는 법이었다.

수업을 끝내고 셀카까지 찍은 회원들이 태하에게 물었다.

“코치님, SNS 아이디 알려 주세요! 팔로우할게요!”

“고마워요. 아이디가…….”

아이디를 알려 주자 SNS에 접속한 회원들이 태하의 SNS 배너에 걸린 ‘헌터상점’ 광고를 발견했다.

“어라? 코치님, 헌터상점 서포터즈세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그럼 소문내 드릴게요!”

“오오, 감사합니다!”

이런 식으로 SNS를 통해 태하의 추천인 코드를 입력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제는 헌터상점에서 포인트로 장비를 살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고, 상점에서 자체적으로 모델비로 지원해 주었다.

득근과 PT 수업료, 심지어는 장비까지 공짜로 받으니 이보다 더 좋은 아르바이트가 또 있을까?

‘투잡으로는 아주 완빵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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